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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기부만이 나눔? 저마다의 능력으로 남 돕는 ‘나눔 바이러스’ 확산 |
미국의 지난 11월 2일 중간선거. 무려 40억 달러(약 4조4천억원)가 넘는 돈이 뿌려졌다고 한다. 민주, 공화 양당이 총력전을 펼치며 선거광고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기도 했지만 일부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사재를 털어 넣었기 때문이다. 한 후보가 선거에 지출한 개인재산이 F16 전투기 6대와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25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할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후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출마 지역 전역에 광고를 ‘살포’했다. TV, 라디오, 잡지, 신문 등 올드미디어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메시지와 페이스북 비디오 등 가능한 모든 매체에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득표율과 쏟아 부은 돈의 액수와는 전혀 비례하지 않았다. 즉, 돈과 민심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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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는 잡을 수 없었던 민심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공화당의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와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던 공화당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는 미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사재를 사용한 두 후보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참패였다. 멕 휘트먼은 이번 선거에서 1억4천300만 달러(약 1천581억원)의 사재를 쏟아 부었지만 제리 브라운 후보에게 득표율에서 12.3%포인트 차로 완패했다. 칼리 피오리나 역시 1천780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여성 정치인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 외에도 린다 맥마흔은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블루멘털 민주당 후보에게 10%포인트 차로 졌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백만장자 출신의 릭 스콧 후보가 사재 7천300만 달러를 지출하고도 고전 끝에 알렉스 싱크 민주당 후보에 1.2%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고, 플로리다 |
미국 선거에서 루저가 된 두 부자 CEO |
주 상원의원 예비경선에서는 부동산 재벌인 제프 그린이 2천380만 달러를 퍼붓고도 탈락했다. 미국 선거자금 감시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올들어 후보 개인적으로 사재를 털어 조성한 선거자금(기부금은 제외)이 50만 달러 이상인 58명의 상.하원 후보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은 5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 안에서 최선 다하는 모습
이번 선거에서 '루저'가 된 사람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돈을 통해 아무리 광고를 해도 잡을 수 없는 민심.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우리 민중들도 똑똑해진 것이다. 민주주의 초기에는 금품이나 향응을 접대하는 나에게 잘 해 주는 사람을 그냥 뽑곤 했었다. 또, 광고에 비춰지는 모습 그대로를 믿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사람 자체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선된 후보들과 거액의 돈을 지출하고도 낙선한 후보들 사이의 차이점은 ‘더불어 함께’라는 항목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돈이 많은 사람은 물론 많은 돈을 기부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하지만 사재가 많지 않아 돈을 적게 사용한 후보는 그 나름대로 사회와 함께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광고를 하기 보다는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고, 자신의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했다고 한다. 미국 국민들에게는 화려한 광고, 많은 액수의 기부 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러한 방법의 나눔이 더 와 닿았던 것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다양한 실천이 조용히 번져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 실천은 돈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나 재능이 없어도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나누는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이다.
‘Pay It Forward(선행 나누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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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던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원제목 ‘Pay It Forward’)에는 트래버라는 12살 소년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오기’라는 숙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실천하는 내용이 나온다. 해답이 바로 영화 원제목인 ‘Pay It Forward’이다. 이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푼다는 선행의 릴레이를 의미한다.
한 사람이 2~3명에게 나눔을 실천하면 그들은 또 각각 2~3명에게 나눔을 실천한다. 이처럼 꾸준히 연결고리를 확대하면 피라미드 모양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다단계판매 프로그램에 ‘사랑의 나눔’ 판매가 치환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16차례만 거쳐도 우리나라 인구 4천만 명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게 된다는 어마어마한 이론적 수치가 나온다. 영화 후 미국에서는 실제로 ‘Pay It Forward(선행나누기)’ 재단이 설립 되었고 많은 지역에서 지금도 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원제목 ‘Pay It Forward’)의 선행전염 그래프 |
나눔의 대중화
이 나눔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굳이 돈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뭐든 다 되는 것이다. 경제적 기부만 나눔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김새와 이름이 서로 다른 것처럼 각자가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능력도 다른 것이다.
복지시설에서 밥을 퍼주는 자원봉사자, 몸을 던져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한 시민 등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피울길의 한 냉면집 주인은 매달 한 차례 인근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갈비탕을 대접하고 있다. 또 인근의 한 닭 집 주인도 매달 치킨 3마리를 인근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나누고 있다고 한다. 피울길 인근 점포 40여 곳 중 22곳이 함께 나눔의 거리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한 군 장병은 1년여간 받은 봉급을 아껴 해외의 불우한 아동을 후원한다. 그는 '월드비전'을 통해 매달 2만원씩 기부하며 인도의 9세 여아를 후원해 왔으며 덕분에 의사가 꿈인 그 아이는 정규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여성재단의 한 부모 여성 가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 |
피울길 나눔의 거리 |
기부의 순환
또, 어린 시절 전쟁 고아들로서 굶고 있던 자신의 형제들을 고아원에 데려다 키워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매년 고아원에 기부를 해 기부 왕이 된 초등학교 교사의 사례도 있다. 양말도 한 켤레만으로 기워 신으며 살 만큼 ‘짠돌이’여서 눈총을 받았으나 기부는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100인 기부 릴레이’를 실천한 한 기업에 따르면, 올해는 사이버 공간에서 만학의 꿈을 키우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의 체육대회에서 기부 릴레이가 진행되었고, 20대의 딸들이 수업시간에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아주는 등 자녀·부모가 함께하는 가족 단위 릴레이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눔의 대중화를 실감한다는 얘기였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보면 기부나 나눔이라는 것도 하나의 바이러스처럼 전파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나눔 바이러스가 잠자고 있다. 이는 함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더 따뜻한 곳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며 본능이다. 미국의 철강왕이자 사업으로 번 돈을 교육과 복지 및 장학 사업 등으로 사회에 환원한 기부왕이기도 한 카네기.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에 대한 대가로 세상에서 받은 것을 다시 다른 삶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성공이다’ 라며 기부의 순환적 의미를 강조했다.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정치적 구호가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다. 미국의 선거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크게 여유롭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하는 기부와 나눔이 진정한 것임을 말이다.
글, 사진ㅣ위민기자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