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창립회원국 신청을 마감한 결과 참가국 규모가 50개국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1세기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이 새삼 확인되는 시점입니다!
1)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이 며칠 동안 화제가 됐는데요. 어떤 기관입니까?!
아시아 개발도상 국가들의 사회간접자본, 즉 경제활동 기반이 되는 시설이나 자본을 구축하려는 은행을 의미합니다.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도로, 항만, 철도, 공항, 전기, 통신 같은 기간시설을 아시아 개도국들에게 확충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입니다.
‘아시아 투자은행’ 이전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아시아 개발은행’이죠. 1966년 창립됐는데, 우리나라는 원년 가맹국입니다. 아시아 경제개발을 목표로 설립되었고, 가맹국은 67개국입니다. 일본의 출자금 비율이 가장 높고 역대 총재가 전부 일본인입니다.
2) ‘아시아 투자은행’은 습근평 중국 국가주석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던데, 어떤가요?!
‘아시아 투자은행’은 습근평 주석이 2013년 10월 처음 제안한 것으로, 일단 자본금 500억 달러 (약 56조원) 규모로 출발한 뒤 자본금을 1천억 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아시아 투자은행’은 아시아를 위한 중국의, 중국에 의한 은행으로 보입니다.
3) 이번에 우리나라도 미국 눈치를 보다가 마감시한 직전에 가입의사를 밝혔다지요?!
그렇습니다. ‘아시아 투자은행’ 회원신청 마감일자가 지난달 31일 저녁 6시였습니다. 한국정부는 3월 26일 중국에 가입의사를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은행과 아시아 개발은행에 대응하는 중국정부의 투자은행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의 눈치를 극심하게 본 것이죠. 여기에 끼어든 것이 이른바 ‘사드’입니다.
미국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교부의 입장이 몹시 곤혹스러웠다고 전해집니다. 중국에서 돈 벌어 미국을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가, 하는 문제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방을 미국의 군수업체 결정에 따라야 하는가, 하는 문제 등이 제기된 겁니다.
4) ‘아시아 투자은행’에 가입을 신청한 나라들의 면면을 알려주세요!
중국정부 발표에 따르면 회원국은 오는 4월 15일 확정된다고 합니다. 마감시한이 임박해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에스파냐, 이스라엘 등이 신청서 제출하여 51개국이 가입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동북아에서는 중국과 한국,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0개국,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6개국,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흐와 우즈베크 등 4개국, 유럽에서는 잉글란드, 프랑스, 도이칠란트 등 15개국,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터키와 이집트 등 7개국,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참가했습니다. (대만은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서 제외!)
세계경제대국 20개 나라 가운데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16개국이 가입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안마당인 북미와 강력한 동맹국 일본을 빼고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죠.
5) ‘아시아 투자은행’이 설립되면서 습근평 주석의 '일대일로‘가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만?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육상과 해상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의미합니다. 2,200년 전 세계 최강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의 의미가 짙습니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 (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축이죠. 일로(一路)는 명나라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길로 해상 실크로드입니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 해협을 거쳐 인도양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축과 연결됩니다.
중국은 육상과 해상의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위안화를 결제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경제권’을 제시한 것입니다. 60여 개 나라의 44억 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실로 장쾌하고 웅대한 구상입니다. (유라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러시아의 야심적인 철도구상!)
6) 세계 각국의 투자은행 참여로 인해 일본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4월 1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합니다. “이 정도로 (많은) 나라가 참가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요미우리>는 “애초 4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사태를 상정하지 않은, 일본외교의 오판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전후 (戰後) 국제금융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움직여왔고,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과 동행하여 일정한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전제한 뒤 “21세기 중국의 대두로 국제금융 질서가 크게 바뀌려 하고 있다”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은 앞으로 일본이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일본에 던지고 있다”고 아프게 지적합니다.
7) 투자은행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잖은 문제를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정부는 경제적 실익을 앞세워 아시아 투자은행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유지해온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큰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유럽~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겠다는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다른 말로 ‘코리아 실크로드’ 기획입니다. 한반도 종단철도를 중국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하려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의 ‘투자은행’ 설립으로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