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와 절친이자 그를 능가하는 이인문(李寅文)
인물화이면서도 생생한 풍속도인 휼방지쟁(鷸蚌之爭)
만물이 소생하고 기운 생동하는 삼월이 우리 곁으로 찾아들었다.
년 초에 세운 계획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 보려고 마음을 다잡아 보고 있을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이 다가왔다. 세상이 색으로 입혀지는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개인의 이익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경쟁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기위해 욕심 많은 삶을 살고 있다. 상대편이 잘 되기보다는 잘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들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아주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려한다. 잠시나마 입가에 미소가 번지리라 믿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부지리(漁父之利)이야기이다.
고송유수관 이인문(1745-1824)은 정조(1777-1800)와 순조(1800-1834)대에 단원(檀園)과 쌍벽(雙璧)을 이루던 대표적인 화원(畵員)화가였다. 그는 겸재의 진경산수화법을 계승하면서 현재의 조선남종화법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청조고증학을 따라 들어온 서양화법까지 소화해 독특한 자기화풍을 이룩함으로써 진경시대 회화양식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화가였다. 본관은 해주(海州), 자는 문욱(文郁), 호는 유춘(有春),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자연옹(紫煙翁)이다. 도화서 화원이고, 규장각 자비대령화원, 첨사벼슬을 지냈다. 단원 김홍도와는 동갑내기 절친이며, 화풍 또한 유사하다. 영모, 도석 등에 능했다. 특히, 산수화에서는 단원을 능가한다는 평도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누각아집도, 강산무진도, 산수도, 강촌우색도, 추림도 등이 있다. ‘도요새와 조개의 다툼’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중국 한 대(漢代)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진(秦)나라는 여러나라를 병탐하여 천하를 제압하려 했다. 이때 조(趙)나라와 연(燕)나라 사이에 마찰이 생겨 조나라는 연나라를 침략하고자 준비를 서둘렀다. 그래서 연나라 소왕은 소대(蘇代)를 조나라에 보내어 혜왕을 설득하도록 했다. 소대는 도요새와 조개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연나라와 조나라가 공연히 싸워 국력이 소모되면 저 강대한 진나라에 먹힐 수도 있다는 말로 계획을 중단시켰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갈대 우거진 물가에서 도요새와 큰 조개가 서로 다투고 있다. 도요새가 조갯살을 파먹으려 부리를 껍질 안으로 들이민 순간 조개는 입을 다물어 새 부리를 꽉 물어 버렸다. 그래서 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지나가던 어부가 이게 왠 횡재냐 하면서 도요새와 조개 둘 모두를 취하였다.
이인문은 이 소재를 즐겨 그려 선문대박물관에도 크기는 작지만 구성이 작은 작품도 전한다. 얼굴엔 주름이 자글거리고 뱃살은 축 처졌으며 신도 신지 않은 초로(初老)의 어부는 뜻밖의 사태에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머뭇거리면 놓칠세라 달려들고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끙끙거리고 있는 도요새와 조개의 뒷일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인문이 그린 풍속화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그림은 비록 고사 인물화이지만 풍속화로 보아도 될 만큼 장면을 생생하게 잘 나타냈다.
간재(艮齋) 홍의영(洪儀泳, 1750-1815)은 ‘결함세계도도반시(缺陷世界滔滔半是)’ 즉 “결함 있는 세계는 반쪽이 옳다고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적었다. 인장은 두보의 싯구 ‘시권장류천지간(詩券長留天地間)’을 줄인 ‘장류천지간’이다. 두보의 시로 화제를 쓰거나 인장을 파는 등 홍의영은 두보를 애호했음이 틀림없다. 이 그림 역시 이인문의 그림만으로 꾸며진 <한중청상첩(閒中淸賞帖)>에 있다.
출처: 간송문화
정미영(rano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