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인 지도] 미니멀리즘 작곡가들
미니멀리즘(minimalism) 음악의 출발지는 미국의 서부였다.
1960년대 젊은이들의 히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명상을 기본 생각으로 라 몬테 영(66)의 작품이 초기 미니멀리즘의 싹을 티웠다면 여기에 즉흥음악의 요소를 가미한 본격적인 미니멀리즘 작품인 테리 라일리(66)의 `C조로` (64년)가 그 첫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일리는 이 작품 이후 별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크로노스 현악4중주단의 위촉으로 작곡한 `평화를 위한 살로메 댄스` (1985~87)로 다시 등장했다. 라일리의 `C조로` 에 깊이 영향받은 라이히는 이번에는 필립 글래스(64)의 활동을 돕는다.
한 때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미니멀리즘 음악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글래스는 라이히보다 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의 음악은 광고음악으로도 쓰일 정도다. 글래스는 특히 대규모의 극장음악이나 오페라로 인정받았고 위의 30년대생 작곡가들보다 한 세대 아래인 존 애덤스(54)도 `중국의 닉슨` 이라는 오페라로 일약 대가의 반열에 합류한다.
유럽의 미니멀리즘 음악은 우리에게 제인 캠피온의 영화 `피아노` 의 작곡가로 더 잘 알려진 영국의 마이클 나이먼(57)에서 시작된다. 라이히와 글래스의 음악에 보다 록 비트를 강조한 그는 마이클 나이먼 밴드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나이먼의 영국 후계자로 비틀스의 고향에서 태어난 스티브 마틀랜드(42)를 들 수 있다. 그 역시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현대음악 록그룹` 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마틀랜드의 스승이었던 루이스 안드리센(62)은 처음에 유럽의 정통파 아방가르드 작곡가였지만 곧 이를 포기하고 미국의 미니멀리즘에 합류한 네덜란드의 작곡가다. 안드리센과 그의 제자 마틀랜드는 오케스트라를 거부하는 운동으로도 유명하다.
정통 클래식 음악의 유산인 오케스트라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이미 라이히와 글래스에게도 볼 수 있었던 생각이었다. 이들의 `반오케스트라` 운동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기존 정통 서구 예술음악에 대한 저항이 미니멀리즘 음악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