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 개선, 간 해독, 항체생성 촉진에 도움
햇복숭아가 한창 출하되고 있는 요즘이다. 농가에 따르면 복숭아는 늘어난 일조량 탓에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며 다수 품종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하됐지만 큰 일교차가 필요한 생육조건 때문에 복숭아의 품질은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일부 품종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당도가 떨어지고 크기도 작아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복숭아는 다년생 온대 낙엽과수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기원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밀양시 산외면 금천리에서 출토된 복숭아씨 유물을 추정해 볼 때 3000년 전에 이미 현재의 재배종과 비슷한 크기의 복숭아가 소규모로 재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와 같은 재배품종은 조선 개항과 더불어 1890년대 중반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복숭아의 재배면적은 1만3795ha, 생산량은 연 1만8000t 내외다.
신맛 없어 과일 싫어하는 사람도 사랑 … 고칼륨은 심혈관질환에, 니코틴해독력은 폐에 좋아
복숭아는 포도당 과당 설탕이 주된 성분으로 유기산이 0.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신맛이 적다. 이 때문에 신맛을 싫어해 과일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도 복숭아만은 즐겨 찾는다. 복숭아는 크게 털이 있는 복숭아(장호원황도, 천중도백도, 유명, 미백도, 창방, 월봉 등)와 털없는 천도(天桃) 복숭아로 나뉜다. 복숭아에는 아스파라긴의 가수분해 산물인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이 다른 과실보다 훨씬 많이 함유돼 있어 만성피로증후군 개선, 간 해독, 항체생성 촉진 등에 도움을 준다. 아스파르트산이 먹는 부위 100g당 284~365㎎ 함유돼 있다. 사과 42~81㎎, 오렌지 102㎎, 포도 15~29㎎보다 월등하게 많다. 이 뿐만 아니라 복숭아에 함유된 비타민과 유기산 성분은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피로회복, 해독작용, 면역기능 강화, 피부미용에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놀계 항산화물질은 노화예방, 혈류개선에 유용하다. 또 풍부한 섬유소가 장(腸) 활동을 촉진해 대장암, 변비, 당뇨병 등에도 좋다. 먹을 때 껍질째 먹으면 효능이 더 크다. 복숭아에는 나트륨에 대적하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심장병환자에게 이롭다. 소변을 통해 정체되었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기운이 날 수 있다. 복숭아는 폐의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예부터 폐결핵에 복숭아를 많이 먹었다. 근래에는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흡연자들이 복숭아를 더욱 찾는다. 연세대 연구팀에 따르면 복숭아를 먹은 환자는 니코틴 대사산물인 코티닌 배출이 먹지 않은 경우 보다 70~80% 정도나 증가했다.
양기가 넘치는 과일 … 아랫배 차갑고 설사 자주하는 소음인에 유익
중국의 고대설화 동방삭을 보면 복숭아는 불로장생을 주는 과일로 기록돼 있다. 복숭아의 연분홍색은 양기가 많다는 의미다.여성들이 얼굴 화장을 할 때 복숭아빛을 그리는 것은 누군가를 매혹시키려는 속내로 보기도 한다. 제삿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도 양기가 많은 복숭아가 음기가 모여 생성된 귀신을 쫓아낼 것을 우려한 관행이 굳은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복숭아를 말려 포로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기운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식욕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허열이 풀어질 수 있다.복숭아는 다른 과일과 달리 성질이 차갑지 않아서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의 사람들이 먹어도 될 만큼 기운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입맛이 없고 아랫배가 차가워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 체질에게 잘 익은 복숭아는 보약이 될 수 있다.
씨앗은 어혈(뭉친피) 개선, 생리통 및 생리불순도 완화
복숭아의 씨(도인), 꽃, 가지 추출액도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복숭아꽃은 예전부터 민간화장품으로 종종 사용됐다. 꽃에서 분리한 플라보노이드 배당체가 미백과 주름개선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복숭아의 씨앗은 도인(桃仁)이라는 한약재로 사용되는데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어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피멍이 든 것을 푸는데 효과적이다.생리통이나 생리불순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의 완화제로도 많이 애용된다. 산복숭아(山桃)나무 줄기의 메탄올 추출물은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고 암·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숭아, 음식알레르기 3위 … 나이들어도 줄지 않아, 털 제거하고 피하는 게 최선
다만 복숭아는 약간의 알레르기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아 식품 알레르기의 10가지 원인 식품 가운데 복숭아(1.6%)는 달걀(2.6%),돼지고지(1.7%)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4위부터는 고등어(1.4%), 닭고기(1.3%), 우유(1.2%), 메밀(0.8%), 게(0.7%), 밀가루(0.5%), 토마토(0.5%) 등이 차지한다. 그래서 학교급식에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포함된 메밀, 새우, 복숭아, 고등어 등 12가지 음식재료를 사용할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 추진되고 있을 정도다. 달걀이나 우유, 밀, 콩 등은 나이가 들수록 알레르기 반응이 적어진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의 경우 달걀흰자가 아토피성 피부염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는 1세때는 15.4%이던 것이 2세 때는 6.4%, 3세 때는 4.4%로 확연히 감소한다. 우유와 (1세 3.6%, 2세 0%, 3세 0%)와 대두(1세 0.3%, 2세 0%, 3세 0%) 역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비해 복숭아, 땅콩, 생선, 조개류에 대한 알레르기는 세월이 흘러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지조의 과일’인 셈이다. 식품 알레르기가 생기면 가볍게는 두드러기가 나타나서 가려움증을 호소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가빠지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는다. 음식물 알레르기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1년에 50명 정도나 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알레르기의 가장 심한 단계를 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 특정 식품을 섭취한 뒤 한 시간 안에 급성 두드러기가 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숨쉬기 어려워지면서 쇼크 반응을 나타낸다. 이런 위험에 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휴대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아 한국희귀의약품센터 등에서 구입해 갖고 다니는 게 좋다. 펜 모양의 주사기로 식품을 섭취한 뒤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허벅지에 주사해 혈압을 상승시킴으로써 쇼크 반응을 늦출 수 있다. 복숭아는 시안화수소(시안산)를 함유하고 있다.시안산은 페르리시토크롬 옥시다아제를 저해해 호흡곤란을 초래하고, 심하면 세포의 산소결핍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이 영향받지 않을 정도의 시안산 양은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게 최상책이다. 복숭아 알레르기는 과육보다는 털이 주된 원인이므로 털을 깨끗이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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