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과 바람 / 정완영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해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어졌다가 되찾아 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 같은 친구 좋아
꽃잎과 바다 /000
꽃잎 같은 친구 좋아
언제나 아름답고 예쁜 꽃을 피우는 꽃잎처럼
바다 같은 친구 좋아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을 넉넉하게 보듬어 주는 바다처럼
공기와 햇볕 / 000
공기같은 친구 좋아
언제나 내 옆에서 함께해 주는 공기처럼
햇볕같은 친구 좋아
따뜻하게 온 땅을 내리쬐는 햇볕처럼
가족과 햇볕 /000
가족 같은 친구 좋아
곁에서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어서 좋은 가족처럼
햇볕 같은 친구 좋아
따뜻하게 온 땅을 내리쬐는 햇볕처럼
토마토와 물 /000
나는 토마토가 좋아, 토마토같은 친구 좋아
씹으면 시큼한 즙이 터지는 토마토처럼
같이 있으면 매력이 터지는 그런 친구 좋아
나는 물이 좋아, 물같은 친구 좋아
변하지 않고 맑은 물처럼
한결같이 나를 이해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친구 좋아
상처가 더 꽃이다 /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 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물러섰다
둥치도 가지도 꺽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추억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축축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 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으로 보이는가
백 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 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 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청춘이 진짜 꽃이다 / 유알영
어린이들은 놀고 성장하기에 힘든 환경에
부모님들은 어린이 돌보기에 문제가 심각하고
다양한 사건 사고로 나라가 시끄럽다
입양아 문제 영아 살해 문제 어린이집 문제 등으로
나라의 둥치도 가치도 꺽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고통의 진물은 얼마나 아프게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아이들 가슴에도 부모의 심장에도 혹이며 구멍들이 험상궂다
중년과 노년의 허리는 놀릴 대로 놀리고 휠 대로 휘어
개미처럼 바삐 오르내려도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라고 애를 쓰지만
나이는 무서운 숫자가 맞다
그 숫자만큼 부모님들도 노인들도 고통의 수치가 높다
의연하고 의젓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청춘이다
당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힘이 있고 용기가 있지 않은가
가정과 나라의 기둥 아닌가
유소년기에 조금 기회를 놓쳤더라도 아직 충분하다
어른들의 지혜가 아직 부족하더라도 노력하면 된다
누가 뭐래도 청춘이고 아름다운 무지개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존재 자체가 승리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고 장벽들이 가로막혀도
울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의 사람들이다
이보다 든든한 자격증이 어디 있는가
이보다 탄탄한 황금이 무엇이겠는가
이 아름다운 선물을
아랫 세대를 끌어주고 윗 세대를 밀어드리면서
가정도 나라도 살리는 데 사용하라고
하늘이 주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