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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떠난 부활절 여행 5박6일의 일정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퀸스랜드 주의 공립 하이스쿨로 단기유학을 온 16명의 교환 학생들을 인솔해서 시드니 사파리 투어를 다녀왔다.부활절 방학기간이 2주로 늘어나서 단기체류 교환학생들에게는 호주를 여행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된다. 일 년 중에 날씨가 가장 완벽하다는 부활절 시기가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이기 때문이다. 퀸스랜드 국제교육부(Education Queensland International)에서는 외국유학생들을 위한 학교방학 프로그램(Holida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유학생들이 호주에서 보내는 방학을 보람 있게 보내도록 하는 동시에 호주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호주의 동부 해안지역과 북부오지(Outback)를 여행할 수 있도록 십대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코스의 사파리 투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이 년 전에 시드니여행 코스를 유럽학생들과 한번 시도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여행을 다시 맡게 되었다.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학생들과 그들의 다양한 문화배경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재도전 해보았다. 단체여행이지만 퀸스랜드주의 각 지역에서 참석하는 학생들이어서 그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비행기 일정이 달라서 첫 만남에서부터 힘이 들었다. 그리고 예약된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다음 비행기로 가게 되었고 시드니에서의 일정도 변경해야만 했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첫 여행지인 불루마운틴을 향해서 달려갔다. 서로 서먹해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멈추지 않고 수다를 떠는 친구 사이가 변해있었다. 버스 안에는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영어가 뒤섞여서 들리는데 인터내셔널 학생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유럽국가 중에서도 특히 독일에서 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이웃의 유럽국가로 자주 여행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도 혼자서 하는 여행이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버스는 두 시간을 넘게 달려서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상징으로 알려진 불루마운틴의 전망대에 도착했다.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전망대 앞으로 몰려가서 카메라 셔터를 눌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날씨는 쾌청해서 세자매봉을 바로 눈앞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운전기사 제임스가 세자매봉에 얽힌 애보리진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었지만 학생들은 건성으로 들으며 경치에만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유클립티스 나뭇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때문에 숲 전체가 푸르게 보인다는 부루마운틴.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신선한 자연의 기운을 대기에 올려내는 위대함에 고개 숙여 감탄할 뿐이었다. 불루마운틴에서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여 마시고 잠시 산책시간을 가진 뒤에 카툼바 타운으로 내려갔다. 고풍스런 모습을 간직한 멋스런 거리와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독일 여학생들은 초콜릿 가게만을 찾고 있었다. 낯선 이국의 거리풍경과 학교를 벗어난 자유스러움, 쇼핑에 대한 호기심이 그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우리가 하룻밤을 쉬어 갈 쉼터인 불루마운틴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은 산속의 정기가 스며있는 듯 고풍스런 붉은 벽돌건물이었다. 둥글게 만들어진 뒷마당에는 조그만 여신상이 세워져있고 중앙 분수대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돌 턱에 걸터앉아서 붉게 번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들떠있었던 하루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둘째 날의 여행 일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각자의 방을 배치해주었다. 경고(Warning notice)를 받는 학생은 여행에 합류시키지 않고 바로 돌려보낸다는 은근한 협박(?)이 통했는지 다들 말을 잘 들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불루마운틴의 세자매봉에 조명이 켜있는 야경이 멋있다기에 단체로 나들이를 나갔다. 어둠이 깔린 깊은 산중에 밝은 조명이 세자매봉을 비추고 있었는데 낮과는 또 다른 멋진 경치에 감탄사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자연이란 언제보아도 무한한 매력을 품고 있는 신비 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째 날에는 애보리진의 배경을 가진 레인저로부터 자기 부족의 조상들이 숲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는 거의 세 시간에 걸쳐서 트레킹을 했었다. 위대한 자연, 신성한 기운, 폭포, 맑은 물이 고여 있는 계곡 , 새소리, 절벽에서 외친 에코, 위험한 산길, 좁은 철제계단을 오르내린 용감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탄 세상에서 가장 경사진 각도의 기찻길 케이블카. 이 모든 것을 포함했던 불루마운틴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큰 축복이라고 여겨졌다. 한 명의 독일 여학생이 신체 장애였지만 정말 용감하게 트레킹을 잘 따라 가주어서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모두들 무사히 트레킹을 끝내고 학생들이 기대하고 정말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시드니로 향했다. 달리는데 계속 비가 내렸다. 우리 버스 앞에는 작은 트럭이 달리고 있었는데 뒷짐 칸에는 개 한 마리와 개집, 냉장고가 달랑 놓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비오는 날 이사 가는 개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었다. 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앉아 있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니 하늘나라로 간 아론이 생각에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했다. 시드니의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중앙철도역이 가까운 유스호스텔에 여장을 다시 풀었다. 세째 날, 본다이 비치, 왓슨배이 그 푸른 바다, 맑고 청명한 하늘 그것은 완벽한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자유 시간을 허락받은 학생들은 백사장을 한껏 누비고 다녔다. 다음 장소는 다링하버 방문이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에 연신 감탄사를 발하며 그들은 바쁘게 카메라셔터를 눌러대었다. 학생들은 오페라하우스 건물 외벽의 타일을 손으로 만져보며 자신들이 시드니에 온 것을 실감하겠다면서 무척 신나 했었다. 몹시 피곤한 하루였다. 네째 날에는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진 학생들은 다른 스케줄을 취소하고 한 번 더 다링하버에 가기를 원했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단체 영화 관람을 한 후에 360도 회전하는 고속 제트보트를 타고 시드니 항구의 바닷물을 온몸으로 둘러쓰는 경험도 해보았다. 십대 학생들과 나이든 선생이 똑 같이 행동해야하는 사파리투어는 체력적으로 무척 힘이 들었다.
마지막 일정인 다섯째 날에는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을 방문했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동물들을 보면서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감독선생이나 학생들 모두가 참으로 유쾌하게 보낸 하루였다. 저녁시간에는 쇼핑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패디스 마켓에서 자유 시간을 주었다. 드넓은 마켓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즐거움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여겨진다. 몇 시간 후에 만난 학생들의 양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있었다. 이제 한 달 후면 그들은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을 생각하며 산 선물들일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 다섯 번째의 밤을 맞았다.
오박육일의 여정은 아무런 사고 없이 훌륭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한 후 학생들은 헤어지는 아쉬움에 서로 끌어안으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인터넷이라는 연락망이 있으니 그들은 새로 맺은 인연을 다시 이어갈는지도 모른다. 내 나이를 잊고 십대 학생들과 같이 떠들고, 같이 먹고, 함께 걸어 다녔던 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나의 부활절 방학은 무리한 체력소모가 있었지만 좋은 추억을 만든 시간이 되어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를 또다시 받아들여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도 해보면서... . |
첫댓글 참 바쁘신데도 이렇게 늘 글을 쓰시니 대단하십니다. 그 열정과 정력을 누가 따라가리오, 뒤에 끙끙 앓는 것 같은 흔적을 ㅡㄹ 남기겠지만...
새로운 버전의 게임처럼, 프랑스 보르듀의 햇와인 아니 뉴질랜드 말보로우 산의 샤비뇽 블랑 같은 신선함과 풋풋함이 황현숙 님의 글에선 넘칩니다. 계속 정진하시길...
하이고 감사합니다. 부끄럽게스리..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