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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시내에 위한 혁명광장에 세워진 호세 마르티 기념탑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바나시가지 (구 시가지 방향) |
세계적인 모범이 되어가고 있는 쿠바의 유기농업 관련 분야와 함께 쿠바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하면서 쿠바 사회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진단해 보고 향후 개선이 필요한 점을 언급해 본다. 비록 쿠바의 상황이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쿠바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관광산업먼저 쿠바의 수도 아바나시에 있는 호세 마르티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할 때 내국인 보다 외국인들의 입국이 휠씬 많았다.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아바나 시내 도심지 거리와 호텔, 식당 등에서 외국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10여명 가량이 자전거를 타고 큰 길을 질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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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아바나시 구 시가지 모습 |
아바나시내 구 시가지는 쿠바 정부의 요청으로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국가 예산을 들여 건물 보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외국 관광객만이 이용할 수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해 만든 마탄사스시 지역의 ‘바라데로’라는 관광특구지역은 외국 관광객에겐 별천지였다. 시설이 좋은 큰 호텔들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미국 소재 기업도 투자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쿠바가 외국 관광객 끌어들이기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 입국자에 한해서는 800달러를 받고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 또한 쿠바를 방문하려는 미국인에 대해 비자발급 조건이 꿰 까다롭다고 한다.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 식당과 여행사 등은 대부분 쿠바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영’이다.
이렇게 쿠바의 재정수업에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제가 40년 넘게 진행되면서 사탕수수와 담배, 커피 등의 수출길이 막힘에 따라 쿠바의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근간으로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쿠바의 기후가 연평균 섭씨 26도인 열대성 기후이고,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항상 녹색을 띠고 있는 자연풍광, 가는 모래가 있는 해수욕장이 있어서 휴양지로서는 최적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 관광객과 많이 접하게 되는 쿠바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과 자주 접하는 내국인들의 경우 쿠바인들이 사용하는 ‘현지인 페소’ 보다 교환가치가 24배나 되는 ‘전환페소(CUC)’(외국인들이 환전하여 사용)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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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마르티 기념탑 앞 혁명광장에 있는 내부무 건물 전면에 베레모를 쓴 체 게바라 얼굴의 윤곽을 철판으로 용접해 만든 철제 벽화. 얼굴 아래 필기체(‘승리할 때까지’)는 1965년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로 떠나면서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에 적힌 글임. |
외국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가지려는 동전과 지폐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과 호세 마르티 얼굴이 그려진 지폐인데, 이는 ‘현지인 페소’다. 그래서 이를 같은 수치의 전환페소로 맞바꾸려는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들을 답사 도중 심심치 않게 만났다. 쿠바 내에서는 ‘전환페소’로만 물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점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특히 쿠바 가정에서 필수품이 되고 있는 칼라TV나 냉장고 등이 그렇다. 이와 같이 ‘전환페소’의 사용은 쿠바에 이중경제를 낳고 있어 앞으로 쿠바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진다.
또한 쿠바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관광산업이 또 다른 면에서 필요악이 되고 있다. 관광산업의 적극적인 확대로 인해 외국인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외래문화와 물건들이 쿠바 내국인들에게 물품에 대한 구매 욕구를 부추기고 쿠바 경제 낙후에 대한 자격지심을 증가시켜서 스스로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떨어뜨리게 하고, 다른 나라 보다 더 낳은 장점들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잃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쿠바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하고 있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 공동체주의를 표방하는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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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시 해안가에 있는 말레콘에 나와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 |
쿠바를 답사하면서 쿠바인들의 남다른 모습을 보았다.
쿠바 국민은 물자가 부족해서 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소박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비록 값비싼 옷도 아니고 대부분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이기는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쿠바인들은 “어디서 왔느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오기도 했다. 사진 촬영을 하려할 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자세를 취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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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도착한 첫날 숙박했던 Palacio O'Farrill 호텔 로비에서 남녀가 살사 춤을 추고 있는 모습 |
어두운 밤이 되면 집 주변의 가까운 도심지 공원과 마을 어귀, 해변가에서 연인, 친구,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예기를 나누기도 하고 사랑을 속삭인다. 특히 매주 토요일엔 여러 사람들이 집 주변 광장에 모여 집단적으로 살사 춤을 추기도 한단다.
미술가와 음악가 등 예술인들도 특별하게 대접을 받지 않으며, 거리에서 대중과 함께 자유롭게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에 대해선 1959년 쿠바 혁명 후 법으로 금지했고,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녹아들어가 백인과 흑인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입맞춤을 하는 관경도 볼 수 있었다. 주택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가 많아 아직도 가족 간 유대관계가 좋다고 한다.
쿠바 정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현함으로서 복지국가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1998년 11월엔 ‘라틴아메리카 의과 대학’을 설립해 세계 26개국으로부터 현재 1만 명의 저소득층 청년들을 받아 무상으로 의료교육을 시키고 있단다.
또한 전문 의료인을 세계 64개국에 2만5천명 파견하고 있단다. 대학 방문 당시 총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지금 쿠바 정부와 대부분의 국민이 지구촌이 한 가족이라는 세계 공동체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쿠바에는 지역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자기 국가만이 잘 먹고 잘 사는 편협하고 국수적인 국가주의가 희박하다. 단지 쿠바엔 미국식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반대하고 자국민의 평등과 공평한 분배를 위해 체제유지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쿠바에는 자동차와 연료인 석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대중교통이 적어 많은 국민들이 이동에 불편을 겼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자동차 함께 타기’가 생활화 되어 있었다. 주요 교차로 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잡기 위해 서 있고, 같은 방향이면 차량 운전자들이 차량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을 태운다. 남의 차 타기와 다른 사람 태워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버스나 철도 등 대중교통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자동차 함께 타기'라는 좋은 문화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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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 승용차가 잠시 머무르는 시간을 이용해 <차량 같이 타기>를 위해 기다리는 아바나 시민들 |
또한 횡단보도가 아닌 일반 차도를 건널 때도 차량들이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간다는 것이다. 인간이 우선이지 차량이 우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목숨을 내놓고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과연 어떤 사회가 더 살맛나는 사회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단지 관광객을 수송하는 관광차들만이 '자동차 함께 타기'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쿠바 내 일부 국민들과 공산당원, 정부 내 일부 관료들조차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 쿠바 정부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면서 세계 공동체주의에 맞는 일들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들쿠바의 상수원은 대부분 지하수라고 한다. 그런데 쿠바 인구의 80%가 도시에 집중해 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하수 고갈문제는 장차 쿠바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아바나시는 내국인에게 격일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단다. 따라서 새로운 상수원 확보와 함께 빗물 이용 등 친환경적인 상수원 공급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하수도 관로 매설과 하수처리시설이 부실하여 오염된 물이 하천과 강으로 무단 방류되어 오염되고 있고, 더욱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조차 오염시키고 있단다. 오래된 상수도 관로에서 누수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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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사스주 바라데로에 있는 외국인 전용 관광특구 내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 |
다행히 공장폐수가 많지 않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하지만, 오염된 물 처리와 지하수 및 상수도 관리에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쿠바 정부가 하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 시작해서 다행이며, 아바나시내를 관통하는 알멘다레스 강을 살리기 위해 인공습지를 만들어 오염된 가정하수를 자연정화 처리하는 시설을 늘리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란다.
쿠바의 산림은 1959년 혁명 이전엔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 시설 대규모 사탕수수 경작과 궁전, 범선 재료로 사용하면서 혁명 당시 전 국토면적의 14%까지 감소하였다. 혁명 이후 꾸준히 나무를 심어 2000년엔 22%까지 늘렸고, 특히 1990년부터 아바나시내 일부인 700ha지역에 각 가정의 정원과 가로수를 심는 ‘수도 공원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쿠바의 기후와 지질, 지형을 볼때 쿠바에는 원래 다양한 생물상이 존재했으며, 현존하는 식물 중 절반이상이 쿠바에만 사는 ‘고유종’이라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생태통로를 고려한 나무식재와 녹화계획 및 관리가 지속되어야 하겠다.
한편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에 교통차량과 석유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수많은 차량들이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매연을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차량에 대기저감 장치 달기와 대중교통 수단의 확대, 현재도 이용하고 있는 마차 타기 확대,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쓰레기 절감과 분리수거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닐, 캔 등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엔 거의 모든 것이 재활용되었으나, 물자가 점점 풍부해지자 쓰레기들이 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쿠바의 에너지 사정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1993년 가동 예정이던 핵발전소가 중단되었고, 미국의 경제제제로 석유 수입이 어려울 뿐더러 쿠바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도 막대한 비용과 기술을 감당할 수 없어 채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매스와 소규모 수력발전 시설을 확대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연구와 사용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쿠바인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선진국의 30분의 1 이하이지만 이마저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뀌고 있단다. 이 같은 노력에 독일과 스페인, 덴마크 등의 NGO가 지원하고 있단다. 최근에 다시 쿠바에서 석유 채굴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기후변과 심각해지면서 쿠바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어왔다. 따라서 지구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석유 채굴과 사용 확대가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사용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가 도시농업을 유기농업으로 전개한 것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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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시내를 관통하는 알멘다레스강을 살리기 위해 인공습지를 만들어 오염된 가정하수를 처리하는 자연정화 처리 시설 |
쿠바 혁명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짧은 기간이나마 쿠바를 답사한 후 여러 가지 느낀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정리해 보았다. 어느 한 지역단위가 아닌 한 국가 전체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를 이룩할 수 있어야 만이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을 앞당길 수 있다.
그래서 쿠바는 우리가 주목해야할 나라라고 본다. 1989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각종 재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지만, 지금 쿠바가 10년 남짓 동안 이룩한 국가적인 유기농업 확대와 다양한 친환경적인 시도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쿠바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다시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느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10여 년 동안 이룩한 유기농업의 놀라운 성과를 주목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쿠바가 자연생태를 살려내고 공동체를 되살려내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거듭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 같은 희망이 달성되는 날이 쿠바 혁명의 진정한 승리의 날이 될 것이다. 쿠바 국민들이여 이를 달성해 주길 빈다.
-주용기 환경운동가 -부안독립신문 2006년 12월 22일 기사 내용을 재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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