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전 지역에서 자라고 있고, 그 품종 또한 다양하다. 소나무의 다른 이름은 육송(陸松), 적송(赤松), 여송(女松), 솔 나무, 소오리 나무, 솔, 암송 등이다.
소나무는 늘 푸른 침엽수로서 항상 변함이 없고,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다.
‘소나무 같은 사람’ 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변함없이 의리(義理)를 지키는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소나무는 우리에게 참으로 좋은 나무로 인식되고 있다.
“오오 솔이여! 솔은 진실로 좋은 나무, 백목지장이오 만수지장이라 하리니, 이 위에 무슨 말을 하겠는고! ” 우리의 대표작가 김동리의 수필 송찬(松讚)에 있는 글이다.
반도의 운명과 함께하는 소나무
이어령 선생의 소나무(종이나라)에 대한 얘기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소나무는 반도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소나무의 운명과 반도의 운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반도의 운명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과 척박한 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는 여러 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기암창송(奇巖蒼松) 이니, 백사청송(白砂靑松) 이니 하는 말에서도 암시되어 있듯이 소나무는 벼랑 위의 바윗돌이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난다.>
‘바람 잘 날 없는 한국인의 삶’과 풍설(風雪) 속에서 살아가는 소나무의 삶을 잘 비유했다.
이어령 선생은 또 “나무는 사람이다. 생물학적 분류로 보면 인간은 동물에 속해있지만, 수직으로 서 있는 자세로 보면 오히려 식물에 가깝다.”면서 “소나무를 보면 옛날의 우리 한국인이 보인다.”고 했다.
한반도의 운명과 함께하는 소나무-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소나무의 모습이 한국인의 삶처럼 고뇌의 연속이다.’는 말인 듯싶다.
엄동에도 / 솔잎은 얼지 않고 / 나무들은 / 뿌리만으로 겨울을 견딘다 /
모두 오염되고 / 파괴돼 있어도 / 생명은 얼지 않고 / 뿌리에서 오는 힘으로 넉넉히 / 새 봄을 준비한다. (김지하, 솔잎)
일본의 소나무는?
일본의 소나무도 한자로는 같은 송(松)이다. 그러나, 일본말로는 마츠(まつ)라고 한다. 일본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지만, 소나무도 좋아한다. 일본사람들의 정원에는 필히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그들은 소나무를 ‘신(神)의 의미’로도 보고 있으며, 존경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이유인즉, ‘풍설을 참고 견디며 낙엽도 지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소나무에 대해 각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설날(正月)에 집집마다 ‘카도마츠(門松)’ 라고 하는 소나무 장식을 세워놓고 새해를 맞는다. 소나무에는 영구불변, 장수의 의미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습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년)에 중국의 당나라에서 전래되었다고 한다.
백제와 일본의 관계에 있어서도 소나무에 얽힌 사연이 있다. 제25대 무령왕의 관(棺)이 일본에서만 나는 금송(金松)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소나무에도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역사의 깊이'가 송진처럼 진하게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일본에도 소나무가 대단히 많다.
‘무지개 (虹)의 송원(松原)’
필자가 ‘교류의 역사’라고 소개한 바 있는 가라쓰(唐津)라는 곳에도 소나무가 구름처럼 몰려 있다. 후쿠오카에서 차로 한 시간쯤 달리면 대자연의 터널, 즉 소나무 숲 터널이 나온다. 길이 5㎞, 폭 1㎞나 되는 흑송(黑松)의 송림(松林)이 장관이다.
현해탄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소나무 숲은 보기만 해도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백사청송(白砂靑松)의 아름다운 경관이 푸른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대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활처럼, 아니 무지개처럼 휘어져 있는 백사장과 송원(松原)은 살아있는 한 폭의 동양화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무지개(虹)의 송원(松原)’이다.
이 곳에는 얼마나 많은 소나무들이 모여 송원(松原)을 이루고 있을까?
“약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입니다. 여름철에는 하얀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 숲에서 삼림욕을 한답니다.” 가라쓰 관광회사 이노모토 츠카네(井本 束, 57세)씨의 말이다.
이 송원(松原)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태어났다고 한다. 가라쓰의 초대 번주(藩主)인 ‘테라사와 사마노카이 히로타카(寺澤志摩守廣高)’가 방풍(防風), 방조(防潮) 즉 태풍과 해일을 막아내기 위해서 소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400년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을까? 노송(老松)들의 구부러진 몸통과 가지들이 인고(忍苦)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은 일본의 3대 송원(松原)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NHK방송이 선정한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곳’ 전국 5위에 올라 있다.
‘소나무 에이즈’를 막아내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8년부터 부산의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하는 재선충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105년쯤에는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이다.
홍길동처럼 날아다니는 재선충을 막지 못하면 최악의 사태까지 갈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재선충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다. 그러나 ‘무지개의 송원’에는 재선충의 피해가 없다고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라쓰 관광협회 직원 ‘하야시다’씨의 얘기다.
“저희는 재선충이 알에서 깨어나는 6월에 집중적으로 약을 살포합니다. 하늘에서는 헬리콥터로 약을 뿌리고, 지상에서는 지상대로 사람들이 동원되어 재선충 박멸 작전을 펼칩니다.” 가라쓰현(県)과 가라쓰시(市)가 총 동원되어 특별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명승지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해서 맺어지는 값진 열매다."고 했다.
그렇다. 아름다운 자연은 결국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 진다.
‘넓은 바다, 푸른 파도, 하얀 백사장, 늘 푸른 소나무—’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대자연이다.
첫댓글 자료에 감사하오며^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