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장을 둘러보다 도착한 곳은 소설 속에서 허 생원과 동이가 갈등을 빚은 장소, 충주집 주막이었다.
사극 초가집 분위기가 진하게 풍기고, 정말 영락없이 딱 사극 속의 주막집 모습이다. 툇마루도 있고, 문도 창호문이다. 평상에는 봉평 대표 관광지답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메뉴는 메밀 비빔밥과 국밥.
사진은 충주집 전경 2편과 안쪽 툇마루를 담았다. 끝에 당나귀 사진도 올렸다.
글 속에서 충주집은 허 생원과 동이가 충돌한 지점이다. 청년 동이가 주모에게 소위 말해 작업을 걸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허 생원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발끈해 동이의 뺨을 친다.
그러다가도 말없이 나가는 뒷모습에 괜히 짠하고, 애꿎게 얻어맞은 뺨을 하고 당나귀 소식을 알려주러 온 동이에게 울컥 마음이 요동치는데..... 허 생원의 이 변덕스러운 마음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다음은 소설 내용 일부를 발췌한 거다.
허 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얽둑빼기 상판을 쳐들고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 밑이 떨리고 그 자리에 소스라쳐 버린다. 충줏집 대문에 들어서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된 서슬엔지 발끈 화가 나 버렸다. 상 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이 제법 난질꾼인데 꼴사납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낮부터 술 처먹고 계집과 농탕이야.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놀아다니누나. 그 꼴에 우리들과 한몫보자는 셈이지."
동이 앞에 막아서면서부터 책망이었다. 걱정두 팔자요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상기된 눈망울에 부딪칠 때, 결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 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동이도 화를 쓰고 팩하게일어서기는 하였으나, 허 생원은 조금도 동색하는 법없이 마음먹은 대로는 다 지껄였다.
"어디서 주워먹은 선머슴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게도 아비 어미있겠지. 그 사나운 꼴 보면 맘 좋겠다. 장사란 탐탁하게 해야 되지, 계집이 다 무어야. 나가거라, 냉큼 꼴 치워."
그러나 한 마디도 대거리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가는 꼴을 보려니, 도리어 측은히 여겨졌다. 아직두 서름서름한 사인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이 섬뜩해졌다. 얼마나 지난 뒤인지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에는 마시던 잔을 그 자리에 던지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충줏집을 뛰어나간 것이었다.
"생원 당나귀가 바를 끊구 야단이에요."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동이의 마음씨가 가슴을 울렸다. 뒤를 따라 장판을 달음질하려니 거슴츠레한 눈이 뜨거워질 것 같다.
"부락스런 녀석들이라 어쩌는 수 있어야죠."
"나귀를 몹시 구는 녀석들은 그냥 두지는 않을걸."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 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 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 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