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하고 지낼까 한숨쉬며 기다리던 한가위 긴 연휴에
막연히 산에 올라야지 하던 생각이 연이 닿아 점봉산가는 일행에 끼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끼게 된 것은 막판뒤집기처럼 즉흥적이고 운좋은 기회였지만
다녀온뒤 생각엔 두고두고 있지못할 어떤 풍경을 마음 속에 담아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에 있는 점봉산은 제게는 참 신기한 산이었습니다.
보통 산을 오르거나 (물론 그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아니 평상시에도 눈을 들면 만나게 되는 그 뻑뻑한 돌산들만 보고 사는 저로서는
그 폭신폭신한 진흙을 밟는 것이 너무나 편안하고 따뜻했습니다.
뻐근한 뒷덜미를 편안한 자리에 누이는 기분이랄까요..?
나뭇잎들뿐 아니라 큰 나무들도 둥치째 내려앉아 풀썩 썩어가는 모습은
생각밖으로, 을씨년스런 풍경이 아니라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라고 해야하나...
너무 거창한가요? ^^;; 그냥 엄마나 할머니를 만나는 느낌?
^^;;
굽이굽이 오르는 길 내내 따라오는 시냇물은 (? 시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차고 맑고 깨끗하고
비가 온 뒤라 그랬는지 수량이 많아서 곳곳 작은 폭포처럼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덩달아 이른 단풍은 그 산길을 발갛게 덩실 부풀려 주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산공기였습니다.
지금은 그 독특한 숲의 향기가 가장 그리운 걸 보면..
일행 중 한분이 진동리를 오르는 덜컹 비포장도로에서
이 산공기를 얼음조각처럼 잘라서 가져가고 싶다고 하신 말에
돌아올 즈음엔 십분 공감!
오르는 동안 여러가지가 떠올랐지만 최근에 새롭게 들은 노래가사로 마무리. ^^;;
(최근에 안치환 신보 중에 새롭게 실렸더군요.
곡이 추구하는 뜻도 좋겠지만 무심코 그 앨범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깜짝 놀랐습니다.-->>함께 퍼다 부려놓고 싶지만 능력밖의 일이라 가사로 만족.. ^^;;
냇물, 물고기떼, 풀벌레, 빗방울..
이런 말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와서 말입니다. 마치 생명을 가진 말들처럼..
참 아름답다..
처음엔 역시 김민기님은 천재야 라구 생각했지만 곰배령에 다녀오니 드는 생각은... 말안해도 눈치채셨죠? ^^* 아! 이걸 노래로 들어야 하는데.. 곰배령에 직접 다녀와야하는 것처럼.. 가사만 부려놓으니 그냥 그렇게 보이네.. 아쉽아쉽)
철망앞에서
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 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구비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이렇게 가까이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몰려와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나르게 냇물로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사족 둘: 그 곳에서 만난 가족의 모습은 사실 제가 오른 산의 모습보다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동요속에 나오는 곰세마리 가족만큼 살갑고 정답고... 그 아늑한 거실의 갈색 분위기도 잊혀지지않습니당
사족 삼 : 김남주시에 곡을 붙인 물따라 나도 가면서 - 이 노래도 곁들여 들으시면 좋으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