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보내온 마우스 패드
정숙아 !
변변치 못한 걸 보내니 부끄럽구나
너의 단아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수국이 어울리는 듯해서
만들어 봤다...
근데, 니 내 소원 하나 들어줄래?
언제 나 서울가면 너의 '봉숭아' 노래
꼭 듣고 싶다.
.......................................................
숙에게 67년~
닷새동안 막상 시험을 치루고 보니
무언가 허무하다는 맘 밖에...
숙에게 편지를 쓰려면 무엔지 가슴 속 송두리채 써 보구싶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라 가슴만 조여든단다.
요즘 정말 누굴 붙잡고 실컷 울어보고 싶은 맘 밖엔
남지 않는단다.
이번에 여러가지로 봐서 한 주일 쯤 엄마한테
가 있을 예정이다.
너의 서신 받아보고 결정하기로 할까?
아무튼 그땐 대학교는 확실해지겠지...(너나 나나)
이번 15일 이내로 선생님과 의논해 볼 예정이란다
숙아!
나영이에게 너의 소식 전했다
서울 음대에 올거라고 했더니
자기는 어떻게 하냐고 그러더라
그리고 꼭 편지하라고 했더니 주소 그대로냐고 묻더라.
편지 왔었니?
끝으로 저번 상세하게 알려준데 대해
감사하는 바이올시다. 아멘
잘있어...
67년 7월 너의 진실한 벗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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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너는 좋은가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가련한 낙엽이니라.
..........
숙아
어쩜! 그렇게도 소식이 없을까? ? ?...
난 이렇게 학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소식 안주기로 한 건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숙인 희에게 그런 친구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있는 걸
오늘이 벌써 초 이틀 그리구 또 마지막 나는 달이구나.
이제 곡 고 3 최고학년이 되는데
심히 걱정스럽도다.
진명여고에선 아마 480명중 200등 안으로 들면
이화여대는 들어갈 것 같더구나.
그것은 과마다 다르긴 하지만....
난 가긴 약대를 갸얄텐데..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숙아 소식 좀 주라....
...........................................
그리운 숙에게
발버둥치며 달려있던 마지막 잎새들도
어제 오늘의 찬바람과 갑자기 변한 기후에
끝내 길거리에 뒹굴게 되었나보다.
가는 낙엽이라도 마녕 밟아보고 싶지만
청소부 아저씨가 떨어지기가 무섭세 쓸어버리는구나.
설악산의 비선대랑...나대로 상상하면서
너가 놀았는 모습도 그려가면서 편지 잘 읽었다.
매 월 초 하루에 편지 쓰기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건 의무(?)...
의무라면 이상한 말일지 모르지만
하여튼 우정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초하루에 편지 쓰자 응
다른날도 쓰고 싶으면 쓰는거야. 호 호
숙아 31일은 존슨 미 대통령 온다고 야단이구나
한국 같이 가난한 나라에 돈을 그만큼이나 낭비하면서 ...
나중에 더 큰 이익이 있을진 모르지만....
어제는 친구랑 존슨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꾀나 흥분해 있었단다.
그리구 참 그날 진명여고 500명 경기여고 500명
도합 천명이 한복차림으로 강강 수월래를 한다는구나
숙아 중간고사가 앞으로 5일간 있단다.
이번에 성적이 안 올라가면 정말 큰일이다.
이때까지 언니 시누이 결혼식 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다 내려갔단다.
이제부터 정신 차려야 겠다.
참 대학 진학문제는 다음 편지에 이야기 나누자.
같은 학교 가는 걸 원칙으로 하고 ...
연세 대학교는 아직 어렵다.
연대는 의대를 생각했었지만
전교에서 5등 안에 들어야 될 것 같고.....
언니는 딴과는 가지말고 의대나 약대같은 실업계통으로
가는게 어떠냐고 하더라.
이화여대 약대가 확실히 자신이 없으면
숙대 약대를 지원하는게 좋다고 한단다.
다음 해에 간다는 생각은 안된대..
하여튼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
시험 끝나고 편지하든지 할께 오늘은 이만 줄인다 잘 있어...
66년 영원한 벗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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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에게
초여름의 싱그러운 신록의 향내가 짙어만 간다.
고대 울타리의 만발한 장미송이들이
버스속에서의 더움을 잊게 해주는구나.
답장 늦어서 숙의 긴목이 더 늘어지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여태껏 복잡 구질한 잡념(?)들이 머리를 혼란케해주는구나.
한숨인지 탄식인지 자꾸나고...
어떻게 모든게 안정되지 못할까 성적은 뜻대로 되지않고...
생각만 하다가 날짜는 어김없이 흘러가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절실히 후회만 온다
......................
淑 에게
모처럼 머리위에 둥 떠 있는 달을 보게 되었단다.
바이올린 때문에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너가 보구싶어 하늘을 쳐다 보았단다.
하늘 쳐다보길 좋아하는 내가
요즈음 그만큼 여유가 없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淑아
눈..어느 시인의 말대로 깨끗한 영혼이 몰려올려는지(?)
달은 환하지 않고 그저 희끄무레하게 그 윤곽만 드러내 놓았구나.
어떻게 생각하면 환한 것 보담 아예 그 달이 낳을 것 같다.
지금도 중 3때 과외 공부 끝나구 늦게 교실을 나오면
학교 운동장 뒤쪽으로 달과함께 별들이 유난히 반짝거리던 것이
생각난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새로워 지는 것 같단다.
그땐 너랑나랑 오바깃을 세우며 서로의 마음 속엔
공부 열심히해서 같은 학교에 가자구 했었지....
교문 앞이 가까와지면 같이 더 걸어가구 싶어
교문이 좀 더 멀었으면..할 때도 있었단다.
'잘 가재이' 란 소리가 하기 싫어서인지도 몰라
다음 날이면 만나면서 말이야..
그러던 것이 벌써 너와 나와 헤어진지 반년이 훨씬 넘었지?
같이 있으면 더 정다워질텐데...
젓가락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깔깔 웃어버리자..
정말 할말이 너무 많아 막혀버리는것 같구나.
너의 소식 잘 들었어.
그렇게 종이가 빽빽하도록 썼어도
다 읽고 나면 언제나 좀더 길었으면 하는게 우리의 마음일까?
숙아
그저께 시골에서 언니한테루 편지가 왔더구나.
집안일 때문에....
상세한 건 나중에하구...
그런데 말야 그날 저녁에 언니가 늦게까지 나에게 모든 걸 들려주더라...
요센 언니도 나에게 한 여성으로 취급해주더라...ㅎㅎ
숙아
경대 의과대학 있니?
혹시 의사 자격시험에 몇명쯤 합격하니?
그리구 국립이니 공립이니?
좀 알아봐 응....
숙아
이젠 밤도 깊었어
모든 계획은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그럼 잘자
너의 영원한 벗 姬가...
<우정>
해 저무는 들길을 혼자 걸어 가다가 저 멀리 발견하는 등불
그 멀고 희미한 맑음 그러면서도 신뢰가 되어 마음이 놓여서
정말로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불타오르듯 강열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치지 않고 타는
부드러운 불길과 같은 것이다 - 여학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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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
오늘도 여전히 달은 밝구나
창 밖엔 찬바람이 스쳐지나가고 마른갈대들이 몸들을 부벼대며
제마다 차거움을 호소하는 소리가 먼곳에서 들리는듯....
숙의 예쁜 카드는 지금 책상설합에서 새끈새끈 자자고 있고
너에게 예쁜 것 하나 못 띄운 안타까운 마음만이 도사리고 있단다.
숙
넌 진정 나의 벗이기에 이렇게 뇌까려본다.
이번 방학 때는 좀 더 달콤한 이야기 몇달 동안 못 만난 이야기등...
실컷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잠깐 시골에 다녀오기만 했단다.
왜 그런지 모든게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았단다.
그래서 모든 것 생각 않구 올라와 버렸지
지금 생각하니 부질 없는 짓이었어 용서해줘...
숙
캄캄한 밤 모밀묵 장사가 지나가는 구나.
삶? 요즈음은 이런 생각이 머리를 꽉 막아 버리는 것 같단다.
모든 것 생각않기로 했는데
정말 때론 사랑하리만큼 죽고싶은 심정이란다.
숙아 괜히 글이 이샹해지는구나.그지?
웃어버리자 ...ㅎㅎㅎ
그래 크리스마스 땐 즐겁게 놀았니?
아주 성당에선 물론 거대했겠지?
나만 방안에 꼭 박혀있었더랬으니깐
국민학교 땐 무용이니 뭐니해서 교회에 곧잘 쫓아다녔는데...
숙아
피아노 열심히 쳐 응
나도 몇달안으로 바이올린 사주겠지...
65년 너의 벗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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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숙에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라고 하였지 누군가...
낙엽이 물들어 한잎 두 잎 떨어지는 걸보니
무언가가 아쉽기만 하구나
숙아 실상 편지를 써 놓고 부치질 않아서 지금 뜯어보구
너에게 부칠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시 펜을 잡았다.
편지를 쓰구 받아보구 하는 게 너와 나의 유일한 낙이니까...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니 벌써 11월달
또 그럭저럭 보내면 새해를 맞겠구나.
숙
오늘 학교에서 우리 학교 주최로 전국합창제를 했단다.
부산에서 남성여고도 올라 왔는 것 같더라.
대학생 이상 관람가이니 고등학생인 나는 들어갈 수도 없고
연습할 때 좀 들었으니 뭐 별로 그렇게 슬픈 마음은 없단다.
난 경북여고에서도 올라왔으면 하고 생각했었지
이번이 아마 8회인 것 같애 내년에도 또 할거야.
숙
어제는 이사장 생일이어서 합주부에서 합주를 했단다.
전부 엉망진창 큰 성공은 못 거두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누가 해서 한바탕 웃었단다.
11월에 문교부 무슨 시상식이 있다는데 아마 그 때
우리가 반주해줄 것 같애
슥아 피아노 많이쳐....
그럼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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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픈 貞아
자정도 부로가 5분을 남겨놓았다.
아프다는 소릴 듣고도...진작 편지를 썼어야 했는데...
모든 게 뜻대로 안되고 한차례 감기가 지나기가 무섭게 눈병까지나.
병원에서 애꾸눈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몹시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란다.
며칠씩을 그냥 짐승마냥 먹고 자고...하며 보낸 것 같아..
반성도 해볼겸 지난 일기장을 열어봤단다.
3, 26
...엇갈리는 일들이 나에게 이렇게 무수히 나타날까?
죽음도 나에게 무섭지 않다.
현실이 죽도록 미워진다
감기가 들어 죽을지경이런만
누가 옆에서 걱정 해주는 사람도 없다.
걱정해준다고 될일도 아니련만..
약을 사러 보냈다......
...눈물이 막 났다.
貞!
어제는 학원을 마치고 한쪽눈은 가린채 길을 건너다보니
마침 합승이 오더구나.
힘껏 뛰다보니 내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그만큼 죽어버렸으면 해놓고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조소를 보낼 것만 같았다.
이런 소릴 함부로 지껄인다는 건 부모님들께 불효가 되겠지...
................
어떻게 지낼까?
소식 한장 없는 정인 어떤 변화라도 생겼니?
수술을 하고 병원에 누워 정신이 들면서 자꾸만 우울해만 졌었다.
지금은 마냥 울고 있다.
Why ? ?
죽어버리고만 싶은 마음 마음...
지내온 걸 아쉬워하고 후회하며 앞으로 어떻게해야 하나?
하고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지낸다.
누구에게도 뒤지기 싫었는데 이젠 자꾸만 자신이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자존심만 남았으니....
시시하게 학기말 시험을 제대로 다 못보아서가 아니다.
장차 어떤길로 어떻게 걸어갈까?
너무 높이 날아 올렸던 나의 이상을 쉬 내릴려니
가슴이 아파서 인지도 모르겠다.
정
머리도 빙글.. 손도 힘이 없고..
배도 자꾸 댕기고
그냥 소식 몇자 전한다.
12월
.........................................................
정에게
오수......
침묵의 시간이란다.
지금 정인 피아노 건반에 도취되어 있겠지?
희얀 무언가 망각해 버린 채 이렇게 훌쩍떠나와 생활한지도
일주일이 넘었나보다.
탄약먹는답시고 꾹 박혀 있긴하지만
역시 인간이고 보면 걱정이 없을리가 없지
다만 그 종류가 다를뿐이고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란다.
조용한 집에서 부모님 밑에서 푹 쉬어야겠다고 별렀지만
또 서울 일이 걱정이 되어지니....
그동안 너한테서 소식 오길 얼마나 기다렸다구
바빠서 시간이 없었으리라 믿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단다.
잘한 일 인지 잘못한 일인지는 모르겠어
25일경엔 다시 상경할 것 같아.
요즈음은 움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가만있기도 싫고
좋은 음악이나 실컷 들었으면 싶어.
바이올린을 갖고 오긴했으나
때론 그것조차 싫증이 나곤 한단다.
가져올 때 계획은 너의 피아노와 맞춰보려고 반주책도 가져오긴 했지만...
정아! 편지 좀 주지 않으련?
수업은 대개 몇 시쯤 끝나지?
니랑 만나서 얘기 나누면서 모든 것 잊어버리고 싶다.
그럼 소식 기다릴께 잘있어...
68년 6월
.............................................................
정아
지루한 한낮은 매미의 울음 뿐이고
끝없이 파랗기만 한 하늘에서 더위를 몰고 온다.
몇 년만에 내 정다운 친구와 불과 몇시간 ..
판타롱 입은 옛 아가씨가 아쉽기만 했었다.
하많은 사연 못 다나눈 것 같아 그랬고
속 시원한 의견 들려주지 못해서 그랬고
오랜 시간 같이 지나지 못해 그랬고
한 번 더 만나지 못해 그랬다.
시골 친구들 더러 만났고
더러는 전화로도 이야기는 했지만
확 터 놓을 수는 없었다.
아무에게나 쓸데없이 히히덕 거리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권위(?) 자존심(?) 값어치(?) 주위에서
그런 것 찾게 만든 것 같다.
허지만 정이에게만은 모든 걸 초월한 상태에서라고 말하고 싶다.
밤이 되니 모기도 잉잉거리고 정막 상태다.
하늘엔 별만이 반짝이고 우리들의 가슴엔 ? ?
오직 열심히 노력하자
정인 훌륭한 음악가가 되어야할테고
난 훌륭한 교사(?) 교수(?) 카운셀러(?)......
오늘은 일요일 교회는 안갔지만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도록 기도할거야
서로 소식 나누자
..............................................................
정
1월3일에 쓴다.
벌써 해가 바뀌었구나
소식이 없는지도 이젠 손꼽기도 어렵게 되었구
허지만 잊어버릴 수가 없다. 하루라도
29일 어머니와 집에 도착
일주일이 가까와 오는데 멍한 기분이다.
계획은 세워야 하고 실천도 해야 할텐데
신문한장도 제대로 못보겠구나....
쉬 피로해져서...
여긴 노는 붐이 일어나서 거의 매일 논다고 야단이다.
낮이면 스케이트 타러 다닌다구 야단.
꼼짝하기도 싫고
조용히 이야기나 듣고 싶다.
정
무척 바쁘겠지만 시간을 내어 한번 다녀가렴.
여긴 아주 조용해서 좋다.
1월 2월 꼬박 집에 있어야 될 것 같다.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면서...
서울서 써놓은 편지 부친다.
하고픈 이야기여서
병실에서 2주동안 많은 생각으로 지냈다
이태껏 모아온 편지와 일기장도 정리하고..
태울 것은 태우고..
그래서 며칠은 모든 편지 다 읽어보았었지
간직하고픈 것은 두고 나머진 태우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아 혼자 많이 웃었다.
정
심심한 소희에게
소식 좀 띄워 주렴
새날 새해 새 마음으로 손을 마주잡은 채 놓치지말고 걸어가자
사랑이 있고 신의가 있는 우리의 해를 만들자꾸나...
.........................................................
정숙에게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고 있다.
멍 -하게 앉아 있고 싶은 마음
허나 밀린 일은 많고 하기는 싫고
마음의 갈등 속에서 우선 편지부터 쓰려고 마음 먹었다.
교생실습으로 무척 고단하지?
우리학교에서도 각 중 고등학교로 실습을 나가는데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더라
지금은 힘이 들어도 나중엔 보람(?)을 느낄 테지
TV에서 딸 드라마를 보고 여자란 결국 한 가정에 들어가
그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어 가는게 본분일 것이라고 생각 들더구나
명예욕, 권력....지위....보람
자기의 위치를 알고 분수에 맞는 행동이 중요할 것 같더란다.
늘 생각하는 말들이지만 요즈음 더 절실히 느껴진다.
물론 어제의 느낌과 오늘의 느낌 내일의 느낌이 다를테지만
오늘이 추분..밤이 점점 길어질테지
군밤, 흰눈, 하얀 입김...이상해지는 기분이다.
오직 좋은 계획 세워 좋은 결실 보는 것 밖엔 없을텐데....
좋은 일, 깜짝놀랄 일이 생기기를 바라고 싶구나.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바랄 수 있는 일들....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일들
추석엔
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신세계 백화점에서 현숙이를 만났다.
너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쉽게 이야기를 건낼 수 있었지만
길에서 만나 서로들 바쁜 것 같아 곧 헤어졌다.
옛날과 똑 같은 얼굴로 변하지 않았더라.
언제 놀러 한 번 오렴
오늘은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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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픈 정아
왜 이렇게 글이 쓰여지질 않니?
쓰다간 찢고 또 쓰다간 펜으로 그어 버리고....
요즈음 내 마음 상태일 것 같다.
안절부절 못하고...
왠지 심란하기만 하구나
머리를 잘라버리고 파마까지 했더니 거의 매일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도 간신히 나간다.
정아
지난 너의 연주회....
13~15일이 중간고사 기간이였다.
15일 도서실에서 좀 늦게 돌아와 너의 프로그램을 받고
달려가고픈 충동으로 안타까웠다.
누구보다도 제일 잘 연주했으리라 믿으며
힘껏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전날 밤 꿈에 고등학교 때 합주 연습하던 게 보이더구나
밤새도록 꿈을 꾸고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아
실습은 끝났니?
겨울방학이 너무 먼것 같구나 그쟈?
그러나 후딱지나가 버리겠지?
오늘은 이만 줄인다.
71년 10월
......................................................
두서없는 나날의 연속
쓸데없이 쏘다니고...
남은 것이라곤 허무감(?)
허탈한 상태로 있다.
하루라도 널 잊은건 아니다.
사촌은 나보구 어제밤에 얌체 못난이라고 그랬다.
정말 어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밀린 학과 정리.
산으로 돌아다닌다구 다방에서 모여 이야기하구
교육학과에서 열리는 교육제 준비
동창들과의 모임
공군사관학교에서 파티 초대(?)...
모두 지저분한 일들인 것 같다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것이
나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었을거라구 위로를 하고있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카드와 트리를 봐도 모두 무 감각이다.
요즈음 너무 둔감한 신경이라 겁이난다.
감정이 메말랐나 아니면 늙었나 하고..생각했다.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를 관망하는 것 같다.
요즈음 방학인데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머리만 복잡하고
아직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다
중요한 몇가지 문제는 2~3일내로 결정이 날거다.
어떻게 보면 나의 생이 좌우 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허지만 거의 불가능 한 것 같다.
안되면 바이올린이나 2달동안 열심히 배워야겠다.
기타도 배우고 싶고 머리가 아프다.
그럼 오늘은 이만
....................................................
보고픈 정아
일요일 정오
밀린 레포트와 교안작성으로 아침부터 방에 박혀 버렸다.
오히려 안정되고 평안한 느낌이다.
요즈음
왠지 쉬 우울해지고 울적해진다.
주위에서 이상해졌다. 고민이 있느냐? 며 한마디씩 한다.
이 말에 대답대신 쓴 미소가 지어지고 얄밉기만 하다.
확실히 말이 줄어진 것 같은데
이전엔 내가 날뛴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또 뛰어야만 해야된다.
17일 각 단과 대학 선거로...나서보라는 권고도 있었으나
회장을 하면 뭣하고 간부가 되면 뭣하나?
여자...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주의자
그래서 전교 여학생 회장은 단일 후보가 되었고
사대 회장은 3명이 경쟁되었다.
식품 영양학과 가정과 교육과 ,...
가정과 후보는 교회친구이고
밀어주기로 한 이야기가 약간 오갔는데
교육과에서 나중에 입후보(?)하고 보니 일이 맹랑이다.
인원수도 적은 우리 교육과에서 거의 뻔할 것 같은데....
중립을 지킬려고 뒷짐만 지고 있다보니 하는 일들이 답답하다.
모두 여자인데 우리과만 남자이고보니 또한 볼리하다.
어느정도 표수에서 너무 차이가 나면 위신이
말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다.
후보자는 된다는 확신을 하지만 걱정 스럽다.
시간도 촉박하고 여학생수도 훨씬 많고...
정아
쓸데없는 이야기만 했구나
며칠 전 네 편지 받은 날... 날씨도 침울했고
학교에서 울적한 기분으로 감상실에나 갈까? 하다가
집에 와서 네 편지 받고 실컷 울었다.
좀 후련했다.
왠일인지 정말 모르겠어
형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바라는 마음과 마음의 갈등?
아주 잊어버렸을 줄 아는 사람에게서 뜻밖에 엽서를 받고 놀라움
멀리 해인사에서 학생간부라 대모관계로 숨어있는지?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
생각은 하지만 정을 주고 싶은 사람
정작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마음의 결정이 내리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은데
혼자 살아 갈거나?
마음의 변화가 확실히 큰 것 같은데...
이럴 땐 어떻게하지? 정아
71년11월
.........................................................
정숙에게
거의 매일 너 생각은 하는데
소식도 못 전하고 게을러진 것 같구나.
오늘 밤 시민회관에서 베토벤 100주년 기념으로
좋은 곡을 합주를한다는데도 못가고 따분한 인생?
시켜줄 애인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허지만 시시한 건 없는 게 속편한 일이지
밤의 사꾸라(창경원) 멋있다고 하는데
못 가보고 이해도 다 가버린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계획성 없는 생활이라 짜증만 난다.
요즈음 낙은 3명의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잔디밭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야유회 가서 부를 연습도 해 보고 ㅎㅎ
재미있는 곡을 별로 알지 못해 방학 때 니께 지시를 좀 받아야겠어
참 이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니?
제일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사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제일 행복하게 살다가 갔다고 할 수 있다나?
수긍이 가는 이야기라서 적어보았다.
나중 또 소식 전하기로하구
70년 4월
..............................................................
그리운 정숙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고 있다.
비도 조금씩 내리고....비가 좋은데 여전히....
비가 오면 마음이 우선 차분히 가라앉아 생각하기에 좋더라.
맹목적인 생각 어떤 대상 목표도 없이
소설의 주인공 같은 것을 생각하니 영원히 대상이 없겠지?
음악도 알고 문학, 미술, 그 위에 덕, 실력 인격 갖춘
사람이라면 눈감고 OK할 것 같다만...
모두가 시시하구나
그래서 아예 초월하기로 했다고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만
허전할 때가 아주 많다.
써 둔 편지 부치질 못해서
다시 생각나서 모순덩어리 말들만 늘어놓는다.
바이올린은 많이 켰겠지?
바이올린 통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죄스런 생각이 든다.
장학생을 위해 공부해야지 하고 세월만 보내고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악기는 악기대로 못하구 그런 상태이다.
정숙아
내 이름 재민이라구 지었단다.
사연이 많다만 다음 번에 해 줄께..
이 이름은 학원, 양장점, 사진관...같은 곳에서
가끔씩 써 먹는다만 어째 좀 어색하다.
요즈음 부전공으로 금요일마다 요리실습을 해서 제법 많이 배웠단다.
서울에 있으면 금요일마다 너를 찾으련만...
지금 조카 둘이는 옆에서 그림 그린다고 야단들이다.
보애 동생이 금애라구 이제 5살인데
그림 배우러 다닌지 일주일이 좀 넘었는데 제법 잘 그린다.
모두 깜짝 놀랄 정도다.
보애는 반장이라구 뽐 내는데...몸이 뚱뚱해서 무용을 할까
태권도를 할까 궁리중인 것 같다.
제법 많은 비가 오고 있나보다.
어쩐지 처량한 감도 드는 구나.
이런말만 해서 미안해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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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빛을 발하던 햇살도
어둠으로 변했다.
정이의
다정한 글씨가 있는 카드
반갑게 받았고나
늦은 졸업반이지만
논문, 졸업여행
마음 산란해지고
어떤
안식처에 대한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먼 여행을 떠나
자연과 접하고
좀더 진실한 나의 소리도 듣고 싶고
이 한해 많은 것을 남기고도 싶고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
끝으로 안녕을 빈다.
7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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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눈흘김하며....
매일 벼루면서도 나들이가 어쩐지 쑥쓰러워 아직....
나를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인식.... 흐릴까 봐 두려워진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이면 이구동성으로 뚱뚱해졌다는 소리
날씬하게 커가는 친구들의 모습엔 질투마저 생긴다.
그래서 여자가 미워졌는지 모르지
국민학교 때 반장 부반장 붙어다니던 옛 친구들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었다.
지난 이야기를 하고 별을 쳐다보고 웃고....
산이나 바다로 갈려구 했는데 모르겠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시간을 메꾸지 못해 쩔쩔맨다.
정
두서가 없다 또 전할게
하루가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나길 바란다.
7월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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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정에게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새삼 느껴본다.
너와 한교실에서 공부하며
중1때 빨간 남방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이며
예쁜 목소리를 가졌다고 부러워했던 것이며
중3때, 도시락에 새빨간 딸기를 가져 와 나눠 먹던 일과
서로 편지를 주고 받던 일이며....
까불고 장난하던 때가 얼마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다
벌써 넌 애기 엄마가 돼 버렸으니..
이 소인은 어이할꼬...
늘 정숙이 소식을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변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전화목소리를 들는 순간 너무나 반가웠었다.
그리고는 써야지 연락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속의 것을 그대로 나타낼 수가 없더구나.
옆 자리 음악주임 선생님이 계시고
우리동네 나와 같이 부임한 음악 선생이 있는데 네 얘기를 많이 했지
이 세상의 좋은 것은 다 간직하고 있는 여자라구 말이다.
애기 아빤 행복한 사람.
정아
빨리 방학 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널 볼수 있고 많은 얘기 나눌 수 있을 테지.
하루하루가 짜증스럽고 밀려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26일 이면 종업식이니
말경이면 갈 수 있겠다. 꼭 갈거야 신영이도 보구
얼마동안 연락이 두절 되었어도 항상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너의 집이 이사를 가 버리고 없었구
알 길이 묘연했으나 반드시 알 수 있다는 신념이 잇었다.
요즈음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라든가 자연의 섭리라든가...
이런걸 마음 속으로 부르짖고 있다.
늙어가고 있는 증거일테니
가끔씩 앙앙 거리고 울고 싶은 때가 있다.
서서히 오는 변화는 서서히 대처해 나갈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오는 변화를 대처하긴 너무나 부족하다.
여중학교 애들과 1년 남짓 생활하다보니
마음은 젊어지는 것 같으나 가끔씩 회의를 느낀다.
우리 중학시절과는 물론 비교도 안되지만
TV. 라디오를 통해 들은 이상한 대로 발달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리가 어지러운 때가 가끔씩 있다.
공부 좀 할까하고 담임을 맡지 않을려구 상담실에 들어와 보니
너무 할일이 많아 노 처녀(?) 신경질만 난다.
종업식을 앞둔 오후 청소시간 너무나 시끄럽구나.
관악산 밑에 자리잡아 공기 맑고 시야는 좋지 뻐꾸기 소리도 정겹고
비둘기 소리도 마음에 들고 예쁜 학생도 많지(착한 학생말이다)
그러나 선생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시기심(?) 이런 게 싫어죽겠다.
질식할 것 같은 때도 있지만 잘 견디어 내고 있지
너무 말이 많다.
안녕 7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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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불고 있구나.
이렇게 추운 느낌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탓인가보다.
신영이 잘크고 안녕하시겠지?
학교 과외로 포항에서 널 꼭 만난다는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졌구
일요일 잠간 널 볼 수 있을까하고 전화를 했는데...
친척들과의 당일코스로 해수욕...
내 나름대로의 생각 둔한 나인가보다.
해야할일, 마땅히 해야할일을 잘 가리다가도
가끔씩 하고싶은 일로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정아
변했겠지?
사진 좀 보여주렴 겨울 방학 때 돌려주기로 하구
노처녀(?)
혼자 자취시작한지 좀 익숙해졌다.
가끔씩은 장차의 바지씨 생각도 해뵈지만...
마음에 드는 인연이 닿는 사람이 빨리 나타나질 않구나.
먼 훗날 이야기겠구.
오랫만에 편지 넋두리뿐이구나...
서울 한번 오렴.
포항이 굉장히 크더구나.
난 효자주택에 살 수 없을까? 후후
또 쓸께 몸 조심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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