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합정역에 위치하고 있는 세발자전거입니다. ^^
㈜미식사전 세발자전거 (02-337-1760) –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26-1
막걸리에 대한 세가지 걱정 "막걸리는 싸구려 술이다?" "막걸리 안주가 파전밖에 더 있어?" "막걸리집은 회식하기엔 분위기가 좀 아니지 않을까?" 세발자전거는 이 세가지 걱정을 가볍게 허물어 드립니다.
술 - 전통의 이름으로 다가오는 특별함 회식엔 뭐니뭐니해도 우선 술이 함께해야 한다는 大원칙(?)이 있죠. 세발 자전거는 대부분의 회식에서 마시게 되는 소주, 맥주에서 벗어나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막걸리 전문점입니다. 막걸리는 흔히 싸구려 술로 여겨지는데, 세발자전거에서는 평소에 맛보기 힘든 팔도의 생막걸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곳에서 생막걸리를 취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는데요, 팔도의 막걸리를 한 병씩 시킬 때마다 그 미묘한 맛의 차이에 금새 그 맛의 매력에 빠지게 되실 겁니다.
각자 고향의 대표 막걸리를 주문해도 되고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시는 막걸리를 드셔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드시면 세 번 놀란다고 해요.. 첫째, 팔도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둘째, 이 막걸리들이 다 맛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에 한번 더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막걸리 종류가 바뀔 때 마다 맛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에 회식 자리가 심심할 틈이 없다는 점에 놀라죠. 회식에서 술 자체가 이야기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새롭고도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막걸리는 원래 김치처럼 각자 집에서 빚어 마시던 가양주였는데 일제시대의 주세령 후 전통 막걸리가 대부분 사라지고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중반에 쌀로 술빚기가 금지되면서 밀가루 막걸리가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 규제가 풀리고 나서야 다시 쌀막걸리의 전성시대가 왔죠. 막걸리하면 몇몇 대중적인 상표를 많이 떠올리실거예요. 하지만 전국에 7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다고 하니 대부분 전국유통망이 없어 지역에서만 판매되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수백 종류의 막걸리가 있는셈 이예요. 이곳은 사장님이 전국을 다니며 직접 다리품을 팔아서 맛보고 고르고 고른 지역 대표 막걸리를 한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느 정도 팔도 막걸리가 익숙해지신 분이라면 프리미엄 막걸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맛 - 셰프가 전하는 예술 회식장소를 정할 때 술보다는 보통 어떤 안주가 나오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 곳은 ‘막걸리집 안주가 뭐 별거 있겠어?’하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날려드립니다.
세발자전거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친환경 식공간을 표방합니다. 한식, 일식, 양식을 전공한 세 명의 셰프가 그 정신을 잊지 말고 천천히 함께 가자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장님이 바뀌었지만 그 정신만은 그대로 가지고 간다네요. 한일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세명의 셰프가 시작한 곳이다 보니 이곳의 음식은 퓨전이 당연할 정도로 맛과 영양, 그리고 모양까지 웬만한 고급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가끔은 메뉴에 없는 연구(?) 중인 안주를 맛보는 행운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얼핏 피차 저럼 보이는 김치전 – 물론 메뉴에 없는 연구(?) 중인 시제품이었습니다.
부장님부터 신입사원까지 좋아할 만한 친환경 먹거리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셰프가 시작한 곳 답게 안주라기보다는 요리에 가까운 녀석들도 접할 수 있습니다.
입이 즐거우니 자연스레 대화가 즐거워집니다.
이야기 – 마음이 열리는 공간 시끌벅적 너무 어수선하여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아쉽게 회식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곳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적당한 편안함이 있습니다. 어쩌면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고 대화가 이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행복한 경험을 함께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의 모습 -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아 부서회식하기에는 안성맞춤
멋진 꽃장식이 올라간 두부김치가 건배를 부릅니다.
이곳의 또다른 매력은 일반 술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서비스에 있습니다. 보통 와인전문점에서 와인을 새로 시키면 잔을 바꿔주죠? (물론 매번 바꿔주는 곳도 흔지는 않지만…) 이곳은 막걸리를 새로 시키면 새 잔을 가져다 줍니다. 같은 잔에 여러 술을 마시면 맛이 섞여서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새 잔을 내어오는 것이랍니다.
맛을 대하는 사장님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새 잔이 나오기 때문에 먼저 시킨 술이 조금 남았더라도 다른 술과 맛을 비교하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서너병쯤 마시다 보면 테이블이 온통 잔으로 채워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구요. ^^ 나중에는 어느 잔에 어떤 술을 따랐는지 몰라 서로 맛을 보면서 맞추기도하고 그러다보면 새록새록 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술을 시킬 때마다 사장님께서 중간중간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갑니다. 보통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금정산성이나 송명섭 막걸리를 자주 찾는데 송명섭 막걸리는 전북 전통주 무형문화재 송명섭 선생께서 이름을 걸고 만드는 막걸리로 …, 소백산 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 유명해졌는데 원래는 …. 3대째 운영하는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 생쌀막걸리의 하얀의 의미는 막걸리도 연꽃도 흰쌀도 그리고 주인아저씨의 눈썹까지 하얗기 때문이라며….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이 곳은 여의도, 광화문에서 접대를 위해 예약하는 분이 많다는 자랑 또한 빼 놓지 않으십니다. 회식하기 좋은 장소는 제 눈에만 보이는게 아닌 모양입니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찾아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막걸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술과 음식, 그리고 장소까지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신년회식 장소를 알려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