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토끼 남자다
흥무초등학교 6학년 1반
최 준 영
나는 1999년에 태어난 토끼띠다.
십이간지의 띠 중에서 하필 온순하고 얌전한 성향을 가진 토끼해에 태어난 죄로
말 그대로 ‘남자 토끼’가 된 것이다.
물론 1999년에 태어난 친구들이 모두 토끼를 닮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내가 내 자신을
관찰했을 때 우리집 애완토끼 ‘토순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인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꾸중을 들으면 눈이 동그레지면서 놀란 토끼눈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땐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흐르고, 신나게 놀땐 이리 저리 폴짝폴짝 뛰어
다니고 특별히 시끄럽지도 특별히 거슬리지도 않은 모습이 그렇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어른들께 ‘사내 자식이 눈물을 흘리고, 징징대고,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 되겠냐?, 남자가 뭐든 씩씩하고 끈기있게 해야지, 친구와 싸웠을 땐 먼저 사과하는 게 진짜 사나이야, 남자는 항상 마음이 넓어야 돼, 남자가 모든 운동을 잘해야지...‘등등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게 된다.
그럴때마다 나는 난 왜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로서 해야되는 일이 이렇게 많을까?
정말 남자답다는 게 뭘까? 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기게 된 뿌리를
찾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수 천년간 이어져온 남아존중사상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강한 남성과 얌전하고 다소곳한 여성의 이미지가 굳어져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많은 나라에선 강한 남성의 이미지가 아닌 스스럼없이 부엌을 드나들며 요리
하고 육아를 함께 하며 가사 일을 함께 하는등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자들이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드럽고 여린 성격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나도 주위 모두의 바람대로 강한 남자이고 싶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도 먼저 눈물이 고이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놀란 토끼눈을 하게 되는 것이 내 잘못은 아니지 않나?
이런 온순한 성향의 나를 무조건 강하게 키워내 ‘진짜 사나이’로 만들고픈 우리 부모님과 그 자체가 ‘성차별’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이야기하고싶다.
각자가 태어나면서 가진 천성을 과감히 버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자신의 단점을 깨닫고 잘 보완해 나간다면 어디에서라도 자랑스럽게 토끼남자라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는 내가 결코 남자답지 못한 남자가 아니라서가 아니란 말이다.
부디 이 글을 읽게 될 많은 사람들부터라도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남자와 선머슴같은 여자를 손가락질하며 남자다워라, 여자다워라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가진 좋지않은 습관들만 개선시켜 나간다면 그 남성하나하나, 여성하나하나가 존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성차별의 가해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