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를 불과 한 달 남짓만에 다시 만났다. 전에 본 모델은 A6 4.2 콰트로, 이번 모델은 A6 3.0 콰트로다. A6 라인업 중 4.2와 3.0이 콰트로, 즉 네바퀴굴림이고 2.4는 앞바퀴굴림이다. A6 3.0은 4.2와 같은 차인데 심장만 조금 작다. 2.4는 엔진이 작은 데다 구동방식도 달라 주행특성이 조금 더 다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A6 3.0 콰트로를 타고 올해의 마지막 시승을 즐겼다.
▲디자인 보면 볼수록 A6의 뒷모습은 현대 쏘나타와 닮았다. A6 개발이 먼저 이뤄졌으니 현대가 아우디를 참고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쏘나타의 디자인은 그 동안 아우디 디자인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게 사실이다. 아우디의 엠블럼만 떼어 놓으면 쏘나타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식이었다. 아우디 디자인은 무난하다는 평을 듣는다. 고급 세단으로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은 무난함이다. 길거리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 사이에 풀어 놓으면 쉽게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네 개의 원이 있어 알아볼 수는 있으나 동그라미 네 개가 없으면 파묻히는 디자인이다. 역시 아우디의 얼굴은 네 개의 동그라미다.
밤에 이 차의 운전석에 앉으면 흡사 항공기 조종석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빨간 불빛이 스위치, 버튼마다 들어오고 계기판에도 현란한 빨간색이 깔린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다.
▲성능 핸들이 가볍게 돌아간다. 운전석에서의 첫 느낌이다. 덩치가 제법 큰 차지만 운전하는 데에는 큰 힘이 필요없다. 노약자나 여성운전자라도 충분히 차를 다룰 수 있다. 차를 끌고 영동고속도로에 올렸다. 평일의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고급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고속주행에서 차이가 크다. 고급차는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적다. 조용한 건 물론이다. 물론 고급차가 아니어도 시속 200km를 넘볼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빨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속에서 차의 불안함은 매우 커진다. 차가 흔들리고 바람소리도 커진다. 드라이버의 운전능력이 있어야 그나마 이 같은 불안함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시승차는 전자에 속했다. 특별한 운전기술이나 능력이 없어도 고속주행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차였다. 힘있게 달리는 차 안에서 고급 호텔의 응접실 소파에 앉은 듯 편하게 있을 수 있다. A6 4.2 콰트로와는 분명히 힘의 차이가 있다. 특히 순간 가속할 때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3.0이라고 힘이 모자라는 건 아니다. 배기량이 큰 차와의 차이가 느껴질 뿐 힘이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3.0은 218마력으로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8.5kg에 불과하다. 거의 스포츠카와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 이 차는 영동고속도로를 여유롭게 달렸다.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다른 수입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릴 기회가 생겼다. 코너와 짧은 직선구간에서 시승차는 여유있게 그 차를 따돌렸다. 긴 직선구간에서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그 차가 치고 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숫자, 540. BMW 540이었다. 더 큰 배기량을 가진 차와 큰 차이없이 함께 달릴 수 있었다면 오히려 승자는 배기량이 작은 차 아닐까. 물론 단순한 성능비교일 뿐이지만 말이다. 차의 안정성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시속 90km면 꽤 빠른 속도지만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의 굽은 코너를 이 속도로 달려 나가도 불안하지 않았다. 풀타임 4륜구동의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일반 운전자가 콰트로의 매력을 체감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네바퀴굴림이라는 메커니즘이 숨어서 차의 자세제어와 안전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정작 운전자가 이를 실제로 느끼는 기회는 많지 않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콰트로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다면 민감한 운전자라 할 수 있다. 두바퀴굴림에 비해 같은 속도라면 안정감이 뛰어나고, 같은 수준의 안정감이라면 속도가 훨씬 높다. 그게 콰트로다.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어도 콰트로의 우수함을 느낄 기회는 있다. 바로 눈길에서다. 뒷바퀴굴림을 고집했던 벤츠나 BMW가 설설 기는 눈길에서 보란 듯이 달리는 아우디 콰트로 모델은 가장 단적으로 성능차이를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벤츠와 BMW가 4륜구동 승용차를 만들게 된 것도 아우디에게서 자극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 A6 3.0 콰트로는 8,200만원. 4.2 콰트로가 1억1,400만원이니 비싼 차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디자인에 배기량이 작고 4륜구동도 아닌 2.4가 5,990만원이니 콰트로보다는 2.4에 더 눈길이 갈 수도 있겠다. 콰트로를 선택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급을 올려 A8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분명한 건 콰트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섣부르게 콰트로 모델을 선택하긴 힘들어 보인다. 가격차이가 적지 않아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르는 고민, 혹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찬찬히 하나하나 비교해 가면서 내가 살 차를 고르는 과정도 즐거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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