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문판으로 두꺼운 것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누가 R8의 사용설명서를 간단하게 정리했길래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간략한 사용서를 만들어 봤습니다.
라이카 R9 사용서
1. 노출 레버
렌즈와 바디를 받치는 왼손 중지나 약지를 뻗으면 심도 미리보기 레버에 닿는다. 이 디자인은 이전의 R바디에 비해 크게 바뀐 부분 중 하나인데, 심도 미리보기 레버를 왼손으로 동작하는 것이 적절하며 위에서 아래쪽으로 끌어내리는 식으로 동작이 된다는 것이다.
이 레버는 조금 뻑뻑하게 설계가 되어 있고 태핑이 되어 있어서 왼손의 힘이 좀 많이 든다. 삼각대에 바디를 올렸을 때엔 오른손으로 밀어내려야 할 것이다. FEL기능을 사용할 때에도 이 레버를 활용하게 된다. 레버를 릴리즈 했을 때에 서서히 화면이 밝아져오는 것은 은근히 멋있다.
렌즈를 지나쳐서 렌즈의 반대쪽으로 가 보자. 이곳에는 두 개의 스위치가 있다. 위쪽에 있는 것이 미러 록 업 스위치이고, 아래쪽에 있는 것이 플래시 선 ․ 후막 동조 설정 스위치이다. 미러 록 업 스위치를 미러 록 업 쪽으로 설정한 후 셔터 버튼을 한 번 눌러주면(반 셔터가 아니라 완전히 누르는 것) 미러가 올라가 붙는다. 그런 다음 셔터 버튼을 다시 한 번 눌러주면 셔터가 릴리즈 된다. 한 번 미러가 올라가면 이를 취소할 방법은 없다.
플래시 선 ․ 후막 동조 스위치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I은 전막, Ⅱ는 후막 동조로 설정이 된다.
2. 모드 다이얼
상판 좌측에 모드 다이얼이 있다. m, A, T, P, F 모드와 OFF를 지원한다. OFF는 완전 OFF다. 이 다이얼은 잠금 장치가 되어 있어서 반드시 버튼을 눌러야 모드를 바꿀 수 있다. R8에서는 잠금 버튼이 없어서 쉽게 돌아가지만 이는 실수로 돌아갈 수도 있어서 그를 방지하기 위해 잠금 버튼을 채택한 것 같다. 다른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고 F모드가 독특할 것이다.
바디 뒷면으로 가자. 파인더의 왼쪽에는 노출 보정 레버가 있다. 레버는 2단계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레버를 안쪽으로 밀어야 움직일 수가 있고, 안쪽으로 민 상태에서 위 아래로 움직이면 1/2스텝씩 + - 로 움직인다. + - 3 스텝까지 보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의 위치가 참 불만이다.
삼각대에 세워놓지 않은, 손으로 사진기를 잡은 상태에서는 왼손이 바디의 아래쪽과 렌즈를 받치게 된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노출 보정을 하려면 손을 떼어서 파인더 옆으로 엄지손가락을 올려서 노출 보정을 행해야 한다.
차라리 미러 록 업이나 후막 동조 스위치를 지금의 위치로 보내고 후막 동조 스위치가 있는 자리에 노출 보정 버튼을 넣었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엄지손가락에 딱 걸리도록 말이다. +-1스텝 이상 보정한 경우 반대방향으로 1초 정도 밀고 있으면 노출 보정 설정이 리셋 된다.
3. 필름감도 조절
필름백의 뒷면에는 네 개의 버튼을 감추고 있는 덮개가 하나 있다. 이걸 열면 ISO 필름 감도 조절 버튼 두 개(+, -)와 셀프타이머(2초, 12초) 버튼이 보인다. 이 네 개의 버튼은 셔터를 살짝 눌러 카메라를 깨운 다음에 동작이 가능하다.
이것은 비단 이 버튼뿐만 아니라, 촬영 매수 확인 등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배터리를 아끼는 것은 좋지만, 필름을 감아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셔터에서 손을 떼자마자 카메라가 다시 잠들기 때문에 필름을 감는 것이 유리하다. ISO 버튼을 눌러 DX설정(자동 감도 인식)에서 override를 한 번 하면, 다시 DX 세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2,800감도까지 +버튼을 계속 눌러줘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3. 파인더 주변
파인더 위치에는 시도조절 장치와 아이피스 분리버튼, 그리고 아이피스 셔터 레버가 있다. 시도조절 장치는 편리한 편인데 손으로 자기 몸 쪽을 향해 당긴 다음 원판을 좌우로 돌려 맞춘 뒤에 밀어 원위치에 놓으면 된다. 파인더 내부 정보로는 노출모드, 노출그래프, 노출 값, 필름매수, 그리고 몇몇 지시 정보가 표시되고 파인더는 밝은 편이다. 표준 스크린의 가운데 스플릿 이미지는 상당히 거슬리는 편이어서(투명한 부분으로는 초점이 맞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다), 격자형 매트 스크린으로 교체해서 사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5. 셔터 작동
셔터는 다른 일반적인 사진기와는 달리 3단으로 조절된다. 즉, 반 셔터-릴리즈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1/3셔터 - 2/3셔터 - 릴리즈로 동작한다. 1/3셔터는 카메라 깨우기(측광 시작), 2/3셔터는 스폿 측광 시 노출 고정(AEL), 셀프타이머 동작, 릴리즈는 셔터 동작(셀프타이머 동작 시 셀프타이머 무시하고 셔터 릴리즈)이다.
이 노출 고정이 상당히 직관적이고 편리한데, 쓰면 쓸수록 그 진가를 깨닫게 된다. 셔터 다이얼은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속도 감소(저속셔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속도 증가(고속셔터)이다.
파인더에 보이는 노출 그래프를 0으로 보내는 방향으로 돌리면 된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1/2스텝으로 동작하고 16"~1/8000초와 X, B 셔터를 지원한다. 기계식 셔터는 없다.
6. 다중노출 레버와 되감기 버튼
셔터 버튼 바로 아래쪽에는 노출모드 다이얼이 있다. 점으로 표시된 스폿, 점과 네모로 표시된 분할측광, 네모로 표시된 중앙부중점 노출모드를 지원하며, 그 조작은 앞서 이야기했듯 검지를 뻗어 레버를 셔터다이얼 돌리듯 움직여주면 된다.
셔터다이얼 옆에는 다중노출 레버와 되감기 버튼이 있다. 다중노출을 레버로 구현하다니, 하고 재미있어 했는데 알고 봤더니 이 레버를 돌리면 되감기 버튼을 눌러주어 필름 감기가 되지 않게 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레버로 되감기를 할 수는 없다. 되감기 버튼도 2단 동작이라서 반쯤 눌린 상태에서는 되감기 크랭크레버가 돌아가지 않는다.)
필름을 감을 때, 되감기 시에 필름 끝이 스풀에서 빠지는 소리가 안 들린다. 라이카 사진기의 장점이면서 단점이 필름을 되감을 때에 느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름 끝단까지 감기가 쉽지만 이 R9 사진기에는 필름백의 손바닥 닿는 부분에 필름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이발소 마크가 있다. 필름을 감으면서 잘 보다가 이발소가 문 닫을 때에 감는 걸 멈춰주면 된다.
7. 노출 모드 사용
P모드에서 1/3셔터를 눌러 측광을 시작한 상태에서 셔터 다이얼을 돌려주면 EV값을 유지한 노출이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변화시켜 가며 보여 준다. 덜 직관적이지만 번뜩이는 재치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P모드에서 셔터 다이얼의 위치를 고속셔터 또는 저속셔터 쪽에 위치시켜놓으면 그 취향에 적합한 노출을 제공해주는 셈이라서 쓸 만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EV13(= F8, 1/125)에서 셔터 다이얼을 고속에 두면 F2.8에 1/1000 정도로 카메라가 설정해주고, 셔터 다이얼을 저속에 두면 f/16 에 1/30초 정도로 설정이 되는 것이다.
FEL 모드. 모드 다이얼을 F에 두고 표준 플래시(A모드가 아니라 M모드)를 장착한 후 심도 미리 보기 레버를 당기면 플래시가 터지면서 스폿 측광을 한다. 그 측광 결과를 파인더에 그래프로 보여주는데, 조리개 값을 조절해서 그래프가 0에 가도록 하면 그 스폿이 18% 그레이로 노출이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플래시를 쓸 수 있게 된다(심지어는 스튜디오 플래시도 플래시미터 없이 쓸 수 있다).
8. 기타 문제
35-70mm F/4 Vario-Elmar 렌즈는 매크로 기능이 있다. 배율을 높이려면 굉장히 근접해서 촬영해야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촬영할 때는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다. 이때 R8의 미러 lock-up 기능이 유용하다. 미러를 미리 올리고 조리개가 조여진 상태에서, 두 번째 셔터 누름 때 셔터가 작동한다.
R9의 또 다른 장점은 파인더가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빛이 적은 상황에서도 초점 맞추기가 아주 용이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한 시도 보정 장치가 있어서 디옵터 조절이 된다.
초점을 빠르게 정확히 맞출 수 있다는 즐거움은 매뉴얼 포커스를 사용해본 사용자라면 느낄 것이다. 기본 시도 조절 렌즈는 +, -2디옵터까지 가능하고 별도의 조절 렌즈를 구입하면 +, -3디옵터까지 가능하다. 또한 안경을 착용하고도 파인더 안을 들여다보면 양끝의 구석 부분까지 전부 다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니콘 등 다른 카메라 보다 훨씬 나은 느낌이다.
모터드라이브는 가격이 비싸고 많이 무겁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충전용배터리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갖춘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그립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손이 큰 사람은 모터와인더를 장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사진기 하판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름을 자동으로 감아주는 편리함도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