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본래 이름은 마화(馬和)다. 아니, 그나마 다른 이름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색목인(色目人)이라 불리던 중동 계통의 피를 받은 이슬람교도로, 그의 아버지는 메카 순례를 다녀온 적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의 이름은 마합지였다고 하는데, ‘합지’(哈只)란 메카 순례를 다녀온 이슬람교도에게 붙이는 존칭, ‘하지’인 듯하니, ‘마(馬)’란 본래 ‘마흐무드’ 또는 ‘알 마그레브’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정화의 조상이 원나라 때 함양왕에 봉해진 최고위급 색목인이라는 기록도 있지만, 정화는 어린 시절에 고향을 떠났고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겨우 기억할 정도라고 했으므로 그다지 믿기 힘든 기록이다.
정화가 고향인 운남성 곤명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바로 나중에 영락제가 되어 그에게 대원정을 지시하는 연왕 주체(朱棣)가 원나라의 세력이 남아 있던 곤명을 정벌했기 때문이다. 곤명성이 함락되자 주체는 성인 남성을 모두 학살해 버리고, 어린 소년들은 거세시켰다. 병졸이나 환관으로 쓰기 위해서였는데, 열두 살이던 정화도 이 때 거세된다. 자신의 가족과 남성을 빼앗아간 주체에게 원한을 품을 만도 하련만, 정화는 오히려 그에게 충성했다. 그래서 주체가 조카인 건문제와의 권력 투쟁을 거쳐 황제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로를 세우고, 덕분에 환관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내관태감이 되어 정(鄭)이라는 성도 하사 받았다.
나중에 미화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정화의 용모와 풍채는 흔히 환관에게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키가 9척에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위엄 있게 걷는 모습은 호랑이 같고, 목소리는 크고 우렁찼다고 한다. 또 병법과 지략에 밝고, 고금의 학술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사람됨이 온화하고 겸손하여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이었다는 것인데, 이미 ‘완벽한 남자’일 수는 없었던 그에 대한 그런 묘사가 얼마나 진실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영락제가 그의 생애에서 가장 야심적인 사업을 그에게 맡긴 것을 보면, 그리고 그것을 기대 이상으로 훌륭히 수행한 것을 보면 대단한 인물이었음은 틀림없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