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전두환과 일해재단이야기
- 은유시인 -
나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전두환 씨를 제일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두환 씨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나는 전두환 씨를 결코 좋은 사람으로 그리고 훌륭한 대통령 감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전두환, 그러면 석두(石頭)라는 고정관념이 꽉 박혀 있으니까요. 그러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뱃장이 좋고 넉살도 좋고 조폭 같은 의리는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전두환 씨는 재임기간 중 가장 포악한 군부독재자로 군림하지 않았던가요? 독재에 있어선 고 박정희 씨보다 한술 더 뜬 인물이지요. 천하를 손에 쥔 자의 횡포. 아마 전두환 씨만큼 이런 무자비한 권력을 즐기고 또한 남용한 자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없을 겁니다.
1980년5월18일에 발생한 광주사태 그거 예사 사건 아닙니다. 아무리 전두환 군부가 정치적 입지를 위해 눈엣 가시 같은 김대중 씨를 때려잡을 욕심에서였다지만 같은 대한민국 땅덩이에서 더군다나 전시상황도 아닌데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대사건 아닙니까?
당시 전두환 군부는 모든 언론의 입을 봉쇄하고 대국민 성명에서는 광주에 빨갱이와 깡패들이 대거 몰려들어 국가 전복을 꾀하려했다는 것이 광주 진압의 이유라 밝혔습니다. 얼마나 많은 빨갱이들과 얼마나 많은 깡패들이 잡혔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우리 국민들이 그리고 광주사태 피해자나 그 유가족들이 참으로 너그럽다는 것은 광주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전두환 씨를 제명대로 편히 잘 살 수 있도록 놔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백범 김구선생을 살해했던 안두희 씨는 범행 47년 만인 1996년10월, 그의 은신처로 찾아간 한 버스기사에 의해 몽둥이로 타살 당했는데, 그 버스기사는 실제 백범선생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답니다.
따라서 안두희 씨와는 개인적인 원한관계가 있을 수도 없었겠지요. 남들이 안하는 짓을 한 그 버스기사는 애국지사에 속한 것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에 속한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전두환 씨가 재임기간 중 빼돌린 자금은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일조원이 넘는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눈 먼 국세청은 아직도 그 돈의 행방조차 찾지를 못하고 해서 추징도 못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전두환 씨는 그 넉넉한 자금으로 수하에 수많은 심복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골프 한 게임 치러 갈 때마다 수억 원씩 예사로 사용한다고 하니 그 배포 한번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군요. 국민들 시선 따위야 안중에 있을 리도 없고……. 하여튼 전두환 씨, 그는 분명 걸출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역대 대통령들 면면을 따져 보면 실제로 대통령감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 이승만 씨는 노망든 영감에 불과했고, 고 윤보선 씨는 소신 없는 나약한 인물이었으며, 고 박정희 씨는 원래 일본군 장교출신이요 열등의식에 꽉 배여 있던 인물이랍니다. 시골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군인이 되는 길만이 출세하는 것으로 알았던 사람이니까요.
그 못살던 시기에 그나마 우리나라가 웬만큼 살 수 있게 했다는 좋은 평가는 받고 있으나 사실 따지고 보면 박정희 씨만큼 오래 대통령 해먹은 사람도 없지요. 18년 넘게 해 먹었는데 그 정도 오래했으면 그 정도의 성과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하긴 그 후임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부실하고 탐욕스러워서 그가 돋보이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부지리로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던 최규하 씨는 참모 스타일이지 결코 통치자 스타일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노태우 씨는 전두환 씨 편에 무임승차한 꼴로 왠지 배포도 없고 철학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지요.
김영삼 씨는 끈기와 뱃장만큼은 대단한 편이나 너구리같이 음흉하면서도 교활한 면이 있으며 지능은 많이 떨어진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김대중 씨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제일 머리도 좋고 아는 것도 많습니다. 아쉽다면 그가 좀 더 젊었을 때 대통령직을 수행했었더라면 지금과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겠나 추측됩니다. 노령이라 그런지 패기와 한이 많이 사그라진 듯하여 많이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3김 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3김 씨 중에 유일하게 대통령을 해먹지 못한 김종필 씨가 많이 섭섭하게 생각하겠지만, 그 역시 대통령 해먹는 것 보다 더 오랜 기간 권력의 핵에 머물러왔던 것이 사실인 만큼 그 기간으로 따진다면 김영삼 씨나 김대중 씨가 단임 대통령 해먹은 것보다 더 행운아라 할 수 있을 테니, 더 이상 욕심 부린다면 그 또한 망령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제 제16대 대통령선거가 20일하고도 2~3일 앞으로 바싹 다가 왔습니다. 누가 16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치권들이 이합집산 하는 것으로 봐선 아마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 재임기간 중 꽤나 잡음이 일 것 같군요. 이들 대통령감 주위엔 똥파리가 너무 많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전에 전두환 씨를 모델로 하여 장편소설 하나를 완성하려 했었답니다. 좀 코믹한 정치소설인데 그를 위해 전두환 씨와 관련한 자료들도 제법 모아 두었지요.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전두환 씨가 노태우 씨를 후임 대통령으로 지명하였듯이 노태우 씨가 전두환 씨를 배반만 안했더라면 우리나라의 정치사는 아마 엄청 바뀌었을 겁니다.
전두환 씨가 왜 ‘일해재단’을 설립하였겠습니까? 다 그런 꿍꿍이속이 있었던 게지요. 일해재단은 그 규모나 자금력에 있어서 청와대를 누르는 ‘황후궁’아닙니까? 황제궁보다 오히려 더 거대한 황후궁 말입니다.
노태우 씨는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실권은 전두환 씨가 쥐고 이른바 막후정치 즉 수렴청정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마 김영삼 씨는 아직도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말만 무성하게 지껄이고 있을 테고, 김대중 씨 또한 방랑자 신세가 되어 구미 선진국 의회에 찾아가 아직까지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이런 가정 하에 이 궁리 저 궁리 하다보면 그럴듯한 장편 한 편이 절로 떠오르지 않겠어요? 그래서 한번 써 보려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막상 쓰려하니 좀처럼 여유가 없지 뭡니까?
그러나 꼭 써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이야기를…….
한번 기대해 보십시오.
- 끝 -
(200자 원고지 17매 분량)
2002/11/29/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