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트 하프시코드, 바흐의 악기?
by 최지영
大 바흐의 작품 가운데 류트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바흐의 류트-하프시코드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바흐의 소유악기 가운데 류트 하프시코드가 두 대나 있었으며, 그 악기들이 바흐가 의도대로 만들어졌다는 음악 학자들의 어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류트-하프시코드(Lute-harpsichord)란 무엇인가? Lautenwerk 혹은 Lautenklavizymel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우는 이 악기는 3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하프시코드를 닮은, 류트와 그 저음 변종들(테오르보, 아치류트 그리고 키타로네)의 부드럽고 섬세한 음향을 흉내낸 악기들은 상당수 존재했었다. 그러나 초기 악기에 관한 명확한 정보는 거의 없다. 그러한 악기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며 16세기 초반의 거친 판화를 제외하고는 동시대의 어떤 언급도 없다.
악기는 17세기 초반에서 18세기 중엽의 이론서에서 자주 언급되었다. 18세기의 류트-하프시코드 제작자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 가운데 바흐와 관련이 있었던 중요한 세 사람의 제작자가 있다.
함부르크의 하프시코드 명장, 요한 크리스토프 플라이셔(J.C. Fleischer)는 두 종류의 류트-하프시코드를 제작했다. 그 가운데 작은 것은 거트현으로 된 8피트 겹현을 가지고 있으며 음역은 3옥타브였는데 저음쪽의 2옥타브에는 4피트현이 부가되었다. 이것은 바로크 류트의 저음현(옥타브 차이가 나는 겹현)을 본뜬 것이다. 악기의 모습은 류트처럼 큰 조개껍질을 닮았다. 이보다 큰 악기는 Theorbenfluegel이라고 불리웠는데 전음역에 거트의 겹현을 썼으며 16피트의 레지스터가 있었다. 그리고 작은 악기와 마찬가지로 저음역에 옥타브 차이나는 현을 부가했고 고음역에 부가된 현은 유니즌으로 조현되었다. 그리고 금속재질의 4피트 레지스터가 있었다. 4피트와 16피트의 결합은 "섬세하고 벨 같은"소리를 냈다. 큰 악기는 작은 악기와 달리 보통의 하프시코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요한 니콜라우스 바흐(J.N. Bach)는 대 바흐의 재종형제로 예나(Jena)의 오르가니스트이자 하프시코드 제작자였다. 그는 류트-하프시코드를 여럿 만들었다. 작은 것은 한단의 건반에 거트현만을 사용한 것이었는데 그 음색이 류트 연주자들을 속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또한 두단, 세단 건반의 큰 악기로 만들었는데 그러한 악기에서 그는 한 현에서 플렉트럼이 튕기는 점을 조정하여 다이나믹과 음색을 변화시켰다. 또 저음역으로 한옥타브 확장된 Theornofluegel도 만들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바흐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은 라이프치히의 자카리아스 힐데브란트(Z. Hildebrandt)이다. 그는 1740년경에 아마도 바흐의 지시로 류트-하프시코드를 제작했다. 잠시 주변의 이야기를 하자면 마침 그 때 질버만이 마파이의 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악기, 즉 포르테피아노를 개발한 시점이었다. 바흐는 확실히 1747년에 프리드리히 대왕의 궁정에서 그의 악기를 연주했는데, 바흐와 질버만의 관계를 고려해보건데 아마도 1740년경에 질버만 최초의 악기들을 바흐가 시주해보고 악기에 대해 질버만과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흐가 새로운 악기에 그다지 호감을 보이지 사실인데 오늘날 어떤 학자들은 바흐가 포르테피아노를 시주한 이후 기존 건반악기의 음량과 음향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로 그 자신의 고안에 의한 류트-하프시코드를 힐데브란트에게 만들게 하지않았는가 라고 추정하고 있다. 즉 바흐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악기는 류트-하프시코드라는 주장인데, 유감스럽게 가장 실증적인 자료인, 바흐의 유산 가운데 포함된 류트-하프시코드가 오늘날 남아있지 않다.
힐데브란트의 악기는 보통의 하프시코드보다 약간 작으며, 8피트 거트현을 겹현으로 썼으며 류트 보다는 테오르보같은 소리가 났다고 한다. 여기에 4피트의 놋쇠현이 부가되었으며 여기에도 류트같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버프 스톱이 부가되었다. 악기의 음역이라던가 조율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Musica mechanica organoedi"에 인용된 바흐의 제자, 요한 프리드리히 아그리콜라(J.F. Agricola)의 증언에 따르면
"1740년경 라이프치히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디자인에 의해 자카리아스 힐데브란트가 만든 류트-하프시코드는 보통 하프시코드보다 작은 크기지만 모든 면에서 비슷하며, 겹현으로 된 거트 현과 작은 옥타브라고 불리우는 놋쇠 현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레지스트레이션(거트현 스톱만 쓸 경우)에서는 류트보다 테오르보 같은 소리가 나지만 류트 스톱과 코르넷 스톱(아마도 댐퍼를 쓰지 않은 4피트 놋쇠 현)을 함께 쓰면 그 소리는 전문 류트 연주자라도 능히 속일 수 있었다."
바흐는 분명히 하프시코드의 음량과 류트의 풍부한 음색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바흐의 작품 가운데 BWV 998과 BWV 996에 "류트-하프시코드를 위하여"라는 지시가 되어 있으나 확실히 바흐의 지시인지는 의심스럽다. 바흐가 류트를 연주할 줄 알았는가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음학학자들의 논쟁거리였는데, 바흐의 유산 가운데 류트가 포함된 점을 고려한다면 그 자신이 직접 연주했거나, 혹은 그의 가족 가운데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포함되었을 것이다. 또한 바흐의 친구 가운데는 바이라우흐(J.C. Weyrauch), 크레프스(J.L. Krebs)등 다수의 류트 연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바흐가 류트 서법을 모르고 작품을 썼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바흐 자신에 의한 태블러춰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은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현존하는 태블러춰 악보는 모두 바이라우흐 등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태블러춰가 아닌 오선보를 보고 직접 연주하는 방법도 있으나 오늘날에도 그렇고, 바흐 당대에도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바흐 자필의 태블러춰화된 악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가 모든 류트 작품을 류트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하프시코드 혹은 류트-하프시코드로 연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독특한 구성의 모음곡 BWV 995이 힐데브란트의 새로운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한 것이지만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가운데의 푸가를 제외하고는 건반악기의 서법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오래된 독주악기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에 푸가를 덧붙여 새로 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부족하다.
류트-하프시코드의 복원
류트-하프시코드 : 잃어버린 악기
by Anden Houben
(현재 Alabama주 Northport에 거주하고 있는 하프시코드 제작자로
류트-하프시코드의 복원에 관심이 많다)
류트-하프시코드는 몇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하프시코드와 다르다. 역사적인 참고자료들은 류트-하프시코드를 설계하는데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단순히 현을 금속에서 거트로 바꾸는 것으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거트현은 금속현에 비해 같은 피치에서 더 긴 현을 필요로 한다. 이 것은 더 큰 악기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주어진 피치에서 제대로 소리가 나는 것은 길이 뿐만 아니라 재질과 장력도 고려를 해야 한다. 저음역에서 현의 장력을 줄이고 두껍게 하는 "Foreshorting Technique"을 통해 악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 하프시코드와 비교해서 극단적인 포어쇼트닝은 류트-하프시코드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장력을 줄여준다. 따라서 구조물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데 이는 류트-하프시코드가 덜 강력한 거트 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 사운드보드는 하프시코드에서 보통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절반 정도의 두께를 가진다.
거트 현은 악기 디자인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친다. 거트 현은 금속 현에 비해 내부 저항이 크고 지속력이 더 작다. 따라서 모든 현에 댐버를 장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거트 현은 현의 배열에 영향을 준다. 고장력에서 금속현에 비해 두꺼운 거트 현은 좀 더 격렬하게 진동한다. 따라서 인접현의 간섭을 피하도록 공간이 필요하며 겹현은 실용적으로 가능한 최대의 간격을 벌린다.
하프시코드는 보통 한 현에 한 잭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류트-하프시코드는 여러 잭을 가지고 현의 여러 지점을 튕김으로서 다이나믹과 음색의 변화를 얻을 수 있다. 이 정교한 방법은 한단 이상의 악기에서 쓰이며, 여러개의 현을 쓰지 않고 공명이 잘 되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역사적 참고자료와 그것에 기초한 현대의 악기는 악기의 내부와 외부 모양이 류트와 같은 큰 조개 모양으로 되어 있으나, 또 다른 자료들은 일반 악기와 차이가 없음을 보인다.
사르케지의 류트-하프시코드
by Gergely Sarkoezy
(헝가리의 류트, 비올, 하프시코드 연주자이다)
내가 이 악기를 만들려고 했을때 나는 음향의 섬세함과 음색 조합의 다양함을 조화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나의 악기는 자그마한 한단짜리 모던 하프시코드를 류트-하프시코드로 다시 제작한 것이다. 악기의 최장현은 112cm이다. 거트현에 알맞도록 사운드보드는 얇게 만들었고 추가된 세번째 스톱을 위해 공간을 확보했다. 키 움직임을 더 쉽게 했으며 현의 질량증가에 따라 댐퍼 효과를 개량했고, 물론 현들을 다시 배열했다.
건반은 F1에서 f'''까지 5옥타브이며 세 개의 스톱, 즉 16피트, 8피트의 거트현과 4피트의 놋쇠 현을 가진다. 거트 현은 실제로는 류트용 나일론 현을 썼는데, 진짜 거트는 조율이 쉽게 바뀌고 플렉트럼의 타격에 너무 약해 쉽게 끊어졌기 때문이다. 금속 현은 류트와 어울리게 부드럽게 조현했으며 스톱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악기는 힐데브란트의 것과 유사하며 플라이셔의 테오르보플뤼겔을 생각나게한다.
다양한 스톱이 연주중 사용 가능하다. 16피트는 무릎이나 손에 의해 조작되며 8피트는 무릎, 4피트는 페달에 의해 작동된다. 두개의 거트현 스톱은 점진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다. 즉 이것은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 효과를 낼 수 있고, 음색을 점진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은 이 악기들이 만들어지던 시대에 기대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억제할 수 없다. 이러한 작용은 물론 극히 세밀한 플렉트럼의 위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레코딩에서 이러한 효과를 매우 적절하게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