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고 싶은 한국인들은 힘들다. 정기 예금 금리는 낮아지고, 물가는 올랐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세상이 됐다. 몇 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아파트값은 정체 또는 하락세. 투자 대상으로는 그저 그렇다. 임금을 계속 받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 일하는 자리가 58세, 60세까지 보장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방법은 없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부자될 방법은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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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중소기업 사장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 들어오면 ‘취직 했으니 이제 결혼 해야죠’라고 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결혼은 엄두조차 못 낸다’고 하네요.”
불안정한 미래, 현재 받는 월급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집값 등을 따져보면, 매달 얼마씩 저축해서 결혼 자금 만들고 집을 사는 계획 자체가 아예 머릿 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부모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이들 교육시키면서 집을 마련하고 보니, 퇴직 후 남은 것은 아파트 한 채에 약간의 현금이다. 그러나, 이자는 너무 낮다. 아이들을 결혼이라도 시키려면, 집을 줄여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결혼하는 자식에게 웬만한 곳의 전세라도 얻어주고 나면, ‘우리는 어찌 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한 번에 쉽게 수억원을 만들 방법이 없나 찾는 사람이 많아진 모양이다. 그러나 사상 최저의 저금리 하에서도 가장 좋은 재테크는 열심히 일하고 번 돈을 남보다 알차게 모으고, 쌓인 돈은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매달 받는 월급 적당히 쓰고 남는 것 있으면 그냥 은행 월급 통장에 둔다. 그 돈 늘려봐야 이자 얼마나 붙겠나”라거나 “돈이 있어야 재테크를 하지”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걱정된다.
또 한국 사람은 지나치게 자기를 너무 믿는다. “살다 보면 어찌 되겠지 뭐 산 입에 거미줄 칠까”라는 사람부터 “전문가한테 맡겨 보니 답답하기만 하고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백번 낫다”라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나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는 재테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힘을 빌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 핵심에 펀드가 있다.
◆ 펀드 이외에 별다른 대안은 없어
펀드는 기본적으로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신탁 금융 상품이다.
은행 예금은 은행이 아무리 영업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어도 정해진 금리만 예금자에게 준다. 반면 펀드는 운용기관이 높은 수익을 내면 가입자에게 더 높은 수익을 준다.
물론, 펀드는 은행 예금과 달리 운용기관이 운용을 잘 못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한국인들이 재테크 수단이라고 하면 은행 예금밖에 모르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기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앉아서 손해만 봐야 한다. 다른 말로 바꾸면, 실적 배당 상품인 펀드에 일정 정도의 자산을 넣지 않으면, 돈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낮아진 저금리시대라는 점을 모르면, 앉아서 손해보는 세상이다.
◆ 저금리 익숙한 선진국 사람들은 펀드가 낯설지 않다
한국보다 앞서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는 선진국을 보면, 만성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을 제외하면, 펀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생활화돼 있다. 펀드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사실 선진국 사람들은 노후대비도 펀드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들은 확정금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방식의 재테크 보다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서서히 펀드쪽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까지 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연기금 등도 주식형 펀드를 가입할 수 있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미 대세는 펀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 펀드를 알기 위한 체크 포인트 10개
우선, 다음에 제시하는 펀드 관련 사항 중 여러분은 얼마나 해당되는지 한번 체크 해 보자.
1. 월급을 단 하루를 맡겨도 연 3%가 넘는 이자를 주는 MMF(머니마켓펀드)와 연계한 계좌로 받거나 월급을 곧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MMF 계좌로 옮기고 있다.
2. 미래를 위해 매달 월급의 10% 이상은 장기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넣고 있다. 특히 ‘신연금 주식형 펀드’를 활용해 연말에 240만원(월 20만원 납입 기준)의 소득 공제혜택까지 받고 있다.
3. 추석 이후 나오는 보너스는 매년 배당투자와 관련한 펀드에 넣는다.
4.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되면, 인덱스 펀드(주가지수를 따라가는 펀드)를 엄브렐러 형태(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등으로 바꿀 수 있는 형태)로 활용해 투자하되 5~ 10% 정도 수익이 나면 채권형 펀드나 MMF로 돌려놓고 있다.
5. 내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와의 차이점과 장단점에 대해 알고 있다.
6. 같은 채권형 펀드라도 투자한 채권의 신용등급이나 종류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7.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시기에 투자를 종료할 수 있도록, 선취 수수료(가입시점에 펀드 운용 수수료를 떼는 것)가 있는 펀드를 선택했다.
8. 펀드매니저의 과거 실적, 현재 운용계획 등을 비교해 무조건 좋다고 권하는 펀드보다 나한테 맞는 펀드를 선택했다.
9. 지난 2003년 카드채 대란 때 역발상으로 카드채 전용펀드를 가입해 높은 수익을 낸 적이 있다.
10. 재테크 기사에서 펀드와 관련한 정보에 관심이 있으며, 나오는 용어 대부분을 이해한다.
◆ 월급 통장부터 제대로 관리하기를
이 중 몇 가지나 해당되는가? 만약, 한가지도 해본 경험이 없다면 당장 1번과 2번은 이번에 돌아오는 월급날부터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3번 부터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 하나 따져 접근해야 하겠지만, 1, 2번은 이미 그 동안의 투자실적에 근거할 때 과거 고금리 시대만큼 알찬 성과를 가져 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월급을 MMF에 넣으라는 1번의 경우는 ‘단 한푼을 단 하루라도 단 0.1%포인트라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계좌에 넣자’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휴일에도 은행 현금지급기를 통해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다. 이 계좌로 각종 공과금 결제도 가능하다.
2번에 언급한 장기 적립식 주식형 펀드는 생각보다는 수익이 훨씬 안정적이다.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은 해외의 유명 자산운용 기관들이 운용하는 해외 적립식 펀드도 있으니 이용할 수 있다.
◆ 펀드는 공부하는 사람에게 수익을 준다
만약, 또 체크 포인트 10가지 중 3가지 이상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오늘부터 당장 내용을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만약 본인이 정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펀드의 기초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 세대가 어른이 됐을 때 펀드를 모른다면, 전혀 재테크를 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점은 10가지를 다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계속 펀드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금은 누구나 똑 같은 성적표를 받지만 펀드는 같은 시기에 들어가도 관리 방법과 노력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성적을 얻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 증권사·투신사 홈페이지 등에 떠 있는 펀드 관련 정보를 놓치지 않고 수시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공들인 사람이 더 크고 알찬 결실 얻는 것이 펀드 투자의 매력이다. 해보지도 않고 내용도 잘 모르면서 위험해서 싫다는 편견은 이 시대에 적용되지 않는다. 저금리가 펀드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