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열리는 ‘2010 Seoul Museum Day’ 행사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미술관이 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 |
사립미술관 전문가들과 예술가, 큐레이터 지망생, 미술애호가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미술관의 날’ 행사
서울 지역의 사립미술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와 미술관에 몸담고 싶은 큐레이터 지망생, 미술문화를 마음껏 향유하고 싶은 미술애호가들을 맞이하는 ‘미술관의 날’ 행사가 오는 4월29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2010 Seoul Museum Day’ (이하 Museum day)행사를 기획하고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명옥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사비나미술관 관장)을 만났다.
미술관과 작가, 시민이 만나는 미술 큰잔치
이명옥 부회장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미술관 관장으로서 좋은 작가를 찾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으로서 사립미술관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런 중에 또 새벽잠을 쪼개고 쪼개 책을 쓴다. 지난해에도 2권의 책을 펴내는 등 지금까지 저술한 것만 25여 권에 이른다. 이렇듯 바쁜 중에 올해 사립미술관의 발전과 미술문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또 하나의 일을 기획했다.
미술인들과 큐레이터 지망생, 미술애호가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문화예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미술관의 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서울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Museum Day는 서울 지역의 사립미술관 16개관이 참여해 미술관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자리다. 각 미술관의 관장은 물론 큐레이터들이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전시와 교육, 주요 업무 자료 등 미술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평소 미술관 정보에 목말라했던 작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동참해 미술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미술관의 날’ 이다.(참여 미술관은 금호, 대림, 밀알, 북촌, 사비나, 상원, 성곡, 아르코, 아트선재센터, 아트센터나비, 치우금속, 코리아나, 토탈, 한미사진, 헬로우뮤지움, 환기 등 16개관)
이 행사의 아이디어를 내고 총감독 역할을 맡고 있는 이명옥 부회장은 “Museum Day는 미술관이 문을 활짝 열고 작가와 미술 애호가, 예비 큐레이터들을 찾아가는 뜻 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나 미술관에 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어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안타까움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게 바로 Museum Day 행사라는 얘기다.
“예술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좋은 미술관을 찾고 싶어 하고, 미술관들은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싶어 한다. 또 미술 애호가들은 좋은 미술관에서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한다. 이 세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사가 바로 Museum Day다.”
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미술관을 찾아 나서지만 정작 미술관 관장이나 큐레이터를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 어느 미술관이 자신의 작품 성향과 맞는 곳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기획된 것이 Museum day다. 마치 취업박람회처럼 한 자리에서 각 미술관들이 부스를 만들어 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가 1대1 맞춤 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정보를 얻고자 하는 작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또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앞으로 미술관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큐레이터 지망생에게도 소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큐레이터 지망생이라 할지라도 큐레이터란 직업의 실체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다. 이런 예비 큐레이터를 위해 현직 큐레이터들이 상세한 현장의 체험담을 들려준다.
이밖에도 미술관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것은 물론 서울 지역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3D 온라인 전시관에서 감상할 수 있어 미술관에 대한 이해의 눈높이도 쑥 올라갈 것이다.
미술 애호가와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원로 작가나 중견 작가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평소 그림으로만 접하던 작가를 직접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와 작업 과정에 관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올해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
올해 참가하는 미술관은 모두 16곳이다. 그동안 꾸준히 전시를 선보여 왔던 미술관 중심으로 선정했다. 또 작가와 큐레이터 지망생들이 선호하는 미술관 위주로 구성됐다. 그러나 향후 행사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미술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명옥 부회장은 “올해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 서울 지역 미술관이 중심이 됐지만 앞으로 행사가 자리를 잡게 되면 전국 각지의 미술관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 이라고 말했다.
미술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행사니 만큼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크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만큼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하고 가시적 성과도 내야하니까 압박감이 있다. 또 저예산이고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행사 일정이 단 하루라 관객 호응도가 낮으면 어쩌나 근심돼 잠을 설칠 정도다.”
그러나 이명옥 부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작가와 미술애호가, 일반인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는 의미가 큰 만큼 긍정적인 미음으로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상업 화랑과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술관의 기능 중 중요한 게 전시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점검하는 역할이다. 상업 화랑이 작가들에게 작업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조달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미술관은 상업성을 배제하고 예술적 가치 규명이나 감상을 담당한다. 사립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야말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명옥 부회장은 사립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사립미술관이 국내 문화예술계에 자양분을 제공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기획들도 무궁무진하다. 이런 까닭에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바람도 많다.
“현재 정부가 창작 스튜디오 제공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작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주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서울은 물론 지방의 작가들이 원활하게 전시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우리 문화계가 훨씬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이명옥 부회장은 늘 웃는 사람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웃으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 긍정적인 태도가 지금까지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이 일이 잘될까, 걱정하지만 지속적으로 수행하다보면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 히스토리가 된다. 지금 첫발을 내딛는 Museum Day 역시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올해 첫 행사가 먼 훗날, 하나의 역사를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