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끝에 입맛도 잃어버렸다.
밥맛이 원체 밋밋하다고 하지만.
도로 입안이 써질 만 큼 단내가 난다.
내 입맛이 없어지는 동안
눈은 왜그리 소리없이 쌓이는지
마당을 하루에 두 번 쓸고도 또 저녁에 쌓일까 싶어 자꾸
창호문을 열어본다.
곳곳에 아우성이었다. 눈은 녹지도 않고 엄청난 무게로 비닐 하우스며,
축사들을 허무하게 무너지게 했다.
재작년에 우리집 외양간을 무너지게 한 것도 폭설 때문이었다.
간혹가다가 내 머리맡 위에서 부터 시작되는 기다란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더만
폭설이 소리를 잘라먹었나 안들리고 그러더니 느닷없이 굵은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기어이 정자나무 오른쪽 가지를 분질렀나 보다.
나가보지도 못하고 아침이 되면 분명히 햇빛이 걸릴 자리인데
새벽에 동 틀무렵 일직선으로 훤히 비어 버렸다.
한 오백년 살던 괭이나무다.
밑둥치가 화석처럼 굳어 든든하게 살더니 밤새 한쪽 팔을 잃어
멀리서 보니 꼭 벼락을 맞은 몸이다.
겨울산을 등지고 있어 더 쓸쓸하다.
살빠진 가죽위에 털만 성글맞게 눈 맞는 뒷 산이 하얗기만 하다.
한떼의 물오리가 하늘을 날아간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
지나가는 자리에 눈도 날아가나 보다.
첫댓글 입맛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눈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큰데... 농사 망친 분들 때문에도 걱정되요.
겨울의눈은.보리밭의이불이라.보리의수학이좋다고하지만.너무많이와도특작농작물에피해주니걱정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