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문제로 몸이 쇠약해져 첩약으로 근근히 버텨오다가 9중죽염의 효능을 들었다.
9번 구운 소금은 마치 만능치료제처럼 홍보되고 있었다. 나는 일단 호기심이 발동해 직접 시험해보기로 했다. 마침 9중염은 아니나 3중염이 집에 있길래 수시로 섭취하기 시작했다. 9중염 홍보자는 하루 섭취량을 80g 정도 하라고 했으나 도저히 그 양을 섭취할 수는 없었으므로 초보자인 점을 감안 거부반응 없는 정도로 먹다보니 대략 하루 10g 정도를 먹을 수 있었다.
소금을 먹기 시작하자 일단 몸에 힘이 솟는 듯했다. 아, 몸이 좋아지고 있구나 싶어 더 열심히 복용한 지 일주일. 이제부터는 몸이 붓기 시작했다. 명현반응인가? 싶어 변함없이 열심히 복용했다. 그리고는 차츰 몸이 무거워지더니 잠에 빠져들었다. 몸은 얼굴까지 퉁퉁 붓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에 빠졌다. 일단 소금복용은 중단했으나 언제부턴지 두통과 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신이 부으면서 목을 가눌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왔다. 잠을 잘못 잤나? 열심히 고개운동을 했으나 통증은 갈수록 더해갔다. 며칠 후 오른쪽 목에는 포도알만한 멍울이 잡혔다. 과거에도 가끔 피곤하면 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내자 목은 점점 더 부어오르며 뒷머리 쪽으로 자리를 넓혀갔다. 아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무엇보다 두통을 견딜 수 없어 첩약을 먹고 나자 두통도 멎고 멍울 크기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계속 첩약을 먹기 전에 병명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해 대학병원을 예약했다. 소금이 어떤 병을 야기했는지 내심 알고 싶었던 것이다.
환부가 목임파절이었던 탓에 주무과는 이비인후과로 정해졌다. 한 달이나 되어서야 진료날이 되었다. 나는 병명을 알고 싶다는 충동 때문에 병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첩약을 일체 먹지 않았다.
의사는 황소개구리처럼 부어오른 내 목 대신 콧속과 인후, 편도 부위 점막을 점검했다. 이비인후과적인 문제는 없다고 사전에 얘기했는데도 내부 이상이 없는지 봐야 한다며 1차 검진을 마친 후 항생제와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했다.
혈액, 소변검사, CT, 초음파, 조직검사까지 예약하고 항생제를 가져와 먹는데, 종양의 크기가 줄기는커녕 더 단단해지고 커지면서 항생제 부작용이 발생했다. 구토와 설사.
항생제를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다시 진료를 받았다. 다시 항생제가 처방되었고, 결핵성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검사를 추가했다. CT나 초음파 소견에서 병의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항생제도 두드러기와 발열을 일으키며 부작용이 대단해 복용 3일 만에 중단하고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중 조직검사 부위에 염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먹처럼 튀어나온 목에 발갛게 염증이 서리기 시작하니 이제 덜컥 겁이 났다. 예약 날짜를 기다리며 열심히 소독하고 소염제를 먹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하다가 기일이 되어 병원을 찾았다. 그 동안 검사결과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악성종양도 결핵균도 없었다. 잠시 어안이 벙벙.
의사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구나 환부에는 감염까지 발생한 상황 아닌가. 의사는 감염이 문제될 수 있다며 입원을 종용했다. 그러나 내키지 않아 일단 감염 진행 상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다시 항생제를 처방받아 돌아왔다. 다행히 이번 항생제는 큰 문제는 없었으나 사람의 기력을 굉장히 탈진시켰다. 그리고 약을 먹은 지 4일 만에 감염 부위에 농양이 생기더니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 약재를 골라 첩약을 준비했다. 감염 상태는 악화되고 있었으나 다행히 본래 종양의 크기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종양에 대응하는 첩약을 먹으면서 탈진 상태도 회복이 됐다.
다시 의사를 찾았다. 농양을 랩판에 받아내고 드레싱을 해주면서 의사는 다시 입원을 종용했다. 농이 흐르는 상태인지라 나도 일단 수락했다. 이튿날 입원하기로 하고 집에 왔으나 입원하게 되면 첩약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농도가 훨씬 높아진 주사항생제를 쓰면 그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몸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난 다시 입원을 포기했다. 그리고 병원의 처방약재를 검토했다. 약에는 항생제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소화제, 스테로이드제, 소염제 등이 함께 처방되고 있었다.
난 감염부위가 더 나빠지고 있는 이유를 찾았다. 즉시 알약 하나를 빼고 저방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약을 먹은 지 열흘 만에 처음 병원을 찾을 당시 발생했던 종괴는 거의 다 사라졌다. 바로 스테로이드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2차 조직검사 결과 어설프게나마 병증이 확인됐다. 결핵의증이라나 뭐라나.
지금 나는 본래의 병보다는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약을 처방받고 있다. 그러나 약이 너무 독해 처음 복용시는 간과 신장이 너무 아파 또 고생했다. 공복에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니 위장에도 탈이 있을 법하지만 현재는 발효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서 속쓰림 같은 증세가 없는 게 참 다행이다. 소모성 질환에 쓰는 양약을 먹을 때는 보를 잘해야 한다. 덕분에 나는 오늘도 보약을 달이는 중이다.
9중소금의 효력을 시험하려다가 이번 여름은 엉뚱하게도 임파절염으로 뼈아픈 고생을 했다. 아마도 시중에 유통되는 구운 소금들은 천일염을 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천일염이었다면 몇 번을 구웠든 이런 부작용은 유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실험을 통해 나는 약 하나 잘못 쓰는 게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체험했다. 물론 이번 실험은 내가 첩약을 쓸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부로 자신의 몸을 실험해서는 안 된다.
요즘 함초 체험 글들이 많다. 여러 가지 효능이 많지만 많은 분들은 명현현상인지 부작용인지 모른 채 효능 하나만 믿고 너도나도 즐기는 듯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체질에 맞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디 상식 때문에 건강을 망치지 말길 바라며, 나의 사례가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