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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 : 2009. 1. 4.(일)
○ 장소 : 무등산 서석대
○ 참석 : 기산영수(찔레향), 모구다리, 산고수장, 요산요수
○ 시산제
지난 주 일요일(2008. 12. 28.) 배불뚝곰, 백두대간과 함께 북한산삼천사 계곡에서 비봉에 이르는 연말산행을 다녀오다. 2008년도 종산제 격이다. 저녁에는 세집 부부가 뚝곰 아들 내외까지 불러 저녁 식사를 하였으니, 송년회까지 양수겹장으로 한 셈이다.
이번 주에는 연말연시까지 겹쳐 광주에서 보내게 되다. 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이 임박했고, 프리 로스쿨(pre- Law school) 교육(1. 19. - 2. 20.)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1. 29. - 1. 31.)이 코앞에 닥쳤지만 준비가 미흡하니 마음이 가볍지 못하다. 1월 2일(금)과 3일(토) 출근했지만 썰렁한 분위기에 진척되는 일도 없다. 토요일까지 연구실을 지키는 몇 명의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하다. 정초 토요일까지 이게 무슨 짓?, 초라하다. 청승맞다. 일요일은 무등산 산행이나---?, 향산회원들을 소집해 본다. 찔레향, 산고수장, 모구다리 모두 환영이다. 2008년 벽두에는 형의 선거운동으로 바쁘더니, 연말에는 뜻한 바도 아닌 학장직에 보임되면서 정신없이 바빴던 한 해였다. 주말에는 거의 북한산에 올랐지만, 광주에서의 향산회는 별로 못했나 보다.
새해 시산제를 이곳 광주 친구들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뜬금없는 연락에 흔쾌히 동참해준 친구들이 고맙다.
○ 출발
아침 일기예보는 오늘 날씨가 따뜻하단다. 오후부터는 기온이 더 오른다니 산행하기에 무척 좋은 날이다.
계림동 금호 아파트에서 산고수장의 승용차로 네 명이 출발한다. 오늘의 산행은 무등산 서석대다. 승용차가 잣고개를 넘자 산 냄새가 뭉클해 온다. 청명한 일기로 시야가 매우 맑다. 무등산장 상가지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마 위에 천왕봉이 닿을 듯이 가깝다. 주차요금이 2,000원이다. 1,000원 할 때 왔으니, 꽤 오랜만인가 보다. 그래도 종일 주차요금이 2,000원이면 너무 싸다.
10:10. 주차장을 출발한다. 늦재까지 차량통행이 자유로웠던 것 같은데, 이제 보니, 작전도로 입구부터 차량통행을 금하는 쇠사슬이 쳐있다. 도로 입구 관리소 바로 뒤편 오솔길로 오른다. 늦재까지 주로 아스팔트길을 이용했는데, 오늘 그 오솔길을 처음 탄다. 산속이라 여기저기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다.
30여분을 오르니 늦재 위쪽 작전도로에 이른다. 여기부터는 도로에도 눈이 쌓여 녹지 않고 있다. 바람도 꽤나 차다. 찬바람을 맞다보니 금세 콧물이 흘러내린다. 산행객도 줄을 잇는다. 오르막길이지만 눈이 쌓인 길이라 스틱이 요긴하다. 성급한 아줌마들은 오르막에서도 아이젠을 착용한다.
찬바람이 불지만 오르막이라 다리가 피곤해 온다. 앞서가는 일행 누구도 쉬자는 사람이 없다. 북한산에서는 수시로 쉬어주는 계봉이 당숙(뚝곰 당숙)이 정말 인자로웠는데, 광주 이 친구들 인정머리 없이 쉬자는 소리도 없다. 한 시간이 돼서야 겨우 “5분간 휴식!!!”을 외친 후에 쉴 수 있었다. 작전도로에서 동화사 터로 올라가는 오솔길 입구에서다. 저 아래 증심사 지구 주차장이 보인다. 신설한 주차장에 승용차가 가득하다. 찔레향이 준비해온 키위가 새콤하면서도 달콤하다.
○ 월출산이 보인다.
작전도로에 동화사 터 가는 길이란 안내기둥이 서있다. 전에 보지 못한 표지판이다. 여기서 동화사 터까지가 오르막 산길이라 어려운 편이다. 바람재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안내기둥(이정표)이 또 있다.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톱밥 냄새가 지금도 난다. (아- 무등산 관리에 신경 좀 쓰는구나-).
11:30 동화사 터에 도착한다. 항상 느끼지만 무등산은 동화사 터까지가 가장 어렵다. 거기서부터는 능선 따라 광활한 천지를 활개 치듯 할 수 있어서 인지 오히려 힘이 솟아오른다.
동화사 터.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무덤 위쪽에 자리 잡고 숨을 돌린다. 오이로 갈증을 해소하고 나니 청명한 날씨에 개명(開明)이라도 한 듯 시야가 너무 맑다. 왼쪽으로는 천왕봉 ․ 지왕봉 ․ 인왕봉이 어우러진 무등산 정상이 우뚝하고, 잠시 오른쪽으로 눈길이 가면 바로 서석대가 거기 있다. 앉은 채로 정면 화순 쪽으로는 잔설로 덮인 산들이 바다를 이룬다. 운해(雲海)는 자주 보았지만 산해(山海)는 흔치 않다. 잔설(殘雪)이 산해의 비경을 보여준다. 산해를 이야기 하다 보니 조선 광해군 시대 정승을 지냈던 동인(東人)의 거두(巨頭) 이산해(李山海)라는 분이 생각 나 잠시 역사 이야기도 해본다.
하늘 끝 저 멀리 뾰쪽한 산이 선명하다. 주위에 있는 산악회원들이 월출산(月出山)이라고 알려준다. 아무렴 월출산이 저렇게 선명하려고? 틀림없단다. 보기 드물게 화창한 날이다. 자세히 보니 여기 묘지가 바로 월출산을 향하고 있다. 이곳 지형이 좌청룡 ․ 우백호가 어우러진 명당자리이다. 안내기둥에는 이곳 표고가 805m라고 표시되어 있다.
(동화사 터에서 - 뒷 쪽에 무등산 정상과 서석대가 선명하다)
○ 신장개업
동화사 터에서 군부대 터까지는 눈을 감아도 길이 훤하다. 오르막이지만 능선이 너무 광활하여 숨이 찰 겨를도 주지 않고 자연에 도취되는 곳이다. kbc 송신소를 지나는 곳은 여전히 바람이 강하다. 군부대가 있던 곳은 거의 자연으로 복원되어 가는 듯, 잣나무 조림과 갈대밭이 제법이다. 구 군부대정문 쪽 도로에 이르니 시간이 12:15. 이정표를 새삼스럽게 메모해 본다. 해발 880m, ↑서석대 0.6 km, ←공원관리소 4.2km.
이곳에서 서석대까지는 급경사 오솔길이다. 가장 난코스다. 마지막 깔딱 고개이다. 눈밭에서 오르다 미끄러지고 또 반복했던 기억이 새로운 곳이다. 재작년쯤일까 내리막에 아예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던 기억이-
오늘의 등산로는 예전의 오솔길이 아니다. 초입부터 도랑의 나무다리며, 나무계단, 돌계단이 전혀 옛길과 다르다. 마치 신장개업(新裝開業)을 한 명승지답다. 미끄럽지도 않다. 그래도 오르막이라 숨이 차다. 오늘도 중간에서 휴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쉬엄쉬엄 30분 만에 서석대에 도달하다(12:45.). 주위에 난간을 갖춘 나무계단이 있어 산행이 쉽다.
○서석대
전망대가 난간을 갖추고 서석대 정면에 설치되어 있다. 서석대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끔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기념사진 촬영으로 사람이 붐빈다. 서석대 위에서만 올랐지 전면에서 마주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장엄한 돌무더기가 햇빛에 반사되면 수정병풍이 되는, 아- 서석대(瑞石臺). 그 이름 허명(虛名)이 아님을 오늘에야 실감하다. 일찍이 성산별곡에서 “천변(天邊)에 떠있는 구름 서석(瑞石)을 집을 삼아”라고 노래한 송강 정철의 혜안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곳은 응달이라 눈길이 제법 미끄럽다. 200여 미터를 오르면 정상능선(왼쪽은 천왕봉으로 오른쪽은 입석대로 가는)이다. 양지바른 곳이라 바닥엔 눈이 없다. 금세 겨울 길에서 여름 길로 들어선 기분이다. 바닥도 거친 돌길이 아닌 정원처럼 잘 다듬어진 고속도로 같은 돌길이다. 입석대 쪽에서 오르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반가운 얼굴이 있다. 광주지법 김병하 부장이다. 고시생 시절에도 산을 좋아하더니만 지금도 여전하다.
입석대가 가까워지자 인파까지 바다를 이룬다(人山人海). 사람들이 몰려있다. 전에 없던 안내판이다. 승천암(昇天岩).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바위라고 해설되어 있다. 그렇고 보니 누워있는 바위가 비룡(飛龍)의 모습이다. 사진으로 보니 더욱 그럴듯하다. 역시 해설이 있어야 한다니까-
입석대에 도착하다. 13:20. 전에는 입석대 배꼽 밑에서 도시락 까먹고 심지어는 한쪽 다리도 들지 않은 채 실례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 보니 나무 울타리로 입장사례 표지가 되어 있다. 정말 잘한 일이다. 진즉부터 통제됐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시행하니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대신 두어 발짝 뒤에 전망대를 설치하였으니, 배꼽 밑에서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입석이 더 장관이다. 관공서에서 정말 모처럼 밥값이라도 한 듯하다.
서석대에서 장불재까지의 등산로는 나무계단과 빨래판 같은 돌을 잘 닦아 놓은 고속도로다. 편하게 오를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정말 잘한 일인지는 섬뜩 대답이 망설여진다.
장불재 갈대숲에서 점심을 먹는다. 산고수장 형수씨가 보내 준 보온밥통에는 4인분의 밥이 충분하다. 컵라면 각 1개씩을 해치우니 함포고복이다.
○ 기산영수(箕山潁水)
하산은 장불재에서 작전도로를 타기로 했다. 평소에는 지루한 길이지만, 눈길에서는 이곳이 최고의 카펫이다. 구 군부대정문에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본격적인 하산이다. 이곳에서 산장 공원관리소까지는 4.2km. 14:20 출발이다. 눈 덮인 작전도로는 푹신푹신 하얀 카펫으로 장식된 최고급 도로다.
한 시간쯤에 늦재 삼거리에 도착한다. 15:30. 약수터도 얼었다. 이곳에서 아이젠을 푼다. 찔레향이 가져온 아이젠을 자랑한다. 거금 15,000원을 들인 아이젠은 착용 ․ 탈착에 편하게 되어있다. 주차장에 당도한 시간이 16:00경. 약 6시간이 소요된 장거리 산행이다.
풍향동 부근 재래식 목욕탕에 들어서니 뜨거운 물이 너무도 좋다. 골프에서도 19홀의 즐거움이라는 목욕탕이 등산에선들 다를 수 있으랴-
찔레향에게 새로운 닉네임을 권한다. 닉네임이 넉자 정도는 되어야 품위가 있지, 안 그래? 함평 고향냄새가 나는 이름을 선사했다. 기산영수(箕山潁水).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고사도 설명해 주다. 마음에 들는지 모르겠다.
2009. 1. 5. 새해 계림동 우거에서 이 철 환
첫댓글 요산의 고향 산자랑과 고향친구의 둥지트는 모습을 볼려는 깊은뜻은 송강정철 선생님 못지않네그려...
己丑年 새해 첫째주.일욜날 요산요수 친구한테서 무등산 중봉 오르는중 정오12시경 이세상에서 제일좋은
을 받았다 동문들 
이 궁금하지요
기산영수라 는 닉네임을 나에게 즉석에서 지어주더이다 아울려 역사 이야기도 전해주면서 요산요수 친구께 먼저 고맙다 아름다운 닉네임 箕山潁水 소중히 잘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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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산행후기는 숭어창젖갈 곰 삸듯이 감칠나게 적어올린 그맛은 하산하여 시원한 호프한잔의 맛과똑같은 산을 댕겨오지않으며 이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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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없는 
감하고가네
요산 세월이 참 빠르네.
훌륭한산행기 잘읽었네 기산영수 축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