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차 파주 감악산을 가다 - 박광호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07-28 15:57:26
[203차] 파주 감악산을 가다
2008. 7. 28. / 굿맨 박광호
산행일 : 2008. 7. 26. (토), 흐리고 비.
산행길 : 범륜사-까치봉-팔각정-감악산 정상-임꺽정굴, 임꺽정봉-장군봉-숯가마터-범륜사
참가자 : 문수, 상국, 인섭, 인식, 부종, 은수, 재일, 병욱. (총 8명)
어제 금요일은 2군데 모임이 있었다. 하나는 여의도 샛강 모임(장석일이가 대방동 순안집에서 보신탕 쏜다고 했는데….), 또 하나는 목동에서 소주번개 연락해온 김종곤의 멧세지. 둘 다 뭉갤 수는 없고 늦어도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종곤이와 둘이서 2차까지만 하고 내일 등산을 위해 일찍(새벽1시) 안 오는 잠을 청한다.
비몽사몽간 맞춰놓은 모닝콜에 놀라 부리나케 나가니 날씨가 무척 맑고 덥다. 요새 기상청 넘들이 죽을 맛이라 카더만 역시 오늘 일기예보는 기상청 예보와 반대로 해가 쨍쨍하다. 경복궁역에 나가니 아직 시간이 이른데 은수가 벌써 와 있다. 멀리서 자주 보던 검은색 SM5에 재일이도 보인다. 뱅우기를 반포 개구녕에서 주워 담고 목적지인 감악산 범륜사 주차장으로 달린다.
휴가철이라 새벽인데도 제법 차가 많다. 상구기는 길도 모리는 기 여기로 안 오길 잘했지…
왔더라면 아마 분당서 한 2시간 걸렸지 싶다. 달리는 차 속에서 중간점검을 해보니 참가 인원이 모두 8명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25분. 은색 랜드로바에 범상치 않은 등산객이 보인다. 온다던 연락도 없었는데 팽귄과 부종이가 보인다. 그리고 상구기와 운전수인 문수까지 5명이 차에서 내린다.
최근 팽귄의 상태가 맛이 갔다던 소문이 있었는데 동물병원에서 대변검사와 날개 피부검사를 해보니 조류독감은 아니라고 진단한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다. IQ 높은 아이들은 관리를 잘해야 한다더만 바둑천재 팽귄도 그런 거 같다.
감악산 !
그래도 이름에 ‘악’ 자 들어간 산이니 조심해라고, 오늘 안 온 몇몇 칭구들의 염려가 있었는데…… 근데 참 이상하다. 날씨도 맑은데 은수는 이상한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있고, 뱅우기와 인섭이는 우산도 쓰고 있다. 햇볕이 따가우니 그런가? 하기사 자외선은 피부에 안 좋으니 조심해야 된다. 평소 산에만 오면 헤매는 부종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더니 노란 비니루 쪼가리를 찾더니 가운데 구녕을 내고 뒤집어 쓴다. 아마 쫄이다 보니 고참들 흉내 내는 갑다.
9시40분, 우쨋든 또라이 같은 8명이 전부 우산과 비니루를 뒤집어 쓰고 출발!!!! (이상하다? 분명 9명이라야 하는데 세어보니 8명이다. 한 명이 부족하지만 출발할 수밖에 없다.) 한 20분쯤 계곡을 따라 오르니 졸라 덥고 땀도 팍팍 나오는 기 쥑인다. 은수는 판쵸우의 속의 습기가 사우나가 되어 안경이 뿌옇케 흐려서 눈이 안 보인다.
앗! 표지판 앞에서 잠깐 쉬는데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뒤를 돌아보니 상구기가 벌어진 땅 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아이고 서샘 살리주소!”
큰일났다. 얼른 잡아 땡기니 다행이 땅속으로 빠지지는 안 했다. 발목이 이상하다고 깨깽 거리고 난리다. (우산 쓸 때부터 알아봤다. 겨울에도 산에 가면 상구기가 눈 속에 제일 잘 미끄러지더라.)
‘아, ㅆㅂ 내가 산행대장인 날 아그들이 다치지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다행이 보행에 지장이 없어 시원한 계곡을 따라 계속 675M 감악산 정상으로 GO 한다.
어~~라? 이건 또 무신 조화란 말인가 ??
계곡이 무슨 장마철 홍수 난 거 같이 급류가 흐르고 건너 가기도 어렵다. 잘 몬하면 물에 떠내려갈 판이다. 그래도 팽귄은 물을 보더니 좋아한다.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게 확실하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칭구들이 우산 쓰고 등산을 하지 않나? 갑자기 지진도 나고 계곡이 무슨 폭포처럼 변해 있기도 하고,,,,,,???? 한마디로 희안하다. 11시30분이다. 약 2시간을 땀으로 샤워 하면서 미끄러운 계곡을 따라 힘겹게 오른다.
뒤에 따라오던 상구기가 더덕 비스무리한 걸 들고 산삼이라 카이 부종이가 곧이 듣고 쪼매만 묵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저걸 묵으모 배탈 날지 모리겠단 생각이 든다.
정상이 가까워 지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픈데 오늘은 내가 대장이니 표시 나게 할 수는 없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참는다. 배고픈 뱅우기가 먼저 점심 묵고 가자고 보챈다.
‘맨날 팍팍하게 갈구어 싸도 이 넘이 내 맘을 좀 알아 준다, 아! 근데 오늘따라 왜이리 힘들지? 말이 잘 안 나온다.’
어제 종곤이가 소주 각 1병만 하자 해놓고 내가 1병 추가한 기 부담인가?
여기가 정상인 모양인데 왠 팔각정도 있고 밥 먹기 딱이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도시락 보따리를 풀고 뱅우기 밴또에 반찬을 땡기니 푸짐하다. 솔고 부종이는 원숭이 식량(바바나)을 차고 왔는데 여지껏 제대로 된 밥을 갖고 오는걸 본 적이 엄따. 말린 과일, 길에서 사온 김밥 등이다. 마누라 깨우기가 미안한 모양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 안 먹어도 벗은 배를 보면 영락없는 5겹살이 배에 서너 근 붙어 있다. 오늘도 상구기는 어김없이 막걸리를 얼려 왔다. 아~~, 시원한 이 맛! 인자 습관이 된 상구기의 막걸리 얼려오기, 무거운 막걸리를 묵어 주는 기 칭구를 돕는 길이다.
날씨가 너무 더버서 하산을 서두르자 더위에다가 힘 빠져 맛이 간 솔고가 제일 좋아한다. 솔고는 요새 새로 시작한 컨설팅 일이 재미있는지 산에 자주 나온다. 아니면 밥 먹어러 나오는지도 모리겠다. (지 바나나는 남 주고,,, ㅎㅎㅎ) 역시나 모두들 우산을 들고, 은수는 판쵸를 입고 계곡의 급류에 빠져 가면서 엉기적엉기적 하산한다.
작년 여름에 설악산 공용능선 원정 실패하고 하산길에 알탕을 했는데 오늘도 상구기가 빤쓰까지 벗고 알탕을 먼저 시작한다. 빤쓰를 벗었는지 아예 안 입고 왔는지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새 삼겹살보다 오겹살이 비싼데 이 넘도 오겹살을 배에 차고 다닌다.
‘30대 때는 3겹살 이었는데 나이가 50 넘으니 그기 5겹살이 되는 갑다.’
계곡물이 찬지 비명을 ‘깍깍’ 지르니, 부종이도 홀라당, 재일이도 홀라당 하는데, 뱅우기는 번데기 땜시 빤스 입고 발라당 한다. (역시 양반집 아해답다) 계곡물이 차바서 모두다 쪼그라진 뻔데기를 감싸고 금방 나온다. 팽귄은 뻔데기가 없는지 들어가도 안하고 시무룩하게 구경만 한다. (100%는 아닌 기 분명하다)
땀에 절은 껍데기를 씻고 나니 개운한 모양이다.
‘근데 나는 알탕을 해도 와 이리 안 시원한지 모리겠다. 아직도 좀 피곤함이 남아서 그런 갑다’
3시까지 하산을 마칠라 했는데 알탕 하는 바람에 좀 더 지체된다. 대충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인자 하산주나 한잔하면 신선이 따로 엄따. 다행이 팽귄도 무사하고 뻔대기도 다 지렁이로 바뀐 걸 확인하니 이젠 안심이다.
오늘 산행은 더위에 힘들걸 예상했는데 다행이 우산 쓴 몇 넘만 빼곤 다 정상인 거 같다. 미리 예약해둔 주막에 도착하니 찌짐 냄새가 쥑인다. 찌짐은 비 오는 날 먹는 기 맛있다는데 오늘은 맑아도 냄새가 좋다. 막걸리를 모두다 한잔씩 따르고 건배를 할라는데 잔이 하나 없다. 그것도 내 잔이 없다.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9인분 주문 했는데 8명분만 나왔다.
(출발 할 때부터 한 명이 모자라더만 계속 하나가 부족하네…..)
‘아~~, TV, 대장을 멀로 보고 잔도 안 주는 기고?’
“보소 주인요! 잔 하나 더 주이소.”
“잔 하나 더 주이소……”
“잔 하나 더 주이소……”
……
……
……
“잔 하나 더 주이소”
……
“!@#$%^&*()!@#$%^&*(”
+++
“아빠, 일어나 밥 드세요!”
“오~잉”
“……”
“요게가 오데고?”
“……”
“내 동동주 오데 갔노?”
“여보! 얼릉 일어나 아침 운동이나 하러 가소. 잠꼬대 고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