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사운드페스티발 숨은고수에 응모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흐르는 음악은, 윈디캣의 "windy cat"이란 노래구요.
여러분들의 평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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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 Cat
90년대 "너바나"의 열풍과 함께 신촌과 홍대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한국의 인디씬은 코코어나 허클베리핀등의 많은 얼터너티브밴드들의 탄생을 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 블러등의 브릿팝의 영향과 맡물려 국내에도 다양한 모던락밴드들이 결성되었는데, 이들은 전형적인 얼터너티브락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밴드 "윈디캣" 멤버들 역시 90년대 중후반에 고교시절을 거쳤기 때문에 당시에 "너바나"를 추종하면서 얼터너티브 음악에 자연스레 빠지게 되었고, 라디오헤드와 블러등의 영국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얼터너티브는 죽었다"고 사망선고를 한지 이미 수년이 지났고, 국내서도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얼터너티브 락을 아직도(?) 하느냐고 질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의 답은 간단하다. 음악이라는 건 좋아서 하는 것이지, 유행에 맞춰서 하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커트코베인을 흉내내며 기타를 처음 잡아본 고등학교 시절의 그 순수함과 열정을 음악을 통해 지속시키고 싶은게 그들의 생각이자, 마인드이다.
윈디캣의 음악이 귓전을 때리는 순간 당신은 그들의 음악이 흔해 빠진 락음악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신"만을 앞세워 달리는 펑크류나 그런지 음악도 아니다. 오히려 연주와 곡 구성에 신경을 써서 신선하고 귀에 쏙쏙 달라붙는 모던락을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음악이 연주의 전체적인 조화와 친숙한 느낌의 곡전달에 큰 비중을 두어 라디오헤드 스타일의 다소 말랑말랑한 느낌도 들지만, 직접 클럽에서 윈디캣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정말 소름이 끼칠정도의 긴장감이 드는 "너바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2002년 여름 그들은 쌈지사운드페스티발 숨은고수 1차 통과후 최종 오디션에도 출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최종 심사에서는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 후로 2년간 꾸준히 자작곡 작업과 지속적인 공연으로 고수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윈디캣의 기타연주는 곡 전체를 자유롭게 누비며 매우 역동적이면서, 때로는 서정적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백그라운드 뮤직과 달리, 그들의 음악은 어느새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즉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멜로디와 가사가 노이로제처럼 다시 들려오기 때문이다. ’안정’속에 언제나 절제할 수 없는 절제로 변혁을 꿈꾸다 어느새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리는 듯한 곡들로 가득찬 윈디캣의 노래들은, 그들 가사의 비아냥거림을 자신의 생각들과 동일시하게 되버리고, 이내 윈디캣의 노래들이 자신의 노래가 되버리는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삼류 아티스트의 흔해 빠진 록 음악이 아닌 일류로 비상하려는 독한 고양이들의 힘찬 날갯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여전히 홍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오늘의 인디씬이 한국의 락밴드를 크게 "서울"밴드와 "지방"밴드의 이분법적 구조를 만들어 사실상 "지방"을 기반으로 결성된 밴드는 매체의 도움없이는 대중적으로 알려지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불리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간혹 지방밴드라고 하면 "실력이 떨어진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밴드 "윈디캣" 역시 그동안 "지방"밴드라는 그늘에 가려져 서울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에 비해 불합리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성이 비록 지방도시의 아주 작은 합주실에서 이루어 졌지만, 이제 그들은 광주의 윈디캣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의 윈디캣으로서 새로운
"얼터너티브락"을 주도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