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박 범신
‘선명(鮮明)하다’는 것은
‘해 뜨는 동쪽(日)에서 달 지는 서쪽(月)까지의 넓은 지역을 밝혀주어(明)
사람을 새롭게 한다(鮮)‘는 뜻으로 볼 수 있고
‘땅이 동쪽에 있어 해를 가장 먼저 밝힌다’는 뜻도 있다.
-김정호, 대동여지전도 서문
일찍이 제나라 강토를 깊이 사랑한 나머지 그의 온 생애를 바쳐 지도의 길을 걸었던 고산자. 드높고, 외롭고, 옛 산에의 꿈을 잃지 않았던 고산자. 그가 바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다. 그는 조선후기 때 사람이라고만 알려져 있지 어디서 태어났으며 언제 작고했는지 그의 신변에관한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던 당시는 흥선대원군 때였으니, 시파의 안동김씨와 벽파의 풍양 조씨의 입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던 것이 조선의 실상이었다. 천주교가 들어왔고 기해박해와 신유박해에 의해 천주교인들이 무참히 처형되었던 시절 김정호의 일가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일제 강점기 때 민족말살 정책에서 였을까. 지도제작을 도왔던 많은 사람들은 그대로인데 오로지 김정호만을 표적으로 삼은 탓인지는 모르지만 그에 관련된 것들이 모두 궁금증으로 남는다.
지도로 인해서 국가의 모든 정보가 새어나가니 마땅히 불태워 없애버려야 한다고 한 조선의 위정자나 조선의 얼을 말살하려는 일본인들이나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름난 산과 갈라져 나온 산은 산의 큰 근본이다. 그 사이에 우뚝 솟은 것도 있고 나란히 솟은 것도 있고 연접하거나 중첩해 솟은 것도 있다. 큰 강과 갈라져 나온 지류는 물의 근본이다. 그 사이에 돌아 흐르는 것도 있고 갈라져 흐르는 것도 있고 합쳐 흐르거나 끊어져 흐르는 것도 있다. 이처럼 김정호는 백두산을 아홉 차례나 오르고,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마르고 닳도록 바람의 길을 따라서 오르고 내렸을 그의 고달픈 여정 속에서도 마치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에 동화되어온 삶이 그윽하다. 얼마나 산을 좋아했으며 물을 좋아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의 정신 속에는 백성을 생각하는 실학의 정신이 올곧게 뿌리내리고 있었음이랴. 자연에서 삶의 근본을 알고 땅의 요긴함과 해로움을 알아내고, 급한 것과 느린 것을 살피고 마음속으로 판단해 생과 사를 손바닥 위에서 뒤집듯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산자에게도 과제는 남아 있다. 왜 독도를 빼고 지도를 제작하였는지. 그리고 간도는 왜 빠뜨렸는지. 참으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그의 온 생애를 바쳐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지도제작에만 정진해온 그의 삶 앞에서, 정신을 넘어서는 그의 몸(MOM)철학 앞에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것이 조선의 진정한 實學정신일 것이다.
첫댓글 <조치원> 이란 시 생각나네요..^^ 고산자 김정호.. 새겨봅니다. 선명하다의 뜻도 알게 되네요..^^ 박범신 참 대단한 작가예요.^_^
레베카님.. 이 시 보고 다시 생각나 읽게 되었습니다... 팩션은 도증과 사료를 토대로 소설을 써야하니 고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대동여 지도, 자연에 동화된 어느 성인의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며, 조선의 진정한 실학정신을 다시한번 돌아봅니다
평생을 지도에 갇혀서 살아낸 삶이 어땠을까요.. 그래서 이리 크나큰 업적을 남겨놓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