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여는 김동기' "그리는 것이 좋고, 내 삶의 숙명"
5개 전시실과 로비를 大作 180여점으로 채워...15년동안 하루 13시간씩 작업실에서 작업해와
대구보건대학이 건립한 대구아트센터 내 인당박물관에는 5개 전시실과 로비 등의 공간이 있다.
5월 6일부터 6월1일까지 한달 남짓 기간동안 이 전시실과 로비는 한 사람의 작품만으로 채워진다.
전시실 면적은 1650여㎡(500여평). 50호 크기에서부터 200호 크기에 이르기까지 18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가장 큰 작품은 1000호 이상인 것도 있다. 작품의 스케일에서, 숫자에 이르기까지 개인전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그의 이름은 김동기(47)다. '찬란한 슬픔'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연다.
"저에게는 이룩해야 할 꿈이 있어 그림 그리는 일 말고는 다른 곳에 쏟을 정열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먹이 붓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화실을 떠날 수 없습니다."
이번 전시는 15년이란 시간을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해온 '인간승리'의 주역이 아니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15년전부터 하루 13시간 이상을 화실에 붙어 지낸다. 그림을 그리는 일 말고 나머지 쾌락은 모두 반납했다고 했다.
"간절히 원한다면 오직 한가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 쏟을 정열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부산 출신의 이 남자는 계명대 미대 회화과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한뒤 오로지 그림만 그리고 있다. 그가 집착하는 소재는 꽃, 그중에서도 백합이다. 그의 작품에는 백합을 비롯 여러 꽃이 등장한다. 특히 백합에 매료된 것은 그 향과 함께 깨끗하게 피고 지는 성격 때문. 또 백합은 도발적인 욕망의 대상이자 그 자신의 이름이기도 했다.
전시에 나오는 작품들은 '검은 눈물(Black tears)',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에게해의 진주(Pearl of the Aegean)' 등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 섹션마다 작업방식과 작품의 소재가 다르다.
종이에다 망치, 조각칼 등으로 드로잉 하듯 그린 그림도 있고, 철, 금, 은, 동, 산화철, 진주가루 등 일련의 금속성분 등을 연한 젤에 섞어서 엷게 여러번 칠하는 과정을 거친 작품도 있다. 또 캔버스에 종이를 바르고 배경색을 칠한 다음 그 위에 예리한 칼로 형상을 오려내 만드는 작품들도 등장한다.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되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향수, 불가능한 욕망에 바탕을 둔 유년의 화원이다. 한때 마음이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탄생한 어두운 그림을 보고 자살할 생각까지 했던 누군가가 다시 희망을 가진 일도 있다.
'명심보감'과 '까뮈', '고도를 기다리며'를 좋아한다는 김동기.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알아본다는 핑계로 하루 2~3시간의 잠만으로 버티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야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1999년에는 그 이전에 그렸던 작품 1만6000여점을 불태워 버린 불가해(不可解)한 인물이 바로 김동기다.
"내 영혼이 깃든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그의 꿈은 MoMA(Museum of Modern Art·뉴욕현대미술관)로 가는 것이다. 모든 작가들의 꿈인 이곳에 대해 그는 "비록 좌절로 끝날지라도 목적도 희망도 없이 그리는 것이 내 삶의 숙명이며, 그리는 그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news.chosun.com/2008.5.4
[BELT2007 선정작가전]
김동기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지고 늙어가는 사람이나 사물을 표현했다. 현대 문화와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시간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지만, 정작 시간은 아무런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는 속성을 포착한 것이다.
김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은 시간의 흐름을 연구하고 다양한 매체 속에 재현하면서 멈추기도 하고 영원한 흐름으로 내버려두기도 한다"면서 "작품을 만드는 동안 내 자신을 몰입시켜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고, 또 시간의 흐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녹아난 아름다움의 의미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기 The Wasted...(Flower No.1) 목판화 85×85cm 2006 ⓒ한국판화미술진흥회
2층 전시실의 김동기 씨와 김서규 씨의 작품은 검은색이 가득하다.
김동기(46) 씨는 지난해 갤러리분도 전시작 이외의 작품을 새로 선보이고 있다.
김동기 씨의 작품은 철·금·은·동·산화철·진주 가루 등을 연한 젤에 섞어 엷게 여러 번 칠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검은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색을 사용한 부분이 많고, 내용이 좀더 재미있는 것들로 채웠다.작가의 분신인 작품 속 인물도 사춘기 호기심의 대상인 백합과 함께 더 많은 유희를 즐기고 있다.
'New Year'展 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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