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사람과 똑같아요"
철로에서 불생불멸의 터전 닦아 잡념을 제거하고 의무·책임 다하는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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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저는 하나이며 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지하철의 일상이 사람의 일상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정초부터 기습적으로 쏟아진 폭설로 수도권 지역의 도시기능이 일순간 마비되는 사태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울메트로 군자차량사업소 검수부장 이도선(53·여의도교당) 교도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예기치 못한 기상 이변에 직원들 모두 밤낮없이 일하고 있어요.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풀려 모처럼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라며 미소 짓는 그의 표정위에 겨울 햇볕이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직업도 사람처럼 우연히 만나 평생의 인연이 되기도 하나보다. 서울메트로 군자차량사업소에서 차량검수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그는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대마교당을 놀이터 삼으며 성장했다.
공기업 취업이 출세의 잣대였던 시절, 그는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청(지금의 한국철도공사) 시험에 합격해 처음 열차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안정된 직업 대신 자신을 성장하고 계발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서울 지하철로 진로를 전환한다.
아무도 권하지 않은 스스로의 선택이었기에 그는 목표와 꿈을 향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걸어온 그의 성실함은 조직에서도 인정하였고 줄곧 엘리트 과정을 받으며 그는 순탄하게 28년의 세월을 지하철과 함께 살아왔다.
"수도권에 전철을 운영하는 회사는 현재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코레일,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 4곳이에요. 제가 근무하는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을 관할하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도권 전체 하루승객 400만명 가운데 약73%인 293만5천명을 수송하고 있지요."
그가 지나온 일들과 지하철에 관련한 일반상식들을 자분자분 부려놓은 사이에도 그의 사무실에는 결재서류를 들고 오가는 직원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했듯이 지하철도 사람과 똑같아요. 보통 사람을 대할 때는 대등한 관계에서 최대한 예를 갖추죠.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대할 때 사람을 대하듯 정성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그만큼 차량의 장애도 적어져요."
그가 근무하는 군자차량기지는 직원 572명이 주야간 2교대로 하루 400량(530량 보유)의 차량 점검이 이뤄진다.
"직원이 많다보니 매일 일희일비하지요. 정비를 완벽하게 해서 새벽 4시30분에 첫차를 출고하여 운행을 마친 지하철이 새벽2시에 들어오는 때까지 늘 긴장의 연속이에요. 직원들의 마음을 일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구요."
그는 집이 있는 서울 청계천에서 사무실이 있는 용답역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도보로 20여분, 그에게 이 시간은 하루를 계획하고 반조하는 가장 귀하고 풍요로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출근하는 내내 일원상서원문, 참회게 등을 외우며 걸어요. 회사에 도착하면 먼저 역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지하철의 상태를 점검하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선로의 상황을 꼼꼼히 살핍니다. 그 다음 사무실에 돌아와 각종 서류를 살피고 컴퓨터로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업무를 보고 있지요."
그가 펼쳐 보인 노트에는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과 한 해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신년법문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실천강령들을 적어봤어요. '단5분이라도 선을 한다. 잡념을 제거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 등. 내실있게 원불교100년을 맞이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한마음일거에요. 금년에는 더 분발하여 가족전체와 함께 원불교가족으로서 교당에서 추진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싶어요."
이 세상에는 누군가가 꼭 해야 되는 일들이 있다. 비록 누가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곳곳에서 득력해 가는 삶.
그의 멋과 가치는 부지런히 군자차량 기지를 돌아다니며 구석구석을 살피고 또 살피는 과정에서 나오는 듯 했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아무 불편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더 신명나게 일상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는 오늘도 불생불멸의 터전을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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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라버니 멋지시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언제 보아도 소중한 사람 이도선 서울 메트로 검수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