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嫌氣性 醱酵茶에 對하여
安 奇
1. 혐기성 발효차란 무엇인가?
차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서 발효차(醱酵茶)와 비발효차(非醱酵茶)로 나눌 수 있으며, 발효차에는 선(先)발효차(효소발효차)와 후(後)발효차(미생물발효차)가 있다. 발효의 과정이 살청 이후에 진행되는 후발효차는 실제로 미생물이 관여하는 차로서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호기적 곰팡이에 의한 호기성(好氣性) 발효차, 둘째 혐기적 미생물에 의한 혐기성(嫌氣性) 발효차, 셋째 호기적 곰팡이 처리 후 혐기적 미생물 발효차이다. 호기적 곰팡이처리 차는 중국의 흑차인 보이차, 도야마(富山)의 흑차가 있고, 혐기적인 세균발효차에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의 라페소, 중국의 죽통산차, 토쿠시마(德島)의 아와반차(阿波番茶) 등이 있다. 호기적 곰팡이 처리 후에 혐기적인 세균발효를 시킨 2단 발효차에는 고지(高知)의 고이시(碁石)차, 이시즈지(石鎚) 흑차 등이 있다.
여기에서 혐기성 발효란 미생물 등이 산소 분자(O2)가 없는 조건(혐기조건)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획득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중에는 효모에 의한 알코올발효, 젖산균에 의한 젖산발효 등이 포함된다.
본 연구에서는 후발효차 중 호기성 발효차는 제외하고, 혐기적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혐기성 발효차와 호기적 곰팡이 처리 후 혐기적 미생물발효차의 제조방법, 성분, 특성 등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혐기성 발효차는 일반 차와는 달리 마시는(drink) 차라기 보다 ‘먹는’(chew) 차, 즉, ‘절임 차’라 할 수 있는데 중국 운남 기낙족의 무침차, 서쌍판납 포랑족의 죽통산차(竹桶酸茶), 태국 북부 샨 족의 시큼한 차 미엔(mian. 茗), 미얀마의 라페소(lapet-so)차, 일본 시코쿠의 아와반(阿波番)차와 고이시(碁石)차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원시적인 방식의 제조방식을 이어오고 있어서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으로 고립된 소수민족들이 현재도 그들의 문화와 종교, 언어, 식습관 등 그들만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의해 오랜 세월동안 전승되어 온 차의 모습은 과거 차의 음용에 대한 원형적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소수민족의 차가 대부분 절임차인 것을 감안할 때 역사적으로 더 자세한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가장 오래된 모습의 차는 바로 식용으로 먹는 ‘절임차’의 형태였다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렇게 ‘먹는 차’가 지리적으로는 중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타이, 미얀마, 일본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점과, 찻잎을 가공 처리하는 방법에서도 매우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문화와 문명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흥미 있는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서 먹고 있는 혐기성 발효차가 거의 동일한 제다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차의 전파경로를 새롭게 추적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사적, 지역적, 제다방법적으로 다양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혐기성 발효차에 관한 연구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기존의 차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으며, 또 차에 대한 개념의 폭과 과학적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후 발효차 중에서 호기성 발효차를 제외한 혐기성 발효차와, 호기적 곰팡이 처리 후 혐기적 발효차에 대한 연구로 제한되어 있지만, 향후 더 폭넓고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될 것을 기대한다.
2. 각국의 혐기성 발효차
혐기성 발효차는 우롱차나 홍차와 같은 효소발효에 의한 차와는 다르게, 미생물을 이용해서 발효시키는 보이차와 가까운 후발효차이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균을 통해 발효시키는 호기성 보이차와는 달리, 찌꺼기나 덖어서 효소성 발효를 멈춘 후 통 속에 절이거나, 땅 속에 파묻어 두어 미생물에 의해 발효시키는 차라는 특징이 있다. 즉 혐기성 발효차는 호기성 발효차와 반대 의미로 공기없이 호흡하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차를 말한다.
혐기성 발효차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선 유산균발효(乳酸菌醱酵)에 의한 혐기적(미생물) 발효차로 태국의 북쪽 샨 지방의 미엔 차, 미얀마의 라페소차, 중국 운남 서쌍판나의 죽통산차,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의 아와반차가 있다. 다음으로는 호기적 곰팡이 처리 후 혐기적인 미생물발효를 한번 더하는 2차 발효차가 있는데, 일본 시코쿠 고치현의 고이시차(碁石茶, 바둑돌차)와 에원의 이시즈지 흑차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국균발효(麴菌醱酵)에 의한 차이다.
1) 중국의 혐기성 발효차
차의 발원지라고 하는 중국에는 한족을 비롯한 55개나 되는 소수민족들이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차 문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수민족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차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즐겨 마시는 차들은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운남성은 기온이 온화하고, 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는 변경지역에 있어 개발 정도가 낮아 예로부터 다민족 소수민족들이 서로 공존하면서 각 민족의 특별한 음식문화, 음식 예절, 금기 음식, 명절문화 등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살아오고 있다. 특히 운남성은 오랜 역사, 오래된 민족 풍습, 폐쇄된 사회 환경은 다민족 문화가 생겨나게 되는 요람이 되었고, 일찍이 중국문명 초창기 시기부터 저강, 백복의 선조 민족 및 진․한 시기 이후 한족들이 운남 지역으로 모이면서 운남성 각 민족의 직접적인 선조 민족이 되고, 따라서 다양한 인문자원들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운남성 소수민족들에게는 현대사회에서 보기 힘든 원시종교가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종교가 운남성 지역내 각 소수민족 중에 매우 폭넓게 영향을 주고 있다.
(1) 포랑족의 매토차와 죽통산차
맹해현 남방에 위치한 용양현에 사는 포랑족(布朗族)은 오래전부터 이곳 운남지역에 정착했는데, 현재 90세대 570명의 포랑족이 살고 있는 농양마을은 주변에 차밭이 많아서 언제라도 쉽게 찻잎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포랑족은 땅속에 찻잎을 묻어 발효시켜 만드는 ‘찻잎으로 만든 김치’라고 할 수 있는 매토차(埋土茶)를 먹는 풍습이 있다.
매토차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대나무 바구니에 찻잎을 따서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화로에 불을 피우고 둥근 냄비에 찻잎을 넣고 덖는다. 찻잎이 충분히 익히면 불을 끄고 덖은 찻잎을 길이 약 50cm 정도의 죽통에 조금씩 밀어 넣어 밑바닥부터 꼭꼭 다져 쌓는다. 찻잎을 넣을 때에는 찻잎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대기로 잘 눌러 강하게 압축시켜 준다. 이 동작을 반복하여 죽통의 입구 위 5센티미터 정도까지 찻잎이 차면 바나나 잎을 접어 넣고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그 위를 대나무 껍질로 만든 뚜껑으로 막고 마지막으로 죽통 입구까지 흙을 덮는다. 이 상태로 마당 구석의 땅에 묻은 후, 20일 정도 두면 매토차가 완성된다.
매토차를 먹을 때는 우선 흙 속에 묻은 죽통을 괭이로 파서 꺼낸 뒤, 흙투성이가 된 죽통을 깨끗이 씻고 그 속에서 찻잎을 꺼내 소금이나 고추를 곁들여서 먹는다. 매토차는 쓴맛, 신맛과 함께 약간 발효된 맛이 나는데 한국인에게 김치가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듯이 포랑족의 식탁에는 항상 매토차가 오른다고 한다.
포랑족들은 산차(酸茶)도 만들어 먹는다. 이 차는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하절기인 5~6월경에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싱싱한 여린 찻잎을 알맞게 삶거나 쪄서 어두운 곳에 10여일 정도 두어 곰팡이가 생기게 한다. 그 다음에 찻잎을 굵은 대나무 통에 빽빽하게 담아 점토로 마개를 한 다음 공기가 통하지 않게 흙 속에 묻어 둔다. 땅속에 묻어두는 것은 혐기적 미생물(유산균)이 공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면 땅속에서 유산균의 기능으로 발효가 되어 소박한 채소 절임이 되면 그때 꺼내 꼭꼭 씹어 먹는다. 소화를 돕고 해갈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선물로도 사용된다.
(2) 경파족의 엄차
전남(滇南) 일대에 살고 있는 경파족(景頗族)은 주로 운남성에 거주하며 인구는 약 12만 명이다. 대부분 산중에 사는 토착민으로 지금까지도 차를 반찬으로 만드는 방법을 보존하고 있는데, 엄차(腌茶)가 바로 그것이다. 이 차는 고온다습한 우기에 만드는데,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찻잎을 사용한다. 고산지역으로 아열대 기후인 이곳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토질이 비옥해서 차가 빨리 자라는데 엄차를 만들기에 적합한 크기인 3~4촌 자란 차싹도 부드럽기 때문에 손가락으로도 쉽게 잘라낼 수 있다.
먼저 찻잎을 깨끗한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대나무로 만든 키에 고루 펼쳐놓고 가볍게 문지르고 비빈다. 그런 후에 적당량의 고추와 소금을 넣고 고루 섞어 항아리나 죽통에 담는다. 나무 막대기로 꼭꼭 눌러 겹겹이 담은 뒤에 입구를 대나무 잎 등으로 단단히 막는다. 2~3개월 정도 지나 찻잎의 색깔이 누렇게 변하면 잘 절여진 것이다. 잘 절여진 찻잎을 꺼내어 그늘진 곳에서 말린 후에 질항아리에 담아 보관한다. 먹을 때 참기름이나 마늘 혹은 기타 재료들을 첨가해도 된다. 이 차는 실은 반찬인 셈이다.
2) 일본의 혐기성 발효차
아와반차(阿波番茶)는 도쿠시마(徳島)현의 나카(那賀)강과 가츠우라(勝浦)강 상류의 산에서 생산되는 혐기적 미생물 발효차이다. 이 차는 토쿠시마의 산속에서 옛날부터 전해 오는데, 7월경에 제다하며 먹지 않고 마시는 차인데 일본차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고이시차(碁石茶)는 고치(高知)현에서 만드는 후발효차이다. 완성된 것이 바둑알과 비슷하게 생겨 고이시차(碁石茶)라고 하는데, 보이차와 같이 후발효를 시킨 다음 단차(團茶)와 같이 덩어리로 만든 차로, 호기적 발효와 혐기적 발효를 함께 실시한 차로 볼 수 있다. 시코쿠 산속에서 만들어지는 이 차는 현지에서는 소비되지 않고 세토나이카이에서 차죽(茶粥)을 끓여 먹는데 이용된다. 그러나 절임의 상태로는 바로 차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절임통에서 꺼낸 후에는 건조시킨다는 것이 동남아시아의 다른 절임차와 차이점이 있다.
(1) 도쿠시마현의 아와반차
7월 하순경 성엽(成葉)이 된 찻잎을 차나무의 뿌리 바로 윗부분에서부터 훑어 올려 잎을 모두 따는 ‘시고키 채취’를 한다. 2~4일 동안 쌓아두면서 찻잎이 물러지지 않도록 뒤집기를 해준 다음, 끓는 솥에서 삶아 살청을 한다. 삶은 찻잎은 유념기(柔捻機)에 넣어서 유념한 후 큰 통에 담는다. 이때 찻잎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통 안에 들어가 발로 밟아주거나 막대기(杵)로 찻잎을 눌러서 압축을 하면서 공기를 빼 준다. 이렇게 통 속에 찻잎을 꽉꽉 눌러 담은 다음 뚜껑을 덮고 그 위에 찻잎과 같은 무게의 돌로 눌러준다. 찻잎을 통속에 넣어 두는 기간은 7~10일 정도이며 발효가 적당히 되어 차즙이 통 위로 배어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꺼내 햇볕에서 건조하여 차를 만든다. 이 아와반차는 다른 혐기성 발효차와 달리 우려서 마시는 차라는 점이 특징이다.
(2) 고치현의 고이시차
고이시차는 고치현 오토요쵸에 전해지고 있는데 6~7월경 녹차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경화되어 딱딱해진 성엽을 이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가지에 붙은 상태로 채취한 찻잎을 가마솥 위에 특별하게 제조한 커다란 찜통(지름 0.9m, 깊이 1.2m정도)에 넣어 증기로 찐다. 찻잎은 통의 80% 정도까지 넣고 통 가운데는 증기가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약 2시간쯤 증기로 찐 찻잎은 실내 마루에 돗자리(筵)를 깔고 그 위에 60cm 높이로 쌓고 다시 돗자리를 덮어서 곰팡이에 의한 발효를 유도한다. 이것이 호기성 1차 발효로 중국의 숙병보이차 제법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발효가 이루어지는 5~7일 동안은 일정한 시간마다 온도를 측정하여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찻잎을 눌러 주면서 온도를 조절해 준다. 이렇게 1차 발효가 끝나면 처음 쌓은 두께의 30% 가량인 20cm로 부피가 줄어들게 되고 찻잎은 다갈색과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발효가 완료되면 차나무 가지를 제거하고 절임통(찜통크기)에 찻잎을 30cm 높이로 옮겨 담는다. 이때 찻잎을 찔 때 생긴 차즙을 절임통에 부어주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발로 밟아주거나 눌러 단단하게 압축한다. 이 일을 6~7회 반복하여 입구로부터 15cm까지 채우고 뚜껑을 닫은 다음 찻잎과 같은 무게의 돌로 눌러 준다.
다음날이 되면 유산 발효에 의해 뚜껑이 10cm 정도 올라가고, 2~3일이 경과하면 발효로 인해 거품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 1주일이 지나면 발효가 가라앉기 시작하여 돌의 무게로 인해 뚜껑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10~14일 동안 혐기성 미생물에 의한 2차 발효가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유산이 풍부해지고 신(酸)맛이 나며 전체적인 양이 최초 수확량의 1/3 정도로 줄어든다.
이때 통에서 찻잎을 꺼내보면 잎은 제조과정을 통해 서로 붙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있게 된다. 이를 가로세로 약 3cm, 두께 0.5~1cm 크기로 잘게 잘라서 햇볕에 말리면 고이시차(碁石茶)가 완성된다. 차를 건조시키는 모습을 보면 흡사 검은 바둑돌을 늘어놓은 것 같이 보이게 되어 기석차(바둑돌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처럼 고이시차는 공기 속에 쌓아두기를 통해 1차적으로 호기적 곰팡이 처리를 한 후, 다시 절임통 속에서 공기를 피해 혐기적 미생물 발효를 2차적으로 함으로써 제조된다. 즉, 발효를 두 차례 하는 것이다.
3) 미얀마의 혐기성 발효차 -라페소
미얀마 차 생산의 중심은 동북부 샨 고원이다. 북부의 가친 주에서는 찻잎을 따서 철판 위에서 볶아서 만드는 덖음 차를 제조하는데 비해, 남쪽 샨 지방에서는 찻잎을 쪄서 손으로 비벼 전차 방식으로 차를 만든다.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하는 샨 지방에서는 나무산을 중심으로 차 산지가 발전했으며 그 중에서도 먹는 차가 번성하였는데, 다양한 부재료와 소금을 넣은 기름에 버무려 먹는다. 즉, 차를 절여서 씹어 먹는다. 나무산은 만다레의 동북으로 약 200km, 해발 1600~1800m 고지로서 이곳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몬구메루어족계의 파라운족이다. 그들은 차를 생산하여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며, 먹는 차를 생활 속에 도입한 것은 평지에 사는 미얀마인 들이였으며, 란군이나 단다레의 바자루 등에서도 거래가 되고 있다. 나무산에서 생산된 차는 제품 모양에 따라서 라페소우(식용차), 라페치우(건조차) 및 라페케야베아 등 세 가지로 부르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연한 찻잎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찻잎을 살짝 데쳐서 꺼낸 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 소금, 조미료, 깨소금, 고소, 고춧가루, 식초, 간장, 황과엽, 마늘, 생강, 풋고추 등 갖은 양념으로 데친 찻잎을 나물처럼 버무려 먹는다. 이 방법은 찻잎을 무쳐 먹는 나물 형태로 식용으로의 음차풍속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라페소를 만드는 방법은 생산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가장 먼저 생엽을 증기로 찌거나 삶는데, 직경 90cm 정도의 큰 솥에서 찻잎이 거의 물러지게 될 때까지 삶은 다음 꺼내서 식힌다. 식힌 찻잎 바구니 속에 잘 눌러서 보관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대나무 바구니는 차즙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미리 소똥이나 흙을 발라 말린 후 바구니 안쪽에는 티크목의 잎이나 바나나 나무의 잎으로 둘러 준다. 찻잎이 가득 담긴 바구니 입구에는 뚜껑을 덮고 뚜껑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 준다. 이 바구니를 2/3 정도가 땅속에 들어가도록 묻어서 6개월~1년간 두게 되면 찻잎이 발효가 되어 독특한 냄새가 나고 지면에 노출되어 있는 부분에는 흰곰팡이가 발생한다.
보통의 가정에서 먹는 것을 만들 때는 죽통의 크기가 작지만, 소규모 판매용인 경우에는 직경 120cm, 높이 70cm 정도의 바구니나 항아리를 이용하고, 대규모 판매용인 경우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깊이 2~3m의 구덩이에서 생산을 한다. 라페소는 가벼운 유산발효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약하게 발효된 맛과 독특한 냄새가 난다. 바구니에서 꺼낸 찻잎은 대부분 집산지인 시포로 보내져 판매되는데 이렇게 발효된 찻잎은 차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4) 태국의 혐기성 발효차 - 미엔
태국에서는 절임차를 소금이나 생강과 함께 씹어 먹는다. 태국 북부산구의 시큼한 먹는 차를 미엔(mian) 또는 몽이라 한다. 미엔을 만드는 법은 미얀마의 라페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다만 미엔은 라페소처럼 찻잎을 삶지 않고 쪄서 만든다. 채취한 찻잎을 가위로 잘라 묶은 것을 ‘카무’라고 하는데 이것을 나무를 파낸 용기에 넣어 찐다. 쪄낸 찻잎은 식혀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빈틈없이 눌러 담아 흙 속에 묻어 두었다가 차의 발효가 완료되면 꺼내서 먹는다.
3. 혐기성 발효차의 성분
차의 생잎은 수분이 75~80%이고 나머지 20~25% 정도가 고형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형분 중에는 불용성 성분이 60~65%이고, 수용성 성분이 35~40%이다. 불용성 성분은 세포 구성물질인 셀룰로우즈. 단백질, 펙틴, 전분 등이고,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성분으로는 각종 향기 성분과 엽록소, 크산토필, 비타민 A, 비타민 E, 소량의 지방산 등이 있다. 수용성 성분은 카테킨, 아미노산, 카페인, 당류, 사포닌, 유기산, 미네랄, 비타민 C 등이 있다.
발효란 유기물이 미생물작용에 의해 분해 및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뜻으로는 당질이 미생물에 의해 무산소적으로 분해하는 현상이며 넓은 뜻으로는 미생물에 의한 유용한 물질생산이다. 이 현상은 예로부터 알코올음료, 빵 그 밖의 소위 양조제품 제조에 이용해 왔다. 발효의 형식은 미생물의 종류나 환경에 따라 다양한데 전형적인 것으로 효모의 알코올발효, 글리세롤발효, 젖산균의 젖산발효, 헤테로젖산발효, 메탄세균의 메탄발효, 대장균 등에서 볼 수 있는 혼합유기산발효가 있다. 산화발효는 기질의 불완전산화에 의한 중간대사물의 축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세트산균에 의한 아세트산발효, 글루콘산발효, 소르보오스발효나 사상균에 의한 시트르산, 글루콘산, 푸마르산, 옥살산 등의 유기산발효가 있다.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것을 말한다. 발효반응과 부패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후발효차는 차는 제다과정 중에 발효를 하는데 이때 발효에 의해 생엽의 성분 일부가 바뀌게 된다. 특히 미생물의 관여를 통해 성분이 변화하는데, 혐기성 발효차의 주요 성분은 다음과 같다.
1) 아미노산
차의 맛을 나타내는 주성분인 아미노산은 차의 뿌리 부분에서 합성되어 줄기를 통해 잎에 축적되며 햇볕을 받으면 탄닌으로 변화하므로 어린잎에 많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 혐기성발효차인 경우 성숙한 경(硬)엽으로 제조하므로 아미노산의 성분이 적지만, 완성된 차에는 로이신, 이소로이신, 바린 등의 아미노산이 증가하여 총아미노산 성분이 다른 차에 비해 많다. 이는 통에서 절이는 과정에서 찔 때의 차즙을 첨가하는데 이것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면서 아미노산 성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2) 유산균
혐기성 발효차는 유산균(Lactobacillus pentosus, Lactobacillus plandaran 등)에 의한 발효이므로 발효 중 유산이 많이 생성되며 위장에 좋은 유산균을 많이 포함(고이시차 한 잔은 요구르트 250g분에 해당)하고 있다. 특히 혐기성발효차의 유산균은 열(熱)에 강해 체내에 들어가도 잘 죽지 않는다. 이 천연의 유산균이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히 2차 발효로 만들어지는 고이시차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한편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고 있는 통에 좋은 유산균들이 붙어 있어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효를 촉진시켜 준다. 그리고 유산균에 의해 발효되므로 신맛(酸味)이 있어 산뜻하며, 또한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있는 신 냄새(酸臭)도 난다. 이는 담그는 과정에서 초산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카페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기 전에도 마실 수 있으며, 노인이나 어린이가 마셔도 무방하다.
3) 항산화 물질
차의 성분에는 카테킨, 비타민 C와 같은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성분이 있어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시켜 동맥경화, 암, 뇌졸중, 심근경색, 알레르기를 예방함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돕는다. 혐기성발효차에는 항산화(抗酸化) 성분이 녹차만큼 많이 들어 있다.
4. 혐기성 발효차의 특성
혐기성발효차는 생산자와 지역에 따라 제다방법이 조금씩 다르나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첫째, 유산균(乳酸菌)에 의한 혐기적 발효방법이다. 이 방법은 제다 중 차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발효시켜 만드는데, 태국의 미엔, 미얀마의 라페소, 중국 시쌍판나의 죽통산차, 일본의 아와반차가 있다. 둘째, 살청 후 차 잎을 바닥에 연(筵)을 깔고 쌓아 호기적 곰팡이에 의한 발효를 유도한 후(1차 호기성발효) 큰 통에 담가 혐기적인 미생물로 한 번 더 발효(2차 혐기성발효)를 시킨 차로 일본의 고이시차와 이시즈지 흑차가 대표적이다.
혐기성발효차의 향기성분은 퇴적과정의 곰팡이와 절임통 속에서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성되며, 특히 통에서 절여지는 과정을 통해 초산이 많이 증가된다. 절임통을 개봉할 때 알코올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알코올이 다시 초산으로 변하게 되어 신냄새(酸臭)가 나는 것이다.
살청 과정에서 생잎을 고열 처리하면 색소가 산화분해 되지만, 퇴적과 절임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엽록소는 흑색의 페오포르바이드(pheophorbide)로 분해된다. 황색의 카로티로이드는 갈색으로 변하고 차의 맛과 색에 영향을 주는 주요 성분인 카테킨은 미생물에 의해 몰식자산(沒食子酸)으로 분해되거나, 일부는 갈색으로 변한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절임차는 어린 잎을 이용하므로 차의 색은 깊은 녹색이거나 갈녹색이다. 반면 성엽을 이용하는 일본의 혐기성 발효차는 갈색 또는 검은색을 띠게 된다. 특히 아와반차는 겨울의 낙옆색과 같은 짙은 갈색에 가깝고 고이시와 다른 차들은 흑색이다. 마시기 위해 우려낸 차의 탕색은 아와반차는 녹차의 색에 가깝고 고이시차는 산취(山吹)색이다.
혐기성 발효차에서는 상쾌한 신맛(酸味)이 난다. 이는 미생물에 의해 새로운 유산(乳酸)이 생성되기 때문인데 락토바실러스 펜토서스(Lactobacillus pentosus)나 Lactobacillus plandaran 등의 유산균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주석산(朱錫酸)이 곰팡이 발효에 의해 생성됨은 이미 밝혀져 있다. 이와 같이 각종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산(酸)에 의해서 신맛이 나타난다.
5. 혐기성 발효차의 식음법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혐기성 발효차는 ‘먹는 차’로 어린잎을 따서 이용하는데 비해, 일본의 혐기성 발효차는 6~7월의 단단해진 성엽을 이용해 만들며 우려서 마시거나 차죽(茶粥)을 끓여 먹는다. 먹는 차는 주로 중국의 죽통산차, 미얀마의 라페소, 태국의 미앙 등이며 마시는 차는 일본의 고이시차와 아와반차이다. 아와반차는 주로 차로 마시는데 경우에 따라 차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차죽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인 다음, 쌀을 씻어서 냄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넣고, 우려낸 찻물과 함께 아와반차를 넣어 중불로 15분 정도 끓인다. 쌀이 퍼지지 않을 정도에 멈추어서 찻사발 하나 가량의 물을 다시 넣고 뚜껑을 덮고 조금 뜸을 들이면 완성된다. 이 차죽은 오랜 시간 두어도 다른 죽처럼 끈적이는 풀처럼 되어 버리지 않아 식사로도 먹을 수 있다.
고이시차(기석차)는 위장에 좋은 유산균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유산균에 의해 약간의 향기와 신맛이 난다. 그대로 마시거나 차게 해서 보리차처럼 마셔도 좋고, 설탕이나 꿀을 넣어 홍차처럼 마시거나 소금을 넣어 마시면 순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중국 운남성의 죽통산차는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땅속에 묻어 두었던 죽통을 파내 담배와 함께 이 죽통산차를 권한다.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은 혐기적 미생물(유산균)이 공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며 중국 운남성의 소수민족들은 지금도 이것을 만들어 먹고 있다. 이외에도 태국의 메오족, 해남도에 분포하는 야오족도 절임차를 먹으며, 태국에서는 절인 찻잎을 그냥 씹어 먹거나 소금이나 생강과 함께 먹기도 한다. 미얀마에서는 다양한 부재료와 소금을 넣은 기름에 찻잎을 버무려 먹는데 혼인식과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미얀마 동부의 ‘샨’ 지방에 살고 있는 파라운족이 대량으로 만드는 라페소(lapet-so)가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차를 ‘미앙(mian)’이라고 하는데, 이는 오래된 차를 뜻하는 중국의 명(茗)이나 태국의 절임차 ‘미앙’과 그 호칭이 같다. (이 지역에서는 해발고도 1000m 이상으로 이어지는 고원지대에서 먹는 차를 모두 ‘미앙’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따라서 씹어서 먹는 차는 미앙(茗), 음료로 사용했던 차는 차(茶)라고 불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먹고 마신다는 두 가지 이용법이 지역과 민족에 의해 각각 별개의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중국 한민족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차의 역사와 차문화론에 새로운 시점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6. 마무리
중국 남부의 운남성으로부터 인도의 아샘 지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으로 전파되었고, 근세에는 홍차가 유럽과 미국 대륙으로 보급되었다. 물론 동남아시아 및 극동아시아로의 전래는 이보다 훨씬 전의 일이지만, 원산지의 차가 누구에 의해 어느 곳에 어떻게 전파되었으며, 처음에 차를 어떤 방법으로 먹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운남의 서쌍판납, 태국과 미얀마 그리고 일본의 시코쿠 등지의 소수민족에 의해 원시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되는 혐기성 발효차의 연구는 차의 시간적, 공간적 역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살청 이후에 발효되는 후발효차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차이다. 후발효차는 공기 속에서 발효하는 호기적인 미생물발효차와 공기 없이 발효하는 혐기적인 미생물 발효차로 나눌 수 있다. 혐기성 발효차의 종류에는 중국 기낙족의 무침차, 포랑족의 죽통산차, 태국의 미엔, 미얀마의 라페소, 일본 시코쿠의 아와반차와 고이시차 등이 있다. 이 혐기적인 미생물 발효차는 ‘마시는(drink) 차’라고 하기보다는 ‘먹는(chew) 차’라는 음용방법, 땅에 묻거나 큰 통에 절여 발효를 시켜 만든다는 제조방법, 그리고 차의 성분이 일반적인 차와는 다소 다르다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혐기성 발효차를 만들어 먹고 있는 이들 지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아 고립된 소수민족들이 지금도 각자의 문화와 종교, 언어, 식습관 등 그들만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차 제조 방식을 보면 모두 원시적인 형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들의 차가 혐기적인 미생물 발효차라는 사실은 그동안 고정관념으로 자리집고 있는 기존의 차 문화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면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모습의 차는 바로 먹는 차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또 혐기성 발효차의 종류, 제조방법, 성분과 특성에 대해 살펴본 결과, 찻잎을 이용한 색다른 제조방법 그리고 독특한 맛과 효능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기존의 차의 역사와 제조법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게 되어 그동안 차 분류에 있어서 소외되어 있는 혐기성 발효차에 대한 소개와 전승 그리고 시도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세균과 곰팡이가 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생물이 차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함께 아울러 차의 전래 경로에 관한 정확한 역사 연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