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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리봉(959m·1019m : 단양)
*일 시 : 2005. 5. 1(일), 제25차RTNAH(26명), 날씨(비, 오후 갬)
*코 스 : 오목내-윗점-大슬랩-수리봉-신선봉-삼거리-835봉-남봉
-황정산-800봉-764봉-도로변-직치리
*소 시 : 오전 9시 35분 ~ 오후 3시 → 총 5시간 25분소요
2003년 10월 5일(일) 수리-석화봉 산행이후 만 1년 6개월만이며, 황정산은 1997년 6월
이후 만 8년만의 해후다. 2003년 당시는
오목내-조평농원-슬랩지대-수리봉-용아릉-신선봉-삼거리-석화봉-중고개-직바위골-보-삼거
리-대흥사-원통암 입구-대흥교였고, 마지막으로 본 1997년 코스는 황정리-정상-황정리
원점회귀였다.
황정산은 경북예천군과 충북단양군의 잇는 도계로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이탈한 지능선으로 低首嶺 부근 3군 경계령(단양-예천=문경)에서 서북쪽으로 갈라진 지맥의 중간지점에 솟은 명산이다. 그 지맥이 선미봉(=수학봉 1,082m)을 올리고, 계속 이어 도락산과 守理峰(1,019m) 암봉이 남북으로 누웠는데, 그 중에서도 황정산은 기암괴석과 반석 및 암릉이 노송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능선이 가장 길고 때 묻지 않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황정산에서 더 가지를 쳐서 이어지는 능선은 직치(빗재)를 넘어 도락산(964m)~덕절산(780m)~두악산(732m)을 들어 올린 후 그 여맥이 남한강에 가라앉아 버린다.
최근 수리봉을 중심으로 신선봉, 황정산 등은 장쾌하고 아기자기한 충청도 특유의 짜릿한 맛을 안기는 슬랩 지대와 기암괴봉으로 이곳을 소개하는 山誌가 많아졌다. 따라서 산꾼들도 심심하지 않게 찾아들어 암릉의 묘미를 즐긴다. 고찰 圓通庵과 제2단양 8경의 하나인 七星岩을 비롯하여 母子바위, 누에바위, 남근석, 장군손가락바위 등 명소와 원통암 서편 영인봉 825봉에서 바라보는 북쪽의 덕절산-올산-작성산-도락산 등의 조망은 이곳만이 가지는 독특한 멋과 맛이며, 동시에 얻게 되는 용아릉의 풍광은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다.
전국적인 비소식이다. 중부지방은 오늘 10~40mm의 봄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새벽 서울은 하늘만 잔뜩 흐려진 상태다. 예약한 회원들의 상황변동이 있지 않을까 불편한 예상이다. 우중산행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무상한 예약취소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부고속도로 광주곤지암지역부터 거센 빗발이다. 호법IC를 지나며 뜸하던 빗발은 박달재를 넘어서면서 재생하더니 단양 땅에 접어들면서 다소 소강상태다. 들머리까지 빗방울은 멈춰있다.
오전 9시 35분.
방곡리 도예단지 오목내 마을에 들어섰다.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는 옛날 궁중에서 사용하는 원목생산과 도요지로 유명하다.
황장목(금강송)의 채취를 금하는 封山표석이 단양천 건너편 성내골 계류 옆 천수답
한가운데에 지금도 남아있고, 또한 방곡리는 인접하고 있는 수리봉 산기슭에는 성분이
우수한 질료감인 모래질 점토지대로 조선초기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도공들이 숨어들어
도요지 마을을 이룬 곳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1,200도 이상의 고열을 내는 땔감인 풍부한
황장목과, 그리고 고령토와 유약 원료인 '묵보래'라는 흙도 흔했던 입지조건이 맞았기
때문이다.
좌측 계곡의 계류는 예전 그대지만 계곡 자체를 시멘트로 직선화한 乾川이 불만스럽다.
오목내 삼거리에서 동쪽 수리봉 방면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은 선미봉 남릉인 장구재를 넘어 저수령으로 이어지는 길로 옛날 방곡리가 번성했을 시절에는 주민들이 예천으로 다녔던 유일한 지름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올산리에서 저수령으로 넘는 길과, 방곡리에서 동로로 넘는 벌재 도로가 넓게 포장되면서 방곡리~장구재 옛길은 폐도로 변하고 말았다는 소개다.
그러나 마을은 심한 공사의 몸살을 치르고 있다.
거의 폐쇄됐던 옛길인 방곡리-장구재-저수령을 연결하는 도로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오목내계곡의 흔적은 절반 이상이 변화하고 말았다. 산천은 의구하다는 옛말은 적어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뜨악한 눈짐작과 현지 공사인부들의 지리확인을 바탕삼아 장구재를 향해 올라갔다. 1년 만에 재회한 김순곤-윤염씨, 그리고 그들 일행인 안희숙씨의 행보는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날렵하다. 또 김성현 기사님의 친구인 이기철씨, 그리고 최영복 이사님의 동네 선배인 윤석오씨도 만만찮은 발짓이다.
오전 10시 01분.
<오목내 780m ↔ 수리봉 등산로 410m>
수리봉 서쪽 사면이 흐린 하늘아래 암벽과 신록의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에서 수리봉
남릉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수리봉 남서벽이 자못 위압적이다. 수석 전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따라 비포장 너른 길을 오르는 이마엔 구슬땀이 흐른다.
오전 10시 06분.
본격적인 좌측 들머리인 길이 4m 철제구름다리 앞에 섰다. 안내문과 장구재로 올라가는
공사현장 입구에 ‘공사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표지가 걸려있다.
<수리봉정상 1.34Km>
해발400m가 넘는 들머리에서 1019m 정상을 오르려면 지형적으로도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일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금강산관광을 떠난 홍기오 후미대장의 缺參으로 오늘
후미리더의 몫을 맡게 된 오늘이다. 오늘 금강산 지역도 豪雨라며 정감사님이 생애 첫
금강산 나들이에 참여한 홍대장님의 일정에 은근한 걱정을 토한다.
소나무를 제외한 신록이 돋아 오른 가파른 오르막이다. 산조팝나무, 각시붓꽃, 세잎양지꽃,
장렬한(?) 최후를 옥쇄하듯 떨어진 진달래 통꽃 잎이 바닥에 낭자하다. 타원형 진달래 잎과
피침형 철쭉 잎이 대조적이고 제철을 만난 꼬리진달래 꽃망울과 일찍 핀 꽃들이 보인다.
10시 21분.
힘든 오르막 길 가운데 돌보지 않는 벌거숭이 붉은 무덤 1기가 2년 전 그대로다.
신록처럼 무수하게 매달린 리본과 서쪽의 잿빛하늘이 尋常한 오늘이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막 하산하는 중년부부와 인사를 건넸다. 유일하게 원 줄기에서 발화하는 노랑제비꽃도
성시다. 후미에 쳐진 홍영미-김자연-이원분-이충식 제씨들과 후미그룹이 형성됐다.
10시 27분.
<고 이장섭산악회원을 추모하며>
우측 사면 숲 속에 목 추모비 앞에 조화꽃다발이 놓여있다. 무슨 사연으로 생긴
추모비인지는 모르나 침울한 장면이다. 우측 1시 방향 장구재가 잘록한 무용수의 허리처럼
V자를 그어놓았다. 막 올라선 바위 위에서 시원한 서북풍을 맞으며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시 35분.
새순이 돋아나는 떡갈나무 숲이다. 문득 뒤돌아보니 백두대간 상의 저수령과 황장산을
잇는 벌재가 완만한 ∨자로 패어있다. 수령 10여 년 안팎의 잔 송림지대를 지났다.
< 정상 1Km>
<스랩 미끄럼 주의>
경고안내판에 이어 나타난 대슬랩은 폭 80여m-높이 60여m-경사도가 30도 안팎의 대 암반이다. 슬랩 중간과 상단부에는 옛날 이 산을 뒤덮었을 부채꼴 모양의 황장목 노송들이 빼어난 자태다. 저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어 온 노송의 번뇌와 고통을 우리 인간들이 상상하기에도 벅찬 지금이다. 노송을 보는 시선에 묻어난 경건함은 짐짓 여며지는 옷깃을 피할 길이 없다. 무릇 왕후장상도 자연 앞에선 왜소할 수밖에 없다.
암반 우측으로 와이어로프와, 삼으로 만든 로프가 양 가닥으로 이어진 완경사 슬랩 바위지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깊고 밭은 호흡을 뱉는 지점이다.
10시 55분.
우측 주능선상의 선미봉-황장봉산의 위엄을 잠시 바라봤다. 이미 한 땀을 흘린 지 오래다. 소박한 자주알록제비꽃이 잔득 물기를 머금은 채 참신한 자태다. 자연은 이처럼 왜소하기 이를 데 없는 한 포기 초본에서도 아름다움을 발한다.
잿빛하늘은 기어이 가랑비를 흘리기 시작했다. 우의를 걸쳤다.
슬랩지대 뒤로 숲길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다시 짧은 암릉길이다.
그러나 선미봉 쪽 우측은 수십 길 단애다.
노송군락과 암릉길을 벗어나 200m 가량 오르면 좌측에 오버행 바위가 나온다.
11시 00분.
잠시 짧은 거리에 선미봉에서 이어져 온 주능선 삼거리와 만나는 주능선 안부에 올라섰다.
<윗점 2Km ↓, 수리봉 180m ↔ 수학봉정상>
동쪽에 솟아 있는 1079.5m봉을 대부분의 개념도에는 선미봉이라 표시됐는데 안내판에는 '수학봉' 이라 적혀 있다. 수학봉과 선미봉의 차이와 상관관계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우측 선미봉 능선이 길게 팔을 벌리고 있는 신록이 익어 가는 이슬비가 내리는 봄날 오전이
싱그럽다. 정상에는 단양군에서 세운 안내판과 화강암으로 된 작은 정상비석과 오석으로
만든 낮은 키의 비석이 앉아 있다.
<방곡도요 2.1Km ← (수리봉 해발 1,019m) →촛대봉 4Km, 대강면 11Km>
정상은 사방이 수림으로 에워싸여 조망이 안 되는 점도 있지만 이슬비가 내리는 지금은
짙은 운무로 시계 제로다. 오늘 산행의 진수를 맛볼 기회가 인연은 아닌가 보다.
'수리봉이야기'란 안내도와 설명문이 담긴 입간판이 정상에서 신선봉 방향 끝에
비스듬하게 서있다.
「수리봉 이야기
수리봉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소백산맥 능선상의 한
봉우리인데, 아직까지 등산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또한 수리봉은 등산 뿐 만이
아닌 단양8경의 절경인 중선암, 상선암 또는 사인암의 비경을 즐길 수 있어 주의 경관과
함께 빛을 나타내는 산이다.
방곡리는 도자기로도 유명하다. 도자기를 생산하기 위해 일구어진 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자기 생산에 필요한 재료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주로 서민층의 생활용품을 만들어
왔으며 일본으로 수출도 한다. 그리고 이곳 방곡리는 속세와 떨어져 별천지에 온 것처럼
격리되어 있으며 옛날 도자기 장이 섰다는 장승마을에서 오래된 이곳 사람들의 사연을
머금은 채 장승 한 쌍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엔 예의 삼각점이 박혀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정북방향으로 황정산 암봉이, 그 좌측엔 직티재를 사이로 도락산-덕절산
줄기와 멀리 월악산 영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우측으로 이웃한 올산, 동북쪽 멀리
백두대간의 허리인 소백산 연화봉 정수리에 박힌 통신탑, 그 줄기를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흐르는 정엄한 도솔봉-묘적봉-백암봉-대미산을 잇는 대간 줄기가 거대한 長城을
관망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였을 것이다. 행보에 방해가 될 세찬 빗줄기를 맞지 않은 것
자체를 행운으로 생각할 오늘이다.
11시 08분.
수리봉 정상에서 깊숙하게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코스로 상상만으로
절경인 용아능선 지대 430m다. 기암괴봉이 열차처럼 이어진 암릉을 지나는 맛이 스릴이
있고 상큼하다.
이충식씨 표현처럼 하늘이 주능선 코스에 살포시 내려앉은 지금이다.
로프를 조심스레 잡고 내리는 행보가 더딜 수밖에 없다. 통나무다리를 조심스레 내려간 뒤 로프를 잡고 바위를 안고 돌아가면 좁은 칼바위의 능선이 100여m 정도 이어진다. 능선바위가 마치 용의 등처럼 굴곡이 있다고 하여 용아릉으로 불리는 이곳은 짜릿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바위 사이로 흰 솜꽃 개체를 발견했다. 오르고 내리는 암릉의 美學까지는 모르더라도, 환희를 느끼며 통과하는 회원들의 표정이 곱다. 암릉 왼쪽으로 기묘한 형상을 연출한 단애와 그곳에 깊이 뿌리박은 노송들이 선경이다.
11시 34분.
신선봉(990봉)에서 탁 트인 전망을 뺏겼지만 후미에 쳐진 김자연씨는 굳이 암봉을 딛고 내린다. 신선봉 암반에 신선의 발자국이 두어 개 홈이 파여 있다. 신선들이 디디고 사방을 둘러보며 조망을 했던 지점이 아닌가 싶다. 문자 그대로 신선봉이다. 누구든 이곳에 오르면 신선이 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방이 확연하게 트인 조망이련만 오늘은 不許다.
<방곡리 2.4Km ↔ 수리봉 430m>
송림이 즐비한 기분 좋은 육산능선이다.
한참 만에 당도한 방곡리 갈림목이다.
<방곡리 1.5Km↓ 수리봉 930m ← >
12시 01분.
이정표 없는 삼거리 좌우에 각종 리본이 펄럭인다. 좌측 직진 길이 황정산 등산로이고, 우측은 석화봉을 거쳐 대흥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석화봉 능선이 대흥사계곡 아래로 미끄러진 모습이 운무 속에 아련하다. 안부를 지나면서 이제 산은 포근한 육산으로 산세를 바꾼다.
석화봉 능선에서 고함이 들린다. 우리일행 중의 한사람이 행보를 그르쳤다.
이원분 선생님이다. 목소리를 신호로 약 10분 만에 합류했다.
5분 후 받은 오이사님의 연락이다.
일행 4명(조희순-조낙연-송원동 제씨)도 석화봉 방향으로 한참 들어갔다는 전갈이다. 하늘이 조금씩 열리며 비도 멈춘 상태다. 암릉 행보상 여간 다행이 아니다. 약 25분 이상이 경과된 이후인 12시 40분에 그들과 합류했다.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정-오> 두 사람 간에 재미있는 농담이 기대된다.
멀리 황정산 남봉인 950m봉이 눈에 들어왔다. 능선의 재미가 가중되는 깊숙한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한다. 세 번 째 안부를 지나 남봉을 향한 길목은 각시붓꽃(=애기붓꽃) 퍼레이드다. 고깔제비꽃, 태백제비꽃, 돌양지꽃이 널린 급한 오르막엔 거대한 암석군이다.
기묘한 형상의 암봉 수십 개가 서로 얼싸 안고 있다.
오르막 삼거리에서 이충식씨가 기다리고 있다. 예서 좌측 주능선으로 올라섰다.
오후 1시 12분.
황정산 정상이 마주보이는 남봉이다.
콘크리트 삼각점이 박혀있다.
<황정산 520m, 전망대바위 220m, 황정리 3.13km>
남봉 좌측에 직티로 내려가는 삼거리 갈림길이 보인다.
황정산 남봉을 지나면서 바위길은 더욱 험해지고 스릴 또한 배가된다. 기암절벽과 낙락장송이 어우러지고, 조망의 즐거움은 한층 더 커진다. 남봉을 지나 황정산이 가까워지면서 기암들이 심상찮다.
‘추락 위험’
우측 수직바위 절벽엔 가드라인과 함께 주의를 요구하는 경고표지가 걸려있다.
송림능선을 지나 기차바위에 닿았다. 너럭바위암반에 올라선 일행들이 기념사진을 부탁한다.
동쪽 수십 길 절벽 아래 대흥사계곡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훈을 일으킨다.
수리봉~신선봉 능선과 저수재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이 황정산을 두르고 있다.
너럭바위에는 추락방지를 위한 와이어로프가 수십m 설치되어 있다. 와이어로프 우측으로 지근거리에 암릉 위로 올라가면 좌측 산록 아래로 직티와 도락산이 올려다 보인다. 40m 암릉 지내를 통과하면 이내 황정산 정상이다.
오후 1시 43분.
1997년 이래 만나는 황정산 정상이다. 일찌감치 올라와 선점한 다른 산꾼 4명이 즐거운 식탁(?)을 펼쳐놓고 있다. 태양이 운무를 빨아들인 계곡과 지능선들이 선연하게 들어왔다.
<黃 庭 山, 해발 950m>
정상 표지석 바로 옆에 삼각점이 누워있다.
서북쪽 금수산이 퍽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생각이다.
서쪽의 도락산이 이웃처럼 손짓한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 깊은 즐거움이 있듯이, 산은 정상을 밟았을 때 그 기쁨의 환희는
기하급수적으로 倍加되나보다. 산수유 樹皮처럼 거칠고 헐벗겨진 생각을 정리하며
자리를 차지한 자신이 대견하다.
영인봉 아래 삼거리를 향한 이동이다.
최근 산불흔적이 역력한 지점을 지났다. 어린 소나무 밑둥은 온통 검게 그을려있다. 널찍한 너럭바위 암반이 누운 능선에 멋대로 엉킨 곡선의 금강송 노송 한그루가 박혀있다. 노송과 암릉이 어울리는 조화미는 極上이다. 오랜 세월동안 풍상을 겪은 노송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건하고 평화롭다. 이런 노송이 있기에 황정산은 더욱 아름답게 우리를 즐겁게 한다.
흔들리는 나무사다리를 내려서 암반위에 올랐다.
다시 로프에 의지한 급박한 내리막 암협이다. 우측 수직암벽마다 걸린 경고표지판이 섬뜩하다. 이어 황정산에서 가장 난코스인 내리막 암릉길이 시작된다. 암릉 세미클라이밍으로 거의 수직벽에 가까운 20m 大침니지대를 걸린 로프를 잡고 내려서야 한다.
영인봉 암봉이 같은 눈높이다. 바위들이 수문장처럼 버틴 휴식처에서 후미들은 잠시 모였다. 다변의 강성윤씨의 해학이 생각 이상으로 걸판지다. 단양 제천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멀리 금수산-두악-덕절산, 그리고 소백산을 중심으로 하는 백두대간 능선이 훨씬 지근거리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또 하나의 암릉으로 이뤄진 거대한 자연성능 아래로 깊고 숲 울창한 계곡이 수렁처럼 패어있다.
오후 2시 23분.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황정산 520m ↔ 전망바위 220m, 황정리 하산길 3.13km ↓ >
이곳에서 산행시간이 여유가 있고, 북으로 올려다 보이는 850m 영인봉 암봉을 넘어 원통암~대흥사계곡을 경유하여 황정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이 지점에서 맺고 빗재 방면 좌측 하산로를 택했다. 삼거리에 이르면 시간과 체력상 이 지점이 하산지점으로 적당할 것이란 계산이다. 선두 리더 양경태 대장이 방향표지와 리본을 매달아 두었다. 선두와의 격차가 적어도 40분 이상이 될 것이란 짐작이다.
2시 48분.
764봉에 올랐다.
이어 급박한 지그자그 내리막이다. 이렇게 주말마다 소풍처럼 즐기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조희순씨의 변이다. 계곡 아래 수평지대에서 연초록색 꽃 색깔의 병꽃나무를 보았다.
2시 48분.
광덕사 계곡의 계류에 닿다.
발을 담고 30초를 견디기 어려운 수온이다.
후미 일행 모두가 병아리처럼 모여 땀 털이를 하는 시간이다.
오후 3시 5분.
개념도에 나타난 빗재 아래 낙엽송지대 노변에 버스가 멎어있다.
도로변에 산악회리본이 많이 걸린 것으로 보아 그간 많은 산꾼들이 이 지점을 들머리나
끝머리로 잡았던 모양이다.
오목내 마을을 출발, 윗점~대슬랩~수리봉~용아릉~신선봉~황정상 남봉을 경유하여 황정산에 오른 다음, 너럭바위~수직 침니~삼거리를 경유하여 직티 북쪽 도로변 낙엽송 지대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1km로 후미그룹은 5시간 25분을 소진했다.
3시 15분.
김기사께서 잡아놓은 사인리 사인암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민박집(422-1058)으로 이동했다.
전통 한옥인 민박집을 지키는 나이든 할머니 한분이 챙기는 식당 겸 민박집인데 행여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다. 주부일행들이 참여해 식탁을
마련했다.
전문식당에 비하면 떨어지는 곳이지만 소년-소녀시절을 생각한다면 흠은 아니리라.
게다가 일손이 부족해 주인 대신 객들이 부침개 재료를 준비해 직접 붙여먹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했으니 한참동안 기억에 남을 오늘의 식사시간이 될 것이다.
귀로에 오른 시각은 오후 4시 12분이었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맑게 개였다.
버스 뒷좌석은 술추렴이 한창이다. 저마다 흥에 빠진 시간이다.
이원분 선생님과 학교얘기-산악회 얘기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학교 이야기는
동업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홍영미씨로 부터 몇 가지 얘기를 받았다.
이미 작심한 일이다. <든 자리와 난 자리>를 생각해봤다.
인복-재복-처복-자녀복-일복 등을 중심으로 그냥 한번 생각해 본 悔恨이다.
세상은 이렇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고,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모두가 내 탓, 不德의 결과라고 치부하자.
적어도 하나의 甲을 살았던 생애가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밤 8시.
적당한 시각에 발산역에 내렸다.
지친 몸보다 더 흐느적거리는 가슴이 답답했다.
빠른 귀가를 재촉하는 행보는 생각과 달리 갈지자로 질척거리고 있다.
오늘 밤도 하얀 밤(白夜)가 되고 말 것이다.
자주 만나는 하얀 밤시간은 참혹하리만치 길고 지루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매사를 단순하게 생각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얄밉다. 백야를 소요학파처럼 지낸다면 더없는 영광이련만......
*교통
-대중교통
서울~단양=동서울종합터미널 1일 22회(06:59~18:00) 운행 신단양행 직통버스 이용. 2시간30분소요. 요금 11,000원. 동서울종합터미널 전화 02-446-8000(ARS).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43-422-2239.
-열차
서울청량리역~단역 평일 1일 11회(06:50~23:30), 주말(토,일) 3회(06:25, 07:35, 16:12) 증편 운행하는 중앙선 이용,
열차요금=청량리역~단양 새마을호 기본(금 18:00 이후, 토, 일, 공휴일) 12,300원, 무궁화호 기본 8,700원. 문의 전화 1544-7788.
단양~방곡=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고수대교 정류장에서 1일 6회(07:15, 09:00, 10:35, 13:15, 14:50, 16:35) 운행하는 방곡행(오목내 마을) 단양교통 이용. 방곡 출발 시각은 08:30, 09:45, 11:15, 14:10, 15:45, 17:45). 요금 1,950원. 단양교통 전화 043-422-2866.
단양 시내버스터미널(043-422-2866)에서 1일 6회(07:30, 09:35, 10:40, 13:00, 15:20, 16:50) 운행하는 방곡리행 버스 이용, 종점인 오목내에서 하차. 요금 1,900원. 40분~1시간 소요.
단양~황정리=시외버스터미널 부근 시내버스정류장에서 1일 9회(06:25, 08:05, 09:35, 11:30, 12:40, 15:20, 16:40, 18:40, 19:50) 운행하는 사동, 남조행 단양교통 이용. 요금 1,400원.
방곡리 오목내에서 단양행 버스 1일 6회(08:30, 10:00, 12:00, 14:00, 16:15, 18:00) 운행.
황정산 북쪽 원통암~대흥사계곡 경유 황정리로 하산한 경우에는 황정리에서 1시간 간격(06:30~20:30)으로 운행하는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1,300원. 30분 소요.
택시이용[단양~직티리~방곡리 오목내 버스종점까지 요금 20,000원 안팎. 하산장소인 직티리나 황정리에서 택시를 부를 경우 15,000원 안팎. 신석균 전화 043-422-1929, 휴대폰 018-402-1929. 이인승 043-422-2693, 019-414-2693.]
-승용차
서울-영동고속 남원주IC-중앙고속도로 단양IC-대강면-사인암-직티-방곡리 삼거리-오목내
*숙박
-오목내 마을[황장산쉼터(043-422-8285), 신선봉가든(054-555-8486, 043-422-6011)]
-사인암 부근 [느티나무휴게소(043-422-0911), 새남민박(422-7236), 서울민박(422-2469),
감나무집(422-8494), 종로민박(421-0912)]
-방곡리 저자거리[ 방곡슈퍼(주인 서성규 043-422-9266) 민박]
-대흥사계곡입구[황정초교 옆 황정산휴게소(043-442-0419)]
*기타
-방곡리 일원[방곡 도예촌, 도자기 전시관 및 체험장. 문의 043-421-5020]
-상, 중, 상선암 일대 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