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영양 공급으로 인한 비만·고혈압·당뇨·암 등 무서운 질병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식물의 염류장해도 이와 똑같다. 다수확을 위한 화학비료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염류장해도 심해지고 있다. 비만이 죽음에 이르듯이 염류장해를 그냥 놔두면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황무지가 된다.
◆염류장해의 이해=염류장해를 이야기할 때 ‘염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먹는 소금’이 아니다. 학문적으로는 ‘산과 염기가 중화반응을 일으켜 생긴 화합물’인데 쉽게 ‘식물이 먹지 못하는 비료 또는 지나치게 많이 준 비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물의 뿌리 안쪽 삼투압이 뿌리 바깥쪽 토양용액의 삼투압보다 높아야 정상적으로 물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양분도 함께 흡수된다. 하지만 토양용액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염이 녹으면 뿌리 속보다 삼투압이 높아져 오히려 작물이 흙에 물을 빼앗기게 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 속에서 물이 빠져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결과 뿌리부터 시작해 작물 전체가 말라죽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타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이것이 염류장해다.
◆원인과 증상=염류의 집적과 장해는 주로 시설하우스 안에서 발생한다. 빗물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으면 토양수분이 땅 속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이 때 양분이 물과 함께 표층까지 올라와 쌓인다. 양분들은 서로 중화반응을 일으켜 황산칼슘·질산칼슘·염화칼슘 등의 염류가 되고 인산은 활성알루미늄 또는 철과 결합하여 작물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불용성)의 인산염이 된다.
염류가 집적되면 삼투압이 높아져 작물이 물과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특정 성분들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생육이 들쭉날쭉 매우 불안정하게 된다.
염류장해는 뿌리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잎의 색이 유난히 짙고, 밤보다 낮에 생기가 없으면 일단 뿌리를 뽑아본다. 뿌리털이 거의 없고 그나마 짧으며 갈색으로 변해 죽어가고 있다면 염류장해를 의심해야 한다.
◆염류장해를 줄일 수 있는 비료를 선택=비료성분은 많지만 염지수가 낮은 비료를 선택하는 것이 염류장해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수용성비료의 경우는 염지수가 특히 중요하다.
유기물은 비교적 염지수가 낮은 편이지만 이것도 지나치게 많이 주면 염류가 집적된다. 특히 축분퇴비를 쓰는 농가의 경우 인산염 집적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용성비료는 화학적으로 분해가 다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작물이 바로 흡수해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작물이 양분을 전량 빨아들이지 못했을 경우 곧바로 염류장해, 지하수 질산염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휴작기간 중의 대책=옥수수나 벼 등 양분을 많이 빨아들이는 벼과 작물을 재배하여 베어낸다. 염류집적이 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갈아엎어도 된다.
볏짚·톱밥 등 탄소질 재료를 넣어줘도 염류집적을 줄일 수 있다. 물을 20~30㎝ 받아 염류를 우려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염류는 제거할 수 없다. 표토를 5~10㎝ 떠내고 새 흙을 넣거나(객토) 기폭기로 40㎝ 이상 땅을 깊이 갈아섞어 염류농도를 낮추기도 한다.
양분 함량이 낮고 부식 함량이 높은 완숙퇴비를 주거나 양이온(대부분의 양분은 양이온이다)을 꽉 붙들어 두는 제올라이트·숯 등 흡착제를 살포하는 농업인도 있다.
밑거름은 수용성·속효성 화학비료보다 지효성·완효성 유기질비료를 시용하는 것이 좋다. 미생물제제를 처리하면 토양 유기물을 발효시키고, 염류를 일부 먹어치우기 때문에 염류농도가 낮아진다.
◆재배기간 중의 대책=작물을 기르고 있을 때는 염류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염류로 인한 작물의 장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관리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몇가지 자재를 주는 것이다.
제올라이트 또는 맥반석·숯가루 등의 분말을 아주 곱게 빻아서 작물에 물을 줄 때 희석해 사용하면 양이온 비료를 많이 흡착하므로 효과가 높아진다.
◆염 지수(Salt Index)란=질산나트륨이 토양용액의 삼투압을 증가시키는 정도를 100으로 보고, 같은 양의 다른 염들이 삼투압을 증가시키는 정도를 상대비교한 것이다. 염지수가 높은 비료일수록 삼투압을 더 많이 높여 염류장해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비료의 성분량이 많다고 반드시 염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도움말=윤성희 (사)흙살림 이사 O 043-833-8179.
〈윤덕한〉dkny@nongmin.com [최종편집 : 200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