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9)
2019-12-29 22:40:42
1. 2019.12.29(일) 제780차 정기산행 불곡산
2. 참가 : 상국(대장), 병욱, 은수, 거훈, 길수, 민영, 재일,해정, 뽈, 효용, 유전, 가오리, 진수(13명)
3. 10시 반, 미금역 3번출구~ 걸어서 e-mart~불곡산 정상~대지산 가다가 알바~ 대지산입구 3거리에서 다시 불곡산 정상~수내동 횟집 / 미금역 호프집 2차~해산.
정확히 10시 반, 미금역 3번 출구에 12명이 모였다. 걸어서 e-mart 지나 산을 오른다. 가는 중에 잠시 쉬며. 과일을 안주로 까마중술을 맛보고 정상까지 직진.
내려오다가 전망대 데크마루 바닥에서 가져온 것들을 죄다 먹어치웠다. 바람이 차서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대지산으로 가던 중, 앞에서 가던 내가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 왼쪽 풍경이 아무래도 낯설었다. 되돌아 올라간다.
친구들 웅성거린다. 때는 이때다! 가오리가 물고 늘어지며 애증을 거꾸로 표현한다.
"절마 저거는 산행대장이 돼가꼬, 공지할 때부터 왔다리 갔다리 하더니, 길도 이자뿌고, 자~알한다."
내 바로 뒤에서 선두그룹으로 따라오던 뽈은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흉내내며 자책한다. 그래도 바다 뻘바닥에 붙어 사는 가오리보다 맑은 물에 산다고 쪼매 고수다.
"야야~ 니는 우짜든둥 중간치기로 다니래이. 앞서지도 말고, 뒤쳐지지 말고... 중간치기로 살거래이."
대지산 가는 삼거리에 마중나온 진수를 만나, 이젠 13명이 다시 불곡산 정상을 거쳐, 수내동 횟집쪽으로, 10시 반부터 2시 반까지, 16,000보(步)정도 걸었다.
테이블 당 6만원짜리 회가 만족스럽다. 이 건물 책임자인 鄭소장 모셨으니, 가자미 구이 등 서비스도 좋다. 술은 각자 자기 병, 자기가 챙겨 부어먹는 '지부지쳐'로 흥겨운 분위기, 맛있는 음식들에 이야기꺼리도 무궁무진했다.
야들이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입안에 곰팡이 슬었을낀데, 산에 오니 저리 즐겁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온 백과사진 옥(玉)씨는 오늘도 산에서 많은 것을 알려줬다. 내가 늘 궁금했던, 둥치가 미끈하게 빠진 나무가 때죽나무라는 것을, 이젠 수피(樹皮)만 봐도 알겠다. 향기 좋은 하얀 때죽꽃과 개울에서 고기잡는 용도로 쓰인다는 때죽나무 열매는 알면서도, 때죽나무 가지가 새총가지로는 최고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만드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내 60넘게 살면서 유전이만큼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은 없었다. 정말 만물박사다. 산행중에 누가 물어보자 상속세, 종소세, 보유세 등 줄줄줄줄 청산유수로 나온다. 4살배기 큰 손주가 전복 먹고싶다는 전화를 했다고, 2차 못 하고 먼저 가서, 한 수 가르침을 놓쳤다.
미금역 호프집에서 간단히 2차. 이야기 중간에 툭툭 튀어나오다 태박을 받아도 불굴의 의지를 보이는 병욱이 기를 좀 죽이려고, 누가, 이 자리에 없는 일기를 입에 올린다.
"내가 볼 때, 남중 아~들 중에 일기가 제일 똑똑하다."
그게 뭔 말인지, 모두 제비 새끼 처럼 한 군데로 고개가 돌아간다.
"밤 12시 넘어 택시 타고 목동까지 가서... 4단진가? 거기 내렸는데, 단지가 그리 넓은 줄 몰랐능기라. 하여간 질질 끌고 만취상태인 일기를 우예우예 집앞까지 데려갔더니, 머리를 문에 박고, 띠띠띠띠 비밀번호를 한 방에 해결, 집에 들어가는기라. 일기 진짜 똑똑하대이."
그 집 비밀번호가 혹시 세로로 한 줄인 2580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울산일중 진수가 묵직한 원펀치를 날린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할 때 누구(?)는 계속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데, 일기는 절대 질문이 없다. 다 알고 있는기라!"
멀리 마두역에서 온, 언제나 씨익 웃는 신사 재일이. 시인 아내 챙기랴, 친구들 챙기랴, 새 직장 적응하랴, 산우회랑 구르메 모임에 없어서는 안 될 은수. 며칠간의 여행 노독을 무릅쓰고 자리 채우러 온 의리의 가오리. 참가번호10번 찍은 30산우회 발기인 효용. 올해 산행대장 임무를 훌륭하게 마치면서 바톤 넘겨주러 나온 15공 崔辯. 서울 올러온지 7년만에 산우회대장 취임할 성공한 사나이 16공 뽈. 발목 시원찮아도 집 근처라고 두말않고 와준 키다리 아저씨 해정. 마지막 산행이라 무조건 나왔는데 맥주는 싫어 호프대신 혼자 두꺼비 까던 일편단심 길수.언제나 南中스럽다고 구박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약방에 감초 병욱. 11공때 부산에서 열린 반창회에 참석하느라 빠진 한 번 빼고 모든 정기산행 참석이라는 대기록의 보유자이며 묵직한 원 펀치를 가진 울산일중 진수. 전복사러 떠난 만물박사이자 백과사전인 청바지 입은 유전. 우찌 알고 미금역 2차 할 호프집 앞에다 자전거 주차를 해두었던 쪽집게 민영.
이상 2019년 마지막 산행에 참석해준 친구들 모두 고맙고, 오늘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 재미있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30산우회 회원 모두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산우회 잘 굴러가기를 빕니다.