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숲속에 원문보기 글쓴이: 산까치
충북알프스 개념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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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알프스에 관하여<2>
충북 보은군이 구병산과 속리산, 관음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충북알프스'로 지정, 특허청에 업무표장까지 등록해 화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두대간이나 태백산맥, 영남알프스 등은 옛 문헌이나 일반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하나의 고유명사로 굳은 것들.하지만 '충북알프스'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에 존재하는 산군을 엮고 등산로를 개설해 하나의 특정한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알프스인가?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인 충북 보은군의 정중환 부군수(57세)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사실 '알프스'라는 이름은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등의 산군을 일컫는 영남알프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능선으로 연결된 여러개의 산이 모여있는 것과 산세가 수려하다는 점 등이 닮았고, 충북의 산이므로 충북알프스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물론 산행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세계의 어느 알프스나 다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충북알프스'는 상표와 같은 개념의 업무표장으로 등록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알프스와는 구별되는 특이함이 있다. 상표법에 의하면 '업무표장은 YMCA, 보이스카웃 등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업무를 영위하는 자가 그 업무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한다. 즉, '충북알프스'라는 명칭과 로고는 보은군 외에 다른 어떤 단체나 개인이 사용할 수 없는 배타적인 권리를 지닌 것이다.
지난 5월 17일 특허청에 '충북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을 한 것이 알려지자 산지가 많은 충북의 모군의 군수가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제 충청북도에서 '충북알프스'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곳은 보은군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속리산, 구병산, 백두대간 등 기존의 명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충북알프스'로 묶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9월 보은으로 부임한 정 부군수는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군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인가 보은을 대표할 독특한 상품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속리산국립공원이 있기는 하지만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는 규모가 작고 등산로도 다양하지 못했다. 게다가 확연히 지방색이 드러나는 대표적 특산물이나 명소도 빈약했다. 그의표현을 빌면 '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했다고 한다.
"특별한 세수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지난해 입은 수해로 1,423억원에 달하는 재산 손실이 났지만 아직도 완전히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지요.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히 산으로 눈을 돌렸읍니다."
속리산 남쪽의 구병산은 이미 등산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산행대상지다. 화려한 산세와 원시림에 가까운 짙은 숲, 뛰어난 조망 등 어디에 내놓아도 뒤질 것이 없다. 그러나 구병산 하나로는 관광상품이 되기가 어렵다고 판단, 속리산 주능선과 북서릉을 연계해 총 43.9KM의 능선길을 '충북알프스'로 지정했다. 등산로 정비와 신설을 위해 본인을 비롯한 군청 직원과 공익요원등이 집중 투입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20여 차례 산에 오르며 위험한 곳에 로프를 설치하고 갈림길에는 '정중환 사람들' 이라 쓰인 리본을 매달며 코스 개발에 열중했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경관만을 바라보는 등산코스 개발만으론 외지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라 판단해 산행과 관련된 이벤트를 창안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황토등산이 그것이다. 건강 증진을 위해 발에 황토를 바르고 산행하는 이색적인 방법이다. 그는 황토등산을 통해 노화방지, 살균작용, 세포활력촉진, 소염작용, 노폐물 흡착작용, 생식기능 점진작용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황토등반과 더불어 '충북알프스'를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기념배지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정 부군수는 "지방화 시대를 맞아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의 자연환경과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을 구상하게 되었다" 면서 "이제 보은군은 충북알프스와 황토로 대표되는 고장이 될 것이며, 우리 고장을 찾는 등산인들이 정말 후회없이 즐겁게 산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 이라고 밝혔다.
충북알프스 답사기<3>
구병산~형제봉~속리산~관음봉~상학봉 43.9km ,2박3일 답사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발을 옮긴다.서쪽 하늘 아래로 해가 떨어진 지 이미 1시간이 지났다. 가을이라기엔 더운 낮기온에 옷은 축축이 젖어버렸고 다리에 휘감긴 바지 자락은 우직이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다.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무는구나!' 일행들의 입에서 비통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맑은 하늘 위로 흩뿌린 별빛의 향연. 도시에선 꿈도 못 꿀 호사다.
천구를 가로지른 미리내는 사금파리로 도배한 듯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고 있다. '너 산을 우습게 봤지. 아직도 한참을 걸어야 할 걸'. 싱글거리는 별들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들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꾸짖고 있었다.
오늘은 취재팀이 구병산에서 속리산을 거쳐 상학봉까지 이어진 43.9km의 긴 능선길 답사에 나선 둘째 날. 장고개에서 시작한 이날 산행은 결국 야간행군까지 강행하여 저녁 8시경에 목적지인 문장대에 도착했다. 거의 12시간 가까이 걸린 산행이었다.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을 포함한 이 코스는 최근 충북 보은군에서 '충북알프스'로 지정한 경관이 뛰어난 능선 코스다. 비록 지리산 주능선이나 설악산 서북릉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그 장쾌함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리산처럼 가슴 푸근한 육산의 면모와 현란한 설악산의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곳이다.
충북알프스 산행은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의 고시촌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언제인가부터 고시원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 촌이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10여 개에 이를 정도다. 어떤 연유로 이곳에 고시생들이 몰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書院(서원리)이라는 마을 이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다.
고시원 밀집지역 건너편의 서원교를 지나면 '충북알프스 시발점'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이곳이 장도의 출발점. 작은 수로를 건너 덤불 속으로 이어진 소로를 따르면 가파른 능선을 따라 뚜렷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수직고도 300m 가량을 끊임없이 올려치면 시야가 트인 넓다란 능선길과 만난다. 초입부 30~40분이 힘들다.
첫 봉우리에서 구병산 정상까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진다. 도상거리 약 5km에 불과하지만 4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동서로 이어진 능선은 마치 성곽을 쌓은 듯 곧바르고, 북면보다 남쪽에 바위 절벽들이 많아 멀리서 보는 산세가 장관이다.
고시촌을 출발해 2시간 30분만에 조망이 뛰어난 665m봉에 올랐다. 남쪽 마로면의 평야지대는 부드러운 가을 바람에 평화롭기만 하고, 북으로는 속리산 주능선이 바람맞은 불처럼 힘차게 일어서고 있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두 풍광이 사뭇 대조적이다.
이 봉우리를 조금 내려서면 일명 칼바위라는 20~30m 가량의 바위능선이 나온다. 말그대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 꼭대기를 균형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한다. 주변에 나무가 울창해 고도감은 덜하지만, 양옆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실수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비가 와 표면이 젖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통과해야할 구간이다.
칼바위를 지나며 길은 다시 숲속으로 잠겨들며 평온을 찾는다. 키 큰 나무가 가득한 오솔길을 상쾌한 마음으로 걷다보면 백지미재 직전의 안부에 물이 흐르는 곳이 나온다. 비 온 직후에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량이지만, 날이 가물면 마를 수 있으므로 이곳에서 물 얻을 기대는 말고 사전에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백지미재 직전의 753m봉 정상에서도 삼가저수지쪽으로 하산할 수 있는 샛길이 나 있다.버섯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다닌 소로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지만 등산로는 주능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곳곳에 산재한 암봉을 우회하는 길의 오르내림이 조금 심하다. 백지미재를 지나 구병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구병산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뒤 서서히 고도를 높여 바위봉우리 하나를 우회하는데갑자기 앞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버섯 따러 온 사람인가 하고 쳐다보는데 바위위로 제법 몸집이 큰 염소 한 마리가 뛰어오른다.
두어 굽이쯤 산길을 돌아간 뒤 구병리로 내려서는 하산로와 만나는 안부를 지나 다시 급경사를 올려쳤다. 853m봉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봉우리가 나왔다. 신선대다.조망도 뛰어나고 소나무 몇 그루가 적당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구병산과 1km가 넘게 떨어진 이곳에 구병산 정상표지석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힘들게 지고 왔겠지만 위치를 잘못 잡았다.
신선대를 지나 내리막길이 게속돼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으로 접어들며 산세가 평이해진다. 등산로는 숲 사이에 묻혀 바깥 풍경이 숨바꼭질한다. 자그마한 언덕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며 속도를 내본다. 신선대에서 2시간 정도 능선을 따르니 보도블록으로 정비한 널찍한 헬기장이 나왔다.
지금부터는 주능선을 버리고 북쪽의 지능선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던 능선은 낙엽송숲에 다다르며 천천히 숨을 죽인다. 자그마한 둔덕을 2개 정도 지나면 급경사의 내리막이 시작되고 이내 커다란 절개지가 보이는 장고개에 닿는다. 헬기장에서 40분 거리다. 총 9시간 정도의 산행 끝에 오늘의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장고개는 포장도로가 지나는 곳으로 상주 방향으로는 완전히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보은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이내 좁은 비포장도로가 시작되고, 대중교통도 없다. 자가용을 이용해 지원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구병리에서 민박할 경우 태우러 올 차량을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구간인 장고개에서 천왕봉을 거쳐 문장대까지는 고도 변화가 가장 큰 구간으로 답사과정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거리 17km 가량으로 최저 해발 400m에서 최고 1,057.7m의 천왕봉까지 오르내림이 큰 봉우리들을 10개 이상을 거쳐야 한다.
출발지점인 장고개부터 동관음과 장자동 사이에 이어진 임도까지는 평범했다. 단 중간의 532m봉 정상의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톱니처럼 돋아오른 구병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넓은 임도를 건너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 40분 정도 땀을 쏟으면 잠시 정상부의 능선이 나오다가 다시금 급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계속된 굴곡에 무릎이 시큰거린다.
형제봉은 엎드리면 코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능선의 심술이 만만치 않다. 백두대간과 합류하는 721m봉에서 잠깐 숨을 돌린 능선은 형제봉 정상까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803.3m의 형제봉 정상은 서너 명이 올라설 수 있는 바위지대다. 복쪽으로 도열하듯 늘어선 속리산 주능선의 바위봉우리들이 '올테면 한번 와보라'는 듯 위풍당당하다.
형제봉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상당히 좋아졌다. 첫째 안부인 넓찍한 숲속의 공터 피앗재는 종주대가 많이 지나간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야영하며 자그마하게 불을 피운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간종주에 임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까지는 끊임없이 오르막이 계속된다. 잠시 숨을 돌리려나 싶으면 다시 오르고 이 봉우리만 넘으면 되겠지 싶으면 그뒤로 보이지 않던 봉우리가 또 모습을 드러낸다. 전형적인 능선 종주길로 거의 쉬지 않고 걸었지만 형제봉에서 천황봉까지 4시간 가량 걸렸다. 곳곳에 대간 종주팀이 걸어놓은 표지리본이 걸려 있어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천황봉 정상으로 오른는 계단길 중간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샘터가 하나 있다. 바위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고여 생긴 것으로 수량은 적지만 목마른 이들에겐 생명수 같은 것. 취재팀이 답사했을 당시에도 물은 조금씩 흐르고 있었지만 주변은 그다지 청결하지는 못했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천황봉에 올라선 시각은 이미 저녁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젠 야간산행을 각오해야 할 때였지만, 해질녘 그곳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늘은 오랜만에 무더운 여름의 때를 벗은 듯 높은 양떼구름을 피워 올렸고,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그림자를 드리운 천황봉 아래로 굴곡 깊은 산등성이의 역동적인 실루엣이 물결치고 있었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 햇살이 드러누우며 그려내는 마술은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 그 어떤 최고의 조각품도 이토록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까? 대자연의 엄청난 조화에 취재팀 모두는 숙연해졌다.
천황봉에서 문장대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확실한 등산로이기에 1시간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붉게 타오르던 석양이 사라지자 칠흑같은 어둠이 온 산을 뒤덮었고, 그 검은 하늘에는 손톱만한 초생달만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이제 그저 감각으로 앞을 더듬으며 걷는 수 밖에 없다.
어둠 속에서 두 팀으로 나눠 문장대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하고 급히 갔더니 두 사람이 이정표를 쳐다보며 망연자실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입석대라니' 이제 겨우 반 정도 왔던 것이다.
문장대의 가물거리는 불빛과 함께 우리의 의식도 초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신선대 휴게소의 개 짖는 소리도 무심하게 들렸다. 만사가 귀찮았지만 한가지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식량을 가지고 문장대에 올라와 기다리는 지원대의 목소리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문장대 아래 냉천골 휴게소의 호의 덕분에 아랫동네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마음껏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깊은 잠은 들지 못했다.
오전 9시. 새벽부터 길을 재촉한 정중환 부군수까지 취재팀에 합류했다. 모두들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너무나 쉽고도 편할 거라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내리막의 연속인데다, 거리도 훨씬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릉이 들어찬 속리산 서북릉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감지하고 있는 사실. 적어도 9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문장대 철계단 시작지점 왼쪽의 목책을 우회해 골짜기로 내려서서 관음봉으로 향했다.
첫 봉우리부터 바위에 손발을 대고 몸을 비벼야 했다. 미로 같은 암릉 사이에는 붉은 색 페인트로 방향을 표시해두어 길을 찾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30분이 넘게 기고 걷고했지만 문장대의 모습은 멀어지지 않았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위를 타고 넘으니 또 다시그 자리.거북이처럼 보이는 작은 암봉을 돌아내린 안부에서 관음봉을 향해 올랐다. 씩씩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여러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펼쳐진다. 관음봉은 법주사 경내가 직선으로 내려다보이는 뛰어난 명당자리였다.
시원한 바람을 한껏 들이키고 다음 봉우리로 향했다. 한동안 숲속 내리막을 내려서니 널따란 안부의 속사치가 나타났다. 예전에는 도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간신히 소로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길흔적이 뚜렷하기로는 능선의 등산로가 낫다.
이곳에서 북가치를 거쳐 묘봉(874m)에 오르기까지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이 이어지는 육산이다. 중간에 점심을 들고 한 덩이 바위마당같은 묘봉 정상에 섰다. 상학봉과 활목고개 방향으로 시원스레 뻗어나간 바위능선들의 모습이 한 편의 시조처럼 운율에 맞춰 흥겹기만 하다.
묘봉에서 내려서는 곳에는 두 단에 걸쳐 길게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묘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타고 넘어 다음 봉우리를 우회하니 상학봉이다. 탑처럼 우뚝 솟은 정상으로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니 문장대부터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나 하나 밟아 와서 그런지바위봉우리들의 모습이 오밀조밀, 아옹다옹 정겹기만 하다.
이 능선은 활목고개까지 이어지지만 취재팀은 이곳에서 하산을 서둘렀다. 신정리 임도 끝에서 지원조의 승용차가 대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치된 로프를 이용해 넓은 치마바위를 내려온 후 내려다보이는 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은 여러 갈래로 나 있었지만 결국은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모두들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산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는 표정들이다.
*산행길잡이
완전 종주에 최소한 2박 3일 소요
구병산에서 속리산,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43.9km를 한번에 연결해 답파하기란 쉽지 않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능선 중간에 산장 같은 숙박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물이 귀해 야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통상 고시촌~장고개, 장고개~문장대, 믄장대~신정리 3개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는것이 좋다. 첫 구간인 고시촌 ~장고개 간은 구병산 주능선을 타는 코스로, 비슷비슷한 고도의 연봉들이 늘어선 본격적인 능선 종주길이다.
특별히 위험한 지점이 없고 탈출로도 여러군데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능선 중간에는 물을 구할 곳이 없어 사전에 충분히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거리는 약 15.7km에 9시간이 소요된다.
장고개~문장대 구간은 충북알프스 중 가장 거리가 긴 곳으로 이 구간의 돌파가 전체 산행을 어떻게 마칠 수 있는가 하는 관건이다. 중간에 천황봉에서 끊어 내려올 수 았으나, 상대적으로 다음 구간이 길어지고 천황봉까지 다시 접근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2시간을 더 투자해 문장대까지 가는 것이 좋다.
구간의 대부분이 육산이지만 고도차가 커 체력 소모가 심하다. 특히 문장대에 도착하더라도 속박을 위해 먼 거리를 하산해야 하기에 여러가지 면에서 힘든 구간이다. 다음 구간으로 산행을 이어가려면 차라리 물을 구할 수 있는 천황봉 주변이나 신선대, 문장대 등지에서 비박하는 편이 훨씬 낫다. 거리 약 18km. 12시간 소요.
마지막 구간인 속리산 서북릉 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자그마한 암릉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다. 코스는 문장대 표지석 왼쪽의 계곡으로 내려가며 시작된다. 곳곳에 페인트로 방향을 표시해 두어 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관음봉과 문장대 사이와 상학봉에서 신정리로 내려가는 구간의 바윗길이 가장 어려운 곳이지만 위험 구간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만약을 대비해 20m짜리 보조자일을 휴대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간에 힘이 달릴 경우 묘봉이나, 북가치, 속사치 등에서 하산할 수 있다. 거리 약 11.2km에 9시간이 소요된다.
*교통
서울에서 보은까지는 서초동 남부터미널(1일 15회 운행, 요금 8,400원)이나 구의동 동서울종합터미널(1일 18회 운행, 요금 8,600원)에서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청주에서도 오전 6시 35분부터 오후 8시 35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직행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상주에서는 속리산, 청주행 직행버스(05:30~20:30. 20분 간격. 1시간 소요)를, 대전에서도 속리산행 직행버스(05:30~20:20. 30분 간격. 1시간 40분 소요)를 이용해 보은으로 접근한다. 각 산행기점인 서원리, 구병리, 상판리, 신정리까지는 보은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보은 공용버스터미널 전화0433-543-1580.
승용차를 이용해 산행기점인 서원리로 갈 경우, 보은읍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가다 충북알프스 종합안내소인 말티휴게소에서 상주쪽으로 우회전 한다. 4.6km쯤 진행해 서원리로 들어가는 지방도로로 좌회전하여 2km 더 들어가면 고시촌이다.
구병리나 장고개는 말티휴게소에서 말티고개를 넘어 속리산 방향으로 가다가 갈목리에서 삼가저수지쪽으로 접어든다. 저수지를 끼고 난 좁은 도로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회전 하면 삼가초등학교가 나오고 이곳에서 오른쪽은 구병리, 왼쪽은 장고개로 이어진다.
신정리로 가는 길은 37번 국도에서 갈라진다. 말티고개를 넘어 속리산으로 접어들지 말고 37번 국도를 계속 따라가면 활목고개가 나온다. 고개에 이르기 3km 전에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신정리다.
*숙박. 안내소
보은군은 '말티타운'을 지정해 충북알프스를 찾는 외지 등산인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보은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4km 지점, 37번과 25번 국도가 갈라지는 삼거리 일대의 숙박시설과 휴게소가 말티타운이다. 현재는 충북알프스 종합안내소인 말티휴게소와 모텔 3곳, 레스토랑 1곳이 전부지만 추후 개발을 통해 숙박 및 유훙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차량으로 3분 거리에 위치한 보은농협 농산물특판장(0433-542-2416)에서는 특산물인 대추, 사과, 영지버섯, 양봉꿀 등을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다.
충북알프스 안내소인 말티휴게소는 승용차 20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넓은 주차장과 주유소, 매점 등을 갖추고 있다. 지도와 안내문, 모자와 기념배지 등 관광상품을 비치하고 산행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한꺼번에 200명 수용 가능한 식당은 단체 등산인들의 식사 장소로도 적당하다. 이 식당의 청국장은 구수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있다(0433-544-3477).
숙박장소로는 동원파크, 야송파크, 정이품그랜드모텔 등 3개 모텔이 있다. 깨끗한 방과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요금은 2인 1실 25,000원.
참고: 월간<산> 99년 10월호
첫댓글 개별로 속리산과 형제봉은 대간가는길에/ 구병산과 묘봉 상학봉도 일일 산행으로 다녀 왔지만 ~ 종주로 충북 알프스를 가는길은 아직 못 가봤지만 시간이 되면 함 도전해 보고 싶군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카피 좀 해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