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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의 한 골프장 공사 현장 옆을 흐르는 계곡물이 흙탕물이 돼 흐르고 있다. | 청와대는 최근 고교 선배로부터 골프비용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받은 농림부 차관의 사표를 수리한 바 있다. 지난 6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골프장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준 골프장 대표와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전.현직 공무원 3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총리실이 열린우리당 신학용의원에게 제출한 정부 암행감찰 활동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합동단속반이 2002년부터 최근 3년간 적발한 비위 공직자는 250명으로 금품.향응수수(196명), 기강해이(46명), 품위손상(8명)의 순이었다. 기강해이 및 품위손상 사례로 지목된 유형은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시거나 업자들과 골프나 도박을 하는 경우였다.
이처럼 건전한 스포츠이어야할 골프가 각종 비리의 관련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뇌물성 '져주기 내기골프', 정관계 인사 및 인허가 공무원들에 대한 부킹 특혜,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의 음성적 로비 및 불법 행위… 미디어다음이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문제와 관련한 취재 도중 만난 한 골프장 직원의 증언은 언론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게 국내 골프장 문화의 부정적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수도권 골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데다 수준급의 골프 실력을 갖추고 국내 곳곳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경험 때문에 국내 골프장 운영실태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국내의 상당수 골프장 운영업체들은 정관계 인사나 인허가 공무원들이 언제나 원하는 시간에 부킹할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하는 게 관행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같은 ‘부킹 비리’ 때문에 일반인이 회원권을 갖고도 원하는 시간에 부킹하기 힘들며 예약이 되도 정상적인 순서에 따라 골프를 치기 힘들다”며 “이 같은 관행은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만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킹 비리를 매개로 골프장 운영업체들이 위법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피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과정에서도 여러가지 비리나 문제점이 양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장 개발업체들이 골프장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관련 기관에 음성적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이 같은 로비 비용이 골프장 이용료 인상 등을 통해 골프장 이용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프장 건설과정에서도 골프장 개발 업체들이 무연고 묘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묻어버리거나 벌목한 나무를 불 태워 땅에 묻는 등 정해진 행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운영 업체들과는 관련없는 문제이지만 일부 골프장은 사실상의 뇌물이 탈법적으로 오가는 무대가 되고 있었다. 그는 “여러 사업자들로부터 회당 200만원 가량의 돈을 받고 지난 2년여동안 매월 한 번 이상 내기골프의 형식으로 사실상 뇌물을 전해주는 골프를 쳐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같은 뇌물성 내기골프 접대는 “건설업체가 하청 공사를 따내거나 관청으로부터 이권 사업 등을 따내기 위한 로비를 위해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골프장의 부정적 실태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이 같은 실태가 일반적인 관행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실태가 일부에서라도 관행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에 앞서 골프장 건설과정에서의 부정과 비리를 없애고 ‘골프장 문화’를 건전하게 개선하는 작업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은 극단적으로는 골프장 건설 및 운영 과정의 불법, 비리와 골프장을 무대로 벌어지는 음성적인 뇌물 제공 관행 등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골프장 문화를 건전화하지 않으면 골프장의 무더기 인허가로 인한 부작용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의 고위 관료가 퇴임한 뒤에는 골프가 비싸서 못 치겠다고 하던데 이는 과거에는 접대받아 쳤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 관료들부터 골프장의 접대 문화에 익숙한 상황에서 골프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또 “골프가 이처럼 음성적이고 ‘가진 자들의 스포츠’로 남아서는 건전한 대중스포츠로 성장할 수 없으며 이를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를 통해 확대할 경우 도덕적,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에서의 음성적인 접대나 로비 등을 막기 위해 골프장에서 이뤄지는 소비 등 각종 경제행위가 영수증 처리 등을 통해 투명화돼야 한다”며 “이를 투명화하지 않으면 룸살롱을 경제부문에 끌여들여 경기부양이라는 공공부문의 정책으로 삼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황금시간 대 빼놨다가 공무원 등에 특혜...골프장 단속 무마 등 위해 로비"
다음은 골프장의 건설 및 운영과정 실태를 고발한 한 골프장 직원의 증언 내용 요약.
-상당수 골프장에서 부킹 특혜를 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좋은 시간 대를 빼놓았다가 로비할 데가 있으면 그냥 준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오면 다 무료로 친다. 먹는 것부터 골프 치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무료다. 요즘엔 룸살롱 접대보다 골프장 부킹 한 건 해주는 게 최고의 접대로 통한다. 골프장 경영자 입장에선 인맥을 관리하고 고위 관리들에게 아부를 하는 수단인 셈이다. -부킹할 때 예약시간이 다 정해질 텐데 어떻게 부킹 특혜를 줄 수 있나. 인터넷으로 부킹 예약을 받아 추첨 방식으로 정하는데 골프장에서 예약을 관리하므로 얼마든지 추첨을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10시 예약 손님이 10명이라면 봐주고 싶은 사람이 추첨에 됐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골프 티업하는 시간 사이에 끼워 넣기도 했다. 또 황금시간 대에 부킹이 다 찬 것처럼 해서 시간을 비워났다가 힘 있는 사람들이 부탁하면 그 시간을 비워주기도 한다. 물론 비워놓은 시간에 접대할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에 치려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아무리 회원권을 갖고 있어도 황금시간대에 부킹이 안 되는 게 이 때문이다. 요새는 인터넷 추첨을 하는 데가 많다 보니 추첨을 조작해도 잘 표시가 안 난다. 한 달에 몇 번 씩 좋은 시간 대에 치러오는 사람들은 이런 특혜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부킹을 할 때는 가명을 쓰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O세무’(O시의 세무서)처럼 가명으로 등록해놓고 고정적으로 배려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 골프치기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여는데 주말 등 황금시간대는 공고 나갈 때부터 이미 다 차 있다. 그러니 일반인은 부킹 한 번 하려 해도 부킹이 안 되는 거다. 골프장이 부족해서 부킹이 안 되는 게 아니다. 경찰서, 세무서, 검찰, 시군구청 등 관련 기관 부킹은 미리 다 빼놓는다. 골프장마다 그렇게 부킹 접대를 통해 로비를 하니 골프장 안에 웬만한 비리가 있어도 다 덮어주는 것이다. 그러니 골프장은 다 특혜 받고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골프장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증설하려 해도 평소에 로비로 다져둔 정재계 관계자들을 통해 다 해결한다. 정경유착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골프장에서는 정경유착이 워낙 잘 돼 있다.
-정재계나 일선 행정관서 관계자들이 미리 빼놓은 부킹을 다 채울 만큼 그렇게 많이 오나. 자신들이 직접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다시 접대해주는 경우도 많다. 평일에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주말에는 군청에 세 팀, 도경에 두 팀 이런 식으로 미리 시간을 빼놓는다. 담당 임원이 따로 10여건씩 황금시간 대 자리를 빼놓았다가 관공서에서 요구하면 바로 빼서 준다. 얼마 전에는 도의원들이 부킹도 안 하고 와서 회원들도 아니면서 회원가로 친 적이 있다. 관련 공무원들은 부킹을 안 해도 원하는 시간에 골프칠 수 있고 회원대우를 받는 게 룰처럼 돼 있다. 골프장에서는 부킹이 다 차서 비는 시간이 없어도 중간에 끼워넣기 방식으로 다 칠 수 있게 해준다. 일반 골퍼들이 시간이 밀린다고 불평하는 게 이 때문이다. 중요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배려한다. 사장과 어떤 관계이고 정치권의 누구라고 하면 언제든지 배려한다. 일주일 내내 오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한 번 계산해보니 일년에 200번 이상 온 사람도 있던데 그 사람은 회원이지만 특혜다. (기자가 ‘다른 골프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묻자) 부킹비리는 모든 골프장마다 만연돼 있다. 정말 중요한 사람일 경우에는 그 사람 치는 시간 대 앞뒤로 손님을 하나도 안 받고 소위 ‘대통령 골프’를 치게 하기도 한다. -정치인이나 언론인들도 부킹 특혜를 받아서 많이 오나. 많이 온다. K,H 의원 등 전 정권의 중진들도 많이 봤다. 국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도 많이 온다. 또 일부 언론사 간부들도 온다. 그런 사람들은 골프장에 문제가 생길 때 막아준다. 양상은 다르지만 일부 잡지 기자들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기사를 실어주고 골프 접대를 받거나 돈을 받기도 한다. 회사에서 주주총회를 할 때에는 현장에 온 잡지 기자들에게 회사측이 20만원씩 든 봉투를 돌리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기자들이 돈을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골프장에서 뭔 행사만 하면 취재가 다 끝났는데도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있으면서 돈 줄 때까지 안 간다.
-그렇게 부킹 비리가 만연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골프장의 인허가를 받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건물 하나 지으려면 문화관광부, 체육진흥공단, 지자체까지 일일이 다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사람들이 ‘노’하면 안 되니 당연히 로비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허가권을 가진 관공서에서 한 번 친다면 접대를 안 해줄 수 있겠나. 골프장들이 걸릴 게 너무 많다. 위생, 소방, 환경 등 안 걸릴 게 없다. 미리 내려올 때 연락주고 온다. 그러면 허가 안 받아 놓은 가건물은 하루 정도만 치워놓으면 된다.
"회원권 보유자 2500명 가운데 한 번도 안 치는 사람이 1500명" "골프 인구 상당히 부풀려 졌을 것"
-정부에서는 현재 골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기 때문에 골프장을 많이 지어 대중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골프를 칠 수 있다. 대중골프장은 세금만 일인당 2만2000원씩 낸다. 그거 제하고도 캐디 피와 카트비, 음식값 등으로 25만원 정도는 든다. 골프 채는 수십, 수백 만원을 호가한다. 또 명문이라는 데는 골프 바지와 티셔츠가 수십만원씩 하는데 서민들이 그 돈 내고 어떻게 치나. 나는 골프 실력으로는 수준급인데도 '아벨라' 운전하고 골프장 들어가려다 쫓겨났다.
골프장 많이 짓는다고 해서 대중화 안 된다. 자기 돈으로 골프 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우리 골프장 회원 2500여명 중에1년에 한 번이라도 온 사람 체크해 봤더니 1000명 정도더라. 1500명은 한 번도 오지도 않았다. 골프 접대를 받아 오는 사람들이나 매번 오는 거지 정말 골프를 레저 삼아 오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골프 인구가 300만이라고 떠드는데 이런 점을 간과한 거다. 정말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그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공정률이 30%만 넘으면 회원권 분양이 가능해 개발업체들은 회원권 분양받은 돈으로 공사를 마친다. 그런데 정부가 말하는 대로 250개나 되는 골프장을 한꺼번에 인허가 하면 회원권 가격이 폭락한다. 벌써부터 회원권이 15%이상 폭락하지 않았나. 골프장 공정률 30%면 산을 다 밀어놓은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회원권을 분양했는데 분양이 안 되면 무슨 돈으로 공사를 하나. 그대로 공사 중지하면 엄청난 환경훼손이다. 운영중인 골프장에도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나고 잔디가 통째로 쓸려 내려간다. 그런데 산을 다 깎아 절벽으로 만들어놓고 공사 그만두면 어떻게 되겠나. 인허가에 4,5년씩 걸리는 걸 간소화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마 정부 방침대로라면 지금 계획중인 골프장의 50% 이상은 산이 깍인 채로 그대로 방치될 수도 있다. 자기 자본금이 충분히 있는 데다 골프장 인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골프장이 무더기로 생겨나면 고용 효과가 많이 생긴다고 하는데. 일본도 90년대에 그렇게 하다가 망한 것 아니냐. 인력 창출될 게 별로 없다. 그렇게 무더기로 골프장이 생겨나면 현재 있는 업체들도 같이 망할 것이다. 지금도 평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지난 해에는 경기가 좋았지만 올해엔 내장객이 많이 줄었다. 지금 정부 정책은 전체적으로 골프장을 망하게 하는 정책이다. 우리 골프장의 경우 경기 보조원(캐디)이 120명, 일용직 20명 정도에 정규직이 60~70명 정도여서 모두 합쳐 200여명 정도다. 평균 연봉이 2000만원이 안 된다. 30만평 넓은 땅에 500억 넘게 건설비 들여서 겨우 이 정도 고용 창출하는 게 큰 효과가 있는 거냐. 나도 이런 곳에 몸 담고 있지만 진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그나마 갈수록 정직원은 줄어들고 용역 회사 인력들을 쓴다.
"부킹 특혜 받아 오는 내장객 30%는 될 것" "골프장 건설과정에서 안 되는 일도 공무원에 돈 쓰면 돼"
-골프장의 주 이용객들은 어떤 층인가. 회사와 연관된 사람들이 가장 많다. 이사나 간부들을 알아서 오는 경우들이 많다. 직업으로 따지면 공무원들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월차 같은 걸 내는지 공무원들은 평일에도 온다. 예전에는 아예 버젓이 관용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무원들은 자기 돈 내고 골프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기 돈을 내고 치러 오는 일반 내장객이 절반이 넘지만 부킹 특혜를 받아 오는 사람들이 30~40%는 되는 것 같다. 물론 부킹 특혜 받는 경우에도 자기 돈으로 치는 사람들은 많다. 지금 상황에서는 골프를 치고 싶을 때 치는 게 가장 큰 혜택이기 때문이다. 아예 골프 부킹권을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접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서 오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말하는 내용이 일반적인 경우인가. 흔히 명문골프장이라고 불리는 골프장들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좀 다르지 않나. 내가 내기 접대골프를 치러 여러 군데 다녀보고 다른 골프장에 있는 사람들 사정도 들어봤지만 크게 다르지 않더라. 명문골프장이라고 그래 봤자 시설이 더 좋을 뿐이다. 조경수가 1000만원짜리냐, 수억원짜리냐가 차이 날 뿐이다. 시설 좋은 곳에 지위 높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 뿐이지 실태는 큰 차이 안 난다고 보면 된다.
대기업 계열의 골프장은 조금 다르다. 그런 골프장은 기업 간부들이 주로 가서 치거나 기업과 관련된 로비에 치중한다. 일반 내장객을 상대로 한 영업에는 사실 크게 신경을 안 쓴다.
-골프장 짓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고 하던데.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업체의 로비가 매우 심하다. 꼭 도장받아야 할 민원이 있으면 관계 공무원들을 일주일 씩 쫓아다닌다. 엄밀히 따지면 지을 수 없는 건데 돈 쓰고 하면 다 된다. 인허가 받기 위해 돈도 많이 쓴다. 지역주민들과 마찰이 생기면 가구 당 돈을 얼마씩 쥐어주면 가라앉는다. 우리 골프장 경우에는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1100만원씩 보상해주고 마을 회관 신축해주겠다고 해서 합의 봤다. 이런 로비자금이 그린피에 다 전가된다. 그래서 이용료가 올라간다.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환경을 훼손하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무연고 묘가 나오면 지자체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처음에는 절차대로 하다가 공사가 지연된다 싶으니까 나중에는 그대로 밀어버리더라. 공사 도중 잘린 나무 뿌리도 다 태워서 매립한다. 중장비 오일 간 것도 산 속에 그대로 묻는다. 공사하다 문화유적 같은 게 나와도 그대로 밀어버린다.
"사실상 뇌물 주는 방법인 '져주기 내기골프' 만연" "건설 공사 따내려 접대하는 경우 많아"
-져주기 내기골프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건가. 내기골프를 일부러 져줘서 탈법적으로 돈을 전달하는 거다. 지금까지 골프장에 내기 안 하고 골프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골프 붐 일어난 게 도박성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본다. 내기골프는 일부러 돈을 잃어주는 거다. 1점에 천원씩이면 18홀 돌면 30~50만원이 왔다갔다 한다. 점 당 10만원씩 하면 3000~5000만원이다. 내기골프 접대를 받는 사람은 이기는데다 돈까지 받으니 매우 좋아한다. 나는 한 번에 200만원 정도씩 받고 2년동안 30여차례 내기골프 접대를 하기도 했다. 술자리의 술상무 같은 역할을 하는 거다. 자연스럽게 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골프 실력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부탁을 해온다. 내 경우엔 억대가 왔다갔다 하는 게임을 두,세 번은 쳐봤다. 최고 2억원까지 져주는 내기골프도 쳐봤다.
-내기골프 접대의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청업체가 큰 건설사의 하청을 받기 위해 기업 관계자를 접대하는 경우도 있고 공공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내기골프 접대를 받는 사람들은 ‘뇌물’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져주는 건지 모르나. 왜 모르나. 뇌물이라는 건 그 사람들도 다 안다.
-말이 내기골프이지 사실상 거액의 뇌물이 오가는 셈인데 관계 당국에 신고를 못하나. 신고를 할 수가 없다. 카지노에서처럼 칩으로 주고 받는다. 골프접대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골프 끝난 뒤 식당에서 고스톱 치며 잃어주고 저녁에는 고급 룸살롱으로 안내한다. 이렇게 ‘풀 코스’를 돈 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로비 상대에게 얘기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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