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마음으로 땅끝을 향하여 남도의 달마산이랑 보길도 완도 여행을 두 가족이 함께 한다. 2006/01/14 - 2006/01/15 점촌-거창-88고속도로-광주-영산포-달마산-미황사-땅끝-보길도-완도-담양-왔던 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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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방면의 여행은 처음이 아니나 나와 해남은 날씨의 인연이 그리 순탄하지 않은 것 같다. 월출산을 왔을 때도 비 옷을 입고 월출산의 큰 모습을 한눈에 보지 못했는데 어째 이번 여행도 구름 속에 담길 것 같아 지리산 휴게소에서 먼 발치로 지리산 능선을 감싼 구름을 본다. 아침 일찍 서둔 탓에 아침은 지리산 휴게소에서 우동에 집에서 싸온 밥으로 요기를 하고 찌뿌둥한 날씨이나 우린 마음 속에 밝은 태양을 안는 게다. 사실 점촌에서 땅끝 여행은 만만한 여정이 아니라 선듯 나서기 힘든 길이다. 꼬박 6-7시간을 달려야 하기에 등산의 기점으로 월송리(송촌마을)에 들어서니 달마의 원경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름 속에 숨바꼭질을 한다. 해남에 오는 날은 하늘이 문을 자주 닫는 터라 마을회관에 차를 두고 산을 오른다. 대개는 미황사에서 등산을 시작하지만 멀리까지 어렵게 온 터라 종주의 욕심을 내는 거다. 운무는 점점 짙어져 시야가 반경 5미터가 고작이니 내가 선 자리만 볼 수 있을 뿐 험한 능선을 타는 게 걱정이나 그래도 비옷의 거추장스러움은 면했으니 그나마 고마운 게 아닌가? 마을을 벗어나 정작 산길에 들어서니 빽빽하게 들어선 남도 특유의 나무의 향내가 산행의 목을 조르는 운무의 기운을 감해준다. 그래도 한발 한발 더디지만 능선에 올라서면 조금은 멋진 바위 군상들이 나타나리니. 가자. | |||||||||||||||
구름 속에 숨었던 봉우리들이 잠간씩 낯익히기를 하곤 사라진다. 잠간이나마 보이는 바위들은 온갖 모양새를 갖춘 멋진 만물상으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게 아니라 해발 489미터의 달마산의 기기묘묘한 산 줄기에 숨은 게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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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올라서기까지 꽤 가파른 골짝의 바위너덜길을 기다시피 오른다. 달마라는 선승을 만나는데 어찌 뻣뻣한 몸으로 가겠는가? 능선에는 휙휙 지나가는 구름이 아래 세상을 넘볼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 오라. 오늘은 구름으로 가려진 세상을 잊으라는 신선에 좀더 다가가 보자구. 능선 들머리에서 다소곳이 앉은 여인네의 합장한 상처럼 산에 고분고분하자구. 암릉이 퍽 날카로운 잇발을 드러낸다. 화강암과는 다른 바위 벽에 물기를 머금어 미끌어지기도 얼마 전 그렇게 많이 왔던 눈은 다행히 남도의 따스함에 거의 녹아버렸다. 달마산은 바위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해남의 금강이라 불릴만큼 경관이 빼어나다는데 구름에 갇힌 객은 발앞의 작은 풍경에 만족해야 하니. 아쉬움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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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의 등어리는 편안함과 앙칼짐을 함께 한다. 마른 억새의 푹신함에 안온함을 느끼는가 하면 날카로운 칼등 위를 아슬아슬하게 몸을 숙이라고 명령하는 능선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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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등 위의 일행 2.바위너덜이 이어지는 고개 3.신선이 들고 가다 꽂은 듯한 기둥 바위 4.작은 관목이 작은 짐승들의 보금자리일 것 같은 쉼터를 제공하는 소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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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최고봉 489 고지에 선다. 바위 너덜이 깔린 곳에서 바위 틈에 작은 추락으로 조금 상처를 입은 일행이 있어 종주의 욕심을 정상에서 접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정상 근처에 쌓아 놓은 돌탑에는 하늘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으리라. 점심을 먹는 정상 부근에 버려진 몇 가지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연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본다. 순수한 자연이 좋아 오는 사람들이 자연 보호라는 팻말을 달기 위해 나무에 못질을 하고 온통 리본으로 장식을 하다 못해 바위에 글씨를 새긴다. '자연을 보호하자.' 라고 어디 자연이 무어라고 하던가. 가만히 있는 자연을 가만히 두면 자연일 겐데. 멀리 구름 속에 숨은 전망을 마음으로 읽으며 이제는 내려가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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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위 벽을 돌아 2. 아스라히 보이는 바위 연봉 3.줄타기 곡예사로 4. .불쑥 앞을 가로 막는 암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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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로 내려오는 길의 밧줄은 세월에 닳았다. 능선을 내려 오면서도 뒤돌아 보면 멋진 암봉들이 우리네 몸짓을 흘깃흘깃 훔쳐 보는 듯. 그리고 '난 그대론데 너희가 왜 나를 그대로 두지 못하냐'고 호통을 담은 미소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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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로 미황사는 달마의 아늑한 품 속에 안겨 평화스런 불심을 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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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유배의 흔적(특히 우암 송시열의 유배의 아픔이 담긴 충정의 시와 윤선도의 발자취)과 완도의 장보고의 발자취를 훑어보고 담양의 소쇄원을 여정의 끝점으로. 소쇄원의 대나무를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울음도, 속이 가득하지 않고 빈 체로도 곧은 줄기를 가진 나무의 속성을 가슴에 담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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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의 봉우리들의 숨바꼭질은 하루종일 이어져 우리는 그저 선경을 오락가락 한 걸로 달마산의 아쉬움을 달랜다. 바다에 잠긴 다도해의 섬들을 바라 보면서 일상에서 나는 어떤 바람에도 움쩍하지 않았는가 스스로 물어 본다. 꼿꼿하게 바다에 버티고 서 있는 섬들의 옹고집은 여러 개가 어우러져 커다란 아름다움을 가지지만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구성할까? 겨울의 찬 가랑비가 내리는 보길도의 길바닥에 무 몇개 멸치 몇 봉다리, 김 몇 톳을 앞에두고 오는 이 가는 이를 잡고 팔고 있는 억척스런 할머니를 보면서 삶을 생각한다. 옛날에는 유배지로 척박한 삶을 요구했던 보길도는 관광객을 부르는 명소가 되었고 역사 속에 존재하였던 이들의 흔적이 구경꺼리다. 달마산을 보길도를 완도를 담양의 소쇄원을 그리고 남도의 맛을 느낀 1박 2일의 여정을 덮으면서 삶은 하나의 여정과 같은 것임을 실감한다. 누가 '인생은 나그네 길' 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2005/02/11 증산에서 산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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