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천사거리(332.2km)까지 10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비가 많이 내리지만 시원해서 오히려 좋고 힘들면 숏피치 주법으로 바꾸어 달리니 체력소모도 적어 걷지 않게 되어 좋다.
청주시내 들어 가기 전까지는 계속 달렸지만 시내에서는 힘도 들고 달릴 여건도 되지 않아 거의 걷다 싶이 했다.
350cp가 있다는 덕성초교에 20:15에 도착하여 아무리 주위를 둘러 봐도 없고 학교에 들어 가 봐도 cp가 없어 할 수 없이 양지모님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보니 그 지점에서 조금 더 올라 가야 한단다.
200m쯤 올라 가니 주유소앞 인도에 천막을 치고 cp가 자리 잡고 있다.
김상호님이 반겨 주시는데 작년에도 400cp에서 봤었다며 반가워 하신다.
우선 밥을 먹어야겠기에 바로 위의 식당에서 올갱이국을 먹었다.
별 맛은 없었지만 안 먹으면 달릴수가 없으니까 필사적으로 먹었다.
모주란게 있기에 맛보기로 1잔 먹었는데 완전히 한약 달인 물이더군.
마음에는 들었지만 그래도 酒자가 들어 있어 더는 안 마셨다.
거기서 자자니 손님들이 드나들어 안 되겠기에 cp천막에서 이정옥님이 준 매트를 덥고 1:10동안 잘 잤다.
23:10에 나서 편의점에 들러 밤중에 먹을 간식으로 빵을 3개 사서 넣고 다시 비 내리는 주로로 나섰다.
여기서 진천까지 주최측에서는 구길을 추천했지만 한밤중인데다 간식도 준비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신길로만 계속 달렸다.
역시 넓고 차량통행도 적어 좋더군.
7.18 00:54 오창사거리(358km)
02:12 진천터널을 통과 하는데 터널길이가 1km는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제 새벽부터 가슴이 답답하더니 오늘 저녁엔 더 심해져 350cp 출발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파 터널 진입전에 빵을 1개 먹으니 좀 나아진다.
그전까지는 졸리더니 빵을 먹고 나니 졸립지도 않고 …
그러나 1시간쯤 가니 다시 졸려서 잘 곳을 찾았으나 허허벌판이라 아무 것도 없다.
다행히 03:22 굿모닝주유소를 발견하여 문은 닫았지만 다행히 화장실은 열려 있어 들어가 보니 지은지 얼마 안되는지 아주 깨끗하여 거기서 눈을 부쳤다.
버스승강장에 비하면 천국이다.
24분동안 자고 나와 다시 빵을 먹으면서 달리고 있자니 이정옥 회장님이 지나가신다. 내가 이 길로 갈 줄을 어찌 알았을까?
7.18 05:15 죽천(현)교(384km) 통과
이제 비도 그치고 날도 밝아와 깜박이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 같아 배낭을 벗어 끄려는데 물이 들어 가선지 잘 꺼지지 않아 실갱이를 잠깐하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꽝 치며 지나가고 난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눈을 들어 보니 음식물처리 청소차 같기도 하고 도로포장공사하는 차 같기도한 하체가 넓은 초록색 큰 차량이 쏜살같이 달아나고 있다.
아! 이게 사고라는거구나!
내가 차에 치었구나!
하고 비로소 실감이 났지만 차는 이미 멀리 가 버렸고 마침 오가는 차도 없으니 속수무책이다.
그저 “야이 나 쁜놈아” 천벌이나 받아라! 하고 소리친게 고작이다.
그때가 5:20이니 죽천교에서 시간 확인하고 5분도 안되어서다.
몸을 보니 왼쪽 팔뚝이 무섭게 부풀어 오르고 왼손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어떻게든 치료비라도 받아야겠다 생각하고 가는 차량은 없어 오는 차량을 세울려니 서 주질 않더니 몇 대가 지나가고 나서야 소형차가 한 대 선다.
젊은 아줌마기에 사정 설명을 하고 차좀 쫓아가 잡아줄 수 없느냐니깐 가 보겠다며 돌아서 가더니 7~8분만에 못 찾았다며 돌아 오시면서 경찰에 신고 했으니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동안 그분에게 전화를 빌어 이성윤님에게 사고소식을 전했다.
경찰에서 확인전화가 왔기에 사정설명을 하니 5분내에 도착하겠다더니 15분만에야 온다.
차량 번호도 형태조차도 전혀 모르니 잡기는 어렵고 사고 접수는 됐으니 나중에 진천경찰서로 확인해 보라더니 당장 경기 중단하고 병원에 가잔다.
안된다. 경기 끝난 후에 병원에 가겠다 하고, 신고해준 아줌마에게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어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으니 한사코 괜찮다며 그냥 가신다.
다시 한번 몸상태를 보니 팔목이 많이 부풀어 오르긴 했지만 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고 생각보다 통증도 적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실패했는데 올해 또다시 실패할 수는 없고, 참가비도 아깝지만 이제 150km밖에 안 남았는데 여기서 포기란 용납할 수 없다.
조금 가고 있자니 이성윤님이 오더니 계속할거냐 물어 계속하겠다 하고 그대로 왼팔은 거의 고정한 체로 달렸다.
광혜원을 지나 07:19 드디어 400cp 도착
일단 샤워를 했다.
왼손은 전혀 못 쓰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지만 머리까지 감았다.
칠장기사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이제까지 먹은 음식중 가장 맛이 있었다.
양도 풍부하고…
이정옥 회장님이 방에서 자라며 이불까지 갔다 주면서 몇시에 깨울까 물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라하고는 잤다.
실컷 자고 일어나니 2시간을 잤더군.
왼팔도 좀 나아졌고 …
권자현님이 들어 와 샤워중이라기에 기다릴까 하다 식사하고 한숨 자겠다고 했다기에 10:45 먼저 나섰다.
다시 숏피치 주법으로 오방3거리(404.8km)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13:12에는 백암사거리(413km)를 통과했다.
13:40 동성주유소(416km) 옆의 기사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었다.
양도 많이 주고 맛도 괜찮았지만 시레기국이 시원하고 맛있어 잘 먹었다.
확실히 잠을 푹 자고 나면 입맛이 살아 나는 것 같다.
14:20 다시 힘을 얻어 달리기 시작
용인으로 꺾어 들어 가는 제일사거리(423.3km)를 15:35에 지나 용인시내를 지나면서 언덕길은 좀 걸었다.
고가도로 밑으로 가자니 좁고 불결하더군.
복잡한 용인시내를 빠져 나와 15:45 성산휴게소(437.3km)를 넘어 내려 오는 길은 공사중이라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 어정3거리로 가는 길이 성산휴게소에서 내려 오면서 정신병원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2차선길 땜에 혹시 그 길인가 하여 한참 망설이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롯데 세븐일레븐 앞에서 우회전 하게 되어 있어 비로소 자시감을 갖고 조금 더 내려가 제길로 들어 섰다.
역시 자동차로 답사한다는 것은 실제 적용할 때에 어려움이 많다.
힘이 빠져 걷다 뛰다 하면서 기흥구청 앞까지 잘 갔는데 기흥구청 위치를 착각하여 약간 돌았다.
거기도 계속 언덕길이더군.
18:57 450cp 도착
인천지맹 가족들이 참 많이도 나와 열렬히 환영해 주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컵라면 2개를 먹고 얼음 맛사지도 받고서 1시간만에 출발
힘이 빠져 걷다 달리다 하면서 풍덕천 사거리(450km)에 20:40 도착하여 판교 IC로 가는 길은 8km인데 거의 7km정도가 오르막인 것 같았다.
더구나 차량이 많아 인도로만 갔는데 인도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풀이 무성하고 요철도 심하여 애를 많이 먹었다.
22:06 판교 IC(4587.3km)에서 「판교통합상가 개발조합」이라는 간판을 끼고 좌회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우고개로 진입하는 길을 찾는답시고 거기서 바로 길을 건너 버린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차량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고속도로 진입로가 나오고 서울방향길도 있고하여 여간 당황스럽지가 않다.
위로는 차량들이 휙휙 지나가고 있고…
그래 그 길이 하우고개로 오르는 길인가 하여 철조망 개구멍으로 해서 올라가 보니 이건 진짜 고속도로다.
아까 고속도로 매표소를 봤기에 그리로 돌아 나가 매표원아가씨에게 물으니 곧 바로 나가면 안양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으니 그 길로 가면 된단다.
그래 한참 나오니 정말 안양방향 이정표가 있어 그 길로 가니 판교동사무소 버스정류소가 나오고 비로소 하우고개로 오르는 길이다.
가만 보니 아까 차량흐름을 따라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올라 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인데, 한 순간의 착각으로 40분을 손해 봤다.
약이 올라 그렇다면 하우고개를 쉬지 않고 달려 올라서 시간을 보충하리라 결심하고는 정말 한번도 쉬지 않고 오르니 50분만에 정상이다.
사실 코스맵상 4.4km에 불과한데도 50분이나 걸린 것인데 km당 8분 정도의 속도는 낸 것 같으므로 실제로는 적어도 6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언덕을 내려 가고 있는데 안양 애주가 님들이 지나 가면서 구치소앞 은미정에 얘기해 놓았으니 거기서 식사하고 가라기에 부지런히 내려가 7.19 00:20에 도착했다.
다시 김치찌개를 먹고 좀 쉬어 가라는걸 사양하고 바로 나왔다.
그러나 01:05 갈현3거리를 지나니 다시 졸리워 적당한 곳을 찾다 해양환경센터연구소앞에 하얀벤치가 깨끗하고 비를 피할 수 있어 거기서 한숨 부쳤다.
그러나, 11분만에 깨어 정부종합청사를 지나 남태령은 힘들어 걸어서 올랐다(02:50)
국립현충원을 지나 흑석동 내리막에서 다시 졸려 이번엔 버스승강장에서 눈을 부쳤는데 역시 10분만에 일어 나고 말았다.
추워서 그랬던 것 같다.
한강대교까지 꽤 긴 언덕길이었고 한강대교부터 비로소 다시 제대로 달리기 시작해 용산역 앞을 지나 잘 가는데 어랍쇼!
거기서부터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서울역을 지나 염천교까지가 언덕이다.
서울이 이렇게 길다란 언덕위에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염천교에서 독립문까지는 평탄하더니 독립문을 지나니 무악재가 버티고 있는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다.
거의 걸어서 오른 다음에 홍제고가를 찾아 갔는데 홍제고가 밑에 있다는 500cp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나도 어리석지, 그러면 좀 더 올라가다 보면 있을 텐데(350cp처럼), 당황해서 전화를 걸어 볼려니 휴대폰은 방전되어 안된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가 동전을 바꾸어 송인호 부회장님과 통화하니 역시 좀 더 올라 오라는 말씀이다.
거기도 주유소앞 인도상에 차려 놓았는데 옮겨 달라고 하여 옮기는 중이다.
물만 보충하고 20분만에 일어 났는데, 거기서 잠을 자지 않은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이제 42km 정도밖에 안남았으니 빨리 끝내 버리고 쉬자 하는 생각에 그냥 일어서 식당을 찾으면서 가다보니 연신내 가서야 김밥집만이 문을 열었기에 할 수 없이 그리로 들어가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의자도 낮고 장소도 비좁아 감히 앉아서 졸 수가 없어 그냥 나와 구파발 3거리(500km)를 08:28에 통과했는데 남은 37km를 무려 6시간이나 걸렸으니 …
그게 모두 졸음 때문이다.
이땐 오로지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 수면을 취할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덕수교를 지나 언덕길에 있는 주유소에서 9시 5분전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휴가를 하루 더 내고 계속 졸면서 가다 가정동 3거리 쯤에서 응원나온 우리 양천마라톤클럽 분들과 집사람을 만났다.
동행하다가는 자칫 실격이라도 당할까봐 먼저 가시라 하고 그때부터는 좀 힘을 내어 달렸다.
확실히 응원을 받으면 힘이 생긴다.
그 상태로 봉일천사거리(518km)까지는 잘 간 것 같은데 다시 졸음달리기가 시작되어 속도가 한없이 떨어진다.
그것도 자각하지도 못했고 …
월롱사거리(523.8km)를 12:20에 통과하고 주라위3거리를 가면서 진행차량이 뒤에서 에스코트를 해주면서 부터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 나는지 갑자기 속도가 오르기 시작한다.
나도 놀라웠다.
적어도 km당 5분대 속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속도로 12~13km정도를 내리 달려 드디어 7.19 14:02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104시간 02분!
비록 96시간에 달리려던 꿈은 깨어졌지만, 우선 완주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전회 기록을 11:57 당겼으니 그만하면 만족이다.
Finish Line에서는 정창순 위원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뜨겁게 맞아 주어 정말 감격스러웠다.
망배단에 참배한 후 샤워부터 했다.
몸에서 냄새가 나니 다른 분들 대하기에 민망해서다.
임진각휴게소 화장실에서 체면불고하고 홀라당 벗고서 씻었다.
비록 왼팔이 불편하여 제대로 씻진 못했지만 머리도 감고 물을 뒤집어 쓰고 하니그래도 상쾌하더군.
양천마라톤 장갑봉님의 차를 타고 회장님 집에가 시원한 김치해물탕에 밥을 맛있게 먹고 장갑봉님이 다시 집까지 태워다 주셔서 정말 편안히 잘 왔다.
보잘 것 없는 저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주신 두부부와 송식헌단장님, 현병인 아우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4시쯤 집에 들어오니 어찌나 졸리운지 병원이고 뭐고 우선 잠부터 잤다.
6시에 일어나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
사진을 찍어 보더니 팔굽뼈가 부러졌고 수술하지 않으면 장애가 올 수 있다며 소견서를 써 줄테니 큰병원으로 가라한다.
김학윤 원장님에게 보여 드리고 그 결정에 따르고 싶어 미루었다가 7.21에 갔더니 역시 수술해야 하겠다며 건대병원의 후배를 소개해 주셔서 속전속결로 입원수속을 마쳤다.
이번 경기에서 참으로 귀중한 것을 얻었다.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사고에 대한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순주행을 하면 참으로 편하다.
먼지를 바로 먹지 않고 바람도 뒤에서 불어 주고 …
그러나, 주간에나 길섶이 충분히 확보된 경우가 아니라면 야간엔 필히 역주행을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친 것이 이번에 거둔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2번째 성과는 경기내내 진통제를 한번도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km 넘으니 전신에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 왔지만 그때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고 꾹꾹 눌러 참았더니 한참후엔 괜찮아지곤 하여 결국 마지막까지 한번도 진통제를 먹지 않고 이겨낸 내 자신이 정말 대견스럽다.
3번째 성과라면 주로에서 만난 수많은 분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며(언짢았던 기억은 전혀 없다), 아름다운 조국산하를 마음껏 내 두다리로 밟아 보았다는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기중 힘들때면 다시는 이런 경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건만,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즐거웠던 추억만이 눈앞에 아른 거리고 있다.
참고로 이번 경기 소요시간은 104:02이며
순수하게 달린 시간은 79:56, 식사 및 휴식에 15:42, 수면은 8:24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km당 11분 37초가 소요 되었고,
달린 시간만으로 보면 km당 8분24초가 소요 되었으니(보통 빨리 걸으면 km당 10분, 천천히 걸으면 15분 정도 소요됨)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완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이번 경기의 참가기를 마치며,
다시 한번 정창순 조직위원장님과 수 많은 자원봉사자님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저의 완주를 위해 성원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2006. 7. 24
서경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