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들은 신년을 소록도에서 보낸다. 2박 3
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그 안에 1년의 계획도 세우고 기도와 성경
읽기를 하고 온다. 소록도를 향하여 갈 때는 비틀즈의 Yesterday
를 허밍으로 부르고 갔지만, 올 때는 '난 예수가 좋다오'를 부르
고 올라온다. 비록 살다 보면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를 부
르기도 하겠지만 찬양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게 된다.
정해져 있는 소록도 방문이라 준비는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달 전에 난방비와 겨울옷을 마련해 갔기에 이번에는 그렇게 많
이는 준비하질 못한다. 여자용 겨울 외투를 마련하여 직접 집으
로 가져오신 함명임 회원, 일부러 소록도에 보내려고 창고에다
차근차근 잠바를 모아 오시던 익명의 독지가는 목도리까지 준비
해 주신다. 연말에 귀한 분들께 선물하려고 특별 주문하여 마련
했다는 고급 목도리를 소록도에 가져가라고 집으로 가져오신 남
정임 회원, 멀리 마석에서 보내 온 따뜻한 패션 머플러... 물건만
가져가기에 미안함을 아셨는지 하나님께서는 은석교회 고상옥 장
로님을 통하여 감사 헌금을 보태게 하시고, 재정에서 일부를 보
태어 감사 헌금까지 마련해 놓았다. 우리 자오 나눔은 오프라인
과 온라인이, 톱니바퀴가 물고 돌아가듯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돌아가고 있다.
같이 동참하고픈 사람들은 많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 동참
하지 못하는 분들의 애달아하는 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
언젠가는 같이 동참하게 될 것을 믿으며 기도 부탁을 게을리 하
지 않는다. 출발 당일에야 참석 못한다고 연락해 온 분의 안타까
워하는 목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시댁에 가야만 한다는 그
분께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달래 본다. 평상시 잘 따르
던 장애인 아우가 같이 소록도에 가겠다고 집으로 왔다. 그래 이
번 기회에 새로운걸 배워 보자... 같이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9시 30분까지 오기로 한 강태욱 회원이 오질 않는다. 연락도 없다가
10시가 되니 전화를 했다. 이제 출발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
느냐고 물어 온다. 에구.. 기다리는 건 별론데.. 그래도 11시 30분
가지 집으로 오라고 한다. 11시 4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아 교회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출발한다. 예배 도중 부지런히 울리는
삐야의 진동에 깜짝 놀라길 3-4번... 마음이야 금방 연락해 주고
싶지만 예배 도중에 빠져나가면 집사가 아니지... 98년 1월 1일
새벽 1시 송구영신 예배가 은혜롭게 끝났다. 봉고에 오른 후 삐
야의 음성을 들어보니 태욱 회원이 아파트 입구에 있단다. 대표
목사님의 기도를 받은 후, 집으로 차를 몰아 태욱 회원을 태운
후 전집사님 가게로 들려 마저 태운다. 15인승 봉고 맨 뒷좌석에
는 준비한 선물을 눌러 싣고 앞에서부터 11명이 제법 널널하게
소록도를 향하여 출발을 한다.
수원을 지나고 있는데 막내에게 밀려간 핸드폰이 어절시구 옹
헤야를 부르고 있다. 청주에서 출발하는 황목사님 이하 다른 회
원들이다. 황목사님 이하 양명순, 지영현, 전정배, 전의배 이상 5
명이 출발하고 있단다. 창원에서는 연락이 없느냐고 물어 오는
명순님...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 마음은 어이할꼬... 날씨가 추
우면 고생 할거라고 은근히 걱정했는데 봄날 같은 날씨가 우리들
의 일정을 더욱 기쁘게 하고 있다.
차안에서 조용히 생각하며 묵상 기도를 올려 본다. 기도로 준
비 한대로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해 달라는 기도이다. 같이 동참한
학생들에게는 귀한 체험이 되어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들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기도가 끝난 후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달리고 있다. 달
리는 밤길의 낭만을 그려본다. 멀리 보이는 인가의 불빛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해 본다. 아마 시인은 그 불빛을 촛불로
표현 할 것 같다. 시골서 땅을 일구던 어르신들은 호롱불로 표현
을 할 것 같다. 시골서 자란 아이들은 반딧불이라고 표현하지 않
을까? 도심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김없이 전깃불로 표현을 할 것
이고, 나는 천국 가는 길을 비추는 불빛으로 표현을 할 것이다.
생각하던 내용을 앞에 앉은 아우들에게 말해 준다.
교대로 운전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듬직하다. 벌써 새해 첫날
여명이 밝아 온다. 이럴 때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
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일출을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을 마주 잡고 바라보고 싶다. 부글부글 바닷물이 끓어오르며
깜짝 놀란 숭어 한 마리가 물위로 뛰어 오를 때 그놈을 잡아다가
회 한 접시 만들어 먹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벌써 녹동항
에 도착했다는 청주 팀이 부럽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
판이 쓸쓸해 뵌다. 앙상한 가로수를 보노라니 준열이가 하던 말
이 떠오른다. "양미동 아빠 나무가 바람이 불어서 춥데요.." 그래
갯바람이 섞인 설날 아침의 바람은 제법 춥다. 한달 전에는 누런
유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던 유자 농장에도 유자는 보이질 않는
다. 그러다 보니 녹동항에 다다랐다.
반갑게 맞이하는 청주팀. 주린 배를 채우자고 식당으로 들어가
매운탕을 시킨다. 오가는 경비를 마련키 위해 주머니를 털었지만
부족하긴 마찬가지... 어린 학생들에게 경비를 받지 않은 관계로
어른들이 보충을 해야만 했기에 태욱이와 나, 그리고 전집사님이
조금 더 내게 했다. 그러나 식사비는 어이하리... 나와 태욱이가
부담하기로 한다. 맛있는 매운탕이 세 냄비, 11명이 얼마나 맛있
게 먹는지 이러다 9명이 보이지 않은들 어떠리 하는 생각이 든
다. 황목사님과 만남, 영현님 명순님, 의배는 초면이 아니다. 정배
와 황목사님만 초면이다. 긴 시간을 달려온 뒤라 피곤해 하신다.
소록도에 전화하니 벌써 우리를 기다리느라 예배당에 모여 있
단다. 급히 차를 배에 오르게 한다. 소록도에 도착하니 2시간 동
안 우리들을 기다리며 찬송하고 있었다고 하니, 아무리 아침밥을
11시에 먹느라고 늦었다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라는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싣고 간 짐을 내리고 우리는 바로 성전에 들어가
예배를 드린다. 은혜 가운데 도착 감사 예배를 드리고 나니 오후
1시가 넘어 간다. 예배가 끝나니 반갑게 부르는 소리들이 들린다.
언제부터인가 한가족이 되어 버린 그분들... 나는 그분들을 부모
님이라 부른다. 부모님이라 부르는 내 목소리엔 조금도 가식이
없다면 나의 교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내 마음인걸 어
떠랴. 보이지 않는 눈이지만 껌벅거리며 내 목소리가 나는 쪽으
로 기어오시는 분, 손가락 한 개 남아 있지 않는 조막손으로 내
손을 부여 잡는 분. 얼기설기 흉터 투성인 볼이지만 그래도 그
볼을 내 볼에다 부빌때는 사랑이 넘친다. 뜨거운 물안개가 우리
들을 덮어 준다.
일행들을 짐을 풀게 하고 휴식을 하도록 한다. 같이 동참하기
로 한 전도사님이 급한 사정으로 참석을 못하여 기도회와 성경
읽기를 직접 인도해야 한다. 물론 집에서 순서를 뽑아는 왔지만
기도가 필요할 것 같다. 일행들을 재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 모
습 그대로 제 자리를 치키고 있는 해송들... 넓게 펼쳐진 바다 위
론 양식장임을 알리는 부유물들이 물위에 떠 있다. 앞 바닷가엔
썰물 때라 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다. 저기에는 게도 있고 고동도
있고, 낙지도 있을 텐데 내일 낮에는 바다에 나가 보도록 해야겠
다. 숙소에 들어와 저녁 기도회 인도할 자료들을 정리한다. 갑자
기 들려 오는 소리.."어이~ 미동이~~ 미동이 있는가~" "흐이그 이
게 누구 목소리여? 희택이 형이 한잔하신 목소린뎅... " 문을 열
고 보니 기분 좋게 한잔하신 희택님이 곡성에서 늦게 도착하셨
다. 녹동항에서 개불(모래 속에 있는 해산물로서 만지면 커지는
데 개의 그것과 닮아서 개불이라고 한단다. 졸깃졸깃한 횟감이다.
한 겨울에만 나는 희귀한 횟감이다.)을 보고 나니 안 먹고 올 수
가 없더란다. 반갑게 모셔들이니 곡성에서 진흙 밭에서 자란 사
과를 한 상자 가져 오셨다. 자는 일행을 깨워 저녁을 먹은 후 성
전으로 이동을 한다.
준비 찬양을 시작으로, 황대성 목사님은 대표 기도를 해야 했
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대통령과 위정자들을 위해, 섬기는 교회
와 목회자들을 위해, 자오나눔선교회와 장애인들을 위해, 2인 중
보기도, 내 가족을 위한 기도, 아픈 환자를 위한 기도... 찬양과
어우러진 기도는 소록도의 밤하늘에 성령의 불꽃이 되어 타오르
고 있었다. 찬송, 찬송... 찬송으로 힘을 얻고 시작한 기도들은 모
두가 눈물과 콧물로 고운 얼굴들을 단장했지만 그 얼굴들이 그렇
게도 밝게 빛난 건 성령님이 함께 하셨음이리라. 초등 학생이 아
저씨 아줌마들의 손을 잡고 눈물로 기도해 주고, 아들이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로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니, 자연스레 어른들은
잃어 버렸던 첫 사랑을 찾을 수밖에....
2부 순서에 있을 성경 읽기가 은혜롭게 되도록 기도 한 후, 양
명순 집사께 마무리 기도를 부탁한다. 기도가 끝난 후 설문지 작
성을 한다. 각 개인의 기도를 적어 내도록 준비해 간 용지에 적
도록 했다. 적어 낸 기도 제목은 내일 밤에 전체의 중보기도로
이어진 후, 소록도의 가족들이 매일 기도를 해 줄 자료이다. 잠시
희택님이 가져 오셨던 사과로 나눔을 한다. 이어진 성경 읽기..
마태복음부터 읽기로 했다. 릴레이식으로 읽어 나간다. 한사람씩
읽는데 학생들과 어른들이 모두 동참을 하니 그 나름대로 은혜가
넘친다. 꼼짝 않고 3시간을 릴레이로 읽고 마지막엔 황목사님께
서 강해를 해 주신다. 그러는 와중에 자정이 넘으니 한 분의 소
록도 주민이 새벽 기도를 나오신다. 모두들 놀라는 눈치들이다.
새벽 2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소록도 주민들... 우린 성경 읽기를
마치고 개인 기도 시간으로 들어간다. 4시부터 새벽 예배가 시작
된다. 이 몸에 소망 무언가....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 황목사
님의 은혜로운 말씀은 소록도의 새벽녘에 우리들의 심령의 골수
를 쪼개고 있었다.
새벽 예배를 마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한다. 간밤에 빠져나
가 잠을 잤던 희택님이 아침밥을 하시는 모습이다. 모처럼 밤을
새우고 나니 정신이 몽롱 한가보다. 그러나 우리들의 눈은 빛나
고 있었다. 모두들 깨워 아침을 먹고, 83년 동안 가꾸었다는 중앙
공원을 돌아보면서 사진 한 장씩 찍는걸 잊진 않는다. 자료실로
들어가서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사진 속의 인물들이 울부짖는 것
만 같다. 한가지 한가지가 모두 새삼스럽기만 하다. 생이별을 하
는 미감아와 부모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길게 마주보고 있던
아이들과 엄마들... 그들의 눈물이 이 소록도의 나무들에 비료가
됐었나 보다. 육영수 여사의 인자한 모습이 가깝게 안겨 온다. 내
가 초등 학교 다닐 때 육여사와 편지를 주고받던 기억이 새삼스
럽다. 그분이 돌아가실 때 얼마나 울었던지...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이 그때를 조명해 주고 있다. 물에 삶아서 썼던 주사기와 주
사 바늘들이 섬뜩하게 보인다. 학생들이 원고지에 횡서로 써 놓
은 시들이 가슴에 한을 담고 펼쳐져 있다. 보리 피리의 한하운
시인이 영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다. 많은 자료들에서 그분들
의 고통과 애환을 볼 수가 있다. 이번엔 휠체어를 싣고 가지 않
아서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는데 부축해 주던 태욱이는 아마 지
금도 어깨가 무너지고 있으리라. 언제 태욱이에게 감사의 식사라
도 대접해야겠다.
자료실을 나와서 감금실과 마루타의 현장이었던 해부실과 단종
대가 있는 곳으로 우리들의 발길을 옮긴다. 단종 수술을 한 후
영원히 자식을 낳을 수 없는 한 나환자의 절규가 한편의 시로 남
아 있었다. 앞문으로 들어오면 뒷문으로 죽어서 나가야 했던 곳,
죽으면 해부실로 가서 임상 실험 도구가 되어야 했던 분들... 때
론 산채로 굵은 주사기로 심장을 찔러 피를 빼어 실험을 당해야
했던 그들... 그들의 통곡이 풀잎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장터로
자리를 옮겨 본다. 연고자가 없는 그분들은 죽기 전에 푼푼이 돈
을 모아 장례비용으로 남겨 놓는단다. 당신의 시신을 치워 줄 동
료들에게 라면이나 국수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금씩
저축을 하는 게 그들의 불문율이라는 안내판에 써진 글귀가 화장
터라는 생각을 잊게 하고 가슴앓이를 하게 한다. 며칠 전에 또
한 분이 돌아 가셨는지 상여를 꾸렸던 나무 조각이 보인다. 바로
아래에 바다에는 썰물 때라 물이 빠져 있다. 아무래도 바다 구경
못한 사람들이 바다로 달려가기 마련인가 보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 보자며 교도소를 본 후,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일행들이 조가비를 줍느라 차에
오를 줄을 모른다. 차를 출발시키니 한두 명씩 올라온다.
교도소에서 잠깐 설명을 해 준 후 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한다.
드넓게 펼쳐진 금빛 모래톱이 우리를 반긴다.
바다를 바라보며 시심에 젖어 있는 목사님은 아마 멋진 대
작을 창조해 내실 것 같다. 나이를 망각한 채 소녀로 돌아가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집사님... 이러다간
저녁 기도회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음에 차에 오르라 소리를 지
른다. 듣는 채도 않는 일행들.. 저리도 좋을까... 운전하는 청년에
게 차를 빼라고 한다. 아무래도 먼저 떠나야 올 것 같다. 봉고차
를 먼저 출발했다. 겔로퍼에 12명이 탈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뒤
로 남겨 둔 채...
올라오며 잠시 일행을 기다린다. 얼마후 부리나케 차를 몰고
온다. 겔로퍼에 12명이 다 탔다. 정원 초과로 걸리진 않는지 모르
겠다. 4시가 넘어 간다. 학생들에게 주변 청소와 화장실 청소시키
는 걸 빼먹지 않는다. 자유시간을 주니 바로 앞 개펄에 가서 게
와 고동을 잡고 있는 학생들과 청년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저녁
기도회에 차질이 생갈 것 같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성전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저녁을 먹으라고 데리러 왔
다. 저녁상이 푸짐하다. 한식 요리사가 두명이나 동행했으니 무엇
을 만들지 못하랴... 게 볶음, 배추쌈, 고동 요리, 상다리가 휘어진
건 우리들 때문이리라. 식사를 책임지고 했던 안병길, 지영현 회
원께 너무나 감사를 드린다.
저녁을 먹은 후 바로 기도회로 들어간다. 어제 제출한 설문지
를 보며 기도 제목을 불러 주고 모두가 그 사람을 위해 통성 기
도를 해 준다. 나보다 남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제목들이 많음에
은혜가 온다. 흐느끼며 기도하는 명순님의 간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서로를 위해 기도 하다 보니 10시가 넘어 간다. 오늘은 피
곤하니 자정에 끝내 주기로 했다. 이어서 성경 읽기로 들어간다.
로마서를 읽으며 은혜를 나눈다.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순서를
끝내며 모두 성전에서 개인 기도하며 졸리며 자라고 해 보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몇 명이서 간절한 기도로 들어간다. 소록도
주민들이 오늘은 조금 빨리 모인다. 이 밤이 새면 이별이요, 이중
에는 다시는 뵙지 못할 분도 계시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새벽 두시를 넘기는 괘종시계 소리가 떨고 있다. 밖으로
나와 본다. 어디선가 왁자지껄 요란하다. 가보니 학생들이 잔다고
하더니 춤추며 놀고 있다. 화가 나면서 눈물이 난다. 모두를 불렀
다. "너희들 너무 피곤해서 조금만 자고 기도한다고 하기에 허락
했더니 이게 뭐니.... 이렇게 놀라고 데리고 온 줄 아니? 시간이
아깝지 않아! 지금부터 성전에 가서 기도하자.." 이상하지? 놀 때
는 초롱초롱하던 눈망울들이 기도하자니 감기나 보다. 꾸벅꾸벅...
벌써 새벽 예배 드릴 시간이다. 새벽 예배때 대표 기도를 하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오늘 새벽에도 황목사님의 말씀 선포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말씀이 살아 있다. 하갈과 이스마엘의 눈물
을 받아 주신 하나님... 예배를 마친 후 7시 30분에 출발한다고
광고를 한다. 어제 저녁에 부여에서 종국님이 꼭 들려 가라고 하
셨는데 청주팀만 들리도록 했다. 부천 팀은 또 다른 일정이 짜여
져 있다. 본 교회에서.... 부지런히 달려야 제 시간에 도착할 것
같다.
소록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탄성이 들린다. "와우!
사슴이다! 그것도 하얀 사슴 네 마리다!" "어디? 어디야?" "차 좀
세워요~" 난리다. 하얀 사슴 네 마리가 산자락에서 우리들을 내
려다보고 있다. 이 대로 가서 사슴과 한 커트의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다면...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길을 떠나야 한다. 어
차피 나그네 아닌가.... 한참을 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충전기를
두고 왔단다. 기다리라는 영현님의 소리에 기다린다. 중간에서 다
시 만나 충전기를 건내 받고 다시 달린다. 순천에서 아침을 먹고
태욱이를 터미널까지 태워 준 후 마냥 달리기 시작한다. 목소린
잘 나오지도 않는다. 짐을 내린 차는 널널하다. 허리 아프신 전집
사님은 맨 뒷좌석을 혼자 쓰시게 한다. 막히지 않는 도로가 마음
을 상쾌하게 한다. 안전 운전을 당부하며 창밖을 본다. 날씨가 춥
지 않음으로 귀한 시간을 가진 것 같다. 하나님께 감사하다. 저녁
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내일부터는 춥다고 한다. 부천에
도착하니 저녁 7시다. 소록도 주민이 안겨 준 호박을 집에다 내
려놓고 일행들은 더나 간다. 잠시 눈을 감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
하루 먼저 출발하신 희택님, 그리고 황대성 목사님, 지영현, 안
병길, 한상봉, 김종, 육심철, 전정배, 전의배, 전경애, 양명순, 강태
욱, 홍혜안, 홍지혜, 윤다애, 정현경 회원과 나를 포함한 17명의
자오 나눔 회원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 귀한 체험들을 오래
도록 간직하도록 합시다. 사랑합니다. 샬롬..
1998.1.3.밤에 자오 나눔(GO SG867)에서 나누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