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상--목칠조형 40년전--해설 최공호

[예슬이]

대백프라자 갤러리

2012. 5. 22(화) ▶ 2012. 5. 27(일)

Opening 2012.5.22(화) pm 6:30

대구과역시 중구 대봉동 214 대백프라자 12층 | T.053-420-8015

190x50x38cm_괴목,흑단,생칠_2011

마침내 숲이 된 나무들

최공호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2012. 5

나무가 우거져 숲이 되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같은 나무로만 숲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무와 숲의 비유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설명하는 요긴한 예시가 되기도 한다. 나무의 우의가 이처럼 빈번한 것은 그만큼 사람과 긴밀하다는 증거일 터이다.

작가는 유독 나무에 매료된 듯하다. 목공예가로서 주로 다루는 재료이다 보니 친숙하게 여기는 것인지, 나무가 좋아 목공예가가 된 것인지 모를 일이나 줄곧 나무로 나무를 빚어온 세월이 40년 남짓이다. 목공예 작가로서, 또 거의 같은 기간을 대학에 몸담아 오늘에 이르는 동안 나무는 늘 그의 반려이자 과제였던 셈이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나무가 되고 마침내 숲이 되었다.

비록 목칠조형 40년을 기념하는 전시지만, 아직도 펄펄한 열정이나 건강으로 보아 중간결산 정도의 의미가 있겠다. 오랜 경력에 걸맞게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고,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쳐 왔으나 결국에는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낸 나무의 순정한 그것 자체로 다시 귀착했다. 작가가 초기의 치기어린 단계를 거쳐 연륜이 쌓여갈수록 형태와 기능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소박하다'는 말이 본디 늙은 나무의 등걸과 같다고 한 어느 노승의 풀이가 떠오른다. 순리를 거스르는 억지가 없이도 가슴을 울릴 메시지는 얼마든지 가능할뿐더러, 공예는 더욱 여기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도 한 때에 조형의 이름으로 원목을 통째로 써서 조각에 가까운 작업에 몰입한 것도 사실이다. 점차 후반부로 갈수록 원목 대신 판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등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갔다. 80-90년대가 현대공예의 흐름상 서구형 조형 실험에 몰입했던 시기인 탓이다.

남긴 작품의 수도 남달리 많다. 다른 분야에 비해 공정이 훨씬 더딘 목칠공예의 특성을 고려하면 참 성실하게 살아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복상의 나무들은 한 그루씩 이렇게 탄생했다. 마침내 작품이 나무의 이름으로 숲이 되는 순간이다. 목공예가 정복상은 이후에도 오래도록 숲의 일부가 되어

거기 그렇게 서 있을 것 같다.  

131x35x50cm_괴목,흑단,생칠_2011

110x50x32cm_흑칠,색칠,순금_2012

59x32x115cm_괴목,흑단,생칠_2011

60x91x32cm_괴목,흑단,생칠_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