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의 기후는 믿을 수 없을만큼 습해서, 어제 산에서 젖은 옷들이 밤새 하나도 마르지 않았다!!! 마르기는 커녕 더 눅눅해진것만 같다. 여행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기상예보에 의하면 청도가 습소 80%를 웃돌던데, 여긴 더 심한가보다. 게다가 어제 비까지 왔으니..어쩌면 습도 90% 이상?
이 날도 청도를 향해 일찍 출발해야 하므로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꾸리는데 도저히 목이 말라 견딜 수가 없다. 방에있는 미니 생수기는 위생상태가 심히 불량하여 차마 식수라 보기 어렵고, 호텔에 생수 자판기도없고...이렇게 물이 귀해서야! 어제 산에서 내려올 때 생수통을 사람들에게 줘버린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어디 깨어있는 우리 팀 없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렇게 이른 시각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중국인 뿐. 오오...그런데 잠시후 바깥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웃음소리는? 허걱. 또 밤새고 술마신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정말 가공할만한 체력들이다. 급한 맘에 '물...물 있어요?' 라고 창문을 통해 외치는 나를 발견하고는 귀신인줄 알고 기절하려 하는 그들. 내 정체를 확인하자 마구 신이나서 소주병 들고 창문 앞에서 코믹한 사진들을 찍느라 정신없다. 사진도 좋지만...난 소주 말고 물..물을 달라고...ㅠ.ㅜ
전날의 산행으로 인한 근육통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를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런 상태로 이제 청도를 향해 출발이다.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로 사먹은 중국 사발면>
느끼한 소고기 된장 국물맛이라고 해야하나? 젓가락 대신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 있는데, 라면 먹기엔 매우 불편한 도구 같다. 몇몇 사람들은 한국에서 사온 사발면을 꺼내 먹기도 했는데, 나는 그들의 신라면 보다도 나무 젓가락이 부러웠다.
청도까지 한 5시간쯤 걸렸을까? 지금까지 그다지 크지않은 도시들만 경유해서 그런지 중국에서 살기좋은 도시 1위라는 청도는 초입부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시간 관계상 청도의 그 유명한 잔교나 팔대관, 해변 관광은 하지 못하고 버스는 곧바로 찌모루 시장을 향했다. 케이씨가 버스 기사아저씨한테 팁 준다는 말을 하니 이 아저씨 완전 신나서 수다스러워졌다. 어차피 중국어 알아듣는건 케이씨 밖에 없는데...; 비록 내려서 구경할 시간은 없지만 찌모루 가는 길을 약간 돌아서 유명한 곳들을 경유해 갔는데, 뭘 알아야 재빨리 창밖을 새겨볼 것 아닌가! 공원과 해변 풍경만 약간 기억에 남는다. 한국 못지않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던 청도 제1 해변. 잠시라도 그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어 보고 싶은데...아쉽다.
오후가 되어서야 청도에 도착한 탓에 일정이 참으로 빡빡하다. 딱 2시간만 각자 쇼핑을 하고 정해진 시각에 찌모루 시장 건물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해산했는데, 점심 먹을 시간도 부족하여 찌모루 앞의 야대에서 재빨리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사진에서 보다 시피, '한국 상품 도매성' 주변에 떡볶이나 김밥 등의 한국 분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몰려있다.
우리는 타코야끼와 냉면, 떡볶이 등을 먹고 서둘러 시장으로 go~go~! 그.런.데. 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이 마구 몰려 나오는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정전인가? 불이 다 꺼져있고 밀려 나오는 사람들에 아수라장인데...그렇다고 쇼핑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햇빛이 들어오는1층에서 몇 분 망설이다 보니 다행히도 불이 금방 들어온다.
<찌모루 시장건물 입구>
여기서는 가격 흥정을 잘 해야 바가지 안쓰고 잘 살 수 있다는데, 말도 잘 안통하는 시장에서 처음부터 능숙히 흥정할 수는 없는 일. 한 시간 가량은 이리저리 구경만 하고 돌아다니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나중에 2층으로 올라가 일행 중 경험 많은 한 분을 마주쳤는데, 주렁주렁 쇼핑 보따리를 들고도 발빠르게 움직이시며 이제 30분 밖에 안남았다고 하는 말에 괜히 마음만 다급해진다. 난 이제 시작인데...; 원체 고민을 길게 하고 물건을 사는 성격이라 결국 모이기로 한 시간이 15분 남았을 때야 '에라 모르겠다. 내일 한국 돌아가니까 환전한 돈 지금 다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조그마한 가방들을 마구 사들였다. 누구에게 선물할지는 생각 안하고 무작정 만만해 보이는 것들을 골라 구입하고, 마지막에 5분을 남겨두고는 여행가방을 구입하여 모든 물건을 그 안에 쓸어 넣고 나왔는데, 막판에 드디어 흥정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 외국인에게는 보통 2배 이상의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는데, 여기서 일단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팍 깎아 흥정한다. 당연히 파는 사람은 안된다며 절충된 가격을 또 부르는데, 이렇게 흥정하다 보면 시간 꽤 걸린다. 난 시간이 없으니까 이럴 경우 그냥 안산다구 나와버렸는데, 그러면 십중 팔구는 막 붙잡기 때문에 내가 유리한 입장이 된다. 붙잡혔을 때에도 단호한 표정으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거의 내가 원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부 싱글벙글이다. 꽤 품질 좋은 명품 모조를 한국산 모조품의 10분의 1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샀는지 꺼내보며 얼마인지 물어보는데, 이러다 보면 같은 물건을 완전히 다른 가격에 구입한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 그렇게 되면 남보다 비싸게 주고 산 사람의 기분은 별로 안좋다.
저녁은 '돌담길' 이라는 한식당에서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못먹는 메뉴를 먹어야 한다며 아구찜이나 차돌백이 등을 주문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 놓고 먹었다. 식사 후에는 마사지를 받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선물용 차 등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식사를 일찍 끝내고 잠깐 Jusco 라는 마트에 들르기로 하고 미리 나왔다.
Jusco는 마치 백화점과 같은 대형 매장으로, 대형 슈퍼 외에도 의류와 스포츠 용품 등의 다양한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재빨리 선물용 차를 구입하고 옷과 가방류를 둘러 보았는데, 낮에 찌모루 시장에서 본 디자인의 가방이 여기 다 있었다. 결국 찌모루 시장의 제품들은 전부 외국과 중국 내의 브랜드 제품을 카피한 것들이라는 뜻이다. 가격은 우리나라 할인매장 혹은 중저가 브랜드 수준. 그러니까 중국 물가로 보면 꽤 고가의 제품이라 하겠다. 어쩐지 여기서 쇼핑하는 중국인들의 옷차림이나 외양이 길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매우 깔끔하고 부유해 보인다. 나오기 전에 약간 민망한 경험을 하는데, 반바지를 하나 입어보고, 그만 슈퍼에서 구입한 차를 탈의실에 두고 나온 것이다. 입구에서 사람들과 모일 시간이 이 분 밖에 안 남은 다급한 때인데 하필 누군가 탈의 실에 들어가버려서 언제 열릴지도 모를 탈의실 문앞에서 초조해졌다. 혹시 그 사이에 누가 집어갔으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곳에서 잃어버렸으면 어쩌나 싶어 다급하게 종업원에게 내 물건이 안에 있다고 애원했다. (상황이 급하다 보니 희한하게도 중국어가 나온다. 2개월 밖에 안배운 기초 수준이라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여지껏 말을 아꼈는데 말이다.) 엇. 그런데 이 종업원, 무작정 안에 있는 손님에게 문 열라고 하고 나보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오라 한다. 세상에...옷 갈아입던 중국인 아줌마 팬티 차림으로 열린 문 앞에 서있다.;; 민망해진 나는 더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어서 연신 미안하다 말하며 물건을 꺼내 후다닥 뛰어나왔다.
나중에 중국어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니 중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남이야 옷을 벗고 있든 어쨌든 간에 신경 쓸 것 없이 내 볼일만 잘 보면 된다는 것이다.
<택시의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는 철창이나 아크릴 벽 등으로 차단되어 있다>
자...이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약속한 발마사지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건넨 '良子 발마사지' 명함을 받아들고 태연하게 출발한 택시가 황당하게도 우리가 묵는 호텔로 간 것이다. 멋도 모르고 내린 우리는 명함을 잘못 보여줬나...택시 기사는 우리가 여기 묵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리로 델꼬 왔나...하며 완전 당황. 알고 보니, 명함의 마사지 집 위치를 모르는 택시 기사가 아무 발마사지 집이나 데려다 준다고 온 것이 하필 우리 호텔 바로 옆의 또 다른 발마사지 집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다른 발마사지 집 종업원들은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난리 났다. 우리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마사지 집으로 가야한다고 설명 했는데도 다른 택시를 잡아 탈 때까지 계속 우리를 쫒아와 '우리도 그곳만큼 잘한다' 며 막무가내로 자기들 명함을 주는 거다.
결국 다른 택시를 잡아탄 우리는 또 엉뚱한 곳으로 갈까봐 마사지 집에 미리 가있는 우리의 인솔자 케이씨에게 전화하여 기사 아저씨에게 중국어로 설명 좀 해달라고 부탁한 후에야 안심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이곳은 지금까지 다른 도시에서 가본 마사지 집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업소로, 시설을 말한 것도 없고 종업원들의 유니폼과 역할도 세분화 되어 있었다. 우리는 Jusco에 다녀오느라 시간이 늦어 전신 마사지는 할 수 없어 발마시만 받았는데, 전신이 200元, 발마사지가 126元?(잘 기억안남)으로 다른 곳에 비해 3배가 비싼 셈이다. <청도의 마사지 집의 로비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유니폼>
이날은 마사지를 받지 않고 그냥 같은 방의 남는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행도 있었는데, 나도 사실 전신 마사지를 받고 싶어 여기까지 온 것이므로 이렇게 삼일 연속 발마시만 받는다는게 내키지 않았다.
물론 서비스는 비싼 만큼 다른 곳보다 훨씬 괜찮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나를 포함해 이 날 발마사지 받은 모든 이들이 태산 등반 이후로 알이 배긴 다리가 훨씬 더 아파져 고생하게 된다. 더군다나 나는 마사지 후 양쪽 다리의 똑같은 부위에 멍이 드는 황당한 일까지 생기고 말았으니...그 비싼 돈을 내고 발마사지 받은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회비를 걷으며 논의한 대로 나이트 클럽에서 마지막 밤을 불사르기로 했는데, 목적지인 feeling club의 주소를 적은 쪽지를 보고 택시 아저씨가 또 엉뚱한 곳에서 내려주려 하는 것이다. 그냥 내릴 수도 없고, 말은 안통하고...난감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일단 호텔쪽으로 가서 또 다른 택시를 찾던지 하려고 다시 호텔 명함을 내밀며 가자고 했다. 그런데 호텔 앞에서 내리려니 너무나 억울한거다. 아까도 이런 식으로 택시비를 두번이나 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되는것도 싫었을 뿐더러, 다른 택시기사라고 제대로 찾아 가라는 법도 없잖은가! 그래서 나는 내리기 전에 용기를 내어 중국어로 '너 필링 클럽 몰라? 우린 그리로 가고 싶다고!' 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이런...이 아저씨 마구 흥분해서 '필리, 필리' 해가며 왜 진작 그렇게 말 안했냐고 시끄럽게 뭐라뭐라 중국어로 소란을 피운다. 어감으로는 대충 '왜 진작 필리 라고 말 안했냐. 아까 그쪽이 맞는데 왜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가게 만드냐...' 이런 뜻 같다. 후후. 암튼 이 아저씨가 필링 클럽 위치를 안다니까 다행이다. 꽤 유명한 클럽인가보다.
도착해서 보니, 아저씨가 쪽지의 주소를 보고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 이유를 알겠다.
커다란 건물에 FEELING CLUB이라고 영어로만 적혀있는데, 우리가 가진 쪽지에도 영어로만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기사 아저씨가 주소만 보고는 미쳐 그곳인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하여간 이 하룻밤 새에 두번에나 택시를 타고 길을 헤메느라 청도 시내를 뱅뱅 돌다 보니 같은 대로변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모른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 FEELING CLUB에서>
엄청나게 규모가 크고 세련된 클럽이다.
특징적인 것은, 한국처럼 중간 중간 블루스 타임이 있은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댄스곡만 틀어준다는 것. 그리고 홀의 중간에 위 아래로 움직이는 커다란 원판이 있어서 그 위에 서면 저절로 몸이 들썩이며 춤을 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살아본 회사 동기에게 물어봤더니 중국의 다른 도시에 있는 나이트에도 이런 시설이 있고, 쇠창살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등의 좀 더 다양한 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날 밤은 나처럼 1시 이전에 호텔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절반 가량은 여기에서 새벽 3시까지 신나게 즐겼다고 한다. 나는 너~무나 피곤하여 샤워를 마치자 마자 쓰러져 버렸는데, 토할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깊이 잠들지 못하고 악몽을 꾸면서 새벽 5시까지 누워 있었다.
첫댓글 오타발견!!! 돌담집에서 차돌백이가아니고 감자가 좋아하는 꽃등심.....
오타발견 수정~~~ 근데 상품없나요???
얼~~~~ 나~~~리!!!! (첫번째 사진은... 좀.. ㅡㅡ;)
정용 오빠 쫌 민망하긴 하져? ㅋㅋ
정말 후기 ..생생하게 잘 쓰셨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