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라마순이 올라왔었다.. 사상 초유의 규모를 자랑 한다던
그 라마순의 한가운데, 집에서 집지킬 생각도 안하고..(참고로 작년에 우리집 침수 당했었지요..)
그렇게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태풍은 우리나라에만 온게 아니라..
내 맘을 사기당한 나..라마순은 내게 비를 내리던걸..
토요일 하루를 미친듯이 보내고..일요일 밤 12시가 되어서 집을 나섯다..
칵테일 바에서 밤을 센 나는..
아침에 청량리 역으로 향했다..
첫차가 6기 30분 즈음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시간 뒤쯤에 있을거란 예상에, 7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근데.. 8시란다.. #521 청량리에서 제천..
기차표를 발권받도 이제부터 뭘하나 고민하다가, 500원에 15분 할수있는
컴터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기차를 타러 내려갔다..
그런데... 내가 오늘 탓던 무궁화는 이때까지 볼수 없던 초특급 무궁화였다.
문은 두배로 넓고,, 객차사이의 문은 투명문이고, 화장실도 짱 좋고,
의자도 빨간색이 아닌, 다른 참신한 쌔끈한 시트였으며,
창도 훨씬 넓어진 좋은 창이었다..무엇보다 옆에 사람이 없어서,
너무너무 편하게 갔다는 거지..
하룻밤을 꼴딱
샌 나는 첨에는 잠도 잘 오질 않다가.. 어느센가 잠이 들어서
제천에 가까워갔을때는 이 기차를 타고 동해까지 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그치만 처음 목적지가 제천 의림지였으니까.. 피곤하고 감기는 눈을 안고
기차에서 내려 제천 역밖으로 나왔다. 어느 지방의 역이 다 그럿듯..
기차역 밖에는 이상한 아저씨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꼭 여기 사람인마냥 길도 모르면서 그렇게 무작정 앞으로 나왔다.
의림지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타는지도 몰겠고..
날씨는 덥고 피곤하고..
그렇게 해매는데, 시장입구에 과일가게 아주머니께 의림지로 가는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여쭤보았다. 근데,, 한번에 아주머니는 알아보셨다. 어디서 왔느냐고,,
남자친구랑 같이오지 왜 혼자왔냐고..근데 그 복잡한 사연을 말하기 싫었던 나는 그냥 이틀전에 헤어졌다고 얼버무렸다...
"어휴.. 그래? 바람쐬러 왔구만.. "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신걸 시작으로.. 정말 자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마음이 심난해서 떠난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거.. 정말 좋은것 같다..생각을 하고.. 의림지로 갔다.
평일.. 그것도월요일 한낮이라 그런지..
낙시를 하는 아저씨들몇몇을 재외하곤... 사람도.. 상인들도..
내가원한 조용한 그런 곳이었다.
잔잔한 물결을 보면서.. 내가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거지..
저 산도. 저 나무도 이 물결도 이렇게 평화로운데,, 왜 내 맘은 갈피를 못잡는건지..
저 산에 있는 저 나무는 평생을 한자리에 있으니 얼마나 지루할까..
그런데, 날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내가 갈 수 있는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난 얼마나행복한가...
잘먹고 잘살아야지... 날 버리고, 내게 거짓말 했던 사람들,
냉정하게 돌아서던, 내가 애타게 바라던 그 사람들을 애써지워내며,
어김없이 가슴을 쓸어야 했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꼿꼿이 일어서야지..
세상은 잔인하기도 하지.. 견딜만 하면, 혼자인게 익숙해지려하면,
운명처럼 다가서는척 하는 사람을 내곁에 보내구선, 또 속아넘어가느냐고..
그렇게 세상을 모르냐고..
인연이란게 그렇게 쉽게 찾아오는줄 아느냐고..
이제 내게 그러지 말았으면.. 아프다고 힘들다고 외롭다고 우는 소리 하지 않을테니.. 이젠 어떻하면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앞만보고 달리겠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게로 떠나는 여행에서 그렇게
다짐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과일가게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려 들럿다..
밥먹고 가라며, 밥까지 사주시고... 언제든지 힘들면 찾아오라고..
그리고 자신의 사랑얘기도 들려주셨다.. 인연은 따로 있는 거라고..
지금 가슴아프지만, 인연이 아니라 생각하라고..
참 좋은얘기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난생처음보는 낮선 사람에게 이렇게 따뜻한 아주머니..
겉으로 보면, 한 낱 과일가게 아주머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 나이 반백이 되어서 저렇게 인생을 여유롭게 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저렇게 넉넉한 웃음을 지니고 살 수 있을까..
인연이 아닌 만남들에 집착하면서
너무너무 세상탓만 하고 살고 있지는 않았나..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돌아오는 제천역에서 개표를 기다리며, 스템프를 찍으러 갔다.
내 다이어리에다 스템프를 찍고 그 분의 성함과, 날짜.. 기분좋은 인사를 나눈뒤,, 기차에 올랐다..
언제 태풍이 왔었냐는듯.. 하늘은 맑았다..
앞으로의 나도, 저렇게 맑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기차에 올랐고,,
멀어지는 풍경을 뒤로하며, 기차는 달려 청량리로 왔고, 언제가 한번
본듯한 안면이 있는듯 없는듯한 여객전무님을 보며, 인사를 해볼까
말까 고민하다 집으로 와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아....
산다는건.. 그리고..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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