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걸고 맞짱 나선 '충남 불도저'
'신뢰와 믿음' 강조하며, "세종시 원안 대로" 주장
행시 출신의 정통 관료, 정치·도의 책임감 '불끈'
세종시에 대한 논란이 연일, 정국의 화두다. 특히 정부는 최근 당초 세종시로 옮기기로 했던 행정기능에 대한 전면 재수정에 착수, 일부 혹은 전면적인 백지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발도 적지 않다. 세종시가 정국의 최대 쟁점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발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해당 충청지역의 설왕설래는 더욱 크다. 논란은 당내에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근혜 전대표 측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충청권 인사들의 반발은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세종시가 들어서기로 했던, 충남권은 그야말로 정치적 패닉에 가까운 혼란상 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중 이완구 도지사는 최근 '지사직'을 거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세종시가 백지화될 경우, 충남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것. 도지사로서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느껴진다. 행시 출신의 정통 관료로,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재선의 국회의원 출신. 그러나 그의 일성은 '신뢰와 믿음'이다. 공직자의 최고 덕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세종시의 약속을 원안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리를 걸고 원안수정 반대에 나선 이완구 지사의 면면을 살펴본다.
세종시 논란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나라당은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우선 정치권의 반발이다. 특히 야당의 반발이 기다렸다는 듯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의 원안 수정 의지를 일부 밝힌데서 종종 드러났던 만큼, 의외의 복병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공약, 지키려고 노력해 와"
박근혜 전대표의 반대 의사 역시 그렇다. 박 전대표는 세종시가 정국 전면에 드러나기 이전 이미 원안 수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바 있다.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 여당도 이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춘 채 긴장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박 전대표는 지난 10월 이후 이렇다할 의중을 피력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사태가 급변할수록 저항이 가열되는 곳이 있다. 그것도 한나라당 소속, 당초 세종시가 들어서기로 했던 충청권이다. 더욱 충청권 의원들에 비해서도 두드러진 반발을 보이는 이가 있다. 바로 이완구 충청남도지사다.
이완구 지사는 세종시 원안 수정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 강한 반발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그의 발언과 행보는 초기 반발에 비해 한층 높은 강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사직을 걸고, 세종시 논란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최근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해 "지사직 사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하고 있다"며 또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세종시가 들어설 지역이 이 지사가 관할하는 충남이라는 점과 함께 여러 정치적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움직임은 이 지사가 내건, 충청남도의 발전 방안에 최대 핵심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업이다.
현재 충청남도는 약 10개의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중 세종시 건설은 단연 1순위로 꼽히는 주요 사업에 속한다. 세종시 건설을 통해 낙후한 지역에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이 지사와 도의 생각이었다.
세종시 따라 충남 청사진 요동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를 수정 추진할 경우, 충남의 발전 청사진도 크게 바꿔야하는 입장에 놓인다. 때에 따라서는 발전 방안이 큰 폭으로 흔들릴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 지사가 '지사직을 걸고'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완구 지사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반대의 이유는 또 있다. 이는 그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두 차례의 국회의원직을 통해 정계에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고는 해도, 이 지사는 74년 행정고시를 통해 관가에 발을 들여놓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곧이곧대로' 원칙에 죽고 사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일면이라는 것이다.
세종시 논란이 불거지자,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원칙'이다. 세종시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것이다. '공직에서 신뢰와 믿음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이 지사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는 한나라당 세종시특위와의 면담을 끝내고 돌아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행한, 월례직원모임에서 이러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직원들을 향해 "신뢰와 믿음이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련의 세종시 논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이 지사는 "마음이 착잡하다. 이 자리에 선지 3년 6개월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호소하고 분발을 촉구하며 여러분과 내가 믿음을 주고받던 자리였다"고 의미있는 감정을 드러내며, 더욱 "여러분들과 같이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도의 수장은 도민을 지켜내고 충청인의 영혼을 붙들어 주는 것이 도백의 역할임에도 그런 정신적 지주 역할을 못한다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행복도시 수정추진과 관련해 "이제 국민들을 상대로 신뢰와 믿음이 깨지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신뢰와 상호간의 믿음'은 어떤 것보다도 가장 상위 가치"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무는 개는 조용히 있다 물어'
아울러 이 지사는 이날 한나라당 특위에서 설명했던 자료를 참석한 전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한편, '원안과 정부 대안'에 대해 조목조목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는 등 이견을 그대로 드러내 향후 지속될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이 지사의 '선언'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일부의 색안경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몇몇 정치인들이 사퇴하겠다고 말만 할 뿐 실행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수없이 많다"며 '무는 개는 조용히 있다가 문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며 언행의 불일치를 강하게 비판, 최근의 '선언'이 빈말이 아닐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소신은 이미 의정 활동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그가 96년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던 '홍성 석택지구 배수개선사업'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 이후 곧바로 국회 상임위원회 결정과정부터 당시 농림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이행 각서를 받으며 약속을 지켰던 것.
이 지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통한다. 선거 운동 기간, 지역민에게 배수로 사업을 약속했고 등원 후 농림분과위원을 자처, 농림부를 압박해 고충을 알리고 사업을 이끌어냈다.
그는 지난 2007년 한국매니페스토 매거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33여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주민과의 약속을 천금보다 더 무겁게 생각하면서 공약 1개를 실천하는데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해 현행 세종시 반발의 이유를 여러 해전에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은 지정사실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에 맞선, 반발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직접적인 이해가 닿아있는 충남도 수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박상민기자 cydog@naver,com
이완구 도지사 약력 사항
63년 덕명 초등학교 졸업
66년 대전중학교 졸업
70년 양정고등학교 졸업
74년 제15회 행정고시 합격
75년 성균관대 법대 행정학과 졸업
81년 홍성경찰서장
84년 미시건주립대학교 대학원 형사정책학과 2년졸업(이학석사)
90년 국방대학원 수료
9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93년 충남북지방경찰청 청장
94년 단국대 대학원(행정학 박사)
96년 제15대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5년 충청남도지사
첫댓글 법과 질서 신뢰와 믿음을 헌신짝 버리듯한 Mb 정권은 원칙이 무었인지~~ 깨어나라~~!!!
이완구 지사님은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며 언행의 불일치를 강하게 비판, 최근의 '선언'이 빈말이 아닐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자리 버린......도지사님.........신뢰와 원칙을 버리고 자리지킨 이명박 대통령
원칙과 신뢰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이것이 바로! 책임정치 입니다.
이완구 지사의 이번 사퇴는 우리모두에게 정의가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전해주는 메세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바른 정치를 보여주는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