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구는 돈다(배연) |
4월 1일 생
아비는 차마 만우절이라 적지 못하고
4월 3일이라 써넣었다
내 운명은 그 이틀만큼 늘 비껴서 있었던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누군가 말했다더라
이틀간의 고민 끝에 생겨난
법과 도덕이, 온갖 인의예지신이
우스꽝스런 옷을 걸친 세상을
꿈 속 인양 걸어간다
만우절
세상만사 환영임을 알라는
어느 재밌는 현자가 걸어오는
우주적 농담에 킬킬거리며
그 이틀에 갇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리며
만우절 악의없는 농담이나 속임수로 재미있게 노는 날 아마 처음 그날을 생각해낸 사람은 하루만이라도 긴장을 벗고 막힌 에너지들을 소통하라고 생각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축제처럼 말이다 시인의 말처럼 재밌는 현자의 농담을 농담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이틀쯤 출생일을 비껴 적으면서 살짝 눈가리고 아웅 해볼 수도 있으리라 시인은 우리가 신봉해마지 않는 우리 사회의 통념들이 바로 본질을 비껴가려는 그 이틀의 고민 속에서 나온 것 아닌가 며 꼬집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위 거짓 행위라고 정의한 온갖 거짓에도 결코 훼손될 수 없으며 따라서 온갖 선한 행동에 의해서도 더 이상 고귀해질 수 없을 만큼 이미 충분히 고귀한 우리들 본성에 대해 시인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
며 킬킬거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