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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42 - 교무실 습격 사건
씬 1 교무실 앞 복도(N)
푸른 빛의 모노톤 화면으로 보여지는 텅빈 복도...
흥수 : (E) (긴장된 목소리로) 아주 오래 전, 졸업식 전야. 동광고등학교에 교무실 습격사건이 있었다.
순간 암울하게 들려오는 핑크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part 2)'
(S#6까지 긴장감으로 이어지고)와 함께 복도 끝에서 등장하는 네명의 남학생들.
한손에 긴 막대를 들고 교무실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슬로우로 보여지는 위로 타이틀
‘교무실 습격 사건’ 뜨고...
씬 2 2학년 5반 교실(D)
흥수 자리 주변으로 모여 있는 아이들. 눈빛 반짝이며 흥수에게 집중하고 있고,
흥수, 컴퓨터에서 출력해 온 듯한 프린트물 들고 침을 꼴깍 삼켜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흥수 : 두명의 퇴학생과 두명의 재학생으로 구성된 이 습격단은 우리가 삼년동안 학교에서 받은 것은
교육이 아니라, 선생들의 편애, 체벌, 편견으로 얼룩진 자학, 혼돈, 절망, 고독, 파괴가 전부였다며
교무실에 보관되어있는 자신들의 종생부를 없애려 교무실습격을 강행했다....!
씬 3 교무실 앞 복도(N)
복도 끝에서 비추어지는 후래쉬 불빛. 불이 켜져있는 교무실에서 멈추면,
그 곳에서 후다다닥 뛰어나오는 네명의 남학생들!
순간 쫓고 쫓기느라 어지럽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불빛들.
튀어! 잡아! 외치는 소리들 긴박하게 이어지는 위로,
진 : (E) 종생부?
씬 4 2학년 5반 교실(D)
진 : (고개 갸웃하며) 종생부가 뭐야?
동일 : 종합생활기록부 말이야.
진 : 그걸 왜 없애?
흥수 : 선생들의 편견으로 결론지어진 자신을 거부한다는, 일종의 쿠테타지.
거기 행동발달상황난이라는게 있었는데 네명 모두 선생들 한테 찍혀서
정신순화교육을 받고 왔었거든.
진 : 정신순화 교육은 또 뭐야?
용구 : 일종의 삼청교육대 같은건데, 건 알고 없거 한국 학교에서는,
한 번 찍힘은 영원한 찍힘이라는 사실만 알아둬라.
애라 : 그래서? 습격은 성공했대? (눈빛 반짝이는데서)
씬 5 교무실 앞 복도(N)
어둠 속. 일렬로 세워져있는 남학생들.
남자 교사에 의해서 다리가 휘청이도록 따귀 맞고있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서 맞는 남학생,
어느 순간 눈빛이 적개심으로 번뜩이는데서.
흥수 : (E) 습격은 미수로 끝났지만, 그대로 물러설 그들이 아니었다.
왜냐, 그 다음 날은 졸업식이었고, 졸업식은 선생들과의 영원한 결별을 뜻하는거니까.
씬 6 교정일각(D)
술렁이는 졸업식 분위기. 밀가루 뒤집어 쓰고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 찍는 아이들.
그 어느 한 곳, 주차되어 있는 교사들의 차.
그 주위로 막대를 들고 나타나는 예의 그 남학생들.
어느 순간 차 위로 뛰어 올라가 막대 치켜드는데서 정지. (음악 끝)
씬 7 2학년 5반 교실(D)
눈 똥그랗게 뜨고 흥수에게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읽던 프린트물 책상 위에 탁, 내려놓으며,
흥수 : 여기까지가 어제 통신에 올라온 전부야. 글을 올린 사람이 습격단 중에 한명이었던거 같아.
마침 졸업 시즌과 맞물려서 조회수가 5천건에 육박했어.
진 : 근데 왜 한국 학교는 선생님이랑 학생이 그렇게 적대적이야?
용구 : 선생님들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곧바로 미운털이거든.
게다가 한 번 박힌 미운털은 잘 뽑히지두 않아요 또.
진 : 근데?
용구 : 근데라니이. (답답한) 미운털 박히면, 결국 미운오리 새끼가 되는거구,
그러다 결국 날지두 못하구 젊음이 꺾이는거 아니겠냐. 너 오리가 나는거 봤어?
진 : 아니. (고개 젓고) 그럼 선생님들의 기준에 맞는 학생은 뭔데?
용구 : 한줄로 정리하자면,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 학생이지.
진 : 만약 선생님들 기준에서 벗어나면?
용구 : 곧바로 몽둥이 찜질이지.
신화 : 너무 과장시켜 말하는 거 같다 니들. 요즘은 체벌 많이 없어졌잖아.
용구 : 모범생 동네는 그런지 몰라두, 아직도 후미진 곳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단다.
동일 : 맞아. 체벌 대신 벌점 제도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감정적인 체벌이 남아있는건 사실이잖아.
진 :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히는데?
용구 :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단호하게) 등교하는 그 순간 부터, 학교 곳곳에서, 집요하게!
씬 8 교문 앞(D)
선도부원 옆,
언제나 처럼 30센티 자 들고 뒷짐 진 자세로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 매서운 눈초리로 살피고 있는 광도.
들어서는 희진과 아영.
희진은 이빨이 아픈지 한쪽 볼 감싸쥐고 있고, 아영, '많이 아퍼?' 물으며 들어가려는데,
광도 : (눈빛 번뜩이며) 거기!
아영 : (흠칫해서) 저, 저요?
광도 : 말고. 그 옆에.
희진 : (순간 표정 구겨져서 광도 앞으로 가고)
광도 : 너 학생이 화장해두 된다구 누가 그랬어?
희진 : (시선 비낀 채 껄렁하게) 화장 안했는데요?
광도 : 그래? (시선은 희진에게 둔 채 주머니에서 퍼프솜 하나 꺼내서 선도부 옆으로 내밀면)
선도부원 : (들고 있던 워터 크린싱 솜 위에 찔끔 짜주고)
광도 : (그 솜으로 희진 얼굴 닦아내고 화운데이션 뭍은 솜 보여주며) 이건 얼굴 껍질이 벗겨지는거냐?
희진 : (인상 팍 구겨지는)
씬 9 교정일각(D)
성질 내면서 걸어오고 있는 희진과 아영.
희진 : 아으 씨 진짜! 내가 지 밥이야, 심심풀이 땅콩이야?
맨날 흠잡을거 없나 뱁새눈 뜨구 보는거 보기 싫어서라두 학교를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진짜.
아영 : 참어 참어. 하루 이틀이냐? 그러게 애초에 찍히질 말았어야지.
희진 : 아으! 열받어! (하다가) 아아... (통증 느끼고 볼 감싸쥐는)
아영 : 그러게 봄방학 하면 뽑지 뭐하러 오두방정을 떠냐?
희진 : 나 신경 곤두섰으니까 말시키지 마 너. (하는데)
아영 : 안녕하세요? (앞에 오는 일평에게 인사하고)
희진 : (건성으로 까딱 인사하는데)
일평 : (그런 희진 못 마땅하게 보다가) 서희진.
희진 : 왜요?
일평 : 너 치마가 그게 뭐냐? 너 치마 옆선에 다트 넣었지?
희진 : (표정 구겨지고)
일평 : (다가와서) 어쭈? 치마 길이 봐라 이거. 너 어디 응원 나갈 일 있냐?
하여간 겉멋만 들어갖구는. 쯧쯧쯧... (혀 차며 가는데)
희진 : (작게) 아으 씨... 재수 없어.
일평 : (들었다. 멈추고 보며) 뭐? 아으 씨... 재수없어..?
희진 : (순간 입 다물고)
일평 : 이 자식 태도 봐라 이거? 너 교무실루 좀 따라와. (가는데)
희진 :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세요.
일평 : (뒤 돌아보며) 뭐?
희진 : (짜증으로) 교문에서 벌써 벌점 다 날리구 왔단 말예요.
일평 : (가볍게 머리 툭 치며) 너 이 자식 선생님 한테 말하는 태도가 이게 뭐야 임마?
희진 : (신경 곤두 서 있는 터라 버럭) 어으 씨, 왜 때려요?
일평 : 아니, 이 자식이 근데... (기막혀 보는데서)
광도 : (E) (기막힌) 그게 정말입니까?
씬 10 교무실(D)
광도 : 아니 그 자식이 진짜 어으 씨, 재수없어, 그러더란 말이예요?
일평 : 그렇다니까아.
광도 : 아니, 그런 녀석을 그냥 놔뒀단 말입니까?
일평 : 그럼 어떻게 해? 성질 나는 대로 엎어놓구 때려?
광도 : 내 딸이면 그걸루두 모자랍니다.
일평 : 나 참, 아무리 선생 지위가 땅바닥에 꽂힌 세상이라지만,
딸래미 같은 녀석이 눈 하얗게 뜨구 덤비는거 보니까, 화가 나기는 커녕 서러워지더라니까.
복만 : 그러니까 요즘 애들한테 선생대접 받으려는 생각, 애저녁에 접어야 돼요.
아, 에이 씨, 정도 갖구 뭘 그러세요. 안듣는데선 거의 껌이잖아요 껌.
유란 : 맞아요. 전철이나 버스에서 선생님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조사 빼구 나면 다 욕이드라구요.
과목명이나 이름으루 부르는건 그나마 양반이예요.
재현 : 우리두 몇몇 눈에 띄는 애들 빼고는 이름 보단 번호루 부르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애들 한텐 그게 소외감으로 다가 올 수두 있구,
편애 받구 있다는 생각에 삐딱선을 타게 만들 수두 있거든요.
복만 : 아, 지들은 선생 편애 안합니까? 지들 입맛에 안 맞는 선생님은 왕따 시키구,
지들 좋아하는 선생님은 아예 가지구 놀잖아요.
용구 : (E) 박광도! 노일평!
씬 11 2학년 5반 교실(D)
아직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는 아이들.
용구 : 한 사람은 폭력의 대마왕, 또 한사람은 편애의 대마왕!
이 두 사람은 이번 졸업식에 차 가져오면 절대 안될 사람들이야. 바루 폐차될껄?
유미 : 맞아. 특히, 박광도는 조심, 또 조심해야 될꺼야.
흥수 : (버럭) 박광도가 뭐가 어때서!
유미 : 엄마, 깜짝이야! (버럭 소리치는)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애라 : 야 박흥수, 넌 왜 그렇게 광도 얘기만 나오면 과민 반응이냐?
흥수 : 아, 아니... 박광도는 차가 없거든... (얼버무리는데)
정연 : 어쨋건 고삼 때 선생님 잘 만나는 것두 복이야.
조재현 선생님이나 이재하 같은 선생님 한테 그런 짓 할 애들이 있겠냐?
유미 : 맞아. 어우, 나 고삼 때 박광도가 담임되면 어떡해에. (울상짓는데)
준경 : (E) 박흥수.
흥수 : ? (미소짓고 서있는 준경, 그 미소에 머리 쭈삣 서는 느낌으로) 뭐... 뭐냐? 그 느끼한 미소는?
준경 : (씩 웃으며) 굿뉴스, 배드뉴스 어떤 거 부터 들을래?
흥수 : (불안해 하며) 구...굿뉴스.
준경 : 내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슬쩍 반배정표를 보게 됐는데 말이다,
(씨익 웃으며) 고삼 때 너랑 나랑 같은 반이던데?
흥수 : (히익! 기겁하고)
아이들 : (우우우우--! 환호하고)
흥수 : (울상이 되서) 그.... 그거보다 더 나쁜 뉴스는 뭔데?
준경 : 담임이 박광도라는 거지.
흥수 : ! (순간 하얗게 질려서 책상 위로 쓰러지고)
유미 : (준경에게 달라붙으며) 내, 내껀? 내껀 못봤어?
준경 : 다른 애들껀 못봤구, (지민보며) 지민이 너랑 신화, 흥수, 나, 이렇게 네명이 같은 반인거 같던데?
지민 : (얼굴 환해지며) 와아. 진짜? 진짜야? 잘됐다 신화야 그치? 그치?
신화 : (웃고)
지민 : (좋아하다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 (돌아보면)
태훈 : ... (보고 있다가 가만히 시선 책으로 내리는)
지민 : ... (보는)
씬 12 영화반(D)
절망적인 표정으로 머리 쥐어뜯고 있는 흥수. (신화, 지민은 없고)
유미는 턱 괴고 앉아 멍하니 혼자 생각에 빠져있고.
정연 : (위로하는) 힘내. 그래두 편애보단 폭력이 낫지. 폭력은 조심하면 피해갈 수 있지만,
편애는 피해갈 수두 없는거잖아.
흥수 : 아으으---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도대체.
애라 : 왜 그래? 너 박광도 무지 사모하잖아. 박준경은 널 사모하구.
어머 그러고 보니까 셋다 박씨네? 완전 삼박자 사랑이다 야. 깔깔.
흥수 : 정애라. 니가 나 한테 맞은지 좀 오래됐지?
동일 : 아직 확정된 것두 아니잖아. 흥수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흥수 : 모르면 가만이나 있어라. 내 속을 어찌 알겠냐 니들이. (한숨 쉬는데)
유미 : (턱 괴고 멍한 채로 불쑥) 우리 고삼 안되면 안될까?
흥수 : 이건 또 무슨 자다가 오강 깨뜨리는 소리냐?
유미 : 우리가 고삼이 된다는 건 이제 헤어질 때가 됐다는 얘기잖아.
아이들 : .. (보는)
유미 : 우리 2학년 5반, 정말 끝내줬었는데... (한숨 쉬며) 어디 가서 또 이런 환상의 팀을 만나겠냐?
아이들 : ... (좀 우울해지는)
씬 13 교정일각(D)
게시판 앞에서 뭔가를 읽으며 서있는 지민.
신화 : (E) 뭘 그렇게 열심히 읽어?
지민 : ? (보고) 이번 학생회장 후보 출사표. 공약이 디게 신선한데?
신화 : (같이 보며) 이번에 삼파전이라며? 선거가 치열해지겠던데?
지민 : (웃으며) 기억나냐? 성제 학생회장 나갈 때 말야. 우리 다같이 참모루 뛰면서
동광의 역사를 바꿔놓겠다, 큰소리 뻥뻥 쳤던거.
신화 : (웃으며) 그럼. 선배들이 우리보구 독립투사 같다구 그랬었잖아.
지민 : 이제 우리 시대는 갔나?
신화 : ? (본다)
지민 : 요즘 기분이 괜히 좀 울적 하다. 뒷방 할머니가 되는 느낌이야.
애들이랑 헤어질 때가 되서 그러나?
신화 : (웃는)
도서관에서 책 빌려들고 나오던 태훈, 나란히 서서 게시판 보고있는 두 사람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어느순간 방향 바꿔 뒤돌아 가는 태훈. 문득 그런 자신이 우스운지 쓰게 피식 웃는다...
씬 14 2학년 5반 교실(D)
일평 판서 하고 있고. 여기저기 딴 짓 하며 소란스러운 교실.
희진, 책상 위에 노트와 색연필 펼쳐놓고 노트 꾸미고 있고, 아영 뺏어 보려고 소란스럽다.
아영 : (기어이 뺏어서 보고는) 내 남자 친구에게 바치는 노트?
희진 : 이리 줘어. (확 뺏어서 옆에 두고는, 엄지손가락만한 유리병에 뭔가를 집어넣는)
아영 : 그건 또 뭐냐?
희진 : 어제 뽑은 사랑니. 오빠한테 주려구 의사한테 달라구 했지.
아영 : (질려서 보며) 콧구멍이 두 개길 망정이지 기막혀 죽겠다 진짜.
일평 : (E) 거기 뒤에!
희진, 아영 : ! (보면)
일평 : 너 그 노트 들구 이리 나와.
희진 : (얼굴 팍 구겨지고)
일평 : 얼른 안 나와! (소리치면)
희진 : (불만 가득 찬 얼굴로 노트 들고 나오는)
일평 : (노트 확 뺏어서 넘겨보다가 한심해서) 쯧쯧쯧. 넌 도대체 학교엔 뭐하러 오냐?
뭐 하나 맘에 들게 행동하는 꼴을 못봤다 내가. 너희 부모님두 너 이러구 다니는거 아시냐?
희진 : (순간 눈빛에 반항심 생기고)
일평 : 이건 압수니까, 졸업 할 때 찾으러 와. 들어가. (교재 드는데)
희진 : (반항심으로) 주세요.
일평 : 뭐?
희진 : 졸업 하기 전에 필요한 노트니까 달라구요.
일평 : 수업 시간에 이게 왜 필요해 임마!
희진 : 선생님 지루한 수업 견디려면 이거라두 있어야 돼요.
일평 : 뭐야?
희진 : 다른 애들두 다 딴짓하는데 왜 맨날 나만 갖구 그래요 진짜!
일평 : 이 자식이! (교재로 따귀 때리고)
희진 : 아! (비명처럼 얼굴 감싸쥐고 주저앉는)
일평 : 엄살 떨지 마 임마! 너 안그래두 내가 벼르구 있던 중이었어.
어디 건방지게 선생님 한테, (하는데)
희진 : (얼굴 감싸쥐고 있던 손 펼치면, 손에 흥건히 고이는 피...!)
일평 : ! (하얗게 굳고)
아이들 : (꺄아악! 비명 지르며 응성이기 시작하고)
희진 : (입에서 쿨럭쿨럭 흘러나오는 피, 하얗게 겁에 질리는 위로)
명교감 : (E) 이게 무슨 일입니까 도대체!
씬 15 교무실(D)
명교감 앞에 불려와 있는 일평.
명교감 : 도대체 애를 어떻게 때렸길래 교실에서 피를 봅니까 피를!
일평 : ... (어두운)
광도 : 저기 그게요, 그 학생이 어제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았답니다.
그걸 그냥 가볍게 살짝 쳤는데, 봉합한 부분을 건드려서,
명교감 : 아 시끄러워욧! 그러게 멀쩡한 벌점카드 놔두구 왜 애한테 손을 댑니까?
여학생 체벌은 특별히 신경 쓰라구 제가 누누히 말씀 드렸잖습니까.
복만 : 그 녀석이 맞을 짓을 했던데요 뭘.
명교감 : 그럼 박선생이 그 학생 어머니 만나 그렇게 말씀하세요.
맞을 짓을 해서 때렸으니 상관말라구요.
복만 : (입 다물고)
명교감 : 아니 노선생님, 평소엔 점잖으신 분이 왜 그래요 진짜.
작년에두 이 비슷한 일루 맘고생 하셨잖아요.
그럼 같은 일 두 번은 만들지 말아야 될꺼 아닙니까?
일평 : ... (무거운 한숨)
재현 : ... (깝깝해져서 보는)
씬 16 2학년 5반 교실(D)
삼삼오오 모여서 웅성이고 있는 아이들.
애라 : 어떻게 여학생 뺨을 때릴 수가 있냐? 학생은 뭐 자존심두 인격두 없냐?
용구 : (진에게) 봤지? 충격이지? 완전 쇼킹 코리아지? 이게 바루 한국교육의 현주소야. (오두방정 떨고)
유미 : 그 피... 아으으 끔찍해. (몸서리 치는데)
아영 : 야 반장! 이 문제 이대루 그냥 조용히 넘어갈꺼야?
지민 : (보고) 조용히 안 넘어가면?
아영 : 교실을 피바다루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노일평 한테 사과 받아내야지.
그래야 지두 깨우치는 바가 있어서 안때릴꺼 아냐.
지민 : 사과 받아낸다구 변하는게 뭐 있겠냐?
태훈 : (E) 변할 수두 있지.
아이들 : ? (보면)
태훈 : 이번 일, 벌써 전교에 소문이 쫙 퍼졌구 체벌문젠 어떤 식으로든 한 번 짚구 넘어가야 될 문제야.
공개사과를 받는다면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지 않겠어?
신화 : (E)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아이들 : (본다)
신화 : 이 문젠 선생님들 교권과 관련된 문제야. 선생님 스스로 결정해야 될 문제라구 봐.
태훈 : (O.L) 체벌과 편애는 없어져야 돼. 그건 선생님의 권위를 이용해서 휘두르는 횡포야.
신화 : (웃으며) 그 말엔 전적으루 동감하지만
사과를 강요할 수 있는 권리두 방법두 우리에겐 없다는 뜻이야.
태훈 : (피식 웃는) 방법이 왜 없어? 니들 좋아하는 단체행동 있잖아. 수업거부나 침묵 시위.
신화 : 이번 경우는 좀 다르잖아. 사회선생님이 상습적으루 체벌을 하시던 분두 아니구,
희진이의 태도에 아주 잘못이 없다구 볼수두 없구말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이런 논리보단 시간을 두구 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 같은데?
태훈 : 내 말은, (뭔가 말하려는데)
지민 : (E) 나두 신화 말에 동감이야.
태훈 : ! (보면)
지민 : 지금 우리가 단체행동을 하는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을꺼 같아. 좀 더 기다려보자.
사회 선생님이 먼저 사과하실 수두 있잖아.
태훈 : ... (보는데서)
씬 17 교실 복도(D)
하교시간. 지민, 영화반 여자아이들과 웃으며 나오고 있는데,
태훈 : (E) 너랑 난 왜 이렇게 안 맞는거냐 도대체.
지민 ? 해서 보면, 창가에 기대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태훈.
아이들, 또 붙으려나 보다, 분위기 살피고는, 먼저 가있을게...얘기하고 와... 자리 피해주고,
복도엔 태훈과 지민 둘만 남고...
태훈 : ... (보다가 불쑥 웃으며) 그래, 내가 졌다.
지민 : 지다니? 누, 누구한테?
태훈 : 유신화표 논리에.
지민 : 야, 친구끼리 이기구 말구 할게,
태훈 : (O.L) (상관않고) 윤지민의 무딤에. 한태훈의 유치함에.
지민 : ? (본다)
태훈 : 윤지민. 니가 잊구 있는게 있는데, 나두 남자야.
지민 : ! (보고)
태훈 : (피식 웃으며) 이제 앞으로 너랑 나... 티격태격 부딪힐 일 없을꺼다. 잘 살아라.
(돌아서는 순간 어두운 표정되서 가고)
지민 : ... (보는)
씬 18 교정일각(N)
퇴근 차림으로 교사에서 나오는 재현과 정인. 어쩐 일인지 그 자리에 멈칫 서는 재현.
정인 ?해서 그 시선 따라가 보면, 착잡한 심정으로 어두운 교정을 바라보며 담배 태우고 있는 일평...
정인 : 아까 낮에 희진이 어머니가 좀 심하게 하구 가신 모양이예요.
교육청에 투서해서 당장 선생직 그만두게 하겠다구...
재현 : ... (안타깝게 보고)
정인 : ... (무거운 한숨 쉬는데서)
(F.O)
씬 19 학교 외경(D)
씬 20 2학년 5반 교실(D)
뒷문으로 들어서는 희진. 순간 희진에게 쏠리는 아이들의 시선.
아영 : 어때? 안 아퍼? 괜찮대? 아예 집에서 쉬지 그랬어 왜에?
희진 : ... (말없이 책가방 풀다가 느껴지는 아이들 시선에 버럭) 어디 불구경 났냐!
아이들 : ! (순간 시선 흩어지고)
희진 : (기분 확 상해서 벌떡 일어나 나가는)
아영 : 야! 어디가아?
씬 21 교정일각(D)
걸어오고 있는 세진과 연진.
연진 : 너 내일 모레 따루 약속 잡은거 없지?
세진 : 내일 모레? 약속 없으면 왜?
연진 : 그럼 시간 좀 비워두라구. 내가 널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거든?
세진 : ? 이벤트... 라니?
연진 : 그런게 있다. (웃다가) 어? 희진이 학교 나왔네? 희진아!
희진 : (씩씩대며 걸어오다가 ? 멈추고 보는)
연진 : 아픈덴 괜찮아?
희진 : (다짜고짜) 장세진 너 담배 있냐?
세진 : 그건 왜?
희진 : 이왕 찍힌거 확실하게 튀어볼라 그런다 왜? 있어? 없어?
세진 : (기막혀 보고 있다가) 없어... 끊었어.
연진 : (순간 세진 보고)
희진 : (거짓말로 받고) 관둬. 너 아니면 구할 데가 없을까봐? (가는데)
세진 : 서희진, 유치한 반항 좀 그만해. 그런 식으루 어리광 부려봤자 너만 손해야.
희진 : 아, 남이사! (홱 돌아 가고)
세진 : (그런 희진이 오히려 귀여워서 피식 웃는데)
연진 : (반짝이며) 세진아 진짜야?
세진 : ? 뭐가?
연진 : 너 정말 담배 끊었어?
세진 : (어색하니까 괜히 퉁명스레) 원래 입이 짧아서 한가지 음식 오래 못먹어. (가고)
연진 : (표정 환해져서 따라가는)
씬 22 여자화장실(D)
들어서는 유란, 화장실 문 열고 들어가려는데 옆 칸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간간히 콜록콜록 새어나오는 기침소리.
유란 : (어쭈, 요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똑똑 노크하는)
희진 : (E) 사람 있어.
유란 : (다시 노크하는)
희진 : (E) 사람 있다니까 기집애야!
유란 : (기막혀서) 이 문 당장 못 열어! (소리치는데서)
씬 23 교무실(D)
재현 앞에 불려와 서있는 희진.
유미, 주번 일지 들고 광도의 자리로 가며 슬쩍 그쪽 살피고.
재현 : (기막혀서 웃음이 다 난다) 나 참 기가 막혀서.
얌마, 넌 치과에서 치료 받는다는 놈이, 피우지도 못하는 담밴 왜 피우냐? 담배 아깝게.
희진 : ... (시선 비낀 채로 서있고)
일평 : ... (씁쓸해지는데)
재현 : 너 혹시 지금 반항하는 중이냐? 아니면 혹시 벌점 카드 모으는게 취미냐?
희진 : 벌점이든 체벌이든 아무거나 빨리 주세요.
재현 : 뭐?
희진 : (일평 들으라는 듯) 때리실 꺼면 오른 쪽은 때리지 마세요. 이번에 또 터지면 봉합두 안된대요.
일평 : (순간 보고)
재현 : (좀 화나서) 뭐야?
유미 : (눈 똥그래져서 보고 있는)
씬 24 교정일각(D)
걸어오고 있는 영화반 아이들.
동일 : 정말 희진이가 담배를 폈단 말이야?
유미 : 그렇다니까. 어디 두구보자, 보란 듯이 반항하겠다, 일종의 복수심리 아니겠냐 그게.
흥수 : 아 그 자식, 삐딱선 한 번 요란 뻑적지근하게 타네.
애라 : 그럴만두 하지 야. 애들 다 보는 앞에서 자존심이 구겨졌는데.
정연 :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그런 멍청한 짓이 어딨어?
그럴수록 어금니 바싹 물구 보란 듯이 잘 살아야지.
애라 : 그러길래 한참 예민한 시기에 애 한테 손은 왜 대냐 손은?
가만 보면 문제아는 결국 선생님들이 만드는거야.
흥수 : 거꾸로 말하면 폭력교사는 결국 문제아가 만드는거야.
동일 : 문제아란 말은 없다잖아. 문제 가정, 문제 사회, 문제 학교만이 있을 뿐이지.
아이들 : ? (보면)
동일 : 어어. 내 말이 아니구, 어떤 교육학자가 한 말이야.
흥수 : (어깨 걸며) 동일아. 가끔 유신화랑 헷갈리는 발언은 삼가 주길 바란다.
영화반의 철학자는 신화 하나로 족하단다.
아이들 : (웃고)
지민 : (웃다가 문득 저만치 형주, 연진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태훈 발견한다)...
(잠시 어쩔까 망설이다 짐짓 밝게) 야, 한태훈! 어디 가냐?
태훈 : ? (돌아보는)
지민 : 어디 재밌는데 가면 우리두 껴주라. (웃는데)
태훈 : ... (대꾸 않고 예의 그 냉랭한 얼굴로) 김정연. 안가?
정연 : 아, 맞다. 얘들아 나 수학모임 갔다올게. (가고)
지민 : ! (냉랭하게 멀어지는 태훈 보고)
신화 : ... (그런 지민 보면)
지민 : ... (어쩐지 우울한)
씬 25 교무실(D)
책상 위에 여러 자료 펼쳐놓고 회의하고 있는 교사들.
명교감 : 자 그럼, 이상으로 1, 2학년 사정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각 학년 부장 선생님은 학년별 사정안 제출 하도록 해주시고,
각 반담임선생님들은 학생생활기록부에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 번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사들 : 수고하셨습니다. (수첩 등 챙기기 시작하는데)
명교감 : 아,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는건데 말입니다,
교사들 : ? (챙기다가 멈추고 보면)
명교감 : 행동평가나 활동 평가란에 혹여라두 교사의 편견이나 개인적 인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사들 : (본다)
명교감 : (짐짓 서류챙기며) 아시겠지만, 학생들의 젊은 시절을 정리해주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묵은 감정을 푼 후에 작성하시는 것두 좋은 방법이 될겁니다.
일평 : ... (보고)
명교감 : (일어나서 자리로 가며) 장시간 지루한 회의 하느라 고생하셨는데,
우리끼리 종업식 하는 셈으루다 어디가서 목이나 축입시다. 오늘은 내가 쏘겠습니다.
씬 26 교정일각(D)
혼자 교정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태훈.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옆에 와서 앉는 형주.
형주 : 여기서 혼자 뭐하냐?
태훈 : 머리 좀 식히구 있었다.
형주 : 조심해라. 니 머리 거기서 더 식히면 아주 얼어붙는 수가 있다.
태훈 : (픽 웃으며) 그게 원래 한태훈의 본 모습 아니겠냐. 내 본 모 습을 찾으려는 중이다 지금.
형주 : ... ? (살피며) 무슨 일 있냐? 어째 좀 우울해보인다?
태훈 : 시기가 그렇잖아. 고삼 되는 것두 그렇구, 헤어지는 것두 그렇구...
형주 : (대충 짐작하고 피식 웃으며) 그래서 혼자 고독을 씹고 있었다? 한태훈 답지 않은데?
특별히 헤어지구 싶지 않은 사람이라두 있나 보지?
태훈 : (보고 피식 웃고는 불쑥 어깨 걸며) 넌 나랑 헤어지는게 안 서운하냐?
형주 : (어깨 걸며 장난스레) 전혀. (보며) 같은 반이 될꺼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거든.
태훈 : ... (웃으며) 알지? 너 참 좋은 친구라는거... 내 맘을 읽을줄 아는 유일한 친구거든.
(보며) 김형주. 일년동안 고마웠다.
형주 : 한태훈.
태훈 : 왜.
형주 : 앞으로 한 오십년은 더 고마울꺼다 아마. (웃고)
태훈 : (형주 머리 헝크러뜨리며 웃는)
씬 27 술 집(N)
고기 구워가며 술 마시고 있는 명교감과 교사들. 분위기 한참 무르익어가는 중이다.
(일평은 여전히 쳐져있고)
명교감 : (잔 비우고 정인에게 주며)
받으세요. 우리 학교 와서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는데 축하 해야죠.
정인 : (받으며 장난스럽게) 저 이거 마시면 치사량인데. (하면서 원샷하고)
복만 : 하하. 치사량이 아니라 치사한 양 같은데요? 대접에다 드릴걸 그랬습니다 하하하!
교사들 : (웃고)
정인 : (재현에게 잔 주며) 일년동안 여러 가지루 고마웠습니다.
많이 배우구 학교 선배처럼 의지가 됐었어요.
재현 : (받으며) 배우긴 제가 더 많이 배웠죠. 김선생님의 그 열정, 순수함, 패기,
꺾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잔 비우고 광도에게 잔 내밀며)
박 선생님두 부임해서 첫 졸업생이시죠? (따르며) 소감이 어떠세요?
광도 : (받으며) 소감이랄게 뭐 있나. 앓던 이 빠지는거지.
유란 : 하긴. 요즘은 졸업이란 단어에, 사제지간의 정이라거나, 이별의 슬픔 같은건 없는 시대잖아요.
그런거 보면, 가끔... 학교가 지식을 사고 파는 수퍼마켓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광도 : (유란에게 잔 주며) 맞습니다. 물건 사구 나가는 손님에게 안녕히가세요 한다구,
눈물 흘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피식 웃는데)
명교감 : (불쑥) 물건을 판 교사한테는 그렇겠지요.
교사들 : ? (보면)
명교감 : (짐짓 일평의 잔에 술 따라주며) 애들이랑 있다 보면 말입니다. 재밌는 감정이 참 많이 생겨요.
한없이 이뻤다가, 꼴도 보기 싫어졌다가, 감동도 받았다가..
이 자식들이 선생들을 울리구 웃기는 재주가 있드라 이 말입니다.
일평 : ... (본다)
명교감 : 재밌는건 말입니다, 이 자식들이 자기들 땜에 울고 웃는 선생님들 모습에
같이 울고 웃는다는 겁니다.
교사들 : ... (보는)
명교감 : 교사와 학생은 거울이랑 꼭 닮았어요. 오른 손을 내밀면, 오른 손을 내밀고,
왼손을 내밀면, 왼손을 내밀거든요. 거울을 들여다보구 있으면 다 알아요.
교사가 나한테 물건을 팔았는 지, 마음을 줬는지...
일평 : ... (보고)
명교감 : 그래두 난,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 굴리는 나보다,
교실에서 애들이랑 부대끼는 선생님들이 부럽습니다. (마시고)
재현 : ... (그런 명교감 보며 미소 짓는)
자자, 일년동안 선생님들 고생하셨습니다, 건배하는 교사들.
그렇게 취해가는 교사들의 따뜻한 풍경에서...
F.O
씬 28 학교외경(D)
씬 29 2학년 5반 복도(D)
수업 시작 종. 우루루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아이들.
잠시 텅빈 복도였다가, 복도 끝에서 나타나는 일평.
5반 교실 앞에서 잠시 망설이며 서있는 일평. 옆반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그런 일평을 보는 재현.
어느순간 조용히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는 일평...
재현 : ... (걱정스럽게 보며)
씬 30 2학년 5반 교실(D)
소란스러운 교실. 들어서는 일평. 순간 썰렁한 분위기로 일평을 보는 아이들.
일평 : (애써 평상심으로) ... 어디 할 차례지? (교재 넘기며) 178페이지 할 차롄가...?
(하고 아이들 보면)
아이들 : ... (냉랭한 그대로 꼼짝 않고)
일평 : ... (문득 희진의 자리 쪽을 보면)
희진 : (고개 돌려 외면하는)
일평 : ... 니, 니들이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지 안다.
아이들 : ...
일평 : 시, 실은 나두 너희들 모두에게 하구싶은 말이 있는데, 말 주변이 없어서
(교재 사이에서 종이 한 장 꺼내며 어색하게) 밤새 할 말을 정리해 봤다. 드, 들어볼래?
아이들 : ... ? (보고)
일평 : (어색하게) 큼큼... (읽는) 너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난 니들이랑은 세대차이가 많이 나서 재밌지도 않고,
언제 부턴가 그 차이를 메꾸는게 귀찮아져서 니들을 이해 하려는 노력, 별루 하지않았다.
그래서 그냥 미운 놈은 미워 하고, 이쁜 놈은 이뻐하구, 말 안듣는 놈은 포기했다.
아이들 : ...
일평 : 사회 과목을 맡아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가르친다면서,
나 자신이 획일화된 교육을 받아온 사람이라 튀는 놈이 있으면 봐주질 못하구
함부로 한 면이 있었다. 그걸루 너희들에게 상처를 줬구, 그 상처를 모른체 했다. 그걸...
(잠시 사이) 너희 모두에게 사과 하고 싶다.
희진 : ... !
아이들 : ... !
일평 : ... (가만히 종이 내려놓는)
아이들 : (어쩐지 미안한 심정이 되서 고개 숙이고)
일평 : 사과... 받아 줄래....?
아이들 : ... (차마 대답 못 하는데)
유미 : (그 적막을 깨고 혼자) 네. (했다가 아무도 대답 안하자 얼른 입 막는)
일평 : ... (그런 유미 보다가 피식 웃고)
아이들 : (따라서 웃는)
이내 분위기 풀리면서 웃는 아이들. 웃음 소리 커지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복도로 난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재현. 그 입가에 슬그머니 맺히는 미소...
씬 31 교정일각(D)
하교길. 걸어오고 있는 영화반 아이들.
흥수 : 하하, 나 참. 배유미, 내가 너 땜에 웃고 산다 진짜.
유미 : 내가 뭐얼.
애라 : 잘했다구. 암튼 오늘 우리반 애들 전부 감동 먹은 얼굴이드라?
정연 : 왜 안그러겠냐? 1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 한테 사과 받은건 처음인거 같다 야.
동일 : 완전 기습적으루 감동 받은 꼴이지 뭐. 가만, 이거 우리두 역습해야 되는거 아니야?
받은게 있으면 주는게 또 2학년 5반 전통이잖아.
유미 : 언제? 내일은 졸업식이라 학교 안 오구, 그 다음날은 종업식이구,
그럼 이제 곧 방학인데 시간이 없잖아.
흥수 : 에이, 할려면 오늘 계획을 잡았어야 되는데... 이렇게 밍밍하게 헤어지는거
2학년 5반 답지 않잖아. 안그러냐 반장? (지민보면)
지민 : ... (우울한)
씬 32 교무실(D)
퇴근 준비하는 교사들. 일평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가방 챙기고 있다.
광도 : (그런 일평 살피며 미소 지었다가) 김선생님은 아직 멀었어요?
정인 : (컴퓨터 앞에 앉아 상담자료 정리해넣고 있다가 돌아보며) 다 끝나 가요. 먼저들 퇴근하세요.
유란 : (웃으며) 저 열정을 누가 말리겠어요. 먼저 간다?
정인 : (웃으며) 네. 내일 뵈요.
교사들 : (각자 인사하며 나가고)
정인 : (컴퓨터로 돌아 앉으려다가 문득 재현의 책상 쪽을 보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가방) ...?
씬 33 2학년 5반 교실(D)
텅빈 교실.
한손에 커피 들고 창가에 기대서서 교실을 바라보고 있는 재현인데,
조용히 앞 문 열리고 들어서는 정인.
정인 : 여기서 혼자 뭐하세요?
재현 : (픽 웃으며) 나머지 학습하구 있습니다.
정인 : 네? 나머지 학습이라뇨?
재현 : 왜, 초등학교 때 구구단 못외우구, 수업시간에 잘 못 따라오는 애들
선생님이 방과 후에 남겨놓구 나머지 공부 시켰잖아요.
정인 : (웃으며 옆에 같이 기대서서) 무슨 과목을 공부하구 계셨는데요?
재현 : (웃으며 말없이 손으로 빈자리 가리키는)
정인 : ? (봤다가) ? (재현 보는)
재현 : 저 빈 자리는 누구 자리며, 이름은 뭔지, 번호, 특징, 별명, 장,단점...
일년 동안 아이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구있었는지 총복습겸, 보충수업하구 있는 중이었어요.
정인 : ... (피식 웃는) 그래서 자기평가 점수는 얼마나 되죠?
재현 : 유급 먹겠는데요?
정인 : (웃고) 희망을 잃지 마세요. 사실 너무 어려운 문제잖아요.
재현 : 그렇지두 않아요. 난해한 문제 같아 보여두,
해답은 언제나 지극히 단순하구 가까운 곳에 있더라구요.
정인 : (웃으며) 그 해답 좀 컨닝 할 수 있을까요?
재현 : (웃으며) 선생님이란 단어를 직해하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정인 : ? 먼저 선, 날 생... 먼저 태어났다는 뜻이 되나요?
재현 : 바로 그겁니다.
정인 : ?
재현 :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만큼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아무리 조숙한 애들두 자기 나이 만큼만 생각할 수 있는 법이죠.
그런 애들을 붙잡구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그건 너무 우습잖아요.
정인 : ...
재현 : 내가 힘든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이들 원망두 많이 하구,
내가 쏟은 애정이 아까워서 가끔 본전 생각이 들기두 하지만,
결국 아이들 한테 먼저 져주는 싸움이 이기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인 : 대단한 용기와 사랑이 필요한 싸움이겠는데요? (웃다가) 조선생님.
재현 : (보며) 네?
정인 : 그 정도면 유급 아니라 월반하셔두 되겠어요. (웃는)
씬 34 신화의 집 근처 야외(N)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나오는 신화. 저만치 서있는 지민을 발견하고 그리로 간다.
신화 : 들어오라니까 왜.
지민 : 들어가긴 야. 너무 늦었잖아.
신화 : (웃으며) 근데 무슨 일이야? 니가 날 다 찾아오구?
지민 : 어? 어어... 애, 애들이 종업식날 뭔가 한판 벌려야 되는 거 아니냐구 자꾸 닥달을 하는데.
호,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빌릴까 하구..
신화 : ... (미소로 보고)
지민 : ... (괜히 뜨끔해서 시선 피하는)
씬 35 패스트푸드점(N)
음료 놓고 마주 앉아있는 두 아이.
지민 : 정말 싫어하는 선생님인데, 그러니까 날 무시하구, 놀려먹구, 학생들 생각은 눈꼽 만큼두 안하구,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선생님 이거든?
신화 : (웃음기 있는 얼굴로) 그런데?
지민 : 근데, 어느 날 부턴가 이 선생님이 날 포기하구는 딱 관심을 끊더란 말이야.
그럼 속이 시원해야 되잖아? 그치?
신화 : 그런데.
지민 : 근데... 이상해.
신화 : 어떻게 이상한데.
지민 : (푹 한숨 쉬며) 섭섭해. 실연 당한 거 처럼 우울하구 마음이 아파...
이러는 내가 너무 유치하구 웃겨.
신화 : (웃는)
지민 : 왜 웃어?
신화 : 지민아. 그건 이상한 일두, 웃기는 일두 아니야. 이제야 그 사람의 진심을 이해하게 됐을 뿐이지.
지민 : (본다)
신화 :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 그럼 그 사람이 너한테 했던 행동들이 미움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의 사랑과 관심이었다는걸 알게 될꺼야.
(웃으며 무심결에) 원래 그 녀석이 표현을 그렇게 하거든.
지민 : (퍼뜩 놀라) 그, 그 녀석이라니?
신화 : 어? 어어 참. 선생님이라구 했지. 그게 그 선생님 표현 방식일꺼라구 (웃고)
지민 : ... (보는데)
신화 :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2학년 5반다운 종업식이 어떤게 있을까 물었었지?
(생각해보다가) 지민아.
지민 : (딴 생각하고 있다가 퍼뜩) 어?
신화 : 혹시 동광의 역사를 바꾸겠다던 그 패기와 젊음, 기억해?
(농담처럼 웃으며) 어때? 우리두 교무실습격이나 한 번 해볼까?
지민 : ... (피식 웃고는 다시 생각해보는 얼굴이 되고)
신화 : (그런 지민 보며 미소 짓는데서)
씬 36 거리(N)
걸어오고 있는 지민. 뭔가 추리해내듯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 위로,
신화 : (E)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 그럼 그 사람이 너한테 했던 행동들이
미움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의 사랑과 관심이었다는걸 알게 될꺼야.
씬 37 회상 몽타쥬
- '이 정도면 빚 같은거다?' 이름표를 건네주던 태훈.(4회 5씬)
'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절대 못해!' 소리치며 돌아서던 태훈(4회 35씬)
- '너 진짜 자존심이 뭔지 알아? 학교에서의 허락, 난 됐는데 넌 왜 안됐다구 생각해?' (12회 41씬)
- '너랑 같은 대학에 가볼까 생각 중이거든..' (13회 42씬)
- '윤지민 너 날 그렇게 몰라? 너 한테 내가 그 정도루 밖에 안보였어?' '관두자. 다 관두자' (23회 33씬)
씬 38 거리(N)
걸어오고 있는 지민...
신화 : (E) 그건 이상한 일두, 웃기는 일두 아니야. 이제야 그 사람의 진심을 이해하게 됐을 뿐이지.
어느순간 머릿 속이 정리가 된 듯 천천히 그 자리에 멈춰서는 지민...
지민 : 한태훈... (문득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며) 나두 나지만 너두 참 너다..
(머리 쓸어넘기며 혼자 피식 웃는데서)
(F.O)
씬 39 거리(D)
사복차림의 세진, 무료하게 발장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있다.
문득 한숨 쉬며 손목시계를 보는데,
연진 : (저만치서 뛰어오며) 세진아아아----! (달려와서 허리 굽힌채 호흡 가다듬으며)
미안 미안. 차가 막히는 바람에...
세진 : 심장두 안 좋은 애가 왜 뛰어 다녀? 늦으면 늦는대루 오지.
연진 : 어? (씩 웃으며) 그거 지금 내 걱정해주는거 맞지? (장난스럽게 팔로 세진 목 조이며)
장세진 요즘 여러 가지루 날 감동시킨다 응?
세진 : (어색하니까 퉁) 안가? 어디 데려간다며?
연진 : (순간 손목시계 보며) 엄마! 늦겠다. 빨랑 가자. (세진 끌고)
씬 40 사진 스튜디오(D)
(벽면에 작품 사진들 걸려있는 모던한 분위기의) 들어서는 연진과 세진.
세진 : (들어서는 순간 띵한 표정으로 멈춰서는)
연진 : (그런 세진보며 미소짓는데)
사진작가 : (30대 초. 암실 쪽에서 나오다가) 어? 연진이 왔구나?
연진 : (밝게) 안녕하세요? (세진 끌며) 말씀 드렸던 친구예요. (세진에게) 인사해.
이 쪽은 우리 삼촌 친구. 사진 작가 최세영 씨.
세진 : ! (순간 보고) 최, 최... 세영?
연진 : (씩 웃으며) 오빠를 아는 모양인데요?
사진작가 : (장난스럽게) 꽤 유명한 편이거든 내가. 장세진이라구 했던가?
연진 : 네. (웃고 세진에게) 야, 뭐해. 얼른 인사해. 앞으루 널 가르쳐줄 스승님이야.
세진 : ! (보고)
연진 : (귀엽게 씩 웃으며) 근데 어떡하지? 꽁짜 아니야.
너 여기서 바닥 청소두 해야 되구, 커피두 끓여야 되구, 렌즈두 닦아야 돼.
뭐, 그래두 꿈을 펼치기 위한 투자니까, 그 정도 쯤은 감 수 할 수 있겠지?
세진 : ... (찡해져서) 연진아...
연진 : 알어 알어. 나두 내가 꽤 괜찮은 친구라는거 안다구. (웃는)
씬 41 편의점 안(D)
강산, 배달되어 온 박스들 창고로 옮기는 중이다.
막 박스 하나 옮겨 놓고 돌아서는데 그 앞에 서있는 신화.
신화 : (웃으며) 비상연락망 못 받았어?
강산 : 비상연락? (픽 웃으며) 또 무슨 비상이 걸렸는데?
신화 : 애들이 헤어지는게 무지 싫은가봐. 역사에 남을 만한 종업식을 하자는데?
강산 : (목장갑 벗고 옆에 뒀던 음료수 마시고) 하긴, 평범하게 이별 할 인물들이 못돼지.
웬일루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내가.
신화 : 우리 반 애들이 그렇게 별종이야?
강산 : 몰라서 묻냐? 사실 나 전학와서 잠깐 좀 당황했었다.
신화 : 왜?
강산 : 특이하잖아. 그런 반이 세상에 어딨냐? 문제아의 탈을 쓴 모범생이 있는가 하면,
모범생의 탈을 쓴 날나리가 있구, 친구의 탈을 쓴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학생의 탈을 쓴 너 같은 철학가두 있구.
신화 : (웃고)
강산 : 그래두 너란 놈을 만난거 보면 5반으로 전학 온게 악운은 아니었 던거 같다.
(신화 보며) 정들자 이별이네? 섭섭한데?
신화 : (웃고는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던지며) 받아.
강산 : (반사적으로 받고 보면 핸드폰이다)
신화 : 정들었는데 이별은 왜 해?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야.
대여해 주는거니까 지속적인 연락 바란다.
강산 : (웃으며) 내가 친구 하난 제대루 고른거 같다.
(웃다가) 근데, 종업식을 어떻게 하길래 역사에 남긴다는거냐?
신화 : (짐짓 심각하게) 교무실을 습격한대지 아마?
강산 : 뭐? (벙찐데서)
씬 42 패스트 푸드점(D)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신화는 없고)
흥수 : 교무실 습격 사건 투라니? 그게 무슨 남의 넙적다리 긁는 소리냐?
영상문집 완성하자구 부른거 아니었어?
정연 : 그게 그 얘기야. 엉킨건 풀구, 끊어진건 잇구, 불신의 벽은 허물어 내자는 취지 아래,
2학년 5반 일년을 정리하는 종업식을 영상문집에 담아내자는거지.
흥수 : 근데 그게 교무실습격하구 무슨 상관이 있어?
동일 : 통신에 올라온 교무실습격의 역사를 우리가 잇자는 얘기야.
흥수 : (놀라서) 뭐?
유미 : 그 동안 우리 반이 선생님들 한테 을마나 미운털이었냐. 이대루 한 학년을 정리할 순 없잖아.
흥수 : 그럼 강목 들구 교무실에 들어가서 깽판치자는 얘기야?
애라 : 무쓴 쏘리. 표절은 21세기 두뇌집단 채플린이 할 짓이 못되지이.
흥수 : 그, 그럼 어떻게 할건데?
지민 : (씨익 웃으며 종이 한 장 내미는) 이렇게 하는거지.
흥수 : ? (종이 읽는) 이제 냉전의 시대는 가고, 화해의 시대가 왔다.
오래전 강목과 분노가 교무실을 습격했다면 이젠 사랑과 믿음으로 교무실을 습격할 때이다.
이에 우리 2학년 5반은, 편견과 불신의 벽을 넘어, 편애와 무관심의 벽을 부수고,
오늘 여기서 동광의 역사를 다시 쓰는 바이다? (하며 아이들 보면)
아이들 : (씨익 웃으며 끄덕끄덕)
씬 43 교문 앞(D)
제 50회 동광 고등학교 졸업식 PC 걸려있고, 꽃장사들 꽃 팔고 있고,
식 마친 아이들 몇, 꽃 다발 들고 나오는 등... 졸업식 분위기 스케치.
씬 44 교정일각(D)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찍고 있는 아이들.
남학생들 몇 카메라 앞에서 포즈 취하고 있는데, 뒤에서 나타나 밀가루 퍼붓는 아이들.
에이 씨, 우루루 장난치며 뛰어가고.
간만에 양복으로 차려입은 광도와 일평, 사진 찍고 있는 여학생들 옆을 지나가면,
찍다 말고 고개 팍 숙인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여학생들...
재현과 사진 찍던 다른 아이들도 대충 비슷한 분위기로 이동하는...
일평 : (씁쓸하니까 괜히) 박선생은 어째 사진 찍자는 애들이 없어?
광도 : (퉁) 찾지도 못할 사진 찍어서 뭐합니까? (그래도 내심 섭섭한지 쓴 입맛 다시며 가는)
씬 45 교무실(D)
들어서는 일평과 광도인데, 잔뜩 굳은 표정으로 목 조이고 있던 넥타이 풀어내고 있는 복만.
일평 : (앉으며) 박선생은 왜 벌써 들어왔어? 사진 안 찍어?
복만 : 차식들... 편애하네 어쩌네 쌩 난리를 치더니, 애들이 선생 편애하는게 더 심해요.
졸업 했으니 이제 얼굴 볼일두 없겠다,
아주 싫은 선생 지나가면 뭐 씹은 얼굴루 대놓구 무시한다니까요.
광도 : (웃고는 슬쩍) 자리 비운 동안 혹시... 나 찾아온 학생 없었어?
복만 : 없었는데요? 왜요? 오기루 한 학생 있어요?
광도 : 아니... (쓰게 피식 웃고는 혼잣말 처럼) 그 자식 만큼은 찾아올지 알았는데...
일평 : 관 둬. 조용히 물러가 준 것만으루도 다행이라 생각하라구. (하는데)
재현 : (다급한 얼굴로 들어와서)
저, 저기 오늘 차 가지고 오신 분들, 지금 주차장으루 빨리 좀 가보셔야겠는데요?
광도 : 왜? (했다가 퍼뜩) 이 자식들, 깨부셨어?
남교사들 : ! (순간 하얗게 질리며 후다닥 뛰어 나가는)
씬 46 교정일각(D)
허겁지겁 나오던 남교사들, 어느순간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교사들의 벙찐 표정 차례대로 보여지다가,
복만 : 저게 뭐야...? (하면)
교사들 시선으로 보이는 주차공간... 그 곳에 세워진 차들 옆에 달린 풍선들.
그 풍선 아래 달린 PC에 '선생님들을 2학년 5반으로 초대합니다'
교사들 : (벙찐데)
재현 : 2학년 5반으로 오라는데요? (씨익 웃는)
씬 47 2학년 5반 교실(D)
조용한 교실... 앞문 열리며 명교감과 남녀교사들 들어서면, 우우우---!!! 환호와 함께 터지는 폭죽들.
교사들 벙쪄서 보면 전부 모여있는 5반 아이들.
원을 만들어 붙여놓은 책상 위에는 케익과 간단한 다과상 차려놓았고.
흥수, 캠코더 들고 벙찐 선생님들 표정 촬영하고 있고.
명교감 : (카메라 막으며 벙쪄서) 뭐...뭐하는거냐 이게 지금?
흥수 : (카메라 내리고) 아이 참, 그렇게 손으로 막으면 추적 60분 분위기 나잖아요.
(하고는) 얘들아? 얼른 모셔라.
아이들 : (얼른 선생님들 끌고 와 준비해놓은 자리에 앉히고)
지민 : (사회자 원고 들고 앞으로 나와서 밝고 씩씩하게)
먼저,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종업식을 하게 된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일년동안 저희 2학년 5반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모두 오셨는지
출석을 불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들 : (웃고)
지민 : 먼저, (씩씩하게) 동광의 인기챠트 삼위를 달리고 계신 우리 명계남 교감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피식 웃는 명교감 위로) (E) 오셨습니다!
지민 : 언제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태권V, 조재현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하하, 웃는 재현 위로) (E) 오셨습니다!
지민 : 동광의 칼, 있으마! 박광도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나 원 참, 쑥스럽게 웃는 광도 위로) (E) 오셨습니다!
지민 : 한명 삑사리 난 동광의 S.E.S, 김정인 윤유란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마주보며 웃는 유란과 정인 위로) (E) 오셨습니다!
지민 : 운동장을 누비는 동광의 터프가이, 박복만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장난스레 V자 그려보이는 복만 위로)(E) 오셨습니다!
지민 : 끝으로 이 시대 마지막 휴머니스트, 노일평 선생님 오셨습니까?
아이들 : (쑥스럽게 고개 숙이는 일평 위로)(E) 오셨습니다!
지민 : 그럼 지금부터 2000학년도 2학년 5반 종업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 우우우우--! (환호하고)
교사들 : (웃고)
지민 : 다음은, 조작된 사다리 타기로 선출된 5반 대표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아이들 : (웃고)
세진 : ... (어색해서 고개 푹 숙이고 나오고)
교사들 : ... ! (의외여서 보고)
세진 : 머, 먼저 말 많고 탈 많았던 저희 5반을 일년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 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어색하게 꾸벅 인사하고)
교사들 : (미소 짓는)
세진 : 제가... 큼큼... 제가 힘들 때 제 옆에는 아무두 없었습니다.
세상이 제게 등을 돌렸을 때 아무두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재현 : ... (보는)
세진 : 제가 학교를 뛰쳐나가 세상 속을 헤맬 때 교복을 사주며 저를 붙잡아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집을 뛰쳐 나가 세상에 상처 받고 있을 때,
끝까지 제 손을 놓지 않고 잡아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늘 그 분 들께... 진심으로 감사 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까딱 인사하며) 감사...합니다...(코끝 찡하니까 에잇, 90도로 꾸벅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재현 : ... (뭉클하고)
세진 : (손등으로 코 훌쩍 닦으며 들어가고)
지민 : 다음은, 그동안 어느 반보다 선생님들 속 많이 썩였던 2학년 5반 학우들이,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아이들 : (자리에서 일어나고)
교사들 : ... (보고)
지민 : (씩 웃으며) 준비 됐지? 차렷! 선생님들께 경례!
아이들 : (꾸벅 인사하며 힘차게) 선생님 일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교사들 : ... (찡해지고)
지민 : 목소리가 작습니다! 차렷! 경롓!
아이들 : (꾸벅)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민 : 그래도 작습니다! 차렷! 경렛!
아이들 : (꾸벅 인사하며) 선생님! 2학년 5반 절대 잊지 마십시오!!!
(하고는 우우우---! 5반 화이팅! 환호하고)
교사들 : (찡해져서 바라보는 위로)
유미 : (E) 오늘... 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어 우리가 모였습니다.
씬 48 회상 몽타쥬
방황하던 아이들 붙잡아 주던 선생님 모습, 함께 어울려 웃던 선생님 들의 모습들 펼쳐지는 위로...
유미 : (E) 언제나 힘들어 하는 내게, 먼저 손 내밀어 주던 그대...
나... 그대들이 보여준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대들의 땀과 눈물 속에...우리가 이만큼 자랐습니다.
씬 49 2학년 5반 교실 (D)
아이들과 선생님 어울려 다과 파티 하고 있는 실내...
흥수가 들이미는 카메라에 V자 그려보이며 뭐라고 한마디씩 떠드는 아이들...
문득 태훈의 얼굴에 쓰윽 그어지는 케익, 누구야? 돌아보면, 거기 씨익 웃으며 서있는 지민.
태훈 짐짓 차가운 얼굴로 하지마...고개 돌리면, 또 갖다 묻히는 지민,
태훈, 풀썩 웃었다가 하지말라 니까! 하며 지민의 얼굴에 케익 묻히고,
순간 거, 재미겠다! 서로 얼굴에 케익 묻혀가며 장난하는 아이들...
그렇게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 슬로우되는 위로,
애라 : (E) 오늘 내 옆에서 함께 웃어주는 그대 벗들에게도 나는 참 많이 고맙습니다...
씬 50 회상 몽타쥬(D)
함께 방황하고, 아파하고, 즐거워했던 아이들의 모습 펼쳐지는 위로..
애라 : (E) 이제 내 젊은 날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미소로 떠오를 그대...
오늘... 그대들의 웃음을 한 장의 추억으로 간직하며,
나... 그대들을 참 많이 사랑했었노라...고백하려 합니다.
씬 51 교정일각(D)
졸업 단체사진 찍듯이 카메라를 향해 앉아있는 선생님과 아이들.
그들 앞에 세워진 사진기에 눈 갖다 대고 초점 맞추고 있는 세진. 타이머 맞추고는 대열로 끼어들고.
애라 : (E) 내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준 그대... 내 소중한 추억이 되어준 그대... 고맙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카메라 노려보듯 보고 있는 사람들.
경직된 표정으로 서있던 흥수, 어느 순간 재미없는지
'에이, 이게 뭐예요. 좀 웃으면서 찍어요, 웃으면서. 장례식 사진 같잖아요' 하면 순간 터지는 웃음...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 슬로우 되다가 어느 순간 갈색톤의 사진이 되어 박히는 데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