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가리 희뿌옇게 새벽의 여운이 남아있는 용인시 망가리의 아파트단지 앞에서 정맥을 이어간다.(07:33) 전부터 어떻게 통과해야할지 고심하던 구간이지만 선답자들의 고행과 지혜를 밑받침삼아 그뒤를 따라 간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산아파트와 풍산아파트를 보고 들어가니 왼쪽으로 골프연습장의 높은 옹벽이 마루금이 되는듯 하다. 풍산아파트 102동과 104동 사이로 들어가서 쪽문으로 아파트를 빠져나오고 도로따라 굴다리를 건너 43번 국도를 통과한다.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조금은 남아있는 정맥을 밟아 보다가 상현마을아파트 158동을 지나고 도로를 따르면서 도로 표지판 있는 곳에서 왼쪽길로 꺽어진다. 수많은 아파트들 사이에서 솔개초등학교 뒤로 근근히 연명하던 정맥은 수자원공사 공사장으로 들어가고 여기서 성우현대아파트 옆의 도로로 들어간다.(08:10) 곧 상현자동차 공업사가 나오고 왼쪽으로 거대한 수자원공사가 보이며 비닐하우스를 지나 철망으로 붙는다. 철조망옆의 수로를 따라가다 2중철조망을 따라 오르면 가장 높은 지점이 능선분기점인 176봉이다.(08:30)
- 경부고속도로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잡목길을 지나면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이정표가 있는 시멘트 도로를 넘는다. 철조망 옆으로 길은 이어지고 폐가옥을 지나 묘지대를 따라 내려오면 2차선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동서유리판매상사라는 건물은 안 보이지만 무너져가는 건물에 남아있는 유리가 보이고 주변에 깨진 유리조각들이 뒹군다.(08:58) 도로를 건너 황토길을 오르니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가깝게 지나고 차소리가 요란한데 여기가 많은 선답자들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그 능선갈림길인것 같다. 경부고속도로쪽으로 방향을 잡고 능선으로 진입했다가 까시와 잡목에 쫒겨 바로 밑으로 지나가는 비포장로를 지난다. 긴가민가 가다보면 오래된 낡은 표지기 하나만 나뭇가지에서 날리며 올바른 선택임을 확인해준다. 포도밭을 지나고 비상활주로 옆으로 키낮은 굴다리를 건너서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한다.(09:34)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다시 능선에 올라서 물한모금 마시면 삭막한 잡목숲에도 따사한 햇살은 어김없이 비춰준다.
- 사라져가는 정맥 잡목길을 따라가면 폐초소도 보이고 녹슨 철조망을 한동안 지나면 신갈인터체인지가 보이며 중국집과 LG주유소가 있는 23번 국도로 내려온다. 도로를 건너고 굴다리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면 바로 용인운전면허시험장이고 정문 왼쪽으로 능선에 진입한다. 영동고속도로를 바라보며 잡목을 헤치고 길을 가면 곧 대규모 아파트공사현장이 나오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정맥을 밟고 조경용으로 심어놓은 키작은 소나무들을 따라가면 이윽고 정맥은 끊어져 사라져 버린다. 공사장으로 내려와 약수가 나오는 팔각정쉼터를 지나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10:17) 주민들의 산책로로 잘 딱여진 길을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른쪽으로는 수원골프장이 내려다 보인다. 이렇듯 주민들의 삶에 녹아 들어서 주민들과 항상 함께하는 우리의 산줄기가 왜 보존될수 없는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깃대가 있는 전망대바위를 지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폐건축자재가 산처럼 쌓여있는 안부를 넘는다. 공장에서 나오는지 달짝지근한 냄새를 맡으며 봉우리를 오르면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정맥과 합류하는 법화산밑으로 경찰대학과 법무연수원이 잘 보인다. 이어서 나타나는 철조망을 따라 능선을 내려오면 어정가구단지가 있는 42번 국도이다.(11:09)
- 할미성 2차산 도로를 건너면 까시나무들이 사정없이 찔러대고 철조망이 길을 막는다. 잡목사이로 길을 따르면 전원주택단지가 나오는데 능선을 마구 갉아 먹어서 정맥은 겨우 몇십쎈티만 남아있고 왼쪽으로는 또 아파트공사가 한창이다. 조만간에 이 한남정맥은 다시 찾을길 없이 사라지는것은 아닌지 한숨이 나온다. 벌목이된 봉우리를 넘고 호젓한 오솔길을 내려와 굴다리로 영동고속도로를 넘으면 88솔밭가든이 있는 청덕리이다.(11:32) 88골프장 진입로가 잘 나있지만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르면 그런대로 정맥길은 이어진다. 잘 조성된 천주교 가족묘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늘 가야할 정맥길이 막막하게 느껴져 서둘러 일어난다. 도로에서 동백리향린동산으로 잘못 들어갔다가 나와 금호건설향린동산으로 들어간다. 조금 남아있는 절개지로 올라갔다가 관목숲에 갇혀 혼만나고 내려와 향린동산길을 버리고 산길로 들어간다. 향수산 이정표를 지나고 철조망을 따라 한동안 길을 이어가면 왼쪽으로 88골프장이 보이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소리가 시끄럽다. 경사가 가팔라지고 밧줄을 잡고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할미성 정상이다.(12:56)
- 석성산 석성산의 시설물을 바라보며 헬기장을 지나면 비교적 잘 남아있는 산성터가 나오고 가파른 낙엽길을 내려오면 마성인터체인지가 있는 작고개이다.(13:07) 도로를 건너면 터키군참전기념탑이 서있고 잔디밭에는 관광버스에서 내린 노인분들이 한창 식사중이다. 재미있는것 많이 보시고 맛있는것만 드셔서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며 "마가실서낭" 표시석을 지나 산으로 오른다. 군전화선을 따라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전망이 좋은 전망대바위를 지나면서 경사가 가파라진다. 오래된 나무이정표를 보며 밧줄을 잡고 한차례 오르면 정상석이 서있는 석성산(471.5m)이다.(13:40) 넓은 정상은 사방이 막힘없이 트여서 향린동산의 전원주택들과 동백리일대가 훤하게 보이고 드넓게 펼쳐진 에버랜드가 시원하게 보이며 앞으로 가야할 산줄기도 가늠해 볼수 있다.
- 메주고개 헬기장을 지나면 암릉길이 잠시 이어지고 곧 군부대 철조망과 만난다. 철망을 따라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조금 까다로운 절벽을 기어 오르고 부대정문 옆으로 나온다. 시멘트길을 내려가면 통화사입구가 나오고 여기에서 왼쪽의 숲길로 들어간다. 벤치가 놓여있는 오솔길을 지나고 송전탑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면 정맥은 급하게 오른쪽으로 꺽인다. 연이은 송전탑들을 지나고 가파른 절개지를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정자쉼터가 있는 2차선 포장도로상의 메주고개이다.(14:36) 이온음류로 목을 축이며 몸을 추스리면 맑았던 날은 꾸물꾸물해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 부아산 도로를 건너 용인배수지옆의 철망을 따라 절개지를 오르니 옷에는 수많은 까시풀씨가 붙어있다. 가던길을 멈추고 풀씨를 떼어 내다가 이내 지쳐서 포기하지만 수시로 몸을 찔러대며 괴롭힌다.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고 잡목이 희미한 오솔길을 따라가면 조류보호구 표지목을 만나고 능선은 오른쪽으로 꺽인다. 잠시후 가파른 절개지를 왼쪽으로 내려오면 4차선도로인 42번 국도이며 성산주유소와 휴게소가 있다.(15:07)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신호등으로 가다가 차량이 뜸한틈을 타 중앙분리대를 넘고 무단횡단한다. 절개지를 오르면 잡목길이 이어지고 수많은 송전탑들이 나타난다. 넓은 산판길을 만나서 큰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 다시 절개지가 나타난다. 가파른 절개지를 왼쪽으로 돌아서 철계단으로 내려오면 골프연습장이 있는 2차선 포장도로이며 낚시터와 식당을 알리는 작은 이정표가 서있다.(15:57) 딱딱 골프공을 때리는 소리를 뒤로 능선을 오른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능선길을 한동안 따르다가 밧줄을 잡고 오르면 철봉과 평행봉이 있는 부아산(403.6m) 정상이다.(16:25)
- 함박산 내리막 길을 조금 내려오면 무자비하게 산을 깍아놓은 공사장이 보이고 옆에있는 넓은 공원묘지가 흉물스럽다. 묘지대를 지나서 왼쪽으로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333번 지방도로상의 하고개인데 최근에 만든 터널이 지나가고 있어 터널위로 조림목들을 지나 능선으로 오른다.(16:47) 잡목을 헤치고 한창 공사중인 공원묘지를 따라 오르면 수많은 계단식묘지들이 산을 덮고있고 정맥 바로 밑에까지 포크레인이 열심히 땅을 파고있다. 조그만 봉우리에 오르니 엉뚱하게도 부아산정상이라고 쓰인 작은 나무판이 걸려 있어 사람을 헷깔리게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억새밭을 지나고 송전탑들을 지나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17:19) 이어지는 산판길을 따라 오르면 왼쪽으로는 명지대학교가 내려다 보이고 안부에는 명지등산로라는 작은 이정표도 서있다.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면 큰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 함박산(349m)인데 낡은 정상목에는 424m라 적혀있다.(17:30)
- 무네미고개 날도 저물고 서둘러 내려오면 무네미고개라 쓰인 작은 이정표도 볼수있다. 잠시 내려오면 공동묘지들을 만나고 넓은 산판길로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면 특이하게 생긴 움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계속 내려오면 넓은 신설도로가 나오는데 아직은 개통을 안한듯 주위가 적적하다.(17:55)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니 45번국도를 지나가는 차량들의 불빛은 가까운데 솔밭사이로 뚜렸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숲속에서 발길 닿는데로 이리저리 내려오니 개들이 울부짖는 갈비집이 나오고 도로따라 조금 올라가서 은화삼골프장 입구를 확인한다.(18:09) 고개에 있는 식당에서 교통편을 확인하고 나오니 어둠속에서도 도로너머로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는 정맥길이 뚜렸하게 올려다 보인다. 버스정류장으로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을 옮기면 자동차들은 끝이 없이 지나가고 찬바람은 얼굴을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