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붐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 유술, 이른바 주지츠(Jiu-Jitsu)를 익히는 여성을 인터뷰하고 싶어 백방으로 문의한 끝에 찾아낸 ‘귀한’ 취재원, 애니메이터 노수진 씨. 브라질 유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도 몇 년 되지 않은 데다 취미 차원이 아닌 실력까지 갖춘 적임자를 찾아내기 힘들었던 탓이다. 브라질 유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1993년 최초의 무규칙 이종격투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UFC에서 유술의 명가 그레이시 가문의 일족인 호이스 그레이시가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눈을 찌르는 것과 물어뜯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공격도 가능하다는 이 무제한 격투 시합에서 브라질 유술은 일단 상대방을 바닥에 눕히기만 하면 백전 백승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유도가 상대를 땅에 매치는 데 그치는 데 반해 브라질 유술은 온갖 관절을 꺾거나 목을 졸라 몇 초 만에 항복을 받아낸다. 주지츠는 브라질에서 유술을 뜻하는 말. 노수진 씨가 몸담은 정심관의 김일구 사범에 따르면 초크, 암바, 기무라 등 주로 쓰는 기술은 열대여섯 가지 정도지만 변형을 하면 수천 가지가 넘을 수도 있다고. 여성에게는 좀 과격하지 않냐 싶겠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격투기의 경우에는 아무리 열심히 수련을 해도 남성의 완력에 당할 수 없지만 브라질 유술은 힘이 아니라 기술이 관건이라 작은 힘으로도 상대방을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만 자기보다 덜 나간다면 남자도 이길 수 있다는 게 노수진 씨의 말. 치열하게 사는 그녀에게 브라질 유술은 딱 어울린다. 4년 전 새벽 4시부터 늦은 밤까지 구두닦이, 한정식집 서빙, 편의점 캐셔, 리서치 조사요원 등 무려 5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체력을 키우려고 도장을 찾은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정심관은 본토인 브라질 유술 협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유일한 도장. 이곳에서 킥복싱을 추가로 배웠고, 무엇보다 이종격투기를 접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직업은 애니메이터. 그러나 경매 관련 자격증인 권리분석사에 조리사 자격증까지 갖추고 한때 바텐더도 했었다니 다재다능하기가 이를 데 없다. 요새도 바쁘긴 마찬가지. 주말에는 사부인 홍영규 관장이 교수로 있는 대구의 한 대학에 수업을 들으러 가고, 평일에는 일 끝나자마자 도장으로 달려와 3~4시간 꼬박 훈련에 돌입한다. 먼저 하체, 어깨, 목 부위를 중심으로 몸이 풀릴 때까지 스트레칭을 하고, 섀도 복싱을 3라운드 정도 한다. 사범의 지도를 받으며 각종 유술 기술을 연마하고 스파링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인 것은 내년에 이종격투기 선수로 데뷔할 예정이기 때문. 이미 재작년부터 권유를 받았지만 제대로 하고 싶어서 시기를 좀 늦췄다고. “운동량이 워낙 많아서 별도의 운동은 필요 없어요. 원래 운동 신경은 있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많이 건강해진 걸 느껴요. 유연해지고, 폐도 튼튼해져서 지금껏 감기 한 번 안 걸렸답니다. 한번 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