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은 아빠가 키워라
이충헌 지음
글담 / 2010년 8월 / 304쪽 / 11,800원
▣ 저자 이충헌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우는 세 아이의 아빠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의학박사이면서 정신과 전문의다. 정신과 전문의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 뒤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KBS 의학전문기자로 ‘
▣ Short Summary
요즘 나약하고 무기력한 아들이 늘고 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낯설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린다. 부모가 아무리 옆에서 동기부여를 해주고 부족한 능력을 보충해주기 위해 학원을 보내도 소용이 없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아들의 특성과 발달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혹시 내 아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했던 부모들에게 시원한 답변이 되어 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아들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아빠’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어서다. 아들에게는 아빠가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들에게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며, 이는 아들 성장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아빠만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자극과 양육법은 아들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특히 아빠는 아들의 뇌를 자극하여 성장시킨다. 이를 증명하듯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아빠가 아들과 친하게 지내고 양육에 적극 참여할수록 아들의 성적이 좋고 사회성이 뛰어나며 사회에 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짐이 밝혀졌다. 이밖에도 아빠의 어떤 자극이 아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그만큼 아빠가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오늘날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계발해 보지 못한 채 주눅 들어 있는 아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빠뿐이다.
최근 아빠의 양육이 화두로 떠오르며 아빠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친구 같은 아빠가 좋다는 주장에, 아들과 놀아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보다 ‘양육자로서의 아빠’가 필요하다. 친구처럼 즐겁고 신나게 놀아 주는 한편 아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줘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남성에게 요구되는 능력 또한 변했다.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남성상과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키워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빠가 아들에게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소개하였다.
아빠는 일에 치여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느냐보다 몇 분이라도 얼마나 깊은 교감을 나누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들 양육을 엄마에게만 맡긴 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아빠 없이는 아들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집필하면서 아빠로서의 나를 돌이켜보고 반성하였다. 나 역시 일에 치여 아들에게 소홀했다. 더 이상 이에 욕심내지 않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항상 그때뿐이다. 성취하지 않으면 불안한 내 성격 탓에 항상 일에 얽매여 산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친밀하게 지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욕심 없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이, 엄마에게는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 고민의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아빠에게는 아들을 성장시키는 아빠 역할에 대해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차례
머리말_ 위기의 아들, 아빠가 필요하다!
1장.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아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들
1. 알파걸에 주눅 든 아들
여성의 바람이 거세다 / 알파걸이 등장하다 / 만년 2등이 된 아들
사랑이 필요한 베타보이 / 칭찬보다 꾸지람과 잔소리에 익숙해진 아들
2. 부모의 태도를 점검하는 5가지 질문
“아들이라서 그래.”라며 넘어가진 않는가? /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하진 않는가?
아들과 얼마나 대화를 나누는가? / 하루 얼마나 텔레비전을 보게 하는가?
아들을 윽박지르며 다그치진 않는가?
3. 위기의 아들이 성인이 된 후
웃고만 넘길 수 없는 찌질남 현상 /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남자
혼자 있는 게 편한 초식남 /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헬리콥터 보이
2장. 왜 아빠가 필요할까? - 아빠가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
1. 아들 성장의 비밀, 아빠
아들의 성공은 아빠가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한다 / 천재 물리학자를 기른 아버지의 양육법
아빠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아빠의 자극은 뇌를 발달시키는 최고의 장난감
아빠는 성장의 공간을 만든다
2. 아빠, 지금 어디에 있나요?
아빠의 눈물이 필요하다 / 아들에게 잘못된 아버지상을 심어 주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짧은 한국 아빠
3장. 아들이 만년 2등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아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학교 교육
1. 엄마는 아들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 / 뇌가 인생을 결정한다
도통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들 / 왜 아들의 뇌, 딸의 뇌는 다를까?
2. 교육이 문제다
아들은 톰 소여가 돼야 한다 / 아들에게 너무 불리한 학교 교육 / 조기 교육이라는 이름의 덫
똑똑한 아들도 성적이 낮을 수 있다 - 아들의 잠재된 힘을 믿고 기다려야 할 때
숲의 교실, 숲속 유치원 / 남자 아이 공부법
4장. 아들의 아빠가 된다는 것 - 아들에게 좋은 아빠란?
1. 아빠의 탄생
부성애에 불이 들어오다 / 아빠도 몸으로 아기를 낳는다
아빠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다 / 아들, 아빠가 필요하다
아들은 남자를 아빠로 만든다 / ‘일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2. 아빠의 자격
처음부터 좋은 아빠는 없다 / 당신은 어떤 아빠인가? / 당신의 행동은 진정 아들을 위한 것인가?
아들의 감성 지능을 높여라 / 잘 울고 잘 웃는 아들로 키워라
3. 세상의 안내자
아빠는 아들을 세상으로 이끄는 다리 / 칭찬에 인색한 아빠
아빠의 오늘은 아들의 미래다 / 아들은 아빠를 통해 세상을 본다
5장. 세상은 새로운 남성을 원한다 - 경쟁력 있고 행복한 아들에게 필요한 능력
1. 남성성의 변화가 시작되다
강한 남성은 약하다 / 남성의 위기가 도래하다 / 부드러운 남성은 강하다
2. 아빠처럼 되고 싶은 아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아들은 아빠를 통해 남자다움을 배운다
3. 아빠가 키워 주는 성공하는 남성의 조건
양성적인 아들이 대접받는다 / 감성 지능을 계발하라 / 공감 능력을 길러라
6장. 아빠는 어떻게 아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 아들을 미래형 인재로 키우는 방법
1. 아들의 성장을 돕는 아빠의 자극
만지고 냄새 맡고 체험하라 / 활동적인 아빠가 똑똑한 아들을 만든다
아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 아들에겐 거친 놀이가 좋다
여행은 최고의 체험 학습 / 아들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2. 아들 공부, 아빠가 챙겨라
공부 습관은 흉내 내기에서 시작된다 / 아빠와의 접촉이 뇌 발달의 열쇠
독서 습관 아빠가 길러 줘라 / 아빠가 읽어 주는 책이 더 좋다 / 노력 습관을 길러 줘라
몰입을 가르쳐라 / ‘만족 지연 능력’을 길러라 / 아들에겐 규율이 필요하다
아들은 아빠가 키워라
1장.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 아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들
여성의 바람이 거세다
수만 년간 지속돼 온 남녀의 영역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 실력과 자신감, 리더십을 갖춘 여성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른바 ‘
사회 곳곳에서 이처럼 여풍女風, 여초女超 현상이 거세다. 대표적인 금녀 공간이었던 육군사관학교는 1998년부터 여성 생도를 뽑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육사 입학 경쟁률은 남학생이 17대 1, 여학생이 35대 1로 두 배쯤 높다. 산업인력공단이 국가기술자격증에 응시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58%로 남성 44%보다 무려 15%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주부의 합격률이 70%로 가장 높았다. 세대를 뛰어넘어 여풍현상이 대세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 수가 지난 1992년 3명에서 2008년 41명으로 늘었다. 의료계 역시 여풍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 전국 의대생의 40% 가량이 여학생이다. 사실 남성이 여성에게 치이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위권 학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대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10년 전 25%에 비해 1.6배 늘어난 수치다.
2장. 왜 아빠가 필요할까 - 아빠가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짧은 한국 아빠
산업화 시대엔 돈을 잘 벌어 오면 좋은 아버지였다. 당시엔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안 하면 이상적인 아버지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컨대 외도를 하지 않고, 도박이나 술을 많이 하지 않고, 집안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좋은 아버지였다. 아이들과 가끔 나가 외식을 하거나 공놀이라도 하면 단숨에 최고의 아버지로 등극했다. 그 시절엔 누구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일하는 것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일에 지쳐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밀함을 보여 줄 여유가 없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집안의 중심이자 절대 권력의 소유자였다. 아버지의 말 한 마디는 거의 법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의사와 맞지 않을지라도 무조건 따랐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상당수의 아빠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자신이 보고 자란 아버지의 모습과 시대가 원하는 아버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공한 삶’에서 ‘행복한 삶’으로 삶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외적인 성공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와 친밀감이 더 강조되는 시대다. 우리 세대의 아빠들은 절대 권력의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막상 자신은 육아와 가사 일에 동참하길 강요받는다. 자신은 정작 별로 받아 본 적이 없는 남성들이, 아이와 즐겁게 놀아 주는 가정적인 아빠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40대 남성들은 가정보다는 사회에서의 성공에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의 아버지들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성공한 삶, 가족을 위한 희생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자란 아빠들은 가정에 충실하며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야 하는 오늘날의 역할이 낯설다. 그래서 주말에 가족과 다함께 외식을 하는 것으로 그동안 못 놀아 준 것을 만회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이나 파스타를 사주고 오는 길에 공원에서 조금 놀아 주면 즐겁고 뿌듯하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해낸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때우려는 모습, 마치 의무 방어전처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자녀들과의 감정적인 교류가 어색한 우리시대 아빠들의 자화상이다.
아빠의 휴일 사용법: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빠들이 자녀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하루 평균 3분이라고 한다. 그것도 “책 좀 읽어라”, “게임하지마라”, “공부 좀 해라”처럼 일방적인 지시 명령이 대부분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고민은 없는지 등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
유태인 가정의 중심은 아빠다. 아이들은 아빠를 흉내 내며 배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유태인의 안식일이다. 안식일은 금요일 해가 질 때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다. 이때는 일을 할 수도 없다. 모든 일을 멈추고 안식일을 엄격히 지킨다. 그 시간을 이용해 평소 일 때문에 마주하기 힘들었던 아빠와 대화를 나눈다. 아빠는 자녀를 한 명씩 방으로 불러 일주일 동안 공부한 것,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한다. 보통 30분 내외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주일을 정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아빠와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주중에 바쁜 업무에 치인 한국 아빠들은 주말 동안 밀린 잠을 보충하느라 바쁘다.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기는커녕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서 텔레비전을 본다. 등산이나 낚시와 같은 자신의 취미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평일에 일찍 귀가해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라도 아이들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마저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좋은 아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이는 아빠를 보면서 성장한다. 아빠의 행동은 그대로 아이에게 반영되어 인성과 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굳이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멋진 생일 선물을 사주거나 놀이동산에 데리고 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나누는 교감이 훨씬 중요하다. 10번의 선물보다 1번의 가벼운 스킨십이 아이를 변화시킨다.
3장. 아들이 만년 2등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아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학교 교육
왜 아들의 뇌, 딸의 뇌는 다를까?
우리 집엔 8세 아들과 5세 딸이 있다. 아들은 새 장난감 자동차를 사줄 때마다 일주일을 못 넘긴다. 나사까지 풀러 분해를 하는 탓에 금세 망가뜨린다. 작동 원리를 알아보겠다며 라디오를 온통 분해해 놓기도 한다. 그러더니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지냈다. 전혀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고 척척 레벨을 올려 간다.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지만, 상대방에 별로 신경을 쓰는 눈치는 아니다. 그저 놀이터에서 같이 숨바꼭질을 하거나 컴퓨터 게임 정보를 나누는 정도다. 이에 비해 딸은 장난감 자동차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 말을 건넨다. 엄마처럼 우유를 타서 먹이고 업어 주는 등 인형을 마치 아기처럼 대한다. 말을 배우는 것도 무척 빠르다. 오빠보다 세 살이나 어린데도 단어 구사력이 오빠보다 낫다.
게다가 아들 녀석은 내가 집에 가도 도통 쳐다보지도 않는데, 딸아이는 달려와 바로 안긴다. 애교도 만점이어서 왠지 마음이 더 간다. 퇴근하고 나면 곁에 붙어 조잘조잘 얘기를 해와 피곤해도 몇 마디 대꾸를 해줘야 한다.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에 대한 얘기도 곧잘 한다. 나이가 들어 걱정된다며 할머니에게 너무 무리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도 딸아이다. 주위에 별 관심이 없는 아들과 달리 딸은 주위 사람의 행복이나 불행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와 같은 아들과 딸의 차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딸은 인형놀이나 소꿉장난을 좋아하지만 아들은 자동차를 갖고 놀거나 전쟁놀이를 즐긴다. 아들은 수학이나 과학에 더 우수한 반면, 글쓰기나 외국어에선 딸을 당해 내지 못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딸은 절친한 단짝 친구와 보내면서 우정을 키운다. 이에 반해 아들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지만, 인간관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4장. 아들의 아빠가 된다는 것 - 아들에게 좋은 아빠란?
당신은 어떤 아빠인가?
25년간 2,300명 이상의 아빠와 아들을 상담해 온 심리학자 스테판 폴터는 다섯 가지 유형의 아버지 유형을 제시했다.
먼저 ‘성취지상주의형’이다. 눈에 드러나는 실적으로만 가치를 평가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정서적 공백이나 대인 관계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완벽을 추구한다. 이런 아버지를 둔 아들은 숨이 막힌다. 아들은 직·간접적으로 아버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 밑에서는 상실감과 상처만 받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아들은 무관심해지거나 의욕을 상실하고 엇나가기가 쉽다.
두 번째는 ‘시한폭탄형’이다. 공포감을 기반으로 한 양육 스타일을 말한다. 이런 아버지는 협박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휘둘러 권위를 세우려 든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한다. “오늘 회사에서 어땠어요?”라는 인사말에도 화를 낸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에서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낸다. 가족에게만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로 인한 자괴감을 덮어 버리기 위해 더욱 격분하는 것이다. 자신의 싫은 점이 아들에게서 보이면 더욱 폭발한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아들은 늘 혼란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수동형’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아버지가 여기에 속한다. 안정적이고 근면하며 말수가 적다. 하지만 가족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이 별로 없다. 물론 아들에 대한 애정 표현이나 격려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저 바라만 보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이들은 아들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별로 개입하지 않고 인정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무관심의 일종으로, 장기적으로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엄마가 가족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남성으로서 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배우지 못한다. 이는 성인이 된 뒤 결혼 생활의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네 번째 유형은 ‘부재형’이다. 아들과 정서적인 유대가 없다는 점에선 수동형과 유사하지만, 가정 내 역할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측면에서 수동형과 구분된다. 수동형 아버지는 가정 안에서 존재하지만, 부재형은 말 그대로 아들 곁에 존재하지 않는 유형이다. 이런 아버지를 둔 아들은 자신이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극심한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 또한 사람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분노를 주변 사람들에게 터뜨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상한 멘토형’이다. 말 그대로 넓은 이해심과 리더십을 겸비한 경우다. 사랑과 훈계를 적절히 사용하고 아들에게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실패할 경우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기보다 아들의 생각을 존중해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아들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여러 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아버지상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찔리는 부분이 많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중엔 거의 ‘수동형’ 아빠로 지내다가 여유가 생기는 주말에만 ‘자상한 멘토형’ 아빠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껴안아 주거나 사랑한다고 말하고, 가끔 음식을 만들어 주는 행동이 스스로 괜찮은 아빠라는 만족감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아마 이 땅에 사는 대다수의 아빠들이 그럴 것이다.
아들에게 가장 해로운 유형은 평소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수동형) 시험 때만 되면 공부하라고 보채고(성취지상주의형),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시한폭탄형) 아빠다.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들여다보고 아빠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변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문제점을 깨달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행동이 변하게 된다.
아빠는 아들을 세상으로 이끄는 다리
“아들에게는 세상의 미래가 모두 들어 있다. 엄마는 아이를 품속에 꼭 안아 이곳이 자신의 세상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아빠는 아이를 가장 높은 언덕으로 데리고 가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도록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다이아몬드의 책 『사랑한다 아들아』에 나오는 마야 인디언 속담이다.
엄마의 사랑은 아들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을 지녔다. 반면 아빠의 자극은 아들을 바깥세상으로 뻗어 나가게 하는 원심력을 지녔다. 아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안정감을 제공하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면, 아들이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빠의 역할인 것이다. 아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는 아들에게 자극을 주어 세상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도와주는 사람, 아빠: 생후 9개월이 되면 아들은 짚고 설 수 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이 발달한다. 걸음마를 배우면서 조금씩 엄마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온통 신기하고 처음 보는 것 투성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들의 걸음 속엔 세상을 향한 욕구가 담겨 있다.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해야 했던 상황에서 이젠 스스로의 힘으로 주변을 살피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은 아들이 손을 대는 순간 아들의 것이 된다. 때론 스스로 그 물건을 만들어 낸 것처럼 우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9~15개월 정도 된 아들의 활동 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엄마 품을 떠나 정신없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가도 문득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자지러지듯이 운다. 자신을 돌봐주고 인정해주는 엄마상이 아직 내면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아 유기된 것과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들은 엄마의 품으로 돌아와 직접 재충전을 받아야만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만 2~3세는 분리 개별화 과정이 완성되는 시기다. 아들의 마음속에 엄마상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아들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좋은 엄마의 이미지와 가끔 혼을 내는 나쁜 엄마의 이미지를 섞어 엄마상을 마음속에 정착시켜 나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들은 엄마가 곁에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란다. 이때 아빠는 아들이 자연스럽게 분리 개별화 과정을 겪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빠의 지속적인 격려는 아들이 안정적인 엄마 품에서 벗어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아들을 대하는 아빠의 태도는 엄마와는 사뭇 다르다. 엄마는 아들이 아장아장 걸으면서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행여 다칠까 겁을 내며 제재한다. 이에 비해 아빠는 아들이 드넓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을 대견해하며 격려의 눈빛을 담아 그저 바라본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들의 눈빛에서 바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아빠의 태도는 아들의 독립심을 길러주는 자양분이 된다.
아빠는 아들을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인정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본다. 독립심을 심어 줘 아들이 엄마로부터 보다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는 힘을 길러 주어, 자연스럽게 엄마 품을 떠 날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들은 엄마를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 여기에 아빠가 등장함으로써 아들은 사랑과 욕구에 대한 관념을 넓히게 된다. 엄마와의 일대일 관계가 아빠로 인해 삼각관계로 확장되는 것이다. 엄마가 아닌 타자 즉 아빠 또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엄마와의 일대일 관계는 사람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생후 1년 동안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는 시기로 보았다. 이때 엄마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많으면 아이는 사람에 대한 의심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1~3세까지는 자율성이 발달하는 시기로 아빠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격려하고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칭찬해주고 용기를 줌으로써 아들의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아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아빠의 시선’으로 평가한다. 이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진다. 아빠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느끼면 스스로도 능력이 있다고 여긴다. 이와 반대로 아빠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거나 부끄러워한다고 느끼면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는다.
아들 입장에서 아빠는 힘이 셀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아들은 아빠를 우러러보고 존경한다. 무한한 능력을 가진 아빠가 자신을 돌봐 준다고 느낄 때 아들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진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빠처럼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아들은 자신을 믿어 주고 “잘하고 있구나”라고 칭찬해 주는 아빠, 아직은 어리고 모든 것이 미숙하지만 한결같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빠를 원한다.
어린 아들은 무엇이든 일단 하고 본다. 처음 접하는 세상이 너무 신기해 정신없이 헤집고 다닌다.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을 탐색하러 나갈 때 아들은 부모가 보이는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모가 보여 주는 조바심, 짜증, 불안 따위를 금방 감지하는 것이다. 아들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음식을 주는 부모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모의 반응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엄마는 아들의 행동을 제지하게 된다. 이때 아빠가 적절히 아이를 풀어 주지 않으면 도전과 탐험 정신을 잃고 수치심과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 아빠는 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한번 해보렴” 하고 격려해야 한다. “제대로 해야 된다”거나 “ 남보다 잘 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금물이다. 새로운 도전을 과제가 아니라 재미있는 모험거리로 즐길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5장. 세상은 새로운 남성을 원한다 - 경쟁력 있고 행복한 아들에게 필요한 능력
부드러운 남성은 강하다
최근 주변에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메트로섹슈얼은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가꾸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내면의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현대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성형을 하는 것은 물론 네일 아트를 받거나 다리에 난 털을 제거하기도 한다.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용어는 남성 패션 박람회를 취재하던 한 잡지사 기자가 남성의 세계에 뭔가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만든 용어다.
대도시에 살면서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젊은 남성을 일컫는 메트로섹슈얼은 남성이 중성화 혹은 여성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하지만 남성성을 아예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메트로섹슈얼 현상은 남성의 허영에 찬 겉치레가 아니라 남성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남성성을 향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메트로섹슈얼 현상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엠니스족’이라는 용어도 새로 나왔다. 엠니스족은 남성을 뜻하는 맨man과 니스ness의 합성어이다. 엠니스는 힘과 권위의 상징인 남성성과 대화와 배려의 상징인 여성성을 두루 갖춘 남자를 뜻한다. 엠니스는 ‘부드러운 남성, 여성성을 아우르는 남성’이라는 미래형 사고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완소남’ 또는 ‘훈남’과도 일맥상통한다.
남성, 점점 더 부드러워지다: 경제활동이 달라지면서 남성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했다. 남성만이 돈을 벌어오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남성의 근육의 힘, 민첩함을 바탕으로 각종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것이 서비스 산업 시대가 되면서 남성의 강점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여성의 강점인 친화력, 공감능력, 창의력 등이 인정받고 있다. 섬세하고 정교하며 부드러운 여성성이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로운 아들로 키우기
아들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없이 자유로운 사고력과 자신감을 지닌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들은 아빠를 통해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을 갖는다. 우선 남성성을 강조하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예컨대 “너는 남자잖아”, “사내자식이 울긴 왜 울어” 등과 같이 남성성을 강조하는 말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정적인 놀이와 동적인 놀이의 균형을 맞춰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들이라고 해서 총이나 로봇 같은 장난감만 사주진 말자. 아들도 인형 옷 만들기나 종이 접기 등 협동심과 감수성을 키워 주는 놀이에 자주 참여시켜야 한다.
아들에게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가르치는 것도 좋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남성도 이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시대다. 집안일에는 청소와 요리뿐 아니라 정리 정돈, 실내 장식 등이 포함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나면 반드시 아들이 스스로 치우게 해야 한다. 또 아들이 어려서부터 집안일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간단한 일은 직접 하게 한다.
남자라고 손에 물을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들이 부엌에 드나드는 것을 적극 환영해야 한다. 엄마가 설거지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 옆에서 자유롭게 지켜보도록 한다. 부엌에 있는 냄비와 접시 등 다양한 요리 기구들은 아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아빠가 아들과 함께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무턱대고 시켜서는 안 된다. 아들의 평소 생활을 잘 관찰해 흥미를 보이는 일을 제안해야 한다. 식탁에 수저를 놓거나 반찬을 차리거나 쓰레기를 갖다 버리거나 달걀을 삶는 일일 수도 있다. 이때 아들이 서툴다고 일을 빼앗아선 안 된다. “혼자서 하는 것을 보니 많이 컸구나”라며 칭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었다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부모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것이 좋다.
아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좋은 음악과 아름다운 경치들을 마음껏 접하도록 도와 풍부한 감성을 길러 줘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남성다움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남성성의 확립 없이 여성성의 특징만을 강요하다 보면 나약하고 의존적인 아들로 자라게 된다. 남성다움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남성다움은 하나의 성취다. 아들이 자라면서 이루어 내야 하는 과업으로 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칫 실패하기 쉽다. 아빠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자란 아들은 조화로운 남성성을 갖춰 그야말로 외유내강의 남자로 성장한다.
6장. 아빠는 어떻게 아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 아들을 미래형 인재로 키우는 방법
아들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요즘 아들들은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일 기회가 없다. 이럴 때 아빠가 나서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엔 꺼져 가는 남성 에너지의 불씨를 살려 아들을 팔딱이는 물고기처럼 만들어야 한다. 남자 아이들 중에는 타인의 호감보다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복종하게 만드는 권력 의지가 더 앞서는 아이들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과 경쟁심, 성취 욕구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학습동기가 높고 성적이 좋은 남자 아이들이 성적이 저조한 아이들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과 경쟁심, 권력욕에 어떠한 힘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원숭이들은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무리를 관찰하면 가장 힘이 센 수컷이 누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엄격한 계급 사회를 이루고 있어 힘이 없는 수컷은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가장 계급이 낮은 수컷 원숭이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입시킨 후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자신보다 위에 있던 원숭이에게 바로 싸움을 걸었다. 갑자기 공격을 받은 상대 원숭이는 기세에 눌려 곧바로 도망쳤다.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점점 자신보다 몸집이 큰 다음 상대와 시합을 가진 이 원숭이는 20분 만에 무리 속의 우두머리와 싸움을 벌였다. 물어뜯기고 심한 상처를 입는 등 사투를 벌인 끝에 이 원숭이는 우두머리마저 이겼다.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실질적인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힘은 아들에게도 성취욕을 자극한다. 아들은 도전과 승패가 분명한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 아들의 승부 근성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패는 자극제가 되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만든다. 아들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모든 사람은 승자’라는 비경쟁적인 상황은 아들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떨어뜨린다.
경쟁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회성을 길러 주는 게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호흡하고 어울릴 수 있으며, 경쟁 심리를 건설적으로 발산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승리라는 목표 의식을 갖고 집중하게 한다. 게다가 스포츠는 재미있다. 집중력이 약한 아들도 스포츠에는 푹 빠진다. 실력이 조금씩 늘어갈 때마다 자신이 유능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또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사이,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
학교에 입학할 즈음부터 아들은 태권도, 축구, 야구 등 승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스포츠를 시켜야 한다. 스포츠는 아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게임 규칙을 숙지하여 정정당당히 경기하는 법과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자세를 가르친다. 또한 서로의 협력과 배려를 바탕으로 경쟁하는 법,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도 알게 된다. 아들은 스포츠를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선 자신의 충동을 수용 가능하고 사회화된 행동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 또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훌륭한 승자가 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아들에겐 규율이 필요하다
충동적인 아들은 반드시 규율을 잡아 줘야 한다. 사소한 약속부터 지키는 습관을 들여야 하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아들이 나중에 큰일을 한다.
아들 훈계의 법칙: 아들일수록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타일러야 말을 듣는다. 논리에 맞게 설득해야 한다. 아들은 왜 그런지, 어째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감정적으로 아들을 야단치는 것은 머리 나쁜 아이로 만들겠다고 작정하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아들의 잘못된 행동과 그에 따른 벌을 구체적으로 말해 준다. 아빠는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흥분을 참지 못하고 “너 또 아빠 말 안 들으면 그땐 죽을 줄 알아!”라고 소리 지르는 경우가 많다. 이건 규율을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는 것이다. 대신 “앞으로 컴퓨터 30분만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 그땐 일주일 동안 컴퓨터를 못하게 된다.”라고 잘못된 점과 그에 따른 결과를 명확히 얘기해 줘야 한다.
화를 내면서 야단치기보다는 논리를 세워서 설득하는 편이 낫다. 무엇을 잘못했고 그래서 어떤 벌을 받게 될지는 감정을 제거한 채 말하는 것이다. 아들을 혼낼 때면 흔히 ‘하면 안 돼!’라는 부정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정문은 아들에게 무력감을 주거나 반발심만 키운다. 긍정문을 사용해서도 충분히 아들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생이랑 싸우지 마” 대신 “동생과 사이좋게 말로 해”, “울지 마” 대신 “무엇이 슬픈지 얘기해 봐”와 같이 ‘하자’는 의미를 담은 긍정문으로 말하는 것이다.
때론 감정적인 표현은 쏙 빼고 약간 사무적인 태도로 차갑게 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냉소적으로 대해 상처를 주라는 말은 아니다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댄다고 아들의 행동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를 준 일은 말로만 끝내선 안 된다. 아들이 ‘나중’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단호해야 한다. ‘한 번 주의를 준 일은 반드시 끝내게 한다’는 원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는 아들을 지도할 때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이 아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아들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리 줘봐.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지시와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