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분야 표절 가이드라인이 조만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1시 서울교대 에듀웰 센터 2층 컨벤션 홀에서 ‘인문사회분야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기초연구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청회는 교육부가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가진 ‘연구윤리 포럼’사업의 후속 조치다. 교육부 등은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모아 조만간 인문사회과학분야 논문 및 저작물에 대한 표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는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도덕교육)가 ‘인문사회분야의 표절의 개념 및 유형’, 이정민 서울대 교수(언어학)가 ‘표절 판정 기준’, 곽동철 청주대 교수(문헌정보학)가 ‘표절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정진근 강원대 교수(법학)가 ‘표절 가이드라인의 법제화 가능성’에 대해 발표한다.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이인재 교수는 “표절은 일반적 수준의 지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고유한 단어, 어구, 문장 또는 다른 독창적인 자료를 의도적으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자료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학문적 절도”라고 정의하면서 “인문사회분야의 경우 주요 표절 유형은 텍스트 표절(8단어이상 연속문구 옮김), 모자이크 표절(인용과 자기생각을 뒤섞기), 자기표절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절 판단기준에 대해 이정민 교수는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경우’와 ‘생각을 가져다 쓰는 경우’를 구분해 제시했다. 이 교수는 표절판정의 최소한의 기준을 “6단어 이상의 연쇄표현이 그대로 남의 논문 것과 똑같다면 우연이기 힘들다. 더욱이 그런 연쇄문장이 두 가지 이상 있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엄격히 따지자면 자기 글에서 6단어를 따와도 자기표절”이라고 제안했다. ‘6단어 기준’ 이하에서도 표절 판정은 일어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I Love E.T.”와 “E.T. phone home” 각 세단어의 중복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6단어가 일치하는 영화 ‘왕의 남자’의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라는 대사는 윤영선의 희곡 ‘키스’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생겼지만 한국법원은 영화사의 손을 들어 줬다.
이 교수는 “‘여성의 피부는 권력이다’, ‘침대는 과학이다’와 같이 몇 단어만 연속돼도 내용과 질에 있어서 핵심적인 의미가 포함된다면 표절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를 이루는 주요내용의 포함여부(질적 기준)와 표현의 반복(양적 기준)을 조화시켜 표절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과학분야와 이공계분야와의 표절 판단의 차이에 대해 이 교수는 “문학 창작 등은 사건 전개, 플롯, 인물의 성격, 인물 간 상호작용 등의 ‘비문자적 포괄적 유사성’이 있어 실질적 유사성을 따져야 한다”면서 “공통부분에 대한 비교대조표를 만들어 청중 테스트를 거쳐 판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과학기술계 연구윤리 정립 노력 활성화를 위한 범학회 심포지엄’을 열고 연구윤리에 관한 대학별 자체 교육 현황, 교육 참가 실적 등을 조사했다. 한 대학은 대학 내부 전산망을 통해 각 교수들에게 “로스쿨 인가심사에 연구윤리 진실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10점 반영 된다”며 교육부나 과기부의 연구윤리 관련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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