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원장 이리와보드라고!"
" 뭣땜시 그라요?'
"아따 그냥 와보드랑께, 줄것이 있어서 그래"
"나 출근 늦어부러서 빨리 가봐야쓰요"
"아따 그러덜말고 빨리 와보드랑께, 나가 원장한테 줄것이 잇어서 그래"
능구렁이 재료상 영감탱이가 이번엔 어떤 물건으로 자신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에 미용실원장 박민철은
늦었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두꺼비가 하도 간절하게 부르니 마지 못해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두꺼비는 박민철이 스스로 지어준 재료상영감의 별명인데, 생김새가 두꺼비같고 행동까지 느릿느릿해서
그렇게 붙여준것이다. 그러나 생김새와 행동은 어수룩해도, 그것은 겉만 그러할뿐, 실상 두꺼비는 박민철의
뒷통수를 여러번 쳤을 만큼 생김새와 달리 짱구를 잘 굴렸다.
어찌보면 영감탱이가 두꺼비처럼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것 자체가 남을 더 쉽게 둘려(속여)먹기 위해 취하는 전략적 행동일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박민철은 생김새는 일본남자처럼 얍삽하게 생겼지만, 보기와 달리 귀가 얇아서 사람들의 말에 쉽게 현혹되는 성격이었는데, 이런 박민철의 약한 성격이 두꺼비에게는 두꺼비의 먹이인 똥파리처럼 쉽게 여겨졌다. 한마디로 박민철은 두꺼비의 밥인것인데,
말하자면 두꺼비가 돌처럼 동요없이 앉아있다가 현란하게 움직이는 똥파리를 긴 혀로 쏜살같이 일거에 낼름 낚아채 먹는것과 같은
그런 먹이사슬구조였던것이다.
"아니 이번엔 또 뭣을 파실라고 그라요?"
"이번엔 그것이 아니여, 나가 이번만은 원장한테 진짜 진심으로다가 주고싶어서 그런당께"
그러면서 500미리들이 파마약 10개가 들어있는 박스를 박민철에게 그냥 가져다 쓰라는 것이었다.
1. "어이 원장!"
출근이 늦어 급하게 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자전거를 멈추고 돌아보니 xx미용재료상 두꺼비 사장이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나를 부르고 있는것이었다.
"원장 이리 와보드라고"
"와 그라요, 지금 허벌차게 바쁜디"
"얼릉 와 봐, 줄것이 있구먼"
"이번에는 또 뭔디 그래싸쏘잉?"
"아녀아녀 요번에는 그거이 아니고 원장한테 그냥 줄 것이 있어서 그렁게 얼른 와보드라고"
그간 두꺼비사장한테 엉터리 물건을 사서 후회막심했던 일이 하도 많다보니 뭔가를 그냥 준다는 말이 선뜻 수긍이 가지 않았다.
두꺼비사장은 생긴것은 두꺼비같이 생겼어도 속에는 능구렁이나 여우가 숨어있다고 봐야했다.
전혀 그렇지 않을것 같으면서도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술이 있었다.
두꺼비같이 어수룩해보이니 처음에는 미용사들이 방심을 하는 것이다. 저렇게 시골 할아버지처럼 순박하게 생긴 사람이
설마 안 좋은 물건을 좋다고 거짓부렁을 할까, 하고 그를 믿는 것이다.
결제가 끝나기 전까진 그런 생각이지만, 거래가 끝나고 물건을 사용하게 되면 비로소 두꺼비가 눈앞의 파리를 낚아채듯,
호주머니에서 돈을 강탈해 갔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두꺼비가 갑자기 전단지를 들고 미용실을 찾아온 것이다.
"원장 이거이 아시아전자에서 새로 맹근 진동펌기라는 파마기계인디 컬이 기가막히게 잘 나와브러, 세계최초로 진동을
원리로 혀서 맹글었다는구먼, 일단 전단지를 놔두고 갈탱게 천천히 읽어보드라고"
그리고 며칠 후에 두꺼비사장이 또 왔는데, 내가 안 산다고 하니까,
"꼭 사라는 말이 아니여, 나가 원장한테만은 특별허게 그냥 무상으로 기계를 갖다놔줄텡게 한 번 써보기만 혀봐'
안 좋으면 안 쓰면 되제"
"필요없다니까 그러네요잉 참"
몇 번을 그렇게 거부하는데도 두꺼비사장은 결국 물건을 들고 왔고, 나는 물건을 사용해보게 되고,
이후 뭐에 홀린듯 27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인수하였는데, 그런 판단이 후회로 귀결되기까지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계가 다른 파마기구 대비 아무런 장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반품을 하려니 두꺼비는 원래 가격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두꺼비 사장은 이후에도 듣도 보도 못 한 메이커의 코팅약이라든지, 땡처리 염색약같은 잡동사니 물건으로 몇 번 내게 덤터기를
씌웠는데 이후로는 아예 상대를 말자 하고 거래를 딱 끊어버렸다.
그리고 이후 수 년이 흐른 것이었다.
2. "이번에는 진짜 안 사요잉"
"그려그려 파는거이 아니더라고 그간 원장한테 고마워서 선물로 주는거구먼"
자전거를 세워두고 재료상 안으로 들어가니, 두꺼비사장은 구석으로 가서 박스하나를 들고 나와 카운터에다 올려놓고는
박스를 열어주더니,
"이거이 겁나게 좋은 파마약인디, 원장 갖다 쓰더라고, 다 가져가서 쓰더라고"
박스에는 용량이 400미리나 되는 파마약 10개와 중화제10개가 들어있는데 그걸 다 갖다 쓰라는 것이었다.
내게 전적이 있는지라, 분명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필요 없어요, 쓰는 제품 따로 있어서 필요없어요"
그랬더니 두꺼비사장은 얼굴에 안타까워하는 기색을 하면서,
"그러지 말고 가져가드라고, 진짜로 돈은 필요없당게 그동안 고마워서 그러는거여"
"아아 필요없어요"
"허허 참나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그럼요 사장님한테는 계속 속고만 살았죠"
"그럼 3개만 가져가서 써 , 이 약은 진짜 좋은거랑게, 다른 원장들도 다 좋다고 혔어 이번엔 믿어 보드라고"
"알았어요, 안 가져가면 서운해하실것 같응께 고것만 주시요"
하여 3개만 들고 왔다. 가격도 꽤 저렴한 제품이었는데, 싸구려인만큼 제품도 질이 안좋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약을 바로 안쓰고 그 일이 있은지 한 열흘정도 시간이 흘러 그 파마약에 적당한 모질의 손님이 와서
그 약을 사용해봤는데 냄새도 순하고 머릿결도 부들부들하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이 번 만큼은 두꺼비사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강한 약만 있어 순한 약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싶어 조만간 다량으로 주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주기로 했는데 안 받아온 약 7개도 그냥 주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어 더더욱 너무 늦지 않게 약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그런 생각을 먹은 다음날, 출근하면서 재료상을 들러보려고 했는데, 문이 닫혀있는 것이 아닌가.
재료상은 내가 출근할 때면 언제나 열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두꺼비사장은 재료상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샷다문이 닫혀있었고 닫힌 샷다문에는 상(喪 초상상)자가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가족이나 친척이 상을 당한듯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상자가 붙어있는 채 문이 닫혀잇었고, 그 다음날은 상자는 떼어져 잇었지만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문을 계속 안 여니까 열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도 안쓰고 다녔던 듯 싶다.
한 달쯤 시간이 흘렀을까 재료상 문이 열려있었다. 그런데 두꺼비사장은 보이지 않고 안에 두꺼비사장의 부인만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다음날도 두꺼비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거참 이상하다, 분명 두꺼비 사장이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고 잇어야 하는데 영 이상하네'
뭔가 께름칙해서 그냥 다짜고짜 재료상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아줌마가 청소를 하다말고 힘없는 소리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사장님이 안 보이시는데 어디 가셨소잉?"
"뭣 때문에 그러세요?"
"아니 통 안 보이셔가꼬"
아줌마는 약간 망설이는 것 같더니,
"돌아가셨어요"
하는 것이었다.
"예? 아니 내가 마지막 뵐 때도 멀쩡하셨는디, 어떻게해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아침에..."
"에? 그래요!"
"술담배를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