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30 (2011.08.06)
6.2km (542.1km)
(격포항 - 이순신 세트장 - 궁항 - 상록해수욕장 - 솔섬 . 전북 학생 해양수련원)
바다 민박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하고 길을 나선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벌써 해는 중천에 올라 선듯하다.
격포항 주차장에는 언제 모여 들었는지 벌써 피서객의 차들이 가득 차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8월 삼복염천의 더위가 아침부터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오늘도 다 죽었어!”
게다가 아침부터 불편한 허리로 설거지를 하느라 벌써 땀을 한판 흘린 뒤라 더 한 것 같다.
좀 치사한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말을 안했지만 오늘 아침에도 부엌의 책임자로 나와 감사님이 걸렸다.
감사님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끓였지만 설거지는 내가 또 걸렸다.
왜 그렇게 감사님과 내가 부엌을 못 벗어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나이롱 뽕을 해도 4자 뽑기를 해도 매일 걸리니 화투로 의사결정을 하던 그 때부터 하루에 한 번은 꼭 걸려서
처음은 웃으면서 재미로 했지만 지금은 화투에다가 나와 감사님이 모르는 표시를 나머지 사람들이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물론 그래서 화투를 바꿔도 봤지만...
특히 회장님은 분명히 자기만 아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매일 이럴 수가 없지....
화투가 모름지기 “운7기3” 아닌가?
그리고 나이롱 뽕이 말 그대로 나이롱 뽕인데 50점씩을 접어주고 들어가도 나와 감사님은 매일 웃음꺼리가 되고 마니
매일 상위권에서 맴돌며 사람 속을 깐족깐족 딴죽을 거는 회장님은 운이 10인지 기가 10인지
매번 꼬임에 넘어가 부엌 띠기가 되는 내 입에서는 이런 말만 나온다.
”에이 망할 놈의 돼지뽕. 흐흐흐 (기분은 너무 안 좋지만 그래도 체면은 있어 애써 감정을 감추고 웃는 웃음) “

격포항 제일 남쪽 끄트머리에 오니 비행기도 있고 군함도 있고 전차와 미사일도 전시가 되어있다.
요즘 해변가에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간업자들이 입장료를 받으려 만든 것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퇴역 군함, 전투기들을 많이 가져다 놓았다.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좋고 관광 수익을 올려도 좋지만 남들이 다하니까 우리도 하자라는 식의 개성도 없는 정말로
전시행정은 좀 무리가 있다.
바로 이곳이 부안군에서 만들어 놓은 마실길 1구간 3코스의 마지막이자 2구간 1코스의 시작이다.
오늘의 장정은 2구간 1코스의 오르막 계단으로 시작이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 격포항 봉화봉으로 향한다.
지난 달 장정도 참여를 못하고 어제도 지원조를 하여 장정을 3일이나 하지 못했다.
하늘의 정수장이 구멍이 났는지 한 달 이상을 내리는 비는 사람의 마음까지 축축하게 만들었지만
오늘같이 맑은 날의 해바라기 장정은 여름 땡볕에 마른 모시처럼 마음을 빠닥빠닥하게 만든다.
잠깐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고 굽이돌아 산길을 오르니 봉화봉으로 오르는 길과 이순신 세트장으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정확하게는 봉화봉으로 올라 세트장으로 가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장정은 위로 올라가는 것 보다는 옆으로 돌아가는 것이 법칙이니 돌아가기로 한다








잠시 포장된 콘크리트길을 따라가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나온다.
여수에 있었던 전라좌수영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은 여러 가지로 짜임새가 있다.
업무를 보는 동헌, 수루, 연병장(광장), 바닷가 훈련장, 일반 평민 마을 등 작지도 크지도 않게 상당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깔끔하게 관리도 잘 되어 있고. 마실길까지 품고 있으니 봉화봉을 오르면 거친 숨을 내뵀던 나그네들이
잠시 숨을 고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기에 최고다.
만약 격포항에서 보았던 군함과 비행기 대신 이곳 바닷가에 거북선과 군선들을 재현해 놓고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마실길은 기획자체가 여느 길과 많이 다르다.
썰물 때와 밀물 때에 걷는 길이 조금씩 달라 걷는 이들의 안전과 코스의 다양화를 세심히 배려했다.
곳곳에 튼실한 나무 이정표가 믿음직하다.
세트장을 나와 잠시 걸어 나오니 변산 요트경기장이 나오고 바로 궁항이다.
밀물이 들어와 있어 바닷길을 피하고 차도를 따라 조금한 고개를 하나 넘으니 상록해수욕장이 나온다.
첨병을 섰던 회장님이 상록해수욕장은 주차비도 받고 사람들의 입장료도 받는 다고 하며 차도로 일행을 유도한다.







하지만 보기 좋고 걷기 좋은 해변이 보이고 마실길 이정표도 해수욕장으로 통해있는바
우리의 정의 사회 구현 소통 담당 부회장님이 나서서 입장료를 받는 젊은이와 소통을 논한다.
젊은이 : 죄송한데 입장료를 내셔야 하는데요. (죄송한 거 알면서 내라고 한다)
부회장 : (짐짓 모르는 척 하며) 네?
젊은이 : 해수욕장 관리비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습니다. (쭈뼛쭈뼛)
부회장 : (약간 불쾌한 듯 말꼬리가 올라간다) 네? 뭐라구요?
실제로 우리 부회장님은 말꼬리가 올라 갈 때면 눈꼬리도 같이 올라가며 본인은 무척 겸손한
슈렉 고양이 표정을 생각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량스러움을 넘어 위협적으로 보인다.
아니 정확하게는 30년 정도를 알고 지내는 사람도 그렇게 보인다.
젊은이 : (약간 더듬으며 눈도 피하며) 입장료가 2000원인데요.
부회장 : 아 하! 입장료요? 우리는 해수욕하는 게 아니구요 마실길 걷는 중입니다. 통과해서 지나갑니다.
젊은이 : 그래도 입장료는 내셔야 하는데요. (쭈뼛쭈뼛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부회장 : 그러니까 우리는 부안군에서 만들어 놓은 마실길을 걷는 중이고 해수욕은 안한다니까요.
젊은이 : 그래도 (말 끝을 흐린다)
나머지 : (한 마디도 거들어 주지 않고 대신 표정과 덩치로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음)
부회장 : 아이 참 이해가 안가네. 부안군에서 마실길 만들면서 돈 받고 하겠어요? 군청에 전화 해 볼까요?
젊은이 : (눈을 계속 피하고 있으나 뜻은 굽히지 않는다)
나머지 : (정말 빠른 속도로 스마트 폰을 이용해 부안군청 전화번호를 찾는다. 모두)
부회장 : 부안군청이죠? 제가 서울에서 온 마실길 나그네인데요. (중략. 어쩌구 저쩌꾸)
그럼 여기 입장료 받는 분 바꿔 드릴게요.
젊은이 : 네. 네. 네 저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라 잘 모르는데요.
부회장 : (나머지를 바라보면 오른 손을 들어가자고 손짓한다) 갑시다.
나머지 : (괜히 툴툴거리며 어깨에 힘을 좀 넣고 간다)
부회장 : 그럼 수고해요
젊은이 : 네
마지막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입장료를 받으려고 했던 젊은이의 아르바이트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물론 휴가철이 지나고 타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해변의 난장판을 치우고 정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고
한심스러운 일이겠는가 마는 그렇게 막대기 하나 걸어 놓고 돈 받는 것은 좀 그렇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이렇게 이런 일을 맡겨둔 어른들이 한심해 보인다.
상록해수욕장 끝까지 걸어오니 마실길이 또 막혀있다. 나무를 그 자리에서 잘라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 버렸다.
누구의 소행인지 참 어리석은 행동에 화가 난다.
해수욕장 출입을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원천봉쇄하겠다는 소행이 제발 아니길 빌어 본다.
다시 정의 사회 구현 소통 담당 부회장님이 막힌 길로 가겠다고 주장을 하시고
1년에 2회 일토장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부산에서 오신 인터넷 회원님이 아까와는 달리 동참을 선언하신다.
그래서 2사람은 정의 사회 구현의 길로 나머지는 현대주유소 쪽으로 우회를 해서 출발을 한다.
잠시 후 다시 만나 정의 사회 구현의 길을 걸은 2사람을 격려하는 캔맥주를 그늘에 앉아 모두 맛있게 뽑아들었다.

정말 덥기는 덥고 축축 늘어지기는 늘어진다.
바닷가 갯바위를 넘고 백사장을 잠시 지났을 뿐인데 모두 그늘만 보면 쏙쏙 들어가 짐을 내려놓는다.
마실길 2-1코스의 종점인 솔섬앞 전북 학생 해양 수련원에 도착하니 모두 눈치만 슬슬 볼뿐 더 진행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이른 점심을 먹자고 생각하고 출발지인 격포항으로 돌아와 바다 내음이 확 풍기는 한정식을 먹고
누구먼저 말한 것도 없는데 자동차는 서울로 자동으로 달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